※<고진감래> 이전 둘의 이야기로 성빈이가 계속 혼납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체벌요소 주의

2.


사건의 시작은 단순했다. 박준우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연습생 생활에 넌더리가 나 있었고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도피를 위한 중독을 갈망하고 있었다. 열여덟이 찾은 중독은 담배였다. 한 번 마음을 먹으니 그다음은 쉬웠다. 준우의 옷장 저 깊숙한 곳에는 벌써 여러 개의 담뱃갑이 숨겨져 있었다. 이따금씩 같은 멤버 선우가 향수냄새가 너무 독하다며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모든 것은 평화로운 듯했다. 들키면 어쩌나 걱정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결코 이런 식은 아니었다.


“뭐하냐, 너?”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 것 같았다. 준우는 문을 열고 들어온 재원을 보고 입에 담배를 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숙소 생활을 하는 터라 준우도 보고 들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재원을 만나고 온 날이면 며칠간 제대로 앉지도 못 하는 성빈을 여러 번 보았고, 재원이 화가 나면 얼마나 무서운 선배가 되는지 몇 번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저일 것이라는 상상은 해본 적 없었다. 그러니 다시 말해 준우는 사적으로, 그것도 연습실 옥상에서 흡연 도중 재원을 만난 경험이 없었다.


“뭐해? 아깝게, 마저 피워.”


아무래도 재원은 준우를 쉽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나 보다. 동상처럼 굳어있는 준우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하는 말은 가관이었다. 같은 소속사의 대선배 앞에서 일개 연습생이 뻑뻑 담배연기를 뿜어대기란 보통 미치지 않고서야 힘든 일이었다. 간신히 정신의 끈을 붙잡은 준우가 옥상 바닥에 꽁초를 비벼 껐다.


“다 피운 거야?”

“...예.”

“1분 줄게. 너네 리더랑 맞을 거 들고 여기로 온다. 시작.”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1분은 터무니없는 숫자였지만 역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덜덜 떨려오는 다리를 붙들고 준우는 달렸다. 연습실, 녹음실, 헬스장……. 몇 군데에서 허탕을 치고 연습실과 연결되어 있는 작업실에서 성빈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담배, 강재원 선배님, 리더, 매, 1분

헐떡임 사이사이로 단편적인 단어들이 긴급하게 쏟아져 나왔고 준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빈은 쓰고 있던 곡을 내팽개치고 준우의 손을 잡고 달렸다.


“안녕하십니까!!”


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오느라 가빠진 호흡을 잠시 가다듬은 성빈이 큰 목소리로 재원에게 인사했다.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담배를 태우던 재원이 가까이 오라는 듯 손을 몇 번 까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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