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신 솔피 시점

* 다케온 스토리 스포 有





" 네가 오니까 발라리아 꽃 향기가 나는 것 같구나. "

" 헤헤, 언니. "


그럼 발라리아 향이 날 수밖에.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솔피는 그저 한숨만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상냥하게 대해주는 제 언니도, 그 모든 악한 짓을 저질렀음에도 제 언니에게 사랑받는 자신이. 자신? 아니, '솔피'가. 피로 묶여있지 않더라도 자매는 자매인건지 솔피가 보기에 시안과 '솔피'는 답답하고 멍청한 점이 퍽 자매같았다.


" 힘내, 솔피. "


솔피는 무언가가 제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따뜻하지만 거친 파도처럼 울렁거리고 함부로 쏟아내기에는 바늘을 삼킨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이까짓 감정이 뭘 안다고.. 솔피는 광기 어린 초록빛 눈으로 떠나가는 시안의 붉은 머리를 노려보았다.

떠나가는 시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할 온갖 불경한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가고 솔피는 마치 용서를 구하듯 하나의 문장만을 반복해서 되새겨야 했다.


' 모든 것은 대제 폐하를 위하여... '


***


" 언니, 나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야. "

" 언니... 미안해... "

" ...솔피! "


마지막까지도 언니는. 솔피는 이내 생각을 멈추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발론의 등장으로 모든 계획을 망쳤다. 뭐, 더 이상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니 그건 오히려 다행인가. 한숨에 가까운 웃음 섞인 탄식 소리만이 지금 그가 내뱉을 수 있는 전부였다. 웃음은 곧 짜증으로 바뀌고 탄식은 괴성으로 바뀌어간다.

마지막까지도. 마지막까지도... 시안은. 언니는.. 솔피를 봐주지 않았다. 마지막에 언니가 부른 솔피는 과연 나라고 할 수 있나? 언젠가 느껴본 적 있었던 감정이 혈관을 타고 급격하게 올라온다. 마지막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저 멍청이 솔피와 나를 비교한다면 누가 보아도 내가 더 나을 터였는데. 어째서. 어째서 언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니가 바라보는 솔피는 내가 아니라는걸. 언니가 사랑해 마지못하는 솔피는 추악한 내가 아니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모든 것은 대제 폐하를 위하여.. "


솔피는 '솔피'가 부러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함께해 온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솔피'가 부러웠다. 갈루스 제국을 위해, 대제 폐하를 위해 시안을 이용했다고 하지만 도리어 마음을 빼앗긴 건 누구였는가.


" 모든 것은 ....를 위하여. "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나를 바라봐 주었다면 이렇게까지 비참할 일은 없었을 텐데. 솔피는 저물어감에도 찬란한 빛을 뽐내는 태양을 녹 빛 눈동자에 담아보았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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