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리즈는 수위가 포함된 BL물 입니다.-

- 이번 화에는 수위가 포함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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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정한의 카페를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에 몸을 실었다.

차는 코 앞에 있는 카페 주차장에 있었지만 가는 내내 왠지 기분 좋고 설레는 새로운 기분에 짧지만은 않은 거리를 걸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니저는 승철에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오늘 하루 기분이 안 좋았었던 승철의 얼굴에 괜스레 미소를 머금고 있는 표정을 바뀐 거 같아 질문을 삼켰다.

승철은 집에 다다랐을 때 처음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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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늘 카페에 제 자켓 두고 왔어요. 내일 스케줄 뭐 있어요?"

"아니 없어. 아무래도 이제는 작품활동도 끝났기도 했고 네가 저번에 고른 광고나 잡지 촬영 위주로만 진행해달라고 해서 스케줄을 많이 잡지는 않았거든. 왜? 가지러 가려고?"

"네. 내일 가지러 갈까 해서요."

"너가 뭐하러가 거기 인스타 핫플이라 사람 많은 곳이라 불편할텐데.. 내가 내일 가서 가져올게."

"아뇨. 내일 개인 일도 있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 들르려고요."

"아 그래? 그럼 형이 내일 데리러 올까?"

"아뇨 괜찮아요. 형도 요새 신입 매니저들 들어와서 교육도 진행하신다면서요. 바쁘실 텐데 내일은 제가 혼자 갈게요."

"그래. 그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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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내일 다시 정한의 카페에 갈 생각에 벌써 무슨 일이 생길까 하며 마음속에 있는 모를 감정을 천천히 곱씹었다.

승철은 집에 올라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에 어딘가 익숙한 신발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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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랜만이야!! 오늘 매니저 형이 일찍 끝난다고 들어서 집에서 기다렸는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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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역시나 그 익숙한 신발이 동생 한솔이였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고 오랜만에 온 동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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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어? 일찍 끝나긴 했는데 오다가 어떤 카페에 들려서 차 한잔하고 오느라고 좀 늦었네. 밥은 먹었고?"

"아니. 그냥 형 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지. 형! 나 종강했어! 이번 방학에 해외 놀러 가려고 하는데 형 괜찮아?"

"음..일단 작품 끝나서 예전처럼 바쁘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광고나 잡지 촬영이 중간중간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아.. 그래? 언제 되는지 아직 잘 모르는 구나.. 일단 승관이랑 같이 유럽 쪽으로 여러 군데 가려고 하는데 혹시 중간에 올 수 있으면 3박이나 2박 정도 같이 놀자."

"그래. ㅎㅎ 일단 저녁 먹자. 너 오래 기다려서 배고프겠다."

"맞아. 나 진짜 배고파 죽는 줄. 맛있는 거 시켜 먹자!"

"그래. 뭐 먹고 싶은 거 있음 시켜. 형 카드 여기에 있어 씻고 올 테니까 시켜 놓고"

"응~ 고마워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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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화장실로 들어와 꽃 카페에서 물들이고 온 장미 향을 씻어내듯 머스크향 바디워시와 샴푸로 꼼꼼히 몸을 닦아냈다.

승철이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사이 한솔은 우동과 초밥을 시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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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어서 와서 먹어. 마침 딱 배달 와서 세팅해놨어."

"그래 얼른 먹자. 요즘 어떻게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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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가끔 연락은 했지만 오랜만에 본 동생에게 근황을 물어보았다.

한솔도 자주 보지 못한 형과의 대화가 고팠는지 승철의 물음에 대답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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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괜히 복전했나 싶긴한데.. 힘들긴 해도 재미있게 보냈어. 승관이랑 같이 대학가서 더 괜찮기도 한 거 같지만."

"그래? 승관이는 잘 지내? 승관이는 너 고등학생 때 두어번 본 거 말고는 그 뒤로 본 적이 없어서..."

"응! 잘 지내지~ 걔는 나 덕분에 좋은 대학교 같이 다니면서 아직도 대학 안 가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고생한다고 찡찡대고 있는 거 빼면.. 뭐..ㅎㅎ. 아! 저번에 지수 형 만났다?"

"그래? 무슨 일로?"

"아~ 나 요즘 대학 생활 잘 하고 있냐면서 자기 서브 작가가 들어왔는데 실력도 좀 보고 포폴채워 줄 겸 모델 해줄 수 있냐고 연락왔었어. 그래서 나도 그런 경험하면 내 자소서 한 줄, 포폴 한 장 채우니까 감사하다고 하면서 갔다 왔지."

"잘했네. 그래서 사진 잘 나왔어?"

"응! 진짜 잘 찍어 주시던데? 그리고 성격 완전 좋으시더라고! 잠깐 얘기 나눴었는데 민규 형이랑 같은 대학교 나오셨다고 그러더라구~"

"응 맞아. 사진과 동기라고 하더라. 성격 좋다니 다행이네. 홍지수 처음으로 서브작가 두는 거라 혹시 속 썩여서 그런가 했더니. 그건 아닌가 보네."

"응..? 뭐가? 지수 형이 뭐라고 한 거 있어?'

"아.. 아니 얼마 전에 만나서 술 한잔했어. 웬일로 갑자기 술 약속을 잡더니 혼자 막 먹더라고. 그러고는 술 취해서 그 서브작가가 와서 데리고 갔어."

"아..ㅋㅋㅋ 그랬구나 ㅋㅋㅋㅋㅋ"

"왜? 뭐 아는 거 있어?"

"ㅋㅋㅋ 아니 ㅋㅋㅋㅋ 보기보다 지수형은 이쪽으로는 눈치가 없지는 않을 텐데... 싶어서~ 지수형도 이젠 다 죽었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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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갑자기 웃는 한솔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는 한솔을 바라보았다.

한솔은 한참을 웃고는 저녁 잘 먹었다며 식탁을 정리하려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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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늘 오랜만에 봐서 너무 좋았어! 얼른 나도 형네 회사 들어가야지 형 얼굴 자주 보는데.."

"우리 회사 와도 형 자주 못 봐. ㅎㅎ 형이 다음에 좀 길게 휴식기 들어가면 너 집 놀러 갈게. 형이 구해 준 집에서 잘 지내고 있나 볼 겸."

"아 형~! 나 최한솔이야~ 형이 마련해준 집인데 당연히 깨끗하게 쓰지!!"

"ㅎㅎ 그래~ 지금 가는 거야?"

"응~ 가려고. 형 오늘 스케줄 끝내고 와서 피곤하잖아. 내가 톱스타를 오래 잡고 있으면 그건 너무 실례지."

"왜. 자고 가지 너무 늦은 거 같은데."

"아냐~ 아까 부승관께서 자기 집에서 맥주 먹고 있는데 심심하다고 자기 집 놀러 오라고 톡 왔었어. 그래서 오늘은 승관이네서 잘 거 같아."

"그래. 그럼 형이 택시 잡아줄게."

"아냐 아냐! 내가 불렀어! 형이 맨날 용돈 보내줘서 나 진짜 괜찮아!!"

"그래도 그건 그거고. 그럼 이걸로 승관이랑 내일 맛있는 거로 해장해."

"아 형.. 맨날 나 형한테 받기만 해서 너무 미안해서 그래.."

"형은 너 밖에 없으니까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 너무 미안해하지 말고 형이 줄 수 있을 때 받아."

"형... 진짜 매번 고마워.. 또 연락할게 형!"

"ㅎㅎ 그래~ 조심히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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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그렇게 한솔을 보내고 한동안 시끌 벅적했던 집 안에 다시 찾아온 정적을 느끼며 거실 소파에 몸을 뉘었다.

예전 같았으면 승철은 집에 돌아와 힘들고 지친 몸으로 침대에서 영화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겠지만 오늘은 뭔가 기분 좋음을 좀 더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카페에 들려 정한과의 소란하고도 은밀한 시간을 보낸 것 조차.

집에 들어와 아끼는 하나 뿐인 동생과 저녁 식사를 가진 것 조차.

오늘 시작은 어설프고 힘이 들었지만 이건 왠지 오늘 하루의 마무리를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 신의 아이 같은 장난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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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봉이를 좋아하는 할매의 은밀한 취미생활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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