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표현 주의 (고어주의)

*각자의 시선에서 전개됨


Tweek.


저의 방 안에는 한 인형이 있습니다. 커다란 삐에로 인형입니다. 붉은 곱슬머리에 커다란 노란색 단추 네개가 달린 파란 옷, 그리고 새빨간 신발을 신고 저의 방 한켠에 앉아있습니다. 초록색 눈 화장에 어울리지 않는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오른 붉은 코가 그것의 웃음을 더욱 기괴하게 만듭니다. 분명 방에는 나 혼자만 존재할터인데도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벽 뒤의 괴물이나 침대 밑 귀신일지도 몰라요. 분명 저의 불안증 때문에 생긴 망상이겠지요. 척추뼈를 일일히 옭아매어 타고 올라오는 공포심을 애써 무시하고는 구깃구깃한 종이에 삐뚤빼뚤한 글씨를 써내려 갑니다. 하얀 것은 종이고, 회색빛의 것은 평행선이며, 여기저기에 튄 검은 빛깔은 새어나오는 잉크입니다. 저는 수전증으로 한 번도 글을 완벽히 써내린 적이 없습니다. 완벽한 글은 어떻게 쓰는 걸까요. 있잖아요, 사실을 고하자면 가끔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앞을 바라보면 그 인형이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니, 바라보고 있는 게 맞긴 할까요? 인형의 눈은 온통 검은색인데다가 뻥 뚫려있어서 어디를 응시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들이켜 눈이 감기지 않는 깊은 밤마다 저는 그 인형을 바라봅니다. 별 하나 뜨지 않은 고요하고 축축한 밤, 창문에 비치는 그림자의 주인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오로지 그것만을 응시합니다. 멍하니, 축 처진 몸을 유지한 채 바라봅니다. 헝클어진 금발 머리가 커튼 사이로 새어나오는 달빛을 가릴 때까지. 발작이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말입니다. 제 머릿속은 항상 너무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어서 저렇게 공허한 눈을 보이는 법을 모릅니다. 얽히고, 뒤엉키고, 복잡하게 서로 연루된 수많은 생각들은 차마 제 힘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 평범하고도 스산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바라보는 그 인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시선이겠네요. 마음의 창이라는 눈을 바라다보아도 그것이 말하는 것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그리하려는 노력조차 없었지만요. 저는 세상을 저리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무 생각없이 주어진대로 앞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깥으로 걸어나간다는 것은 저에겐 너무나 막대한 부담입니다. 눈을 한 번 깜박이면 흐물거리며 흘러내리는 건물들이 나타납니다. 눈을 다시 깜박이면 세상이 온통 흑백으로 보이다 붉은색으로 가득 차기도 합니다. 그런 저의 시선에서 오로지 선명한 것은 제 손에 잡히는 것들 뿐이기에 어찌할 수 없이 오늘도 정신을 차리려 손에 집히는 커피를 들이킵니다. 지직대는 눈 앞의 장면과 달리 제 손을 잡아오는 연인의 손길만이 따스합니다. 커피잔의 뜨거움과는 다른 따스함이 느껴지면 그제야 앞이 선명해집니다. 숨이 고르게 진정되고 눈에 덮여 찬란한 세상의 모습이 드러났다 곧이어 지직대며 사라집니다. 만약 저 인형의 눈을 가질 수 없다면 그냥 그것의 깊고 깊은 눈동자 속 심연으로 빠져 익사하기를 바랍니다. 숨이 멈추고 여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딱 하루만이라도 정상적인 세상을 마주하기를 기도합니다. 검고 끈적한 것에 영원토록 잠겨버렸으면.


Toy¿


저는 방 안에 앉아 있습니다. 다락방에 처박혀 있다 나와 오랜만에 맡는 바깥의 내음입니다. 코 위에 쌓인 먼지에서는 아직도 퀘퀘한 냄새가 맴돌고 있습니다. 이 방은 완전히 어지럽혀져 있습니다. 평범한 아이의 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질러진 방은 방치된 채 사흘 간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전부터 계속 그리하여왔는지도 모릅니다. 여기저기에 나뒹구는 빈 커피잔들과 영 의미모를 하얀 가루들에게서 나오는 향들이 초록색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흐릿한 공간입니다. 제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을 웃기는 삐에로의 역할에 충실하기엔 틀린 인형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상을 바라볼 수는 있답니다. 늘 일정한 자세로 주어진 시선만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딱딱한 시선의 고정됨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 초록색 방의 주인은 어린아이입니다. 저보다 조금 더 크지만 왜소한 체격을 가진, 사랑받기에 좋은 때인 작은 아이랍니다. 공허한 저의 눈과는 다르게 그 아이의 눈은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의 눈처럼 사랑이 담긴 눈이 아닙니다. 너무 많은 것이 들어있어 더 이상 다른 세상이 침범할 수도 있는 자리조차 남아있지 않는 눈동자입니다.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억지로 밀어넣어져 있어 항상 아이의 눈에서 역류하곤 합니다. 뚝뚝 떨어지는 방울방울의 감정들 맛은 짜디짭니다. 잠을 잘 청하지 못하는 그 아이는 진한 다크써클을 가지고 있습니다. 짙은 눈 밑의 그늘은 방 전체에 켜진 불빛이 무색하게 방을 어둡게 덮어버립니다. 그 아이의 밤은 다른 이의 것보다 길고, 저 조차 공포스러울 정도로 어둡습니다. 늘 움찔거리며 발작하는 그 아이는 실수를 많이 저지릅니다. 쨍그랑! 눈 앞에서 유리잔이 깨진 순간에, 발에 하이얀 유리조각들이 잔뜩 박혀 새빨간 피가 끝없이 흘러내리는 상황에도 그 아이는 제 부모님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말이죠. 많이 아프고 쓰라릴텐데 그 어떤 신음도 내지 않고 그대로 유리조각을 뽑아내고는 줄줄 새나오는 피를 밴드로 가리려 애쓰던 그 아이는 발바닥에 다섯째 밴드를 붙이다 말고 나를 응시했습니다. 내 눈을 계속 바라다보다 왈칵 울어버립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침대에 기대 발작하며 끅끅대다, 속상했던 마음이 역류한 것을 다시 억지로 주워담으려는 듯 손바닥으로 유리조각이 뿌려진 바닥을 헤집습니다. 제 감정을 쏟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뭐가 그리 두려운 걸까요. 눈물젖은 눈이 또다시 초점을 잃고 아이는 몸을 일으킵니다. 질척이는 피묻은 발걸음이 침대로 향하더니 한 동안 그 위에서의 뒤척임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처럼 가득찬 눈동자를 가진 삶은 어떠할까요? 그러한 시선을 가진 존재도 여전히 인형이라 불릴 수 있을까요. 서서히 죽어가는 아이의 눈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더러운 갈색 동공을, 투명한 각막을, 뒤틀린 홍채를 내 눈에 채워넣어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그 아이가 혀를 깨물고 죽어버린다면 전 탁자에서 슬그머니 걸어내려와 그 아이의 두 눈동자를 빼내어 제 빈 두 눈구멍에 꽃아넣겠습니다. 초점잃은 금빛 눈동자라니, 상상만으로도 사랑스럽네요.


영감..ㅎㅋ:

안녕하세요 ENFJ 지옥의 연성러입니다! 다양한 글을 읽고, 많은 분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작가를 꿈꾸고 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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