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 누구 생긴 것 같다던데."

  "김석진하고 잘 돼 가는 거 아니었어?"

  "아닐걸. 그건 방송이고."

  "키스까지 했는데 설마."

  "아니라니까. 전정국 매니저가 그러는데 스케줄 때문에 데리러 간다고 하면 알아서 한다고 그러나 봐. 어딘지는 절대 안 알려주고. 빼박이지."

  "그럼 김석진은 뭔데."




  대놓고 입술을 붙였다. 좋아서 아련하다 못해 비련하기까지 했었다. 총 세 번의 키스는 그래, 처음엔 가벼웠다고 치자. 두 번째까지도 보통 연인들이 하는 굿모닝, 굿나잇 키스처럼 달달하고 가볍게 금세 자리를 찾아갔지만. 세 번째는 조금 달랐더라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꽤 오랬도록 붙었다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진한 입맞춤은 흡사 문어 빨판 떨어지는 음성과 비슷했다. 야..! 놀라 정국의 어깨를 퍽퍽 쳤지만 주먹에는 힘이 들어가기는 커녕 공기로 패는 것처럼 가벼웠다. 진짜 때리고 싶은 게 맞았을까. 가벼운 행동들은 다 자연스레 나오는 것들이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전쟁 피난인들처럼 꼭 달라붙어 있는 자태며 석진의 머리를 감싸는 정국의 손아귀라던가, 그에 응해 어떤 각도로 품에 파고들어야 가장 포근한지 알고 있는 석진의 뒤척임이라던가. 그게 다 방송에 나가긴 나갔는데 그러니까 연기를 한다고 쳐도 어떻게 거짓일 수 있겠냐 말이다. 


  물론, 진실은 당사자들만 알 테지만. 굳이 떠나르는 말들은 듣지 않아도 석진이 최근 사랑에 푹 빠져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있었다.


  "새도우 색깔 이쁘네요."

  "그쵸. 신상인데 보자마자 딱 석진 씨 거라 가져왔어요. 요즘 따라 코랄 왜 이렇게 잘 받아."


  푹 잤는지 석진의 피부가 부드럽고 말랑하다. 붓에 나부끼는 콧바람의 무게는 가볍고 연한 털끝은 기분 좋은 음악이라도 듣는지 사락거리고 있었다.


  "더 발라 드릴까요?"


  거절 대신 눈두덩이가 오히려 여유롭게 닫히며 응한다. 미소는 곧 인중에서 광대로, 눈꼬리로 이어진다. 하얀 살 위로 코랄빛이 덧대질수록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까지 죄다 느껴질 정도였다.


  '보고 싶어요.'


  누구인지는 보지 못했으나 메시지를 확인한 석진이 끝내 정성스레 발라놓은 입술을 꾹 물어버린다. 사랑받는 사람은 두 배 더 예뻐 보인대요. 부러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고


  "수고하셨어요."

  "예쁘게 해줘서 고마워요."


  제자리를 찾아가는 발걸음들이 가벼웠다. 






연애의 정석




  "마사지 좀 해줄까요."


  드라마는 지방 촬영이 잦았다. 서 있는 건 괜찮은데 차로 이동하는 과정이 힘들었는지 다리가 저렸다. 서로의 스케줄이 모두 끝난 어느 밤, 침대에 누워 정국은 차기작을 고르고 있었고 석진은 천장에 대본을 높게 쳐들고 달달 외우고 있던 중이었다. 배우 혹은 연인으로 보통의 시간에 만족하는데 굳이 불편한 것을 꼬집자면 마사지가 필요한 하체였고 정국은 또 마음을 꿰뚫는다. 하루 자고 나면 금세 나을 거라고 숱한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정국이 몸을 일으켜 누군가에겐 전부일 종이 뭉치들을 저 멀리 테이블 위로 던져내며 침대 끝에 자리를 잡았다. 


  "안 해줘도 되는데."

  "난 해주고 싶은데."


  석진의 고집을 꺾은 잘난 몸은 배를 접고 앉았는데도 윤곽이 뚜렷하다. 그걸 멀거리 내려보기만 했다. 아프진 않죠? 조심스럽던 정국은 곧 전문 마사지사처럼 발바닥 곳곳을 꾹꾹 누르며 집중한다. 문득 드는 건 이런 거 나한테만 해준 건가.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유치하고 찌질한 마음.  


  "이렇게 마사지 해주는 거 나밖에 없는 거 맞죠."


  반면 대놓고 입 밖으로 뱉어버리는 전정국. 


  부드럽게 주물거리던 다리에 혈색이 차오르고 석진은 전보다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정국을 부정할 때보다 더 많이. 복숭아처럼 벌겋게 물이 드는 눈가를 본 정국이 야무지게 주무르던 손을 멈추고 웃는다. 


  "선배."

  "뭐."


  잠시 서로를 부정한다. 네가, 당신이, 그렇게 보면, 나를 그렇게 봐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져서, 심장이 병이라도 걸린 듯 욱신거려요.


  말을 이어가는 대신 정국은 손자국이 가득 새겨진 발목을 잡아 들어 고개를 비스듬히 꺾고서는, 석진의 눈동자에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하얀 발등 위에 차분히 입술을 내려놓는다. 사랑에 빠지는 주문이라도 같이 부린 건지 시간이 멈추고 석진의 심장박동만이 초침 소리처럼 울린다. 두 눈에 정국을 담는다.



  촉.


  입술이 떨어지고서야 막혔던 숨이 트인다. 따뜻한 감촉은 발등 위에 몇 번 더 내려앉았다가 복숭아뼈를 지나 발목을 타고 올라온다. 네가 없었다면 지금 난 뭘 하고 있었을까. 어두운 방에 홀로 처박혀 삶에 찌든 사람들이 내뱉는 악플을 읽고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며 신경질을 내고 있었겠지. 아니면 생각 없이 잠만 자다가 기계적으로 일을 하는 그저 그런 일상이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른 직업이어도 딱히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었는데.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선사하는 입맞춤에 석진은 비로소 제가 특별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원한다. 네 세상이 온통 나였으면 좋겠다고. 


  "전정국."


  석진의 음성에 어느덧 허벅지 깊숙한 곳까지 흘러들어온 머리가 들리며 눈을 또렷히 뜬다. 


  "다리 만져줘."


  힘껏 끌어안아주는데도 부족해서 손톱으로 등을 후벼파면서 잡아당겼다. 손안에 부드럽게 휩쓸리던 허벅지는 서서히 위로 들리며 정국의 허리를 감싼다.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러는 건지 마음을 내어줄수록 고통스럽다. 너도 마찬가지일까. 



  “내일 마지막 촬영이에요.”

  “재밌겠다.”

  “좋아요? 난 서운한데.”

  “난 좋은데.”

  “진심이에요?”


  아! 제법 세게 귓볼이 물렸다. 맨날 내 혀 깨물길래 이런 거 좋아하는 줄 알았죠.


  “그걸 다 담아두냐.”

  “당연하죠.”

  “속 좁..”


  말은 가슴을 잘근거리는 탓에 이어지지 못하고 멈췄다. 천장을 보는 석진의 눈이 점점 흐려진다. 불 끄고 해. 민망해서 눈을 감아버렸다가 정국이 보고 싶어서 다시 뜬다. 이틀 동안은 정국의 집에서 비슷하게 뒹굴었고 오늘은 석진의 집이었다. 우리 집 천장인데 왜 낯설고 전정국네 벽지가 더 기억에 선연할까. 슬픈 연기 해야 하는데 정국 때문에 다 틀려먹었다. 아아... 신음이 두 갈래로 흩어진다. 정국은 왼쪽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움찔대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두고서 제 마음대로 석진을 다룬다. 풀린 눈으로 양팔을 위로 고정하는 구속이 좋아서 비실비실 웃음을 흘린다. 웃어요? 비웃는 줄 알았는지 정국이 힘을 준다. 응. 웃어. 좋아서. 네가 너무 좋아서.


  "안 놔?"

  "놔줄 것 같아요?"

  ".. 아니."

  "잘 아네요. 그럼 내가 무슨 말 할 것 같아요."


  근래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나도 말하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차마 못 한 말. 


  "좋아한다고."

  "그거 말고."

  "..사랑한다고."


  그래요. 그거. 만족한 정국이 몸을 뒤집어 석진을 제 배 위에 올려눕힌다. 손이 자유로워진 석진이 정국의 양 볼을 쥐고 입을 맞춘다.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의 박자에 맞추어 정국의 아랫입술을 물어뜨리다 목덜미에도 자극을 준다. 오늘 나 죽이려는 건 아니죠. 정국의 긴장한 아랫배가 석진을 들뜨게 한다. 


  "나 여기에 가둬줘요."

  "그것도 나쁘진 않네."

  "나쁘지 않아요? 그럼 내가 선배 우리 집에 묶어 놔도 돼요?"

  "그건 안돼." 


  유치한 걸 알면서 웃음 짓는 것. 시답지 않은 농담들이 재밌어지고 작은 한 마디라도 더 이어가고 싶은 것. 크고 작은 행동들이 모여 제법 연애의 구색을 띄우고 있었다. 드라마 속 사랑은 그저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지금 내 연애가 가장 환상적이라고. 불안한 생각들은 저 멀리, 네 눈을 보면 다 사라질 먼지들에 불과하고 우리는 평생 같이 있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촬영하러 나올 때 기분이 별로 좋진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잘 지내보자. 그 정도였어요. '

  '무엇보다 김석진 선배라서 설레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 다른 분이었다면... 글쎄요,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예요.'

  '그렇죠. 아무래도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죠. 제일 부담됐던 거라면 정국 씨 눈빛?'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제 생일날 늦으면서까지 케이크 사다 주셨던 거. 그 치즈케이크 맛 아직도 생각나요. 진짜 맛있었어요. 꽤 감동받았었고. 그리고 제가 해준 된장찌개 맛있게 먹던 거.' 

  '같이 잔 날이요. 너무 이상했어요.'

  '계속 연락할 거냐고요? 저는 석진 선배만 오케이 하면 당장에 꽃다발 들고 프러포즈라도 할 수 있는데.'

  '정국 씨가 그래요? 되게 웃긴다. 지금 나한테 은근슬쩍 대답 넘긴 거잖아요. 비겁해.'

  '그래서 선배가 뭐라고 답했어요?'

  '그래놓고 촬영 끝나면 자기가 먼저 쌩깔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음.'

  '영상 편지인가요?'

  '선배를 많이 좋아했어요.'

  '즐거운 촬영이었어요.'

  '교복에 책가방 매던 그 시절부터.'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진짜 너무 좋아했어요.'

  '덕분에 인간 김석진한테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아직도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떨리고.'

  '잠시나마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웠고.'

  '김석진이라서.'

  '정국 씨라서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진심으로.'





  무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벅차다. 역대 예능 최고 시청률. 딜은 통했고 정국과 석진의 키스는 지붕을 뚫고 예은에게 트로피를 선사한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달달 떨리는 다리는 금빛 트로피 때문이 아니라 턱시도를 입고 나란히 앉아 박수를 보내는 정국과 석진 때문이다. 안 오겠다더니 세상 예쁘게 꾸며 입고 와서 사람을 또 뒤집어 놓는다. 


  “작년 '올해의 작가 상'에 이어 이렇게 '베스트 작가 상'을 받게 되어서 너무나 행복하네요. 부족한 저에게 과분합니다. 이 영광을 김석진과 전정국 배우님께 돌립니다. 단언컨대 최고의 커플이었습니다. 촬영 내내 즐겁기만 해서 월급을 반납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반납하진 않았습니다. 햄버거 왕창 먹고 힘내서 다음 작품을 위해 열심히 매진하겠습니다. 더 큰 꿈을 향해 달려볼까 합니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이룰 수 있게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왜요?”


  쳐다보는 석진의 눈빛이 달갑지 않다. 치즈 양보하고 칠리 소스로 사 왔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캡 아래로 보이는 눈이 도끼처럼 날카롭다. 영문을 모르는 정국은 혹시 알바생이 치즈 소스를 줘 버린 건 아닌가 나쵸를 내려본다. 분명 칠리소스인데. 다시 고개를 들어 석진을 본다.


  “마스크 좀 제대로 써. 자꾸 글 올라오잖아.”


  아.


  남 몰래 데이트한다고 최대한 가리고 꼭꼭 숨겼는데 워낙 훤칠한 외모들 때문인지 그럴 수 없었고 조심해야지 몇 달간 자제하다가 겨우 나온 게 지금 이 새벽 영화관, 그것도 석진이 먼저 오자고 해서 나온 거였다.



  “나 양손 가득 먹을거리인데 선배가 좀 올려줘요.”


  눈까지 다 가려버릴 수도 없고,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시야를 확보해 준 석진이 나초만 홀랑 가져가서 먹기 시작한다. 나도 줘요. 자기는 마스크 다 내리고 먹고 있으면서. 억울하다가 어두운 영화관으로 들어가자마자 얼굴을 덮은 천 위로 쪽. 달라붙는 소리에 사르르 풀려버린다. 좌석에 앉자마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쪽쪽거림은 정신 차린 석진이 기겁하면서 끝이 났다. 아니, 자기가 먼저 해놓고서. 한두 번이 아닌 일이라 정국은 웃고만 만다.


  “딥키스 할까요?”

  “미쳤어?”

  “아무도 없잖아요.”


  안 된다면서 눈 감는 건 뭐예요. 앙큼하네. 먼저 혀를 집어넣던 석진이 정국의 말에 고개를 무르다 붙잡힌다. 조심 또 조심하자고 해놓고 영화 엔딩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열렬히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좀 전까지 집에서 한바탕하고 왔으면서 또 왜 그래. 알면서 그런다. 뭘 아는데. 선배가 먼저 시작했잖아요. 투닥거리는데 입꼬리는 하늘로 승천해있다.


  “우리 연애한 지 얼마나 됐어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니가 세야지.” 

  “언제부터 사겼는데요.”

  “몰라. 왜 나한테 묻냐고." 

  “나한테 사귀자고 했어요? 안 했잖아요.”

  “그걸 꼭 말로 해야 해? 그리고 니가 해야지.”

  “말을 해줘야 알죠.”

  “아 됐어. 할 거 다 했는데 무슨.”

  “문란한 사람이네.”

  “뭐?”

  “말해줘요.”

  “싫어.”

  “나 사랑해요?”

  “아. 그러던가.”

  “뭘 그러던 가야. 이리 와요.”





  '새벽 네 시 개빡쳐서 쓰는 전정국x김석진 목격담. 이 동네 원래 열한 시 이후부터는 극장에 아무도 없어서 책이나 봐야지 했음. 근데 갑자기 한 시쯤인가. 누가 봐도 연예인인 사람 두 명 엘베에서 내리더니 대충 김석진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전정국으로 추정되는 사람한테 메뉴판 가리키면서 뭐라 뭐라고 하고 전정국이 나쵸에 칠리소스에 팝콘 콜라 사가지고 감. 근데 결제한 카드 김석진 거더라. 둘이 꿍얼꿍얼 실랑이하다가 김석진이 전정국 마스크 거의 눈알까지 다 가려버림. 내가 눈치채서 그런 것 같았음. 근데 자기는 태연하게 턱에 걸쳐놓고 나쵸 씹어먹음. 지들은 조심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아니 그냥 사귀는 사이 빼박이었음. 영화 끝나고 나오는데 그 많던 먹을거리가 하나도 안 줄었더라. 시발 안에서 뭐 했길래. 그리고 아까는 김석진이 좀 신경질적?으로 들어갔었는데 나올 때는 홍홍 거리면서 신나서 나옴. 갑자기 천불 나는 거임. 나는 혼자 팝콘이나 튀기고 있는데 둘이 깨 볶는데 엘베 타고 내려가던 순간까지 꿀 떨어지길래 소금 한 포대 들고 달려가서 뿌리고 싶었음.'


  '여기 서울 숲인데 전정국하고 김석진 손잡고 걷고 있음. 근데 전정국이 입 열 때마다 김석진이 조용히 하라고 사람들이 네 목소리 다 알아차린다고 조곤조곤 지랄하는데 그게 더 이상 하지 않음? 김석진 목소리가 더 티 남. 두리번거리면서 더 깊숙이 들어가는데 안 따라갔음. 쪽쪽거리는 소리 들릴 것 같아서.'


  '김석진 민트 극혐한다고 방송에서 여러 번 말하지 않았음? 알바하는데 민트를 무려 파인트로 세 종류 다 채워서 사감. 근데 전정국이 민트 충이라며. 똥 촉일 수도 있는데 암튼 그렇다고. 파인트로 민트 사 가는 사람 처음 봐서 걍 주절거려봄.'







  방송 종영하고도 몇 개월, 아니 반년에 가까웠다. 정국과 석진을 둘러싼 목격담, 추측글이 잊을 만하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사진 찍힌 것 하나도 없어서 카더라-로만 찝찝하게 돌고 돌아 기자들이 열심히 측근에게 들러붙었지만 아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니까요- 만 시전하는 상황. 24시간 밀착 취재하려다 주차장에서 정국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들통난 개스패치는 꽁무니 내려고 슬쩍 슬쩍 간만 보고 있었고 급기야 인터뷰에서 대놓고 열애 의혹에 대해서 하실 말씀 없냐는 질문에 석진은 단호하게 아닙니다- 선을 긋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가끔 올라오는 목격담은 선후배로써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만남 아닌가요.'


  말들은 수두룩한데 정작 당사자들은 절대 아니라며 정색까지 한다. 거기다 대놓고 맞잖아요!! 고함칠 수도 없고 둘의 연애에 진실공방을 따지느라 미쳐있는 사람들은 급기야 예전 '연애의 정석' 작가에게까지 가서 이상한 거 없었냐. 혹시 뭐 들은 거 없느냐 달달 볶았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저는 잘 모릅니다- 였다.


  그렇게 아니라면 아닌가 보지 그만들 좀 하라며 세간의 관심이 줄어들던 어느 날이었다. 싱그러운 봄을 앞두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이었다. 오늘따라 햇살이 따뜻하네 창가로 후벼지는 햇살을 만끽하던 중, 포털 사이트 메인에 기사 하나가 떠올랐는데 처음엔 잘못 본 게 아닌가 뺨을 치고 다시 볼 정도로 충격적이었나 보다. 급격히 올라가는 조회 수에 비해 댓글 창은 잠잠했다. 울고 있는 건지 아니면 죽어버린 건지 조용하다 몇 분이 지나고 터져 나온 광분들에 소속사는 끝내 전화선을 뽑아버리고 말았다.











  [단독] 충격 '전정국♥김석진'4월 결혼.

  "열애설 부인부터 깜짝 결혼 발표까지" JJ일보

  연애의 정석'으로 호흡을 맞춘 전정국(28), 김석진(32)이 내달 4월 결혼을 앞두고 있어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열애설을 부인해온 둘은 작년 '연애의 정석' 프로그램을 통해 사적인 감정을 키우며 현재까지 비밀연애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는 두 배우의 사생활이라 섣불리 발언하기 조심스럽다며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며 곧 자세한 공식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는 밝혀지지 않았다.

moon09011204@jj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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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테는 주기 싫어서 제가 가질래요.

죽어도 제가 가져야겠습니다.







                               연애의 정석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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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결....! 완결이네요........

예고 없던 완결이라 당황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17편을 올리고 나서 2주 동안 비밀스레 완결을 준비해왔습니다. 흑흑... 혐생에 자꾸 미뤄지는 만큼 너무 속상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쓰고 나니 반년이더라고요! 반년 동안 끊임없이 애정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소장본 여쭤보신 분들이 있으신데 안 그래도 저라도 가지고 싶어서 제작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충전하고 또 다른 글로 찾아뵐게요 ♥ 

 보잘것없는 글 보며 행복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저도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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