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IME

백현 x 경수







밤이 내려앉고, 조금씩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거리는 조용하고 삭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2구역이랑 다를 바가 별로 없다고 느껴졌다. 그들과의 거리감은 그저 시간에서 나오는 것일까 라고 생각이 문뜩 들었다. 아무리 주택가라고 하지만, 호텔과 상반되는 모습을 비추어지는 거리에서는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도 똑같았다.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달라진 듯하면서 변함이 없는 너.






변백현.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떻게 너를 잊어버렸었을까. 나를 구원해줄 파괴자.






IN TIME
w.펭귄 브라더스





그저 조용히 밤하늘이 고요하게 반사되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앉아있었다. 크나큰 주택인지라, 집안에서 사람도 많이 있었던 걸 스치듯 보았지만, 그 누구도 소리 하나를 내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한 방안에 있은 지 몇 시간이 지나간 지도 모르는 채 경수는 손가락으로 창을 톡톡 소리만으로 인기척을 내본다. 창에 반사되는 빛이 경수의 눈 안에서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혜진이 무척이나 생각나는 밤이다.









똑똑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드디어 널찍한 방안에 경수 홀로 본인이 내는 소리를 제외한 채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노크소리 다음에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가는 소리에 경수는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문을 열고 들어 온건 다름 아닌 변백현이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을 한 채 손에 무언가를 들고 방안에 들어왔다. 그런 백현을 경수 또한 무심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가만히 있을 거야.”





가만히 있는다고? 그가 저를 이 방안에 넣어놓고, 몇 시간 동안 오지도 않았음에도 변백현은 저를 탓하는 식으로 말을 건네온다. 대꾸할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경수는 그의 물음을 가뿐히 무시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저를 이방 안에 가둬둔 지 모르겠다. 변백현이 갖고 온 무언가를 탁상 위에 올려놨는지, 접시들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저들끼리 부딪혔다.





“뭐 좀 먹지그래?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어, 너.”

“…”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반항하려고 해도 기운이 필요할 텐데. 그러니 좀 먹어.”






백현이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고 경수에게 식사를 권유하지만, 경수는 그의 당당한 행동에 어이가 없어 허 하고 비소가 튀어나왔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시면, 이러시면 안 되죠.”


“내보내 줘요.”



“그건 안돼.”



“왜 안 돼요?!”



단호하게 대답을 내뱉는 백현에 경수는 진심으로 울고 싶어졌다. 저를 기억도 못 하는 변백현은 뭣 하러 이렇게까지 붙잡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언가의 끌리는 감정 때문에 저를 그저 이렇게 놓지 않나 싶다. 혹시나 어릴 때의 저를 기억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전혀 그런 거 같지도 않았다.





“저희 예전에 알던 사이였기라도 해요? 아니면 저 아세요?”



“몰라. 그래서 너를 안 보내주자나.”



“모르면 오히려 무시해야죠. 그리고 사람 마음대로 가둬놓는 거 불법인 건 알아요?”


내뱉는 경수의 말투에 가시가 돋았는데도, 백현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오히려 그는 큰소리를 내며 웃었다.






경수는 자신이 왜 이 짧은 며칠 동안에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젠 슬슬 짜증이 올라오다 못해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김우혁도, 박찬열도, 변백현도 모두 하나같이 예고 없이 닥쳐왔지만, 그 누구 하나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건 박찬열뿐이었지만, 이젠 그랑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 백현이 저한테 신경이 팔려있을 때 세훈이 몰래 빠져나갔지만,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정말 미지의 수라, 머리만 더 지끈 아파 올 뿐이었다.





“네가 1구역에 있고, 그 많은 시간 자체를 소유하고 있다는 게 더 불법 아닐까?”




“..!”




“당연히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설명은 안 해주겠지. 뻔해. 그리고 박찬열이야 뭐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걔야 워낙 튀는 놈이라 이 사람 저 사람 금방 친해져서 상관없고. 게다가 오히려 나는 널 보호하는 쪽이지.”




“이게 어떻게 보호에요? 상호 간의 합의 없는 주택 감금이지.”



“내가 어떻게 신뢰하고 너를 보내줘? 타임키퍼라도 부를까? 근데 걔네는 내가 안 좋아해서 어쩌지?”







백현이 왼팔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한쪽 눈썹만 올리면서 앉아있는 경수를 빤히 내려다 보았다. 지금 백현은 그저 억지부리는 것이다. 아마도 무언가가 계속 마음에 걸리니 저를 쉽게 못 보내주는 것이겠지. 꽤 어린나이에 만났어도 한톨도 기억 못 하는 백현에게 괘씸까지 해졌다. 물론 백현이 저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혜진이 절대적으로 이름은 누구에게만큼 쉽게 말해주지 말라고 1구역에서 신신당부를 했었으니 말이다. 


경수가 앞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발버둥을 쳐도 백현은 경수를 안 놔줄 게 뻔했다. 그는, 변백현은 바뀐 게 없으니깐 말이다. 변함이란 쉽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10년이 지나면 바뀔 법한 그는, 현저히 다름이 없었다. 저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닌가 싶다. 쉽게 변백현을 찾아왔으니. 그것도 제 발로. 어릴 때를 생각하면 확실히 변백현이 모든 일에 연류된 사람중 한명일 것이다. 김우혁은 저의 아버지랑 같은 연구원이었다고 하니, 더더욱 무언가가 확신하고 저를 보냈겠지만, 그의 속을 모르는 건 여전하다. 아마 그 누구보다 제일 믿음이 안가지 않을까 싶다.






“자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야.”

“뭐가요?”


“이 주택 안에서는 네 마음대로 행동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거야. 내가 밖에 나갈 땐 너도 동행해서 다닐 테니 전혀 문제없지?”





뜬금없이 해답이랍시고 내놓은 백현은 말에 경수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필요한 것만 알아내고 그에게 벗어나는 게 빠르겠다고 생각해 놓은 지 오래다. 확실한 건 그는 절대적으로 경수에게 아무것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입을 다물고 그냥 백현의 옆에서 동행하면서 하나하나 알아내는 게 더 안전할 것이다.







“밥은 놓고 갈 테니, 배고프면 먹어. 더 이상은 강요는 안 해 나도.”



그의 무심했던 다정함이 떠오른다. 그게 아마 더 사람을 비참하게 했던 기억도 같이 저 한편 수면위에서 떠오르기 시작한다.













꼭두새벽부터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나는 바람에 경수는 일찍 깰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경수가 발을 땅바닥에 내디뎌 문앞으로 향했다. 똑똑. 아침이라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누군가의 노크소리에 놀래 잠시 주춤했지만, 그대로 경수는 손을 뻗어 손잡이를 돌리려는 순간, 상대방이 더 빨랐다. 문은 밖으로 열리는 형태라 다행히도 부딪히진 않았지만, 갑작스레 들어온 사람에 그의 가슴팍에 부딪히는건 순식간이었다.




“일어났네?”



“그럼 노크를 왜 하신 거에요?”



“예의상.”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백현이였다. 갑작스레 자신의 가슴팍 쪽으로 들이 닥친 경수의 인해 백현이 놀래 뒤로 살짝 물러섰다. 그도 아마 이렇게 일찍 일어났을리가고 생각 못하고 방안에 들어 왔을 것이다. 그는 아직 해도 다 뜨기도 전에 회사를 갈 준비를 했었나 보다. 검붉은 색상이 들어간 정장차림을 한채 문 옆을 기대며 경수의 앞을 막아선 그였다. 경수가 입을 열려는 찰 날에 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뭐 하려 했어?”

“나가려고요. 그리고 지금 막고 계시네요.”




살짝 나는 키 차이의 인해 백현을 약간 올려다보며 말하는 경수의 눈에서는 아직 잠을 떨쳐낼 여력이 없어 보였다. 백현은 차마 내뱉지는 못했지만, 순간적으로 그런 경수의 행동이나 표정이나 말투도 귀엽다라고 생각이 들어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뱉어냈다. 위험했다.







“좀 더 자지 그래. 졸려 보여.”


“나가는 건 자유라면서요.”


“지금은 아니라고 말해주려고 들어왔던 거야.”



무슨 말을 또 이제와서 번복하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손님이 와서' 말을 내뱉고 그대로 돌아서 문을 닫고 나간 백현에 경수는 그저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참 뭐하나 싶기도 하고, 얼마나 중요한 손님이길래 새벽부터 찾아오고, 친히 백현이 잘 수도 있는 저를 체크하러 왔나 싶었다. 그대로 쉽게 쉽게 생각하자고 결론을 내린 경수는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사람이 족히 5명이 누워도 편히 잘 수 있을 법한 침대에 들어가 웅크리며 뒤숭숭한 기분을 앉고 오지 않을 잠을 청했다.














해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초 새벽부터 백현의 집을 찾아온 건 찬열이었다. 커다란 주택에 예전에는 백현과 그의 가족도 같이 살았었지만, 백현의 첫째 형보다 백현을 더 아낀 부모님은 백현에게 친히 회사랑 가까운 저택을 주고 나갔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찬열은 급한 마음에 새벽부터 백현의 집을 다급하게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새벽부터 찾아온 찬열의 인해, 저택 사람들은 분주히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준비하려다 보니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늘 일찍 준비하는 백현에게는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백현은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바이다. 당연히 찬열이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어찌 보면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고, 어찌 보면 빨리 찾아왔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서인 민석은 거의 백현이 일찍 일어나는 것을 알기에, 늘 그보다 1시간 먼저 저택에 와서 준비하는 민석이었다. 백현은 그런 민석을 시켜 찬열과 함께 작은 거실에 데려가 있으라고 먼저 얘기를 한 뒤에 2층에 경수가 자고 있는지 체크를 하러 갔다 왔다.





경수와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작은 거실에 가보니, 찬열은 무언가가 초조한지 앉아 있지 않고 소파 주변을 서성일 뿐이였다.





“앉지, 왜 서 있어?”


“네가 경수씨 데리고 간 거 알아. 이 집에 있겠지. 돌려 보내드려.”


“그 고양이라도 말해줬나? 그리고 내가 왜?”


“너 그거 감금죄에 속한거 충분히 알 텐데.”


무표정인 찬열의 표정은 백현이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이었다. 늘 한결같이 밝고 웃음이 헤픈 찬열이였었기에, 경수가 무엇 이길래 그가 이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했다.






“너도 같은 얘기 하고 있네. 근데 그래서 뭐 어떡하게? 나를 잡아서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 찬열아, 너 똑똑 하잖아. 내가 괜히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오히려 보호하는 차원이랄까?”



너무나도 뻔뻔하게 나오는 백현 때문에 말문이 막혀, 더 이상 찬열도 말이 좋게 나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네가?”



“타임키퍼한테 걸리면 어떡해. 1구역 사람도 아니던데. 그게 더 큰 문제 아닐까? 게다가 그걸 알고있는다 하면서도 데리고 있는 너는 뭐지? 공범죄에 너도 속해지겠지.”



“너 경수씨 뒷조사도 했어?”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정말 이게 왜 안되냐라는 무구한 백현의 표정에, 찬열은 넋이 나갈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변백현, 너 그거 괜한 오기야. 경수씨 보내 드려줘. 금방 원래 자리로 돌아갈 사람이야.”


“내가 뭘 믿고? 나도 괜히 데리고 있는 거 아니야. 만약 누굴 죽여서 시간을 뺏어서 여길 온 거라면? 아.., 그리고 도경수가 네한테는 모든 걸 말했나 봐? 나한테는 겁만 먹고, 가시만 세우던데. 기분이 묘하게 더러워 질려고 하네.”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목소리로 내뱉은 백현이었지만, 그의 옆에 있던 민석과 찬열이 못 들었던 건 아녔다. 하지만 더이상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될 거라고 미묘하게 바뀐 그의 표정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둘이었다. 찬열은 하는 수 없이, 경수 나중에 때를 보고 나오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숨을 깊게 내뱉은 찬열은 가지고 왔던 코트를 집어들고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간다.




“근데 너 급했나 보다?”





“..?”




“정장 차림인 거 보면 야근하고 온 거 아니야? 새벽부터 정장차림으로 올리는 없고 마이야. 박찬열 네가 이렇게 나오면 내가 어떻게 더 관심을 안 둬.”






찬열은 그저 백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런 백현의 말을 무시한 채 그대로 왔던 길을 다시 돌아나갔다.

민석이 옆에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라고 건네 왔지만, 평소에 민석에게도 상냥하게 굴었던 찬열은 굳은 얼굴을 한 채, 아무 대답도하지 않고 저택 밖으로 나갔다.




한 번도 틀어져 본적 없었던 친구 사이였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둘이었다. 늘 밝은 찬열에 비해, 또래 아이들치고 많이 성숙했던 백현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걸 꺼려도,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멀리하지 않았던 백현이었다. 그랬기에 또한 둘이 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 건 서로의 카운트 바디가 시작된 이후였다. 회사를 이끌어 가는 백현의 부모님 때문에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한 백현에 비해, 찬열은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았었다. 사람관계 에서도 마찬 가지였다.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의 삶을 살아왔었다. 그것 또한 알고 있는 백현이기에, 경수를 나름대로 집요하게 챙기는 찬열에게 괜한 오기가 생긴 것도 맞았다.






백현은 사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쉬이 인정하기 싫은 거였다. 오히려 믿고 싶지 않은 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 크게 정을 주고 나면, 나중에 꼭 그 사람이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꽉차 있던 마음이 누군가의 인해 무참히 뭉게져 버린듯한 기분은 잊어 버릴 수가 없었다. 더욱이 어렸던 백현에게는 트라우마로 남겨졌다. 하지만 무엇하나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 어릴 때의 기억들이 누군가가 잘라낸 거 처럼 몇몇 군대가 텅 비어있었다. 감정만이 기억날 뿐. 그게 더 백현을 괴롭게고 비참하게 했다.








“민석이 형.”



“어?”




혼자서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백현이 비서인 민석을 부른 게 아니라, 정말 형으로서 필요할 때의 톤으로 민석을 불렀다. 민석은 백현의 공과 사를 아주 좋아했다. 확실한 그는 늘 민석을 헷갈리지 않게 했다. 형으로서 필요할 때, 비서로서 필요할 때 확실하게 잘 찾아주는 백현이 고마웠다. 어릴 때의 몇몇 기억이 사라진 이후, 성격이 확 바뀐 백현이다. 백현의 기억이 어떻게 갑작스레 증발했는지는 민석도 확실히 모르지만, 어렸을 적의 백현을 쭉 지켜보았던 유일한 사람은 민석이었다. 백현의 부모님은 일하느라 바빠서 백현을 많이 챙기 못 했었다. 그리고 백현의 형인 변재현은 늘 자격지심에 쩔어 있던 사람이러서, 백현을 철저히 나 몰라라 무시했을 뿐이었다. 그런 백현을 유일하게 챙겨준 사람이라곤 자신인 민석과 찬열뿐 이였다. 그런 백현을 늘 안타까워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늘 눈치싸움 하는 이 사회와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독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가 최측근으로써 불쌍할 정도였다.







“형도 내가 괜한 오기로 데리고 있는 거 같아?”


“백현아, 난 네 옆에 쭉 있으면서 결코 단 한번도 너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 없었어.”


“…”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네가 괜히 도경수씨를 신경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들어. 그 이상의 감정은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나는 왈가불가는 못하겠어. 하지만 네 소신대로 따라. 내가 괜히 네 말이라 하면 다 믿는거 아니잖아.”






민석은 백현이 이때까지 해왔던 모든 판단이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는 걸 제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모두 백현을 운이 좋은 아이라고 했었지만, 백현은 상황판단에서 사고력이 빠를 뿐이었다. 민석의 아버지인 사람이 도박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고, 그의 빚 때문에 민석 또한 죽을뻔한 위기에 쳐 했을때도, 그의 집안을 구해준 건 백현이었다. 다들 민석의 가족을 몰락으로 몰아갈때, 유일하게 자기를 케어 할 수 있는건 민석이라고 지목하의 덕분에민석의 가족 또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백현의 원래 성격이라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절대적으로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민석을 살린 이유는 아마 그 이후까지 생각해서 였을 것이다. 그만큼 백현은 모든것에 철저하고, 쓸데없는 거에 시간을 낭비할 사람이 아니었다.





“형 말이 맞아.”

“..?”

“역시 나대로 밀어 붙이는게 게 내 스타일이었어.”





팔짱을 낀 채, 씨익 웃으며 말하는 백현의 표정은 아까의 근심은 사라진듯했다. 한결 밝아진 백현의 표정을 보고, 민석 또한 졸였던 마음을 그나마 좀 내려놓을 수 있었다.















12구역에서부터 1구역까지의 모든 피로가 누적돼 있었던 것인지, 경수가 분명 처음 눈을 떴을 땐 해가 거의 다 뜨기 직전이였지만, 지금은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저가 잠든 지 얼마 안 됐나 하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니 침대 멀리에 위치한 작은 1인용 소파 위에 편한 옷차림의 백현이 안경을 쓴 채 앉아 신문지에 있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경수의 움직임에 작은 소리가 생기자 내려가 있던 백현의 눈이 경수를 향했다. 깼어?









“피곤했나 봐. 거의 온종일 누워있었어.”







조금씩 밀려오는 민망함에 경수는 고개를 떨군 채 일으켰던 몸을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자신의 손가락만 꼼지락댈 뿐이었다. 대답을 바라고 한 얘기는 아니었기에, 백현은 그저 경수 옆으로 천천히 다가갈 뿐이였다. 침대가 경수만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가, 백현이 경수의 근처에 앉으니, 침대가 그의 무게의 인해 살짝 내려앉았다. 백현이 앉으면서 그가 들고 있던 신문지를 자신의 옆에 올려놨다.







“배 안 고파?”


“…”


“피곤하면 아예 더 자도 돼. 그 누구도 뭐라 안 해.”


“…”


“맞다, 너 잘 때 손..”



백현이 말이 미리 마치기도 전에 경수가 놀란 표정으로 백현의 옆에 놓여 있던 신문지를 들었다. 백현이 더 자라면서 그 누구도 저에게 뭐라 말 못한다는 말에 회의감이 몰아오고 있었다. 자신은 이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시간 걱정 없이 살아가게 되었는데, 그 누구도 뭐라 안 한다는 게 한편으론 이기심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의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다. 찰나에 떨어뜨렸던 경수의 눈이 백현의 옆에 있던 신문지 헤드 기사를 향하게 되었을 때, 백현이 옆에서 무어라 하는지 더는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생존자였던 수인, 12구역에서 사망. 결국엔 모두 멸종되다.’













경수가 어릴 적 수인들이 추방당할 때, 혜진과 경수 본인들은 수인 중에서도 제일 늦게 추방당했었다. 혜진의 주인이었던 사람이 그나마 혜진을 늦게 내보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경수의 어릴 적 장소들은 극한 되어있다. 경수는 태어나기를 혜진의 주인집에서 태어나, 집 근처도 못 나가는 현실을 살아가게 한 경수에게 수인 등록을 해줄 리 만무했다. 수인 등록도 만 2살이 지날 때 가능해서, 아마 세훈은 그전보다 더 어릴때 1구역에 남겨지면서 등록이 안 됐을 것이다. 세간은 이제 수인이 멸종 됐다고 믿을 것이다. 저와 세훈을 제외하면.








떨리는 손을 이불 밑으로 숨겨가며 신문지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경수를 보면서, 백현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신문지를 뒤편에 있는 작은 로우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수인이 드디어 다 멸종됐나 보네.”




“…”




“언제 다 사라지나 했는데, 추방되고도 몇십 년이 걸렸네.”






절대 안 들어 올릴 줄만 알았던 경수의 고개가 들려지면서 겨우 백현과 눈을 마주했다. 백현이 경수를 봤을 때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포커페이스 마저 무너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됐다. 경수가 울고 있진 않았지만, 이미 표정은 저 나락으로 추락하다 못해 모든 감정이 딱딱한 시멘트 위로 곤두박질이 된 사람처럼 보였다. 놀란 마음에 경수에게 더 다가가려는 순간 경수가 소리쳤다.







“..오지마!!”




“뭐?”




“다가오지 말라고!”




“갑자기 왜 그래?!”




“왜.. 당신은 수인이 다 사라져야 마땅하다는 듯이 말 하는 거야?”




“…”



“네가 뭔데.”






허? 덜덜 떨면서 눈물 없는 울부짖음도, 외침도, 반말도 처음 보고 듣거니와 울음을 꾹 참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가 뭘 그리 잘못 말했는지 처음부터 곱씹어 봤지만, 별로 그렇다 할 만한 게 없었다. 수인권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했었나 싶기도 하지만, 꼭 그런 건 같진 않았다.







“그야 없어져야 할 존재이니깐.”



“..?”



“애초부터 태어나길 잘못 태어났어. 필요도 없는데 굳이 살아가게 시간도 줘가면서 내보냈잖아?”





하. 경수는 백현의 말에 사시나무 떨리던 손이 한순간에 떨림을 멈추게 되었다. 경수의 뜨거워졌었던 몸도 순식간에 피가 차게 식더니 모든 사고정지가 멈추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까지 인간들은 추악할까 라는 생각이 경수의 머릿속을 집어삼켰다.







“도경수, 뭐 때문에 화가 난 거야?”




경수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고개를 돌린 채 백현의 얼굴을 피해서 실소를 터뜨릴 뿐이었다. 





“그러는, 변백현 너는?”




“..?”




“뭐가 그리 싫어서, 존재 자체를 네가 부정해?”




이번엔 백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다가 점차 무표정으로 변해가는 그의 얼굴에서 분노가 읽혔다. 단숨에 뒤바뀌어 버린 공기에 경수는 자신의 코를 찌르는듯한 무언가의 강압적인 공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턱하고 숨을 더는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







“수인을 만들어진 이유는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앞으로 영생을 살아갈 인간들이 추악하게도 만들어낸 작품이지. 본인들의 욕구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태어난 것들이야.”











백현이 예고 없이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있던 경수를 끌어다 침대 안쪽으로 눕혔다. 갑작스레 바뀐 시야에 놀랄 새도 없이 백현의 양손이 경수의 얼굴 양쪽 옆을 누르고 있었다. 불을 등지고 있어서 백현의 얼굴이 제대로 안 보였지만, 그의 무표정이었던 얼굴은 이미 한껏 일그러진 채였다.









“추악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니, 그것들 또한 추악하지. 아니 오히려 그 취지는 더 불순했기에, 그들은 더욱 사람 가치가 없어.”




“…”




“결국엔 그 윗사람들의 섣부른 이기심 때문에 많은 가정이 파탄 나고 무너졌지. 사람들 또한 더욱 추악해져 갔고. 1구역이라고 다 잘 살 거 같았나? 천만에. 더러워짐의 끝은 없어. 쓸모없는 생명을 탄생 시켰으니, 필시 다시 사라져도 나쁠건 없지.”




“…”



“탓 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이게 현실이고, 변치 않을 진실이야.”





말을 마친 백현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다음 그대로 문밖으로 나가려 했다. 경수의 마지막 말 전까지는.








“당신, 그 생각도 언젠간 바뀌게 될 거야.”




백현의 발목이 잡히는듯한 기분에 뒤를 돌아 경수를 쳐다 봤다.






“..날 절대 믿지 마, 변백현.”





난 다시 한번 너에게 상처를 줄 거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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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염치없는 펭브 입니다.

그래도 살아 돌아왔습니다.

개강을 했어요..개강..ㅠㅠㅠㅠㅠㅠ개에에에가가아아아앙 너무 싫네요 정말..8ㅅ8

진짜 글은 맘잡고 4시간은 써야 적어도 한편 분량아닌 분량이 나와서...날 잡고 써야돼요 따흑 그래도

즐거워요. 부족한 실력임에도 늘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옵니다.


이미 시나리오 작업은 다 끝났어요. 엔딩만 정해지면 되는데.. 전개는 이렇게나 느리고~ 15화 안에 끝내는게 목표입니다..ㅠㅠ


전개는 앞으로 쭉쭉 나갈 예정입니다. (진짜임) 재미없는 5화까지 읽어주시느라 정말 수고들이 많으세요ㅠㅠ 그래도 하트와 피드백은 정말 시간 날때마다 보고 또 봅니다. 그만큼 너무나 힘이 되고 글의 원동력입니다. 많이 남겨주세여! 

혹시나 오타나 이런걸 발견시 바로 덧글 남겨주세요 ㅠㅠㅠ 항상 새벽에 작업해서 3~4번 읽어도 꼭 오타나..설정 오류가 있더라구요ㅠㅠ 


혹시 질문도 있으시면 꼬옥~ 남겨주세요 아주 친절히 설명해 드릴게요! 오늘도 감사하고 전 위영을 기다리며..위영 포에버!!



[엑소 곧 컴백한다!!!!!!!!!!!!]

(*백일의 낭군님! >.< 넘나 잘생긴 우리 율이 완댜님 나오십니다)


열심히 그래도 시간 짬내며 글도 쓰고 덕질도 해가며 살아가는 펭브는 최대한 한달안에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력만.ㅎ)


추가* 많은 오타와 대사를 고쳤습니다. 그리고 위영 짱이네요. 위영짱짱...




구. w은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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