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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콘다의 사랑

00. 변치 않는 어제와 오늘과 미래에게





어딘가 부숴져있는 것 같았다. 눈 한쪽과 안대로 가리고 얼굴과 목덜미가 밴드로 가려져있는 모습, 기괴하다면 기괴했다. 시선은 앞을 보고 있었지만,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멍한 그 눈동자가 바라보는 것이 있기는 한걸까. 


"스나, 린타로입니다."


사립학교라고 했지. 유력 가문의 자제들이 공부하는 곳. 그렇다고 해서 효고까지 올 필요가 있었나.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을 하던 스나가 선생님이 가리키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가며 가까워지는 녀석을 바라봤다. 가까이서 보니 행색이 더욱 심하다.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듯한 모습. 대단한 가문의 자식도 괴롭힘을 당하는 건가. 어차피 사람 모여있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일 테니까. 

스나가 효고의 사립학교인 이나리자키고까지 전학을 온 건 두가지였다. 얼마 전 할아버지로부터 후계자로 낙인 찍힌 것. 그리고 그 일로 가문의 노여움을 사 혹시라도 자신이 죽을까 이 깊고 깊은 사립학교에 자신을 숨긴 것이었다.

턱을 괸 스나는 붕대를 감은 녀석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무래도 행색 때문에 시선이 자꾸 그리로 간다. 그러자 시선을 돌린 녀석이 자신을 바라보더니 작게 입모양으로 중얼거린다. 보지마. 그 말에 움찔한 스나가 시선을 치웠고, 그제야 녀석도 시선을 거뒀다. 

사과해야겠네. 이번은 내 쪽이 무례했으니까. 그리 생각한 스나가 쉬는 시간이 되자 몸을 일으켜 오사무에게로 향했다. 그 모습에 반의 모든 아이들이 시선으로 스나와 오사무를 번갈아봤다. 오사무는 가만히 책상 위에 붕대 감은 손을 얹어놓은 채였고, 스나는 다가가 그런 오사무를 바라봤다. 


"미안, 보려고 본 게 아니라..."

"전학 온 거니까 이해해. 매일 이럴 테니 자주 보면 익숙해질 거야."

"매일?"


시선을 주지 않고 차갑게 말하는 녀석에 스나는 힐끔 녀석을 바라봤다. 분명 다친 건 아닌 것 같다. 가려놓은 상처에는 잇자국 같은 것들도 남아있으니까. 그런 녀석의 모습이 또래의 아이들과는 너무도 다르게 느껴졌다.


"스나...라고 했나? 너도 집안의 후계자지? 학교를 졸업하면 가주가 될 테고..."

"아, 뭐..."

"나는 아니야. 나는 그런 용도로 태어난 게 아니니까."


녀석의 입에서 나온 '용도'라는 말이 참으로 이질적이었다. 마치 자신을 물건처럼 대하는 녀석... 스나는 애써 녀석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런 스나의 모습에 작게 웃은 녀석도 스나에게서 시선을 거뒀고, 이내 울리는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조용히 가방을 든 녀석이 교실을 나갔고, 스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미야 오사무. 그 미야의 자제인가... 그리 생각하던 스나가 턱을 괴고는 창 밖을 바라봤다. 이 곳에는 의미 없는 것만 가득하네. 그리 생각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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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모든 게 다르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릴 땐 그 '다름'을 숨기지 못해 따돌림도, 괴롭힘도 당했다. 스나는 몸이 너무 차가워. 그 말의 의미를 어릴 땐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 온전한 인간도, 온전한 짐승도 아니라는 걸 안 건 어느 정도 머리가 큰 후였다. 

이 공간에 있는 녀석들 모두 그러겠지. 자신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 가주니 뭐니 그런 걸 내새워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걸 보면. 안타깝게도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오사무는 무엇일까. 왠지 모를 호기심이 스나를 자극했다. 


"미야는 후계자가 따로 있어. 오사무의 쌍둥이 형. 오사무는 그 형의 액받이야."


그런 게 아직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한 스나는 비어있는 오사무의 자리를 바라봤다. 다들 이름만 들어도 어떤 동물인지 알 거다. 스나의 집안은 대대로 뱀이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스나는 약간 그들과 달랐다. 스나는 아나콘다였으니까. 

그런 스나가 집안에서는 눈엣가시였지만 할아버지의 눈에는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스나의 나이가 차자 바로 후계자로 점 찍었다. 그런 일들은 자신과는 먼 이야기 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나는 무료한 듯 턱을 괴고 창 밖을 바라봤다. 창 밖에는 오사무가 있었고, 누군가가 오사무의 손목을 질질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이상한 학교다. 정말... 이런 무자비한 행동 따위 일반 학교에서는 용인되지 않을 텐데, 수인들이 가문을 위해 다니는 학교라 그런가. 이상한 것 뿐이라고 생각한 스나는 사라져가는 오사무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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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편입니다.

프롤로그 식이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위해 썼답니다.

외에 양호선생님 키타가 나올 거에요 :D

수인+오메가버스가 될 듯 합니다.

준비가 되는대로 1편부터 가지고 오도록 할게요. 즐겁게 봐주세요😘

안녕하세요. 유려입니다. 일로도 취미로도 글을 쓰는 오타쿠입니다. 하이큐, 주술회전 좋아하고 이런 저런 요런 것 많이 좋아합니다. 스나오사 수위글 위주로 쓰고 있습니다. (아츠키타, 아츠오사, 오이이와, 보쿠아카 등 뭐든 잘 먹습니다) 트위터는 @13pandora2 입니다. 물렁 말랑한 사람이니 친하게 지내주세요. 제 누추한 포타에 오셔서 잠시라도 즐겁게 시간을 보내주시면 기쁠 듯 합니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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