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 메이, 매모리

pl: 히협님, 션 리치먼드



현재:

rolling 1d100

(88)=88


may l. (GM):

하나



당신의 이름으로 노래를


새가 창가에 앉아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뜹니다.


햇빛이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따갑게 비쳐 들어옵니다.


어렵사리 고개를 들면, 여상하게 맑은 하늘이 망막에 맺힙니다.


요즘 하늘이 내내 흐려 맑은 날을 볼 일이 없더니, 오랜만에 퍽 기분 좋은 날씨네요.


거리에서 수런거리고 수레를 끄는 남자들, 새벽 빨래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낙들, 일이 있는지 부리나케 뛰어가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리고요.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의 시작입니다.



션:평화롭다~


션은 몸을 일으키고, 간단히 씻고, 옷을 갖춰 입고는 바깥으로 나옵니다.


일상을 유지해야지요, 오늘도 역시.


멋지게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해 돈을 법시다.


뭐...


사실 안정적인 시국은 아닙니다.


션과 같은, 수도의 기사단에 속해있지 않은 이들이야 일상적인 생활을 피상적으로나마 이루고 있지만,


종종 소문으로 들려오는 국경 외곽에서의 전쟁은 어느 영지의 영주가 죽었다더라, 수도의 기사단이 멀리 지원까지 나갔다더라, 하는 식으로 그 존재감을 차츰 넓혀가고 있는 와중이니까요.


거기다 수도 안에서는 요즘 흉흉하니 피해자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안팎이 난세인 요즈음.


봐요, 저길 보면 멀리서 장례 행렬이 오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또 누군가가 죽어나간 모양입니다.


관을 들고 있는 이들을 보니,


관찰 판정!



션:

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25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느낌이 좋은 션!


하지만 관찰한 내용은 별로 느낌이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다각, 다각…… 말발굽 소리에 힘이 없습니다.


하나같이 지쳐 있는 사람들.


얼핏 보니 그저께인가……부터 보이지 않았더랬죠.


시장에서 일하는 평민의 가족들입니다.


그들이 애도할 만한 일이라면, 능히 짐작할 수 있군요.


오늘도 그 살인사건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가뜩이나 전쟁으로 난국인 상황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자꾸만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 시국... 정말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션, 듣기 롤!



션:

듣기기준치:70/35/14굴림:96판정결과:실패

(원 모어 타임...)

(귀에 힘을 줍시다...)


ㅋㅋ 다시 한번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귀에 힘을 줘봅시다!



션:

듣기기준치:70/35/14굴림:36판정결과:보통 성공


션이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이자 드디어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립니다.


휴, 귀 이상으로 의원을 찾아갈 일은 없겠어요!


수근거리는 군중들의 목소리.



사람 1: 안됐기도 하지, 또 그렇게 죽었다며?



사람 2: 뭐라던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소문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고 다닐 때였지.



사람 3: 이루고 싶은 게 있다고 하지 않았어?



사람 2: 그 소문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네만…...



사람 4: 소문, 무슨 소문 말인가?


이후 대답한 목소리가 다른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션:(안 돼...)

이루고 싶은 게 있다니...


직접 다가가서 대화해 보면 얘기해줄 수도?



션:(다가갑니다!)


션이 다가가자 몇이 션을 알아보는 듯 아닌 듯 긴가민가해합니다.



사람 2: 자네는 그...


션을 알아보고 친밀하게 여기는지를 판정하기 위해 매혹 판정을 해봅시다!



션:(내 노래를 들어 본 사람인가?)

매혹기준치:65/32/13굴림:31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렇습니다, 션의 노래를 들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션:(뿌듯!)



사람 2: 끝내주는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음유시인 아닌가!

아이고 반갑네!



션: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당당!)

혹시 아까 말씀하신 소문에 대해서... 저도 들을 수 있을까요?



사람 2: 아아, 방금 얘기한 그.... (목소리를 은밀히 낮추고는)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 말인가.



션:(똑같이 속삭이면서...)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요...?



사람 2: 그래, 무슨 노래를 부르면 소원을 들어준다는데... 나도 자세하게는 몰라. 그냥 그런 소문과.... (주변의 눈치를 잠시 살폈다.) 아이코, 이 얘기를 더 했다간 나까지 봉변을 당할까 겁나네! 어디서 나한테 들었단 소리는 하지 말어!



션:네, 알겠습니다! 음유시인의 명예를 걸고 아무 데에도 말 안 할게요! (그런 노래가 있다니... 거짓말 아닌가......)


음유시인의 명예는 과연 지켜질 것인가.



션:(??? 갑자기 불길해짐...)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사람은 만족한 기색을 하고는 이내 바쁜 일이 있다며 가버립니다.


그런 와중에도 장례 행렬은 천천히 지나가고,


주위에서 비통하게 수근거리던 소리는 이내 일상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하긴, 타인이 죽는다는 것은 늘 그렇지요.


그때,



매모리:션!


션의 옆으로 불쑥 모리가 나타납니다.


어쩐지 퍽 오랜만에 보는 얼굴입니다.



션:(모리다!)


가게에 찾아가도 잘 보이지 않았지요.



션:오랜만이네!



매모리: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션:나야 항상 똑같지, 뭐.

많이 바빴어...?



매모리:으응, 요즘 새 친구를 어쩌다 보니 사귀게 되어서. 걔랑 자주 만나느라.

걔가 잘 돌아다니지 않는 그... 요즘 말로 뭐라고 하더라, 히키코모리? 같은 친구라 내가 걔 있는 데까지 가야 하지 뭐야~



션:아, 정말?

모리랑 잘 지낸다니, 나도 한 번...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니 힘들겠지만......



매모리:안 그래도 이따가 오후에 드물게도 그 애가 외출을 한다고 그래서! 만나기로 했어. 그때 잠깐 만나도 괜찮겠네~



션:그럼 나도 그때 같이 가도 될까? 너랑도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얘기 나누고 싶고...


문득 션은 모리가 집 안에만 박혀 있는 애랑 친구를 먹었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매모리:지금은 일단 너도 나도 일해야 하니까! 이따 신전 앞에서 보기로 했어. 오늘 치 노래 부르기 다 끝나고 여유되면 한번 와 봐~



션:알겠어. ... 일단은... 이따 봐! 일 열심히 해!



매모리:너도!



션:(의문스럽지만... 모리 친구라니 만나 봐야 할 것 같기도... 걱정되기도 하니까......)


짧은 만남이 끝나고, 모리가 총총 다시 일하러 사라지면 션도 이제 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지요.



션:(션도 총총...)


귀여운 션........


션은 오늘도 끝내주는 노래를 부르고 다닙니다.


뭘 끝내주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션:(!!!)

(끝내 드립니다...)


(ㅋㅋ)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 있고, 마침 오전의 할 일은 빨리 끝나 어느 정도 시간이 남는군요.


식사를 일찍 끝내고 나면 문득 집에 식재료가 다 떨어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장보러 갔다가, 근처가 신전이니 들러볼 수 있을지도?



션:완벽한 일정이네!

(장보러 갑니다...)


시장은 늘 그렇듯 소란스럽습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은 뭔가 다들 한 화제로 떠들썩한 것 같네요.


함 들어볼까요?



션:(함 들어!)


함 듣기 롤!



션:

듣기기준치:70/35/14굴림:98판정결과:실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오늘의 션은 귀가 별로인 거 같죠.



션:(다시 귀를 쫑끗 기울여 봅니다...)


노래를 하도 불렀더니 더 이상의 소리는 듣기 싫다고 셀프 거부를 하는걸까요?


아무튼 다시 귀를 기울여봅시다.


한번더!



션:

듣기기준치:70/35/14굴림:46판정결과:보통 성공


어쩌면 션에게 <두번 해야 성공하는 자> 칭호를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션:(한 번만 해도 성공하게 해 주세요 요정님...)


과연 션은 앞으로 한 번만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튼.


들려오는 화제는 어떤 소문에 관한 것입니다.


션도 들어 알고 있는 소문입니다만...



션:(노래...?)


마침 주변을 지나가는 도제 소년들도 그 얘기를 수근거리고 있습니다.



소년 1: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라는 게 있다며.



소년 2: 엥, 너 그런 소문을 믿어?



소년 1: 하지만 말이야, 그 노래를 혼자 알고 지키기 위해서 살인마가 요즘 날뛰고 있다는 말도 있는걸! 사건이랑 소문이 너무 맞물리는 게 절묘하지 않아?



소년 2: 글쎄, 소문은 소문일 뿐이겠지만……



소년 3: 이번에 또 사람이 죽었잖아.



소년 1: 사람들말로는 죽은 사람들이 전부 그 소문에 대해 집요하게 찾아다녔더래.


소문을 들은 션, 지능 판정!



션:

지능기준치:80/40/16굴림:99판정결과:실패

(도대체???)

(두 번 해야 성공하는 자에게 기회를 주세요)


션은..... 뭐가 문제인가요?


다시 머리를 굴려봅시다!



션:(머리 굴림) (히얍)

지능기준치:80/40/16굴림:9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역시 기합이 들어가야만)


션 은/는 <두 번 해야 성공하는 자> 칭호를 정말로 얻었다!



세상은 기합!



션:(오늘의 기훈... 무언가를 할 때는 꼭 기합을 넣자...)

(교훈...)


아무튼 션은 열심히 머리를 굴린 끝에 생각이 납니다.


저 소년이 말한 '이번'은 오늘 아침에 목격한 장례 행렬을 말하는 지도 모른다고요.


그러고보면 그 장례식의 주인공이 소문에 대해 캐고 다녔다는 말을 들었지요.


무언가 맞물리는 거 같은 느낌입니다.



션:(소문이 진짜인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시장에 온 김에 장이나 봅시다!


션은 뭘 좋아하나요?



션:(오늘은 왠지 단 음식을 먹고 싶다!)


그렇다면 단 걸 잔뜩 사가지고 갑시다!



션:(두근두근...)


그렇게 달콤한 과일과 빵, 쿠키 등을 사버린 션.


너무 많이 샀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다 먹으면 되죠!


아님 모리한테 좀 나눠줘도 되고!



션:(모리한테 나눠 줘야지!)


이대로 신전이 있는 곳에도 함 가나요?



션:(음......)

(모리 새 친구라는 애 얼굴 좀 봐 두러... 갑니다!)


션은 신전까지 걷습니다.


어쩐지 평소보다 더 주변이 시끄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다가,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싶을 즈음에 신전에 도착했습니다.


하얗게 세워진 지붕과 기둥, 창이 반짝이는 신전입니다.


관찰 판정!



션:

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32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눈만은 좋은 오늘의 나...)


귀는 별로여도 눈 만큼은 끝내주는 션.


어쩐지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물론 신전 앞은 늘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과 그 정해진 기도 시간 빼고는 북적일 일이 없지만...


이상하게 많이 보이던 신관들마저 보이지 않습니다.


아, 신전의 입구에 신관 한 명이 서 있습니다.


기둥에 기댄 그 사람의 낯은 어쩐지......


다시 관찰 판정!



션:

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39판정결과:보통 성공


영 어두운 안색이라는 게 한 눈에 보기에도 보입니다.


적어도 근 며칠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는군요.


뭐, 션이 신경쓸 거리는 아닙니다!



션:(불쌍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모리가 보이니까요!


저쪽에서 당신을 발견한 것인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군요.


이때, 행운 판정!



션:

행운기준치:88/44/17굴림:10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끝내주는 행운의 사나이, 션!


행운의 사나이 션에게 모리가 다가옵니다.



매모리:먼저 와 있었네, 션~


그러자 기둥에 기대 섰던 신관이 당신을 돌아봅니다.


그러며 이쪽으로 오는 모습이, 아, 저 신관이 만나기로 한 그 친구인가 보죠?



??:.........(말 없이 모리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설명해달라는 듯이 바라본다.)



매모리:(눈빛을 받고는 어깨를 으쓱이곤) 너를 션한테도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션은 나랑 엄청 친한 친구거든~... 그치, 션?



션:아, 맞아맞아! 나랑 모리는 엄청 친한 친구 사이야! (왠지 신남) 친구도... 만나서 반가워...!



??:......나도. 네가 그 션이군. 얘기는 많이 들어봤어.



션:(모리가 내 얘기를 많이 해 주다니... 감동......)



??:... .... (이리 저리 션을 훑어보는 기색이다.)



션:어...... (부끄...)

아, 맞다. 이거 너무 많이 사 버려서...

다 같이 먹을래? (아까 산 걸 내민다!)



매모리:와, 맛있겠다! 그치만 그걸 다 같이 먹으려면 마땅한 장소가... (잠깐 눈을 데구룩 굴리다가) 공원이라도 갈까? 괜찮아?



션:응, 나야 좋지! 그럼 공원으로 가자! 그... ... 친구도 괜찮지? 아직 이름을 못 들어서...!



??:... ... 난 안 괜찮은데. 나는 애초에 모리랑 만나러 나온 거지 다른 사람 낄 거란 얘기는 못 들었거든.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그리고 유리. 친구 아니고.


참으로 사회성이 죽은 답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로 저런 애랑 모리가 친구를 했다고요?


어떻게?



매모리:(곤란한 낯으로 션을 바라본다.) 미안. 얘가 좀 낯을 가려서... 아무래도 같이 먹는 건 안 되겠다. 괜히 같이 보자고 했네.



션:아, 괘, 괜찮아! 나야말로 실례했네... 초면인데 친구라고 불러서 미안해. 어... 그럼...... 나 먼저 가 볼까? 잠시라도 만났으니까, 목적은 달성했고...! (손사래 치며 한 발자국 물러났다.)



매모리:정말 미안! (볼을 긁적인다.) 나중에 우리끼리 밥 먹자, 션....!



유리:(삐딱하게 고개만 좌우로 까딱이며 션을 지켜본다.)



션:난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두 사람 다 좋은 시간 보내! (멀어집니다...)


션은 두 사람에게서 멀어집니다.


멀어지면서, 듣기 롤!



션:

듣기기준치:70/35/14굴림:61판정결과:보통 성공


이번에 션은 제대로 들었습니다.


션의 친구 모리가 무척이나 신경이 쓰여서일까요?


모리와 유리가 주고받는 대화가 희미하게 들립니다.



유리:...쟤랑 많이 친해?



매모리:가장 친한 친구지~ 아무래도 내일 다시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작게 웃는다.)


이후의 대화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며 들리지 않습니다.



션:(가장 친한 친구!)


모리의 가장 친한 친구, 션은 이제 다시 일이나 하러 갑시다!


버세, 버세, 젊어서 돈 버세!



션:(열심히 벌어서 모리랑 맛있는 거 사 먹어야지!)


션은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또다시 열심히 노래를 불렀습니다.


역시나 끝내주는 노래실력입니다.


션의 목소리는 반경 10km 이내의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하늘은 어둑합니다.


기나긴 하루가 끝나가고 있네요.



션:오늘 하루도 힘들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일을 마치고, 션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늘따라 저녁까지 일해야 했어서, 귀가가 조금 늦어졌습니다.


해가 저물고, 어스름만 멀리 땅끝에 남아 어렴풋이 지나치는 풍경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찌뿌둥한 몸, 기지개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에 대고 관찰 판정!



션:

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42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연히 눈이 좋은 션은 보름이 다 되어가는 노란 달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내일이 바로 보름달을 볼 수 있는 밤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는 흐려서 제대로 달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내일은 또렷한 달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갈 길은 멀고, 달빛만이 션을 비춥니다.


그림자가 타박, 타박.


발밑에 따라붙습니다.


등불도 없이, 오로지 하얗게 부서져내리는 달빛만이 전부인 어두운 길.


북적거리던 시장 길도, 장례 행렬이 지나가던 거리도,


이미 시간은 늦어 인적은 보이지 않아 낯설 만큼 싸늘하게 돌변한 모습입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에,


듣기 롤.



션:

듣기기준치:70/35/14굴림:14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침묵을 지키는 거리 속에서,


자박, 자박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션이 걸음을 멈추자 그 걸음 소리 또한 엇박으로 걸음을 멈춥니다.


미행?



션:(설마...)


직감처럼 뇌리 꽂히는 이 기분...


아니, 기분이 아닙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따라붙는 또다른 발소리.


션이 멈추면 함께 멈추는, 발소리.


기억나나요?


오늘 아침 지나가던 장례 행렬.


피해자를 특정지을 수 없다는 말은 누구라도 죽을 수 있다는 뜻과 같지요.


시체는 늘 밤이 지난 새벽, 아침에 발견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성 판정.



션:

SAN Roll기준치:40/20/8굴림:90판정결과:실패


션은 순간 오싹한 느낌이 듭니다.


이성 -1.


션의 발걸음이 멋대로 빨라집니다.


어서 여기서 도망쳐야 해요.


작은 길로, 그늘로, 골목으로……


당신만 알고 있는 길로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이 치밀어 좁은 길을 향해 숨가쁘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어서, 어서.


등뒤의 발자국도 턱끝까지 쫓아옵니다.


헉,


숨이 차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뒤를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그늘에 묻혔으나 낯설지 않은 인영.


최근에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반짝,


밤빛에 누군가 들고 있는 날붙이가 빛납니다.


더 빨리, 더 조심스레, 도망쳐야만 해요.


션, 민첩 또는 은밀행동 판정.



션:

민첩기준치:60/30/12굴림:17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찰나, 누군가 션의 어깨를 잡아채고,


그대로 반짝이던 날붙이가 내리찍히려던 순간,


션은 가까스로 몸을 피합니다.


당황한 모양인지 누군가의 손에서 칼이 떨어집니다.


챙그랑!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거기 누구쇼!"


지나가던 행인이 멀리서 등불을 들어올립니다.


희끄무레한 빛을 통해 본 그 얼굴,


그 눈동자,


정말로 아는 사람이군요.


아까 모리와 함께 있던 신관.


유리.


깨달음을 되새길 새도 없이, 션은 이미 그 자리에서 달아나고 있습니다.


...


얼마나 달렸을까,


더이상 따라오는 발소리가 없다는 걸 확인할 즈음에,


션은 무사히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문을 걸어잠궈요.


모든 문을 꽁꽁 잠구고,


집의 랜턴에 불을 붙이는 순간,


그제야 정말로 도망쳤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이토록 급박한 상황에 처해본 적 있었던가요?


아직도 번득이던 살의가 생생합니다.


쉽게 잠에 들기는 글렀네요.



션:대체 왜 이런 일이...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션은 일단 침대에 눕습니다.


어떻게든 오지않는 잠을 청해보면서.




속절없이 아침은 밝습니다.


어제보다도 더욱 화창한 날씨군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도 션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어젯밤과 같은 일을 벌이는, 여태까지 일어난 사건의 범인이었을지도 모를 사람으로 의심되는 이가,


하필이면 모리의 새 친구라니.


그러니 더더욱, 어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야지요.


모리에게 말을 전해주기 위해서라도요.


뭐... 션이 두려움에 떨며 집에만 있겠다고 한들 누가 비난하지는 않겠지만요.



션:맞아...

그래도 모리한테 말해 주러 가야지...


집 밖으로 나서자, 어제보다도 이상할정도로 더 어수선하다고 느낍니다.


주변에서는 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며,


마치 어느 소문이 진짜인 거 같지 않냐며...


조용히, 그러나 모두 한결같은 이야기를 퍼트립니다.


하지만...


살인사건이라뇨?


어제의 피해자가 될 뻔한 건 션, 바로 당신이 아니었던가요?


범인이 둘이나 있단 말인가요?


아니면 그가 션을 놓친 후 다른 대상을 물색했단 말인가요?


어쨌건 모리를 만나야겠습니다.


꼭 말을 해야만 해요.



션:... 지금 어디에 있으려나...


어디에 있을까요?


어디로 가보고 싶나요?



션:일단, 모리네 가게로 가 봐야 하나...


모리네 가게로 가보면,


모리의 부모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션:(말 걸어 봐도 되나...?)


안 될게 뭐가 있겠어요.



션:저기...!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모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모리 엄마: 응? 션이구나. 애가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았니?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고 아침 일찍부터 나가던데?



션:(어......?) ... 저, 저는 못 만났는데...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약속 장소가 어디지......)



모리 엄마: 그러니? 잘 모르겠지만,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생각을 해봅시다!


션이 아는 모리 친구: 1번, 션. 2번, 유리.


그렇다면 지금 만나러 간 친구는 누구일까요?



션:설마... 유리를 만나러 간 건가? 안 되는데......

그, 그럼 신전 앞으로 가 봐야 하나...?


가보겠어요?



션:(가 봅니다!)


션은 광장을 지나고, 시장을 지나고, 한참을 걸은 끝에 신전에 도착합니다.


한데 어제와는 다르게 제법 숫자가 되는 사제와 신관들이 신전 뒤에 심각한 분위기로 모여있습니다.


관찰과 듣기 판정.



션:

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49판정결과:보통 성공

듣기기준치:70/35/14굴림:92판정결과:실패

(...)


시력은 좋지만 청력은 오락가락하는 션.


일단 척보기에 유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신관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드문드문 들립니다.



신관 1: ▒▒를 가지고 도망친 모양인데.



신관 2: 하지만, 그 노래는……



사제 1: 우리가 그걸 지키기 위해 ▒▒▒▒▒▒▒▒▒.



신관 2: 절대로 뺏겨서는 안 돼.


이내 모두 일사분란하게 흩어지기 시작힙니다.



션:(앗...)


전부 사라지기 전에 말을 걸 수도 있습니다!


힘내라 션!



션:(아무나 붙잡아 봅니다!!!)


붙잡힌 신관이 불쾌한 얼굴로 션을 바라봅니다.



신관: 뭡니까.



션:아... 저기... 죄송합니다. 혹시 유리라는 신관은... 오늘 없나요?



신관: ... (눈을 가늘게 뜨고 션을 빤히 쳐다본다.) ... 그 사람은 왜 찾습니까?



션:어, 어......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장소를 잊어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까 해서요...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신관님...)



신관: 약속이 있었다고요, 그 사람이랑.


신관은 대번에 표정이 험해지고, 심상찮은 기색입니다.


여기서 잠깐, 지능 롤?



션:

지능기준치:80/40/16굴림:11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허겁지겁)


션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립니다.


만약, 이들이 이미 유리가 수상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거라면?



션:(......!)


그 수상한 유리와 약속이 있다는 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션:(역시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하는구나......)


정직하지 못해서 큰일 날 위기에 처한 션.



션:사실 저랑 약속이 있었던 건 아닌데요...! 제 소중한 친구가 그 사람이랑 있는 것 같아서 어서 찾아야 합니다! 자비를 베풀어서 한번만 알려 주시면 꼭 보답할게요! (구질...)


션의 말이 얼마나 먹혀들어갔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인관계 기능을 굴려봅시다!



션:

매혹기준치:65/32/13굴림:8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걸 이렇게?



션:(진심은 통한다...) (무릎 꿇음...)


션의 애절한 목소리... 무릎을 꿇은 미남의 눈빛.....


신관에게 강력하게 작용했습니다.


신관은 너그럽고 자비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신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도 모릅니다. 몰라서 찾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당신은 그 짓거리... 아니, 그 사람의 일과 연관이 없어보이니 충고하겠습니다. 더 이상 이 일과 얽히지 마십시오.



션:... 조언 감사합니다... 근데 이 일이라는 게 뭔가요? 제 친구만 찾으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지만...!



신관: 알려드릴 거 같습니까? 신경 끄고 갈 길 가십시오. 이만.


신관은 자리를 뜹니다.


이제 정말 신전 앞에는 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션:(여러모로 외롭다......)


외롭고 처량한 신세가 된 션...


다른 곳으로 모리를 찾으러 가볼까요.



션:(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로든 가봅시다.


발걸음 닿는대로.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모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후의 하늘이 덧없이 흘러가고,


거리의 사람들은 여전히 소문에 대해 말하고, 살인사건에 대해 말하고, 전쟁에 대해 말하고……


그러고보니, 오늘 발견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들었던가요?


어쩌면 혹시....


아니, 아닐 겁니다.


아니여야만 합니다.



션:......


그러니, 어서 모리를 찾아야만 해요.


...


다시 누군가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렇다면 션, 당신은 어떤가요?


만약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라는 것이 진짜로 있다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빌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지금 이 순간, 가장 간절한 것은 무엇인가요?


신이 있다면, 그가 당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줄 수 있다는 것을 믿나요?


말의,


노래의,


마법의 힘을,


믿나요?



션:... 이런 상황이라면... 그냥... 믿고 싶어지네.

모리를 찾아야 해...


무엇을 믿어서라도,


당신의 친구를 찾아야지요.


아,


문득 건물 뒷편 으슥한 곳에 기웃거리는 기척이 느껴집니다.



션:(...?)

(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가 볼 수 있나요?)


갈 수 있지요.


다만 너무 가까이는 말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잠깐 지켜볼까요.


관찰 판정



션:

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41판정결과:보통 성공


션은 똑똑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유리:... ...


어젯밤, 션을 공격하려던 그 신관.


유리가, 주변을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습니다.


신전의 신관들도 찾고있다고 했던가요.


어쩌면, 유리를 쫓아가면 모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유리가 아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션:(눈에 띄지 않게 살금살금 따라가 봅니다...)


션은 조심스레 뒤를 밟기 시작합니다.


어제와는 반대 상황이군요.


은밀행동, 혹은 추적 판정!



션:

은밀행동기준치:40/20/8굴림:51판정결과:실패


바스락, 나뭇잎이 짓이겨지는 소리가 납니다.


유리가 뒤를 돌아보지만, 다행히 션을 눈치채지는 못했습니다.



션:(휴...)


다시 따라 가봅시다.


이번엔 정말 은밀하게요!


골목으로,


오솔길로,


인적이 드문 외진 길로.


수풀을 헤치고 나무들을 지나쳐 점점 더 수도 외곽의 숲으로 들어갑니다.


다급해보이는 유리의 머리 위로 문득 붉은 햇빛이 반사됩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춘 유리.


션도 빠르게 걸음을 멈추고 기척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다시 은밀행동 아니면 민첩 판정입니다.



션:

은밀행동기준치:40/20/8굴림:70판정결과:실패

(아......)


션은 한 박자 늦었습니다.


문득 발자국 소리가 하나 더 난다는 걸 알아차린 유리가 뒤돌아봅니다.



유리:....누구지?



션:......


미처 제대로 숨지 못한 션의 눈동자가 유리와 마주칩니다.



유리:...너.


유리가 근처의 돌맹이 하나를 쥐고 달려듭니다.


전투를 합시다.


션은 무언가 공격할 만한 무기 같은 게 있을까요?



션:(주변을 둘러봅니다... 돌멩이라도 있을까요...?)


물론 션도 돌맹이를 주울 수 있습니다....만.


행운판정으로 얼마나 큰 돌맹이를 주울 지 해봅시다!



션:

행운기준치:88/44/17굴림:31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션은 좀 무겁긴 하지만 뾰족한 돌맹이를 줍습니다.


던지려면 투척, 그걸 쥐고 휘두르려면 근접전을 굴려주세요.



션:

근접전(도검) Roll기준치:50/25/10굴림:86판정결과:실패


션은 돌을 칼처럼 휘두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션:(머쓱...)


무거운 돌을 떨어뜨려 발등을 찍지 않은 거나 다행으로 여겨야겠습니다.


이어 유리가 돌맹이를 쥐고 션을 가격하려고 내리칩니다.



유리:

근접전(격투)기준치:25/12/5굴림:24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걸 성공하네?



션:(...)

(봐 주세요)


션, 회피 하거나 근접전(격투)로 맞공격해볼 수 있습니다.



션:

회피기준치:30/15/6굴림:13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오)


션은 빠르게 몸을 피했습니다.


유리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션:대체 정체가 뭐야...!



유리:너 따위한테 말할 거 같아, 내 정체가 사실 이교도라는 걸?



션:(이교도였다니...!!!)


션, 다시 한번 공격하려면 근접전을 굴려주세요.



션:나, 나도 이러긴 싫지만...

근접전(도검) Roll기준치:50/25/10굴림:45판정결과:보통 성공


이번에야 말로 션은 돌을 검처럼 휘둘렀습니다.


유리 역시 아랑곳 하지 않고 돌을 휘두릅니다.



유리:

근접전(격투)기준치:25/12/5굴림:74판정결과:실패


하지만 실패했군요.


션의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어갑니다.



션:(좀 멋있었다...)


유리의 체력 -3


멋있었어요, 션!



션:(뿌듯!)


유리의 왼팔이 나가리가 된 거 같지만 유리는 다시 돌진합니다.



유리:

근접전(격투)기준치:25/12/5굴림:27판정결과:실패


실패했지만요.


션, 다시 공격할 차례예요.



유리:......빌어먹을.



션:......

근접전(도검) Roll기준치:50/25/10굴림:20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다시 한번, 션은 돌을 검처럼 휘두릅니다.


유리는 이번에도 맞을 각오를 하고 뛰어듭니다.



유리:

근접전(격투)기준치:25/12/5굴림:33판정결과:실패


그러나 유리의 공격은 닿지 않고, 션의 공격은 이번에도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머리가 내리찍혔을까요.


유리 체력 -2


결국 뒤로 넘어지며 기절합니다.


이제 어떻게 하겠어요?



션:너무 심했나... 이제 어떻게 해야 좋지, 음......

묶어 놓고... 일어나면 질문해야 하나?

빨리 모리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좋아요, 일단 묶어봅시다.


급한대로 유리가 입고 있는 망토로 손발을 칭칭 감을 수 있겠어요.



션:(미안해...) (꽁꽁...)


그때, 망토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돌돌 말린 양피지군요.



션:(주워 봅니다...)


주워보면, 양피지를 묶고 있던 끈이 느슨하게 풀립니다.


휘영천 높게 떠오른 달이 션을 비웁니다.


어두운 와중에도, 마치 계시를 내리는 신의 조작마냥, 양피지의 글자 위로 빛이 내리네요.


문득 서늘한 바람이 션의 목덜미를 훑고 지나갑니다.


읽어보겠어요?



션:(읽어 봅니다.)


케케묵은 먼지의 냄새가 나는 양피지.


그것에 적힌 건...


악보군요.


음유시인인 션이라면, 이 음계가 어떻게 이어지는 지 알아보지 못할 수 없습니다.


기묘하고 신이하며, 여지껏 본 적 없는 낯선 곡조입니다.


아래에는 가사도 붙어있군요.


글자들을 읽어내려가면...


션, 지능 판정.



션:

지능기준치:80/40/16굴림:84판정결과:실패

(어?)

(뇌에 한 번만 더 힘줘 보겠습니다...)


그래요 함 해봅시다.



션:

지능기준치:80/40/16굴림:37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션은 아득해지려는 정신줄을 붙잡고 가사를 읽습니다.


어쩌면 무심코 흥얼거렸을지도 모르지요.


그 내용은 신, 혹은 어떤 신화에 관련된 것,


그러나 션은 이해할 수 없는 것.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모독적인 것.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기분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그 '노래'.


션, 이성 판정.



션:

SAN Roll기준치:39/19/7굴림:96판정결과:대실패


션은 '이런' 것에 특히 취약합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어서는 안 돼요.


강박적으로 그런 생각만이 들며, 이성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션이 정신을 간신히 차릴 수 있던 것은,


가사 군데군데 빈칸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빈칸 근처에 작게 휘갈겨 쓴 글씨로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이름을 바칠 것


하고요.



션:이름...?


션, 관찰 판정을 해보겠어요?



션:

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66판정결과:보통 성공

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61판정결과:보통 성공

(어)

(잘못 나갔다)


(ㅋㅋ)


션은 무심코 뒷면을 살폈다가 그곳에도 메모가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션:(무슨 내용이지...?)



주문 시전의 조건:



1. 바쳐지는 이름이 있어야 함 - 빈칸에 바치는 자의 이름을 넣어 노래를 부르면 시전됨



2. 그 이름의 주인이 시전자의 곁에 있거나 시전자 본인이어야 함



3. 그 이름의 주인이 자신의 이름을 바치는 것을 진실로 동의해야 함



4. 보름달이 뜨는 맑은 밤이어야 함


보름달이 뜨는 맑은 밤.


딱 오늘이, 지금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달빛이 이렇게,


길을 터주듯이,


환하게 빛나며,


어느 낡은 탑으로 안내하지 않나요.



션:탑...


탑으로 가는 길이 희미하게 달빛을 받고,


마치 션을 유혹하듯이 바람이 등 뒤를 떠밉니다.



션:... 일단 저기로 가 보는 수밖에 없나...?


그렇지요.


뭐, 이대로 돌아가기를 택해도 아무도 말리진 않지만요.



션:그래도... 가 봐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탑으로 향합니다.)


탑으로 향하는 길.


까마귀가 울고,


잎들이 스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침내 탑 앞에 도착하면,


담쟁이가 덕지덕지 이끼 슨 벽에 발을 붙이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대체 이런 곳에서 무얼 하려고 했던 걸까요.


어쩌면 션이 쥔 그 악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소원을 들어준다는 노래.


신전에서 찾던 노래.


이교도가 가지고 있던 노래.



션:......

다들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한 거야...


그때, 푸드덕, 까마귀가 날아오릅니다.


션, 듣기 판정.



션:

듣기기준치:70/35/14굴림:83판정결과:실패

(집중해서 다시 들어볼 수 있나요......)


없어요.



션:......


(ㅋㅋ) 시켜줄게요.



션:(!!!)


듣기 다시 굴려보세요.



션:(요정님 최고!)

듣기기준치:70/35/14굴림:50판정결과:보통 성공


션은 처음엔 무언가 소리가 난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귀를 기울이자,


아주 미약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매모리:누구, 누군가..... 없....나요.....


모리의 쉰 목소리입니다.


처절하네요.


머리 위애서 들리는 것을 보니 탑 위층에 있는 모양이지요.



션:(어서 탑 위층으로 가 봅니다...)


션은 탑 위로 빠르게 오릅니다.


탑 안에서 간간히 사람을 찾는 쉰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소리가 들리는 대로 계단을 계속 오르다보면 다 무너진 꼭대기 층의 천장에서 달빛이 비춰내리는 그 바로 아래층에,


모리가 포박된 채로 션을 보고 있습니다.



매모리:.......션.........?


아니, 보고 있다는 말이 거의 무색합니다.


션에게 그저 시선을 두는 것조차 힘겨운 몰골이니까요.


모리의 모습은 거의 넝마에 가깝습니다.


몇 번이고 구타를 당한 것인지 피멍이 든 얼굴, 터져 흐르는 입가의 피며 부은 뺨, 발길질이나 둔기 따위에 맞았는지 옷 군데군데가 너덜거리네요.


다리는 기괴하게 뒤틀려 있고, 팔은 벽에 묶인 채 벽을 손톱으로 몇 번 긁었는지 손끝에서 흐른 피로 더럽습니다.


고문.


고문당한 모습이라고 하면 차라리 알맞겠군요.


흐린 눈으로 모리가 션을 바라봅니다.


달빛이 모리의 머리카락 위로 싸늘하게 흘러내립니다.



션:...

모리야...

... 내가, 너무 늦어서 미안해.



매모리:.....미안, 하긴 무슨.....

여기까지.... 와줄, 줄, 몰랐어...........



션:당연히 와야지. 넌 내, 가장 소중한 친구잖아...



매모리:....고마워.

........(힘겨운 기색으로 천천히 말을 뱉는다.) 하지만.... 아마도, 나는 여기서..... 살아나가기 힘들 거야.... 이런 꼴로 도망칠 수도 없는걸..... 유리가, 유리가 곧 올 거야.......



션:... 안 돼. 그런 말 하지 말아 줘. 내가, 내가 어떻게든 널 살릴 테니까...... (일그러진 얼굴로 주춤하더니 다급하게 포박을 풀어 준다.)



매모리:(포박이 풀리자 온 몸에 힘이 없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어떻게....? 지금 우리에게 남은 희망 같은 게 있어.....? 유리한테, 잡히지, 않더라도.... 곧 신전에서 사람들이 와서... 나를 죽이려고 할 거야....



션:(네 두 어깨를 조심스럽게 안아 일으켜 세웠다. 잠깐 네게 시선을 두었다가 슬픈 얼굴로 얼굴을 돌렸다.) ... 그렇다고, 이대로 네가 죽어 가는 걸 볼 수는 없어.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아...! 만약, 정말로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면, 나는...... (말을 멈추고 조용히 악보를 쥐었다.)



매모리:... ....(이미 체념한지 오래였기에, 더 이상의 말은 어떻게도 와닿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네가 쥔 악보에 시선이 닿고) ...그거, 뭐야....?



션:...... 유리가 가지고 있던 악보야. 이걸로 널...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떨리는 손으로 악보를 펼쳤다.)



매모리:.....이미, 유리를, 만났어........? 그리고 악보를 빼앗은 거야....? 그건.....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으며, 잠시 생각하는 듯이 말이 없었다. 이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노래를 불러줘. 내 이름으로.......



션:...... 모리 네 이름을 바치라는 거야? (고개를 숙인 채 설레설레 내저었다.) ... 난 그렇게 하기 싫어... 이름을 바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건데? 분명... 무사하지 못할 거잖아.



매모리:(손을 올리려다가, 힘이 없어 이내 늘어뜨리고는 평소처럼 웃어보였다.) 이 바보야, 그럼.... 그럼, 그 다음에..... 네가 소원으로 빌면 되잖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네가 부르면, 네가.... 소원을 빌 수 있을 거 아냐...... 네 이름을 바쳤다가.... 너는 사라지고.... 소원도 못, 빌게 되면... 어떡해....



션:그건...... (우물쭈물하다가) ... 하지만, 네 이름을 바쳐도 될지 모르겠어.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아. 원래대로 되돌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해? ... 난 네 모습을 봤을 때... 차라리 내가 바쳐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걸.



매모리:그럼 반대로..... 네 이름을 바치고.... 원래대로, 되돌아 오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이렇게 모두 끝나버리고, 너도 없어져버리면......?

유리가 나를.... 잡아온 이유는.... 내 이름을 바치게 하기 위해서야...... 왜 본인의 이름을 바치지 않고, 나를 굳이 잡았겠어..... 본인의 이름을 바치면, 그 본인은.... 소원을 빌지 못하게 될 테니까, 아니겠어.....? 괜찮아, 잘 될 거야... 나를 믿어줘.



션:... 난...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닫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어. 모리 말이라면 항상, 믿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믿어도 되는 거지? 넌 나보다 현명하잖아. 그렇지...?



매모리:나는 네 친구잖아..... 괜찮아, 너를 혼자 두고 가지 않아..... (다시 언제나처럼, 웃었다.)

네 목소리를... 네가 불러주는 노래를, 정말 좋아했어...... 그러니 노래를 불러줘. 내 이름을 바쳐서.


소리가 들려요.


사람들이 떼로 몰려오는 소리.


그들이 들이닥치는 건 이제, 시간 문제일 터예요.


그러니 어서, 결정을 내려요.


보름달이 빛나는 이 맑은 밤에,


노래를.



션:(따라서 작게 웃으면서도 답답한 심정에 주먹을 세게 쥐었다. 이내 심호흡하면서 너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 알겠어. 그럼 부를게. 네 이름을 바친 노래. 딱 한 번만 부를 거니까, 잘 들어 줘야 해... 알았지, 모리야?



매모리:응..... 잘 듣는 건 언제나, 자신이 있었지.... (네 눈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션, 모리의 이름을 바쳐 노래를 부르나요?



션:네.


션이 노래를 부릅니다.


들으소서,


나 여기 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름을 바쳐 노래하니,


나의 간원을 들으시옵소서.


매모리의 이름으로 노래하노니―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주문에, 소원을 들어준다는 노래에 이름이 바쳐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을까요.


모리의 손이 조금 떨립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


...


기이하고 모독적인 모든 소리가 혼돈처럼 찾아듭니다.


머리맡에 차고 두려운 형상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끔찍한 것들이 당신에게 시선을 박아넣습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하나 둘 시야에 먹히는 것 같은 끔찍한 경험……


아찔한 정신을 붙잡는 것도 겨우 해내는 당신에게, 당신들에게 또렷이 들리는 음성.



“이봐, 어리석은 인간이여.”



“감히 우리의 시야 안에 들어왔던가.”


뇌리에 꽂히는 깨달음.


이것은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가 아닙니다.


소원을 빌기 위해 신을 부르는 노래입니다.


인간에게 그토록 가차없고, 잔인하고, 혹독한 신들에게 존재를 알리는 노래입니다.


간원을 신에게 빈다는 것은 결국 죄였던 걸까요?


오만이었던 걸까요?



“그 아이의 이름을 바친 노래로 우리를 불렀으니,”


들려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워 노래하는 듯한 천진하고 무구한 목소리입니다.



“네 곁의 죽어가는 이가 주인공인 연극을 하나 해보도록 할까.”



“기왕이면 끝나지 않는 연극이면 더 좋겠지. ”



“내용은, 그토록 뻔하나 흥미로울,”



“희생당한 어떤 용사와 그 용사의 이름을 희생시킨 마왕의 이야기로.”


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 낱말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채로 까무룩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영원히 잠에 듭니다.


..........


그럴 줄로만 알았습니다.


눈을 뜨면 마왕성의 아침입니다.


세계의 끝입니다.


…끝?


세계의 끝이라니요?


마왕이라니요?


삽시간에 주입되는 듯한 정보량을 받아들이지 못한 머리가 멍합니다.


그르륵, 웃는 소리 같은 모독적인 생물들의 끓는 음성이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그들의 언어가 모조리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비웃듯이 말하는,



마왕이시여.


어떤 기이한 목소리가 확신처럼 당신에게 내리꽂습니다.


통렬하게 웃습니다.



“용사를 기다리셔야지요. 그를 단죄하셔야지요. 혹은 속죄하셔야지요.”


그러니까, 이것은 운명이 일그러지는 전주곡.


희극에 들어서서 나는 이제 나의 이름을 잃어버립니다.


당신의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 얼마나 이어질지,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고 나는 다만,


아,


다만,


우리가 가여워서…….


영원을 반복할, 우리가.........



End. 죄악의 이름으로 당신을



세션 후기: 키퍼를 믿어주세요 엉엉.... 비록 키퍼는 탐사자의 편이 아니지만요.... 그래도 믿어죠..... 엉엉.... 글구 까칠 사회성제로 히키 여캐 엔피씨가... 생각보다 더 잘 나와서(ㅋㅋ) 좀 재밋엇고.... 아무튼.......... 우리 애들 친구인데............ 친구인데.............

세션 전문: https://app.roll20.net/campaigns/chatarchive/6209141?p=1&onePage=true&hidewhispers=&hiderollresults=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 http://posty.pe/1oyhx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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