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kmuknow)에서 직장인 오타쿠의 단상으로 써왔던 글들을 모아서 발행합니다

월루하면서 보면.. 더 즐거울지도?


직장생활이란 휴일을 향해 떠나는 끝없는 여정이다


옛날엔 스네이프 보면서 사람이 뭐 이렇게 웃지도 않아.. 했는데 나이 먹을수록 직장에서 스네이프 표정만 지음 이젠 정말 거울같다



직장 내에서 좋은 사람들은 항상 제일 먼저 사라진다는 법칙을 나는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다.


"마법부 인턴생활은 어때?"

"말도 마, 나 포션 O라는 이유로 커피타고 있어" (O: outstanding, 특출함)

"나는 수색꾼 출신이라고 하니까 사무실에 날아다니는 벌레 들어올때마다 좀 잡아보라고 하더라"

"점술 O보다는 낫지.. 걔는 식단표도 안나오는데 아침부터 점심메뉴 뭐냐고 여기저기서 묻더라"

"왜 그래, 너네는 동기한테 신비한 동물 돌보기 O라는 이유로 상사 응대 시키잖아.."


나이 먹으면서 해리포터 속 공감되는 캐릭터가 달라지지 않나요 능력 외의 업무에 시달리는 아구스 필치라던가,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외로운 모우닝 머틀이라던가, 나이 먹을대로 먹고 이세계물 좋아하는 아서 위즐리라던가..


일하다 화장실에서 세번쯤 울어봤으면 이제 아는거죠. 호그와트에 있는 우는 소리가 나는 여자화장실은 어떤 공포의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마음놓고 울어도 아무도 모르는 곳이겠구나.. 머틀은 아마도 울보들의 수호신일수도.


그리핀도르 출신 직장인 3년차입니다. 제 용기와 도전정신 어디갔나요.. 

래번클로 출신 직장인 4년차입니다.. 모른척하는 연기로 살아갑니다

슬리데린 출신 직장인 2년차입니다.. 앉으나 서나 이직생각

후플푸프 출신 직장인 3년찹니다. 친절함의 친짜도 꺼내지마라 이 XX놈들아.. 앗 네 부장님 ^^ 전화주셨어요?


요새 직장 사내연애 로맨틱 코미디 이런거 더 이상 못 보겠다. 썸타는 상사와 밥먹는 씬에서 상사가 사겠다 어쩐다 하면 법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그 썸타는 상사가 상대방 집에 온다는 말이라도 하게되면 두근두근 어머 어쩌지.. 이전에 아 미친 이직자료 치워야하는데..가 먼저 떠올라 버리기 때문이다.


아동 장르의 직장인 캐릭터들은 주로 아동의 시선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당최 뭘 하는지도 모르고 악역에 꼬장꼬장한 인간이라는 평이나 받는다. 하지만 어른이 돼서 다시 보면 주인공이랑 동료들 뒷수습하기 바쁘고 여러 대형프로젝트는 기본에 사회생활까지 다 챙겨하는 애잔한 경우인 경우가 많다.

방학 전에 사고 났다? 아 회의 했겠다.. 주인공들이 또 사고를 쳤다? 아 회의 했겠다.. 살인자가 탈옥해서 여기로 온다? 아 회의 했겠다.. 채용한 교수가 또 사고가 났다? 아 회의 했겠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속 스네이프가 호그와트 교수진 막내라인이라는 것 느끼는 순간 : 상사의 말과 행동에 바로 반응하는 박수봇일때


회사에서 사람에게 유독 치인날은 퇴근하고 명탐정 코난을 봐 줘야 한다

직장 내 트롤들이 시체가 되어 돌아오는 이야기로 마음을 정화시켜보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라는 대사 진짜 웃긴 점 : 저런 말 하는 사람은 주로 악당이거나 면접관임


바쁜 직장인 오타쿠의 입덕은 K-드라마 남주와 닮아있다. 우연히 좋은 작품을 만나면 심장 거세게 뛰면서 아.. 큰일났다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하면서 일주일간은 마음 정리하려고 얼굴 굳히고 피하는걸로 입덕을 시작하기 때문


직장인들이 회사 책상 위 캐릭터 상품이나 인생네컷 사진 같이 사적인 물품을 놓아두고 업무 중간중간 감상하는 구역을 속으로 패트로누스 구역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해리포터의 그 패트로누스 맞음) 구경하다보면 업무적으로 명함 한 장 주고 받는 것 보다 그 사람에 대해서 더 흥미롭게 잘 설명해주는것 같음


직장생활하고 잃은 것들을 꼽아보자면 3가지로 정리가 가능한데 첫번째는 건강, 두번째는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세번째는 카톡 프로필 사진이다


주변 직장 N년차들 모두 운동 시작함 퇴근하고 러닝하고 피티받고 헬스하고 테니스 치고 골프채 휘두르고 거꾸로 물구나무 서서 닌자마냥 윗몸 일으키기까지 하고 있더라.. 그렇지 이제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암살계획을 슬슬 구체화할때가 됐지


회사에선 분명히 퇴근만 하면 영화보고 청소하고 보너스로 사악한 마음으로 지구정복까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정작 진짜로 퇴근하면 모르겠다 내일하자 하고 모든걸 뒤로하고 몸져눕게 된다. 그러니 오늘도 운 좋은 줄 알아라 이 세상아.. 내일은 봐주지 않는다...


직장인이 오전 9시에 오늘 퇴근 후에 보고 싶다고 만나자고 하는 건 가짜 그리움이다. 그들이 그리워하는것은 당신이 아니라 퇴근이다. 오후 두시쯤 진짜 만날거냐고 한번 더 확인하는게 서로를 위한 길이다.


일을 잘 해야 하는 이유.. 회사를 위해서도 아니고 내 커리어를 위해서도 아니다. 일을 못하면 직장이 지옥이 되고 매 출근의 순간이 끔찍해지기 때문이다. 그러기 싫다면 나 자신을 위해서 최소한 잘 하고 싶어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매일의 삶을 지옥에서 살기 싫다면 정말로.


언젠가부터 직장인이 해리포터 속 집요정으로 비유되던데 사실 정말로 닮아있다. 출근해선 아 예 하면서 외근각 재는 도비, 수 틀리면 들리거나 말거나 혼잣말처럼 욕하는 크리처, 퇴근하면 술먹고 울다 잠드는 윙키를 반복한다는 이유에서..


죽음을 먹는 자 같은 곳 들어가면 후회할 수 밖에 없죠 거기 들어가서 목숨걸고 쌔빠지게 일했는데 나중에 이직할 때 이력서에도 못쓰고 면접에서 공백기에 뭐했냐고 날카로운 꼬리질문 백번 듣고 아 내가 잘못살았구나 하면서 울고 싶어질게 분명하기 때문


해리포터가 한국 배경이었다면 하는 상상을 가끔 하는데 그랬다면 요새 불사조 기사단 신입들 공지 받았는데 대답 안한다고 1기 아래로 다 집합해서 한번 대가리 박게 시켰다가 밤늦게 전체 공지 한번 했다가 창문 안으로 번쩍이는 동물 패트로누스 30 마리 들어와서 넵 넵 네 넵 넵 알겠습니다 이런거 외치고 사라졌다는 끔찍한 전설 있을 것 같음


누누히 말하고 있지만 회사에 지독하게 충성하며 상사의 곁을 웃는 낯으로 떠나지 않는 사람은 그 상사를  짝사랑하거나 그 상사를 암살하려고 들어온 스파이일 수 밖에 없다.


직장인이 보면 가슴 찢어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1위는 미녀와 야수가 틀림없다. 성의 직원들이 모두 인간의 신체를 잃고 스스로의 본업과 관련된 물건으로 변신당해서 하던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장면을 보면 공포스럽기 그지 없다. 심지어 이 모든 일이 10년동안 지속됐다고 생각하니 이젠 눈물없이 보지 못하는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세계관의 직장인이 되고 싶다. 하는 일이라곤 예쁘게 갖춰입고 주연 커플들을 보며 웅성이기, 야유회 기획하기, 가끔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을뿐이기 때문이다. 상사가 연애하느라 자리를 비워도 결재를 절대로 걱정하지 않으며 탕비실에서 야 둘이 사귀냐? 하고 웅성대기만 하며..


취준이 힘들대는 기억하세요. 마법세계 지배를 꿈꿨던 볼드모트도 취준시절엔 호그와트 교수 최종 면접에서 두 번 이상 떨어졌다는걸


직장인의 수요일 : 이상하지 않아요? 저는 어제도 출근했는데 오늘도 출근했고 내일도 출근해야하는데 저는 이 얘기를 어제도 했고 오늘도 했고 내일도 똑같이 할 예정이라는게..


오늘 출근 안해도 된다는 말만 들을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 그 사악한 악마가 회사에게 제 영혼을 되팔았다고 하네요. 저는 또 다시 회사의 소유입니다..


도대체 이번엔 또 어떤 히어로가 세상을 구해서 또다시 평화로운 내일이 찾아 온 건지

-월요일을 앞두고


한 주의 시작은 일요일인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어떤 미친놈이 묻지도 않고 오프닝 건너뛰기라도 했는지 정신차리면 매번 일요일은 증발해 있고 월요일이 코앞에 다가와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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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부분은 감사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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