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선생

-  01. 열아홉, 이유있는 반항



“지민아, 아버지 이야기 좀 들어봐. 대학은 조금 있다가 더 좋은 곳으로 가면 되는데.”

"여보, 그만해요. 지민아! 너도 들어가서 쉬어."

“아니에요, 엄마. 나 지금 이야기해야될 거 같아요."

"아버지는 늘 저희를 위해서였다고 말씀하시죠? 그런데 매번 저희랑 엄마는 힘들어했어요. 아버지 빚 갚으시느라 제 준비물 못 사주셔서 미안해하는 엄마 얼굴 보신 적있어요? 엄마 그냥 바보같이 웃고 넘어가시느라 모르셨겠죠."

"지민아..."

"또... 지현이 예쁜 옷 사주지도 못하고 예고 가고 싶어하는 데 꿈도 포기하고. 다 왜 그런지 알아요? 아빠때문이에요. 그러면 최소한 제가 가고 싶은 대학교만큼은 보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언제 아빠한테 돈 대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저한테 도와주시지는 못하면서 이렇게 또 강요만 하시고 말이에요."



그 후로도 아버지는 이 모든 것이 나와 부모님을 위한 거라며 나를 설득시키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이 단지 돈이 아까워서, 다른 부모님처럼 아이를 위해 쏟을 노력조차 없는 거라며 무시하고 말았다.



"저도 이제 지쳐요, 정말로요. 자꾸 이러시면 저 아예 대학 안 갈 거에요.”



좋은 성적을 받으면 뭐하나, 집에서 이렇게 도와주지를 못하는데. 이렇게 내 수능 성적표는 빛을 바래서 서랍 속에 고이 모셔졌다. 수시에서는 딱히 좋은 학교들을 내지 않아서 합격했는데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등록금은 내지를 않았고, 점점 정시 원서를 내는 기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과 이야기를 해봤냐고 슬쩍 떠보셨지만, 그저 웃기만 했다. 정말 웃음빼고는 나올 이야기가 없으니까 뭐.

그러니 학교에 나가서도 담임선생님과의 진학 상담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아무 이유도 가르쳐주지 않고, 그저 서울 쪽은 안된다고 이야기하시는 아버지. 이유라도 이야기하면 받아들이기라도 하는데, 지금까지 집에 아무 도움도 안되면서 소리만 빽빽 지르는 아버지가 역시나 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강요는 나의 결심을 마치 막무가내 아이가 어리광을 피우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지방의 국립대에서 대학생활을 보낼 것을, 나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의 사립대에서 대학생활을 보낼 것을 따로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충돌하면서, 집 안에서 있는 시간도 차츰차츰 줄어들었다. 그 어린시절에 누구나 겪어본다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금 막 겪듯이, 부모님을 마주하는 자체가 너무 짜증이 났다. 

그래서 괜히 부모님이 싫어하는 것을 일부러 막 해보았다. 친구들과 술 마시고 취하기, 머리 염색하기 등 민감하시는 행동은 일부러 더 하고 싶어졌다. 그냥 지금 내 자신에서 달라지고, 지금 내 모습을 버리고 싶었다. 이제 곧 스물인데, 내 인생 내가 알아서 살아보겠다는데, 도움 달라고 한 거도 아닌데 뭐 어때. 한 번뿐인 인생인데, 내가 원하는 대학도 못 넣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지민아, 오늘 5교시에 원서 확정해야하니까 교무실로 오면 된다."

"네......"


아뿔싸. 시간이 지나고 정시 원서를 내는 시간이 다가온 걸 까먹고 있었다. 번호가 중간이니까 여유가 어느 정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내 차례가 다가 왔다. 그런데 딱히 희망은 없었다. 어차피 정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거의 절반 정도 체념했었으니까. 담임 선생님께서 교무실에 오라고 하셨던 그 말이 왜 그렇게 공허하게 들렸을까.


"지민아, 안그래도 어머님한테 전화 왔었다."

"네..... 선생님"

"부모님께서는 부산에서 학교 다니시길 원하시던데. 전화로 간곡하게 말씀하셔서 알겠다고는 했는데, 선생님이 보기에는 뭔가 너 수능점수에서 부산대학교 쓰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너 불러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제가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지, 그 누구도 아니고 너 인생인데, 임마. 너가 결정해야 후회를 하더라도 남탓 안 하는 거야. 선생님도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부모님 말 듣고 사범대 온 거 약간 후회했었거든. 뭐 지민이 너를 만났던 덕분에 올해 드디어 그 마음이 싹 사라졌지만."



고등학교 3학년을 처음 맡았던 우리 선생님은 제자의 앞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따로 불러서 고민할 시간을 줄테니 원하는 곳을 넣어라고 격려를 했었다. 다행히 수능 성적이 잘 나왔기 때문에 외부 장학금으로 첫 학기 등록금을 지원해주니 일단 서울에 올라가서 생각해보자는 말이었다. 체념하고 있었던 서울 행인데, 담임 선생님께서 격려해주시는 말씀 하나 하나가 너무나도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 흡"

"울지말고, 너 울면 찐빵같아져. 눈물 닦고 교실 가서 곰곰이 생각해봐. 그리고 고마우면 좋은 대학 가서 나중에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나 많이 해줘. 미래의 후배들한테 말이다."

"네...에!"

"그럼, 늦었으니까 반으로 돌아가고. 진성이 교무실로 오라고 해. 아참, 이거는 너 혹시나 싶어서 주는 거니까. 요거 보고 학교랑 넣을 학과 잘 골라서 선생님한테 이야기해."



 담임 선생님의 생각 외의 배려덕분에 나는 다행히 '이유있는 반항'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 학기 등록금도 대주겠다, 부산이면 기숙사 걸릴 확률도 있으니 어느 정도 성적을 맞추어서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도 있을테니 겁 먹지 말고 찾아보자고. 그 날 집에 돌아가서 대충 밥을 먹고 돌아와서 담임 선생님이 추천해주셨던 학교들과 학과가 담긴 종이를 주섬주섬 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방에 부모님이 들어오실까봐 방문을 걸어잠구고 조심히 보았는데,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우와, 법학과....? 법대 완전 좋지 않나? TV에서 되게 멋있게 나오던데."



예전에 M 방송국에서 '에드버킷'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했을 때, 나는 그 드라마 방영 시간만 되면 자리에 앉아서 눈을 떼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검사, 보기만 해도 멋지지 않을까. 양복을 딱 입고 범죄를 바로 잡아 정의를 세우는 이미지, 그 자체가 내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사실 변호사와 판사도 있었지만, 왜 내게는 검사란 직업이 가장 매력적이었을까. 사실 아직도 모르겠지만, 뭔가 법이란 존재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이유에도 법을 몰라서 피해를 입었다는 걸, 아버지의 술주정에서 한 두 번 들었던 게 아니었으니까.



"음, 내 점수가 어느 정도 위치였더라....?"



사실 내 수능 성적표는 아웃 오브 안중. 생각에도 없었으니까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었다. 가방 속에 꼬깃꼬깃 잠들어있던 성적표를 촥촥 펴서 그때부터 점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6월, 9월 모의평가 때만 하더라도 언어는 잘 나와봐야 90점 초반, 수리는 50점대, 외국어는 60점 후반, 사탐/과탐은 합쳐서 90점대였는데. 



"와.... 박지민 대박이다. 내가 이 정도로 잘 했던 거야?"



그렇다. 2002년 수능은 역대 수능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불수능이었다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월드컵 때문에 방심하던 우리들에게 시험지는 꽤 매서운 문제들을 많이 내서, 친구들이 1교시, 2교시 시험이 끝날 때마다 울면서 하나 둘씩 시험 고사장을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나야 뭐 포기하기 싫었던 것도 있고, 이래봐야 얼마나 잘 나오겠냐는 마음에 그저 언어, 수리, 사탐/과탐, 외국어 모두 성실하게 치렀던 건 기억에 남았다. 어려웠는지 쉬웠는지 가채점도 제대로 안해봤었고.

그런데 성적표에는 생각보다 높은 성적이 적혀있었다. 나는 이제서야 왜 담임 선생님께서 내게 부산대 쓰는 걸 만류하셨는지 이해가 스멀스멀 되기 시작했다.


'표준점수가... 언어 109.xx점, 수리 69.xx점, 사탐 68.xx점, 과탐 42.xx점, 외국어 71.xx점, 총합 359.xx점'

"아, 359점이구나. 어디보자..... 옴마야?"



359점이라고...? 

표준점수만 60점 넘게 오른 덕분에 배치표에서 쓸 수 있는 대학의 수준이 생각보다 확 바뀌었다. 생각도 못했던 서울의 이른바 하늘 대학교 세 곳도 지원가능한 성적이었고, 부산대학교는 법대를 지원해도 약간 남는 성적이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서 장학금 어쩌고 이야기하셨구나. 

세상에 마상에.... 나는 배치표를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설레는 마음은 더 커져가면서 그 날 밤새 열심히 어디를 써야할지 고민하면서 잠도 못 이뤘다. 



과외선생

-  01. 열아홉, 이유있는 반항



"결정했니, 지민아?"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제 점수도 제대로 확인 못하고 집 근처로 갈 뻔 했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어디 한 번 가군, 나군, 다군 보자."

"여기 적어 왔어요. 선생님 좀 봐주세요."



가군은 안정적으로 합격하고 싶은 곳, 나군은 그래도 도전할 수 있는 곳, 다군은 많이 안 모집하니까 쓰고 싶은 곳으로 써오라고 하셨으니까. 가군은 Y대 법대, 나군은 S대 사회교육과, 다군은 H대 법대 이렇게 써서 갔는데 괜찮으려나. 침을 꼴깍 삼키고 담임 선생님 얼굴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꽤 심각한 표정으로 세 곳의 대학을 살펴보더니, 내게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셨다.



"지민아, 너 반항 제대로 하는 구나?"

"네.... 반항이요?"

"그래, 인석아! 너 원래 법 쪽은 생각도 없었던 녀석인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가군하고 다군에 둘 다 법대를 쓴 거야? 뭐... 성적은 둘 다 괜찮고, 다군은 무조건 붙을 성적이겠네. 올해 불수능인데 너는 워낙 잘 나온 경우라서 말이야."

"선생님.... 저 사법고시쳐서 검사가 되고 싶어요...."

"오, 그래? 그럼 나군도 법대 쓰지 왜. 나군은 S대 사회교육과로 쓴 거야?"

"음.... 그건. 나중에, 혹시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선생님이 되서 선생님 처럼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어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비문을 늘여놓았지만, 그때 담임의 기회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했던 그녀 덕분에, 지금의 이 자리까지도 올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혹시라도 대학교에 가서 법이 안 맞다면, 사회교육과에서 열심히 배워 임용고사를 치자는 생각도 있었으니까. 어차피 서울로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부모님께 '전혀' 경제적인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이제는 스무살, 성인이니까.



"지민이의 이유 없는 반항에 선생님도 동참할게. 그대신 나중에 멋진 검사나 선생님이 되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자. 알겠지?"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집에 대신 알려줄테니 걱정말라는 이야기로 나를 안심시켰고, 상담 전화를 걸어서 이런 선생님의 완강함에 결국 회의감을 가지시던 부모님께서도 나의 이야기를 존중해주셨다. 

특히 수능 성적이 매우 좋아서 지금 쓰는 학교들에서 잘하면 전액 장학생으로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준 덕분에, 아버지 역시 뚜렷하지 않지만 긍정의 표시를 내비치셨다. 아버지 덕분에 억울함에 가득 찼던 나는 꼭 대학교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가야겠다는 오기를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유 있는 반항' 을 나는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가군에 어디 학교, 나군은 어디 학교, 다군은 어디 학교라고 정해 놓은 그 라인업을 마음에서 꺼내었고, 바로 다음 날부터 나는 내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원서를 내러 서울에 가는 무궁화호를 탔는데, 친구들은 생각과 다르게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지원하는 데 두 번 놀랐다고 한다. 

먼저,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부산에 남을 줄 알았는데 과감하게 도전해서 놀랐고. 또, 하필 법대로 지원한다는 데 또 놀랐고. 공부를 잘 하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다행히 마음 편히 서울에 올라갈 거 같아서 기분이 좋기만 했다.

아침을 먹고 올라갈 때, 엄마에게 서울에 놀러가니까 이틀 정도 있다가 내려오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랜만에 놀러가는 여행 굶지나 말라고 돈을 얼마 쥐어주셨다. 비록 아버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늘 엄마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꼭 대학교 잘 가서 보답해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한껏 안아드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떠났다.



"엄마, 엄마한테는 정말 미안해. 그런데 꼭 성공해서 더 좋은 집에서 살게 해줄게."

"괜찮다, 지민아. 엄마는 괜찮으니까 몸 조심히 다녀오고. 맛있는 거 사먹고, 원서 실수하지 말고 내야 한다. 알겠지?"



아버지는 일이 있으시다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고 했는데, 괜히 찝찝한 마음에 서울로 가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실력보다 경제적인 문제를 더 우선시하는 아버지에게 어떻게 실력을 보여드릴 지가 하나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제 경험하게 될 대학교 생활이었다. 그런 마음 하나하나를 미묘하게 안고 무궁화호는 서울역으로 향해 떠나고 있었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일은 없기를......”



내 마음과 이제 일어날 미래에게 나는 속삭이고 있었다. 내 앞 날에는 수능성적처럼 기분 좋은 일들만 일어나라고 말이다. 저녁 기차는 어둠을 뚫고 달려, 그 다음 날 새벽 5시 30분 서울역에 사람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두 곳의 대학교의 원서 접수처에 가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준비를 해야 했었다. 

근처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우동 한 그릇을 간단히 먹고 가방을 메고 길을 떠났다. 서울역 광장에서 지나가는 비둘기들과 함께 파이팅을 나누다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도 받긴 했지만, 그리 상관은 없었다. 그저 즐겁기만 했으니까.


먼저 도착한 곳은 S대학교 원서접수처. 아침 9시였지만 먼저부터 온 사람들 덕분에 줄을 길게 서야했다. 산 옆에 있는 학교라서 그런지 공기도 맑았지만, 상징성이 있는 저 정문에서 사진찍어보겠다고 친구들과 용쓰다가 결국 헥헥 거리며 원서접수처에 갔다. 긴 줄 사이에는 많은 친구들과 그 곁을 꼭 따라다니는 부모님들이 보였다. 

멀리 온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그 아이들을 보는 순간 나의 마음 어딘가에서 창으로 쿡쿡 찔리는 듯 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아버지께서는 내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학교에 와서 나와 함께 원서를 작성해주실까? 미묘한 마음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원서접수처 창구까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자꾸 뒤에서 누가 툭툭 치고 있었는데, 그 폼이 참 불쾌해서 뒤를 돌아봤다.



"저기요! 저기요!"

"뭐에요? 왜 자꾸 만지세요."

"사진하고 원서 떨어트리셨는데, 길가에서부터 쫓아왔는데 계속 안 받으셔서 따라왔어요."

"네?"



아니 왠 걸, 평소의 허당 박지민의 모습은 S대 원서접수하는 순간에도 여전했다. 매번 친구들이 가방 문 활짝 열고 다니니까, 꼭 옆에서 누가 지켜줘야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이과 친구들이 공대 쪽으로 가서 혼자 투덜투덜 걷더니 역시 일이 터지고 말았다. 고마운 사람인데 괜히 화낸 거 같아서 얼굴이 빨개지고 민망했는데, 앞에 있는 남자 아이는 내 모습이 좋았는지 웃고만 있었다.



"아니세요... 크크... 오늘 원서접수하시는 거에요?"

"네, 그런데 고맙습니다. 그쪽 아니었으면 저 원서도 못 냈을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답해드려야할지. 아까 전에는 정말 죄송해요..."



얼굴을 크게 들어보니까, 그는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던 고등학생 같아 보였고 명찰에는 '전, 정, 국'이란 세 글자가 뚜렷하게 박혀있었다. 원서 접수할 때는 교복 입고 가지 말라는 담임 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에 티에 코트를 잔뜩 껴입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교복을 입고 쳐다보는 모습이 영락 없는 고등학교 2학년의 모습이었다. 두 살 밑의 동생하고 비슷하달까. 그런데 언핏 이야기를 하려던 찰나.



"야, 전정국! 한창 찾았잖아. 우리 여기로 오는 거 아닌데, 왜 그렇게 빨리 뛰어갔어?"

"미안, 윤기야! 뭐 좀 찾을 게 있어서. 나 바로 갈게!"

"저....."

"그럼 저는 가볼게요. 꼭 원서 잘 접수하셔서 합격하세요, 형!"



친구들의 성화에 교복입은 고등학생은 쏜살 같이 친구들을 향해 뛰어가버렸고, 나는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뭐지, 이 이상한 상황은.






꺄.. 여러분 과외 선생 1편이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퍽퍽퍽)

이번 편에서는 지민이의 서울 나들이 그리고 원서접수가 있었는데, 

여러분은 정해진 운명에 '이유 있는' 반항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과외 선생에서 지민이는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제 이야기가 약간 담겨 있는 캐릭터인데, 글을 쓰면서 옛날 생각이 나서 뭉클했었답니다.


지민이와 정국이는 언제 또 만나게 될지! 이제 슬슬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참 그리고 <과외 선생> 역시 <가위바위보>와 마찬가지로 시즌 2를 생각하고 내놓는 글이기 때문에, 오래오래 여러분과 만날 거 같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만날게요~^^ 뜨밤 되thㅔ여 ㅋㅋㅋ



뭉이🎗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