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키도짜마

히히 드디어 쓰고 싶은 부분을 썻군요....

4200자 입니다 !






도망간 쿠로오를 찾아서.
 
츠키시마는 주변에 나뒹구는 돗자리와 도시락통을 들어. 일단은 쫓아 가야겠지 싶어서 일어난거야. 고양이들이 때로 먕먕 거리면서 츠키시마를 따라오지. 아마도 집쪽으로 도망간거같은데, 쿠로오의 남은 옷가지를 들고 살피는데 기분이 요상해.
 
툭툭 걸을 때마다 따라오는 고양이들, 피리부는 사나이가 따로 없어.
 
바로 도착한 쿠로오네 집, 외딴 곳에 작은 집, 열려있는 문을 끼익 열어. 아마도 쿠로오는 현관문 아래에 달린 고양이문으로 들어왔을 거야. 집으로 왔다면 말이지.
 
고양이들이 소리치면서 이쪽으로 쪼르르 달려오는걸 보면, 아마도 쿠로오는 놀라 집으로 도망쳐왔을거야. 근데, 수인이 정말 동물로도 변할수 있구나. 츠키시마는 짐을 내려두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
 
고양이들이 발치를 차지하고 자리를 잡지.
 
: 쿠로오씨 -
 
작게 불러보지만 대답도 인기척도 없어. 내려간 안경을 고쳐쓰고 휙, 휙, 주변을 둘러봐. 그러니 작은 흔적들이 츠키시마의 눈에 보일거야. 고양이 발자국, 다른 고양이들은 고양이문앞에 놓인 젖은 수건으로 콕콕 발을 닦고 들어오거든. 안그런 애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쿠로오네 집에 들어올땐 그 규칙을 지키곤했어.
 
유독 티나는 흙발자국이 방어딘가로 향해있거든. 아마도 놀라 급하게 뛰어들어온게 아닐까 싶어.
 
: 쿠로오씨, 여기 계세요?
 
방문 똑똑, 두드리니까 그 힘에 방문이 조금 열리는 거야. 쿠로오네 집은 자주 와봤지만, 방은 처음이니까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 생각 외로 간결한 방안, 침대에 작은 옷장에, 그리고 쭈욱 시선을 내리니 창문아래 구석진곳에 까만 인영이 보여. 정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까만 털, 츠키시마는 쿠로오의 머리카락을 떠올려봐. 어쩐지 검긴 했어.
 
: ...이리와요.
 
움찔 움찔,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여. 뒤를 힐끔 보는 눈동자가 노랗게 보이고, 츠키시마는 톡톡 제 옆자리를 두드려. 고양이는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니까, 일정거리를 두고 살피는 거야. 다가올 때 까지.
 
: 기다릴게요, 여기로 오면 돼요.
호기심 가득한 고양이들이 방문앞에서서 츠키시마를 훔쳐봐. 한발 들어가려다, 쿠로오를 보고 겁을 내지. 처음 보는 고양이라고 생각했을까, 슬며시 고개를 도는 까만 고양이 한 마리, 츠키시마가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리니 귀가 쫑긋거려.
 
: 괜찮아요.
 
팔랑팔랑 거리는 꼬리, 한발 두발, 드디어 츠키시마의 옆에 다가온 까만 고양이가 눈을 깜빡깜빡 하고 있어. 츠키시마는 까만 머리칼을 간지럽게 쓰다듬지. 그대로 훌쩍 들어서 품에 안아버리는 거야.
 
작게 망! 하고 우는데, 츠키시마는 어차피 못알아들어. 고양이 말따위, 어떻게 안다고.
 
: 당분간은 이렇게 다녀야겠네요. 그쵸?
 
까만 고양이 손이 츠키시마의 팔에 툭툭 올라와. 체념한 듯 안기는거지. 뜨끈뜨끈한 고양이 한 마리, 츠키시마는 토닥토닥 놀라 부푼 털이 가라앉을 때까지 안아줄거야. 어쩐지 너무 고양이 같긴 했어, 간혹 드러난 츠키시마의 미소에 까만 고양이는 머리를 부볐지.
 
: ...전 고양이 말은 모르니까, 맞으면 말씀하시고 아니면 대답하지 않으시면 돼요.
 
츠키시마는 나긋하게 말했어. 의사소통이라면, 이정도이지 않을까.
 
: 그러니까, 갑자기 고양이가 되셨는데... 혹시 쿠로오씨가 ...그...원하신게 아닌거죠?
: 먕!!!
: 그럼... 그래서 놀라서 도망가신거고...
: ...먀웅..
 
잘도 대답하는게 웃겨서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갈거야.
 
: ...돌아가실... 방법은 있는거에요?
 
그렇게 물으니 대답이 없어. 이어 츠키시마는 이런적이 처음이냐고 묻지. 그러니 먀웅 하고 대답해. 고양이 울음소리에, 밖에 있는 고양이들도 같이 아웅아웅 울고 말이지.
 
츠키시마는 버릇처럼 품에 안긴 고양이를 쓰다듬어. 손길이 꽤나 다정해서, 쿠로오의 눈동자가 묘하게 변할 정도였지.
 
: 그럼... 어쩔까요. 아, 이건 대답하기 어려우시지...
 
살짝 벽에 기대 앉아서, 두런두런 혼잣말을 해. 먀웅 먀웅 거리는 고양이는 안고 있으면 따듯하니까, 뭐랄까 괜히 마음이 노곤노곤 해지잖아. 대책없이 그렇게 잠이 까무룩 드는 것도 좋아. 가만히 고양이를 쓰다듬다가, 그대로 푹 잠드는거야. 어젯밤에 잠을 못잤거든,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긴장하느라.
 
조용히 코오, 코오, 가슴팍이 오르락 내리락하면 살금살금 까만고양이가 츠키시마의 품에서 빠져나와. 침대로 휙 올라가 이불을 물고 끙끙거리며 끌거오는거지. 발끝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야 다시 츠키시마의 품을 파고 들어. 여기 좋아, 따듯해, 마음에 들어, 달달한 향도 나, 노란 눈동자가 푹 감기고 골골골골 소리를 내.
 
골골골골 -
 
잠이든 근처로 하나 둘, 모여드는 고양이들. 외로움타는 고양이들이 한데 모여서 골골골 거리며 자는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츠키시마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체질같은 걸 타고 낫거든. 미묘하게 나는 향이라던가, 뭐, 음, 그런거.
 
잠결에 들리는 고양이소리에 츠키시마는 안경도 벗어버리고, 그대로 옆으로 누워버려. 그러니 쿠로오도 그 옆에 자리를 잡지. 갑자기 고양이로 변한 쿠로오, 그리고 대책없이 느긋한 츠키시마, 골골골 거리는 고양이들.
 
어떻게 보면 완벽해 보일 조합이야.
 
그렇게 한두시간쯤 잤을 까, 열어둔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질 무렵일거야. 털들이 사르륵 움직이고, 갑자기 쾅! 하고 큰 소음이나. 다른 고양이들은 놀라 방을 떠나고, 쿠로오는 번뜩 일어나 주위를 살피지.
 
창문이 확열리고, 불쑥 우다다 누군가 들어올거야. 툭, 툭, 게슴츠레 눈을 뜨고 확인하는데, 쿠로오네 집 현관문이 끼익 탁! 하고 열리는 소리가 이어서 들릴거야.
 
쿵쿵쿵, 쿠로오가 있는 방문이 확 열리고.
 
: ...남의 집을 찾아올 땐, 현관으로 들어오셔야 한다니까요. 보쿠토씨.
: 으앗! 그치만 여기가 딱이란 말이야.
 
소란스러움에 쿠로오는 대화를 하는 두 수인을 바라보고, 망가진 창문틀을 쳐다보지.
 
: ...무슨...
 
아, 하고 몸을 내려다봐. 다행히 몸이 돌아왔어. 말도 할수 있고 말이야.
 
:... 그나저나, 쿠로오씨. 죄송합니다 창문은 저희쪽에서 변상을....
: ....엑 ! 쿠로말고 누가 있잖아?
 
때마침 스르륵하고 덮혀 있던 이불이 어깨를 따라 흘러내려. 굴곡진 구릿빛 맨몸이 드러나는 거지. 고양이로 변할 때 옷같은건 입고 있지 않았으니까.
 
: ...아, 이게 그러니까. 이건 다 사정이...
 
설명하려 일어나는데 불쑥 보이는 아랫도리, 덜렁덜렁...
 
: 으악! 치워! 저거!
: .....(경멸의 시선)
 
앗 하고 가리려는데, 쿠로오의 아래에 깔려 있는 츠키시마가 드디어 눈을 떠. 깊게 잤나봐. 눈을 깜빡 깜빡, 주변을 살피는데... 확 하고 양팔로 엑스자 만드는 츠키시마, 덕분에 오해의 골이 깊어지는 거야.
 
: ...설마 쿠로오씨... (경멸) 보쿠토씨, 갑시다. 신고해야겠어요.
: ..야, 지금, 이게 무슨...! 쿠로!
 
그렇게 쿠로오는 제 몸을 서둘러 가리고,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어. 이게 아니라고 항변하기엔 차림새가 너무 신뢰가 떨어져서 말이야.
 
....
 
 
조금 밝은 곳으로 나왔어. 거실이지.
 
네사람은 쪼로록 차를 마시고, 츠키시마는 조용히 힐끗힐끗 거려. 쿠로오는 아직 완전히 돌아온건 아닌지 꼬리랑 귀를 내민채였고.
 
: 아, 이쪽은 보쿠토랑... 아카아시. 그게.. 수인...이고...
 
쿠로오가 말을 꺼내자마자, 끝내기도 전에 탁 소리가 나게 찻잔 내려놓는 아카아시야. 옷깃을 여미고 츠키시마를 날카롭게 바라보지.
 
: ....그 쪽은...
 
츠키시마는 움찔 하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가만두질 못해. 하지만 아카아시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보쿠토가 선수칠거야.
 
: 아, 알았다 ! 여우! 맞지!!!
 
코를 쓱하고 만족하는 보쿠토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깜빡여. 하지만 아카아시에게 바로 저지 당하지.
 
: 아뇨, 보쿠토씨. 이 분은 수인이 아니라 인간이시네요
 
단촐하게 차를 음미하는 아카아시의 곁에서, 입떡 벌어지는 보쿠토야. 날카롭게 굴땐 언제고 아까보단 조금 상냥해진 기분이지. 쿠로오는 그 사이를 정리하려 애쓰지만, 분위기가 묘해지는건 어쩔수 없어.
 
: 잠시, 자리좀 비켜주실래요? 이름이...
: 아, 츠키시마 케이...인..
: 츠키시마씨.
 
말싹둑 잘라먹는 데도 예의바른건 왜일까. 아카아시의 눈빛에 절로 눈이 내리깔리는 거야. 그에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려니, 쿠로오가 단번에 츠키시마의 손목을 잡고 꾹, 안놔줄거야.
 
: 괜찮아. 츳키는..
 
츠키시마도 끄덕끄덕해. 그리곤 손목잡은 손을 풀고는, 손을 마주 잡지. 그에 한쪽 눈썹이 찡긋 올라가는 아카아시야. 보쿠토는 아직도 멍하니 놀란 상태고, 입안으로 계속해서 인간?인간이 있어? 살아있어? 하고 주절거리면 좋겠다.
 
: 그럴까요 그럼. 일단. 왜그런 꼴로 계시는 겁니까.
 
귀랑 꼬리를 그대로 내밀고 있으니, 쿠로오도 좀 민망하긴 해. 수인들 사이에서도 그런건 자주 보여주는게 아니거든. 그런식으로 차차, 상황 설명하는 쿠로오와 두명의 수인, 한명의 인간.
 
그렇게 시작되는 네명의 이야기....!!!!!!

 
PS,
이번엔 안까먹고 꼭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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