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옆에 있던 이가 더는 꼬맹이가 아닌 연인으로 느껴졌을 때는. 카이는 그래도 열일곱 번째 생일은 기다려야지란 마음으로 번번이 모로의 구애를 피해왔다. 모로는 그럴 때마다 카이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투정 부렸고, 삐진 모로를 번번이 달래주는 건 카이의 일이었다. 그는 전생처럼 이번 생에서도 여전히 새우만두를 비롯한 새우가 들어간 요리를 좋아했고, 카이가 그걸 들고 방으로 들어가면 모로에게 서운함이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거였다. 

모로의 열일곱번째 생일날 카이는 망가뜨린 케이크 대신 자신을 선물로 바쳤고, 모로는 무척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기억이 돌아오고 나서 2년 째 구애를 해댔으니 아무리 둔한 카이라도 모로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사실 카이는 스카일라와 해어지고 난 뒤에는 사랑하는 이를 만드는 걸 피해왔다. 그린 닌자가 자신에게 보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카이는 아직도 로이드를 자신이 보호해야 될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고, 로이드는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걸 포기했다. 둘의 관계는 모로가 없을 때에도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카이의 옆자리를 꿰찬 건 모로가 되었다.

로이드는 둘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서운한 듯 보였지만, 카이는 로이드가 혼자서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린 닌자이기 전에 로이드는 소중한 동생이었고, 좋은 동료였다. 마음을 전하지 못해도 그것만은 변함없었다. 그가 감정을 털어내고 성장했을 때 카이는 기뻐했다.

모로는 연인이 되고 나서 카이가 애칭을 불러주기를 원했다. 최근에  카이가 그를 부르는 애칭은 새우(shrimp)였다. 보통은 달곰한 주전부리 이름을 붙이지만, 새우는 모로가 좋아하는 거였으며, 카이는 모로가 좋아하기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제이는 카이가 그렇게 부르는 걸 보고 대차게 웃었지만, 곧바로 모로에게 응징당하고 나서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카이는 로이드가 성장하길 원했고, 모로는 과거에도 지금에도 닌자들 중에 뛰어난 전사였다. 카이는 모로에게 특별히 로이드와의 대련에 힘써달라고 부탁했고, 그 덕인지 몰라도 현재 로이드는 원소의 힘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원소의 힘은 그의 눈동자 색을 초록으로 바꾸어 놓았고, 카이는 로이드의 변한 눈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모로가 없었다면 로이드를 옆에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랬다면 로이드는 성장하지 못했을 테니 차라리 이게 잘 된 거라고 카이는 생각했다.

지금도 운명의 빨간 실은 믿지 않는다. 운명이란 건 없고, 내 삶은 내가 개척해나가는 거야. 비록 구름 왕국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더라도 그 운명에서 빠져나올 수 있음을 카이는 모로를 통해서 보았다. 그는 과거에 운명을 벗어나려 했고, 결국 죽음을 맞았지만, 이렇게 카이의 곁에 있다. 닌자들은 운명을 수호하는 존재지만, 그는 이 닌자팀에서도 유일하게 운명과 맞섰던 존재이기에 카이는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그 마음은 모로가 돌아오면서 사랑이란 감정으로 변했고, 카이는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은 동경이라고 몇번이고 부정해왔다. 그와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그 감정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카이의 동경하는 이는 현재 카이의 둘도 없는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비록 과거에 몇 번 안 좋게 만났으면 어떤가, 카이에겐 지금이 중요했다. 지금, 이 순간  내 옆에서 나를 열렬히 키스해주고 나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존재와 함께하는 것. 그와 함께라면 정해진 운명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람과 불이 함께 어우러지면 활활 불타오를 수 있듯이. 모로는 카이의 사랑의 촉매제였고, 카이는 모로에게 처음으로 사랑받는 이였다. 

둘의 사랑은 그들의 원소처럼 영원히 타오를 것이고, 감정은 더욱더 깊어지겠지. 마스터 우는 수도원에서 그의 옛 제자가 행복을 찾은 걸 지켜보았다. 그는  진정으로 기뻐했다. 모로는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찾았고, 덕분에 모로는 과거와 달리 행복해질 수 있었다. 카이와 이어진 건 조금 의외였지만 말이다. 모로가 행복한 걸 보니 그도 과거의 쌓인 마음속의 짐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수도원 마당에 핀 샐비어처럼 그들의 사랑도 영원히 불타오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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