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알람 시계 소리에 눈을 뜨니 어느새 7시였다. 왠지 오늘따라 눈이 떠지지 않아 조금 더 잤더니… 어느새 7시라니! 씻지도 못하고 꼬질꼬질하게 일 가야 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출근을 했다. 일단은 짤리긴 싫거든.
평소라면 출근길에 이메일도 체크하고, 뉴스도 보고 했을 터이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간 가까이 늦게 일어나서 그런 세세한 오전 생활의 루틴까지는 지킬 수 없었다. 하던 일을 안 할 때 느껴지는 약간의 불편함? 이랄까, “불쾌함” 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것도 아니라면 “불안함”…을 뒤로 하고 오전 업무를 시작하려는 찰나.
“웬디, 들었어? 유명한 한국 웹사이트가 없어졌다는데?”
너무도 뜬금없는 사장님의 말에 50% 정도 잠들어있던 정신이 120% 깼다. “오에?” 원래라면 “Yes?”여야 하는데…. 한국말도 아니고 어느 나라 말도 아닌 무언가가 입에서 튀어나왔는데 어떻게 그걸 알아들으신다. 근데 이 분 중국인 이잖아…? 근데 어떻게 한국 웹사이트를 알지?
“무슨 웹사이트길래요?”
“N…something?”
벙찐 나를 두고 사장님은 사라져 버리셨다. 그렇게 짧은 대화는 끊기고, 나도 바쁘게 오전을 보냈다. 오늘따라 일이 미친듯이 밀려와 숨을 돌릴 새 조차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불현듯, 아까 나누었던 “갑자기 없어진 웹사이트” 생각이 났다.
그런데, “N”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이트가 어디 있더라? 네X트? 네이X? 두 번째 것은 왠지 뭔가 단어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음절이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판타지 같은 시월드 얘기가 판치는 사이트인 것인가, 아니면 소위 “녹색창” 인 것인가?
폰을 열어 확인작업에 나섰다.
먼저 Pann타지 소설(?)들이 연재되는(?) 사이트를 구글에 쳐 봤다.
뜻밖에 시월드 판타지 웹사이트는 건재했다! 오늘 박 터지는 얘기는 “시어머니 될 사람이 제 결혼식에 흰 드레스를 입고 왔어요!” 와, 추천수 2만이 넘네. 미쳤어. 신부 친구 정말 대다나다. 시어머니에게 살짝 부딪히는 척 하면서 빨간 와인을 드레스에 쏟아버리는 치밀함. 어머어머. 저런 친구 하나 키우면 좋겠네. 시모가 내 결혼식에 안 와서 다행이야.
별의 별 생각을 하며 글을 다 읽는 동안 본연의 목적이 떠올랐다. 사라진 게 판타지 사이트가 아니면 녹색창이란 거잖아! 그럴 리가.
“들어가 볼까……..더블유더블유더블유쩜….네이버…쩜…컴…”
404 Not Found.
예상은 했지만 막상 이 화면을 보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 그러면 나 이제 웹툰도 못 보고, 오글대는 블로그 중2병 글들도, 내가 끄적인 소설들도 다 없어진 거고.
“하…. 내가 아직 덴마 완결을 못 봤는데….” 아쉬운 한숨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불현듯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
‘클라우드는 접근이 되려나?’
404 Not Found.
그 동안 모아둔 사진, 음악 파일, 영상… 그 모든 것이 싸그리 다! 사라진 것이었다.
뭔가 마음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 그 알 수 없는 뜨거움은 눈으로 옮겨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가 되어 내렸다.
그 새끼 사진을 내가 안 지웠는가 못 지웠는가? 기억이 안 난다. 아니,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그건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현실에 치이며 지낸 지난 수 년간… 그런 분주함에도 불구하고, 가끔 내 마음의 평정을 침범하는 개새끼.
이제 더는 그 기억들도 그 새끼도 볼 수 없구나, 라는 생각에 뭔가가 쿵,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그 기분도 잠시였다.
그래, 과거 내 사랑이 예기치 않게 망했던 것처럼 네이버 또한 예기치 않게 오늘 부로 - 망했다.
몇 년이 지나도 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망령에서 내가 마침내 해방된 것이다.
네이버가 망한 덕분에.
너는 이제 없다. 죽을 듯 아파했던 나도, 더는 없다.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래, 아무 일도 없었다.
나를 떠나 없어진 것 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것들이 더욱 소중해진다.
왠지 점심이 더 맛있다. 오후에는 더 즐겁게 일하겠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터로 다시 향하는 걸음이 유난히 가볍게 느껴진다.
“Goodbye, everybody. I’ve got to go… nothing really matters, nothing really matters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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