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엽 쓸듯

한쪽으로 애써 모른 척

밀어 두기만 한 감정들이

이제는 수북하게 쌓였다.


가만히 들여다 본들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분명 요긴하게 쓰일지도

모른다며 여전히

쌓아놓은 감정들을

최대한 그윽하게 바라본다.


이런들 저런들 그런들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작은 불씨를 짚혔을 때,


아차. 낙엽은 태울 때

고구마를 넣는데,

감정은 뭐가 없을까 싶어

부랴부랴 꺼내보지만

마땅한 게 없다.


사실 마땅한 게

없는 것이 아니라

그을리고 싶지 않은 것만

남은 것을 어떻게 한다냐.


아직은 시기가 아니어서

조금만 더 간직하고픈게

욕심은 아니지 않나.


언젠간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사랑의 열기에

그을리는 날이 오겠지만,

그 안을 더는 볼 수 없겠지만,


꼭 오늘일 필요가 있으랴.

부디

먼 훗날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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