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닿은 입술이 제법 뜨거웠다. 오른쪽 뺨을 손으로 감싸곤 소중한 것을 다루듯 쓸어내리는 손길이 퍽 다정해 머리로는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맞물린 입술이 너무 뜨겁고 다정해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사실 그것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지만.

뒤통수를 받쳐준다고 해도 키 차이가 꽤 나기에 꺾인 목이 아파서 아저씨의 가슴팍을 살짝 밀어냈다. 가뜩이나 큰 키인데 현관 턱에 올라가 있는 아저씨는 거인과도 같았다.



“…저 목아파요.”

“이리와.”



가까이 오라는 손짓에 순순히 따르니 나를 품에 안는다. 그리고는 그 큰손으로 목덜미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좀 괜찮아? 네…. 뭉쳐있던 근육들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에 노곤해지는 것 같았다.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나를 침대에 앉혀 놓고는 미처 벗지 못한 신발을 손수 벗겨주던 아저씨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본다. 여우같이 찢어진 눈매가 축 처진 것이 마치 울기 직전 아이의 모습 같았다. 왜 여심을 자극하고 그러는지.



“…안아줄까요?”



물음에 대답이 없자 팔을 벌리고 안기라는 제스처를 취하니 그제서야 내게 안겨왔다. 무릎을 꿇은 채로 내 허리를 감싸 안고는 가슴팍에 얼굴을 묻던 아저씨가 숨을 크게 들이 마신다.



“따뜻해.”

“재워줄 테니까 누워요.”

“나 재우고 도망가게?”

“…음, 봐서요.”



푸흐-. 바람 빠지듯 웃던 아저씨가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는 침대 중앙에 눕힌다. 그리곤 옆자리에 누워서 내 품을 파고든다.



“이따 점심먹고 가.”

“…….”

“조금만 더 자자.”



아저씨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아저씨의 등을 토닥였다. 이 이상은 안돼. 입맞춤은 갑작스럽게 벌어난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더이상은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등을 토닥이다가 고개를 살짝 숙여 아저씨를 바라보니 선잠이 든 것 같았다. 숨소리도 규칙적인게 새근새근 잠든 어린아이 같았다. 나중에 아저씨 아들이 크면 아저씨처럼 되려나. 그럼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 자식 농사 끝내주게 지었다고들 하겠지.


아저씨가 잠든 것까지 확인하고 깨지 않게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었다.

외박은 오랜만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보통 ‘집-학교-병원-알바’ 루트로 하루를 살았는데. 조금 걷다보니 어제 아저씨를 만났던 골목의 담벼락에 다다랐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면 오늘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겠지. 웃음이 나왔다. 미쳤지. 대담한걸 떠나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재워달라고 했다니. 혹시 취했나. 니코틴에 취하기도 하나. 고개를 절레 내젓고는 골목을 지나쳤다.

집에 도착하니 사람이 사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썰렁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모텔은 그래도 온기가 있어서 따뜻했는데.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바깥에서 있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 어쩔 수 없었다.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는 하나 있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아저씨와 누워있던 침대랑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작은 사이즈였다. 사람 하나 누우면 꽉 차는 정도. 몸을 옆으로 돌려누워 침대의 빈공간을 쓸어내렸다. 아저씨는 잘 자고 있으려나. 눈을 감으니 잠이 쏟아지려 하는게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찌 아저씨의 얼굴은 선명해져 가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불행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잠든 것에 대한 대가는 컸다. 토요일은 오후 4시에 출근을 해서 마감까지 하는데, 불길한 예감에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세시 반이었다. 깜짝 놀라서 대충 세수와 양치만 하고 교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로 집을 나섰다. 알바를 하는 카페는 집하고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4시 1분, 결국은 지각이었다.


알바를 하는 내내 나사가 빠진 것처럼 행동해댔다. 주문을 받아도, 샷을 내려도, 우유 스팀을 해도 아저씨 생각이 났다. 지금 쯤이면 집에 갔을까. 계속 그 모텔에서 자고 있을까. 토요일인데 출근은 안하셨겠지. 친구라는 주먹밥집 사장님 만나러 갔으려나. 온갖 아저씨를 둘러싼 잡다한 생각이 떠나가질 않았다. 누가보면 짝사랑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이러다간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심한다고 해서 다치지 않는다면 세상에 다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 레몬에이드에 올라갈 레몬을 썰다가 그만 손이 베이고 말았다. 피가 나오는 와중에도 아저씨 생각이 났다면 미친 걸까.


마감을 하고 문단속을 마친 뒤 카페를 나섰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구나. 요즘엔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달까. 아빠가 없는 세상을, 긴 세월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었는데. 시간은 느린 걸 모르는지 빠르게 흘러갔다. 어쩌면 다행이려나. 사실 잘 모르겠다.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니 저 너머로 낯익은 건물이 보였다. 아침까지 있던 그 모텔이었다. 아저씨는 뭐하려나. 또, 또. 아저씨 생각을 떨쳐낼래야 떨쳐낼 수가 없었다.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듯 생각이 나는 게 조금은 야속했다. 진짜 여우한테 홀리기라도 했나. 한숨을 푹 내쉬고는 어김없이 익숙한 골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골목에 발을 들이니 멀지 않은 곳에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아, 나 이거 알아. 데자뷰인가 뭔가 그거 아닌가.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익숙한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 저씨?”

“왜 자꾸 늦게 돌아다녀.”

“왜 또 여기에 있어요..?”

“일어난지 얼마 안됐어.”



거짓말. 그렇다기엔 얼굴이 너무 말끔했다. 그리고 옷차림도 바꼈으면서. 너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에 재주가 없는 건가. 검은색 정장을 입었던 어제와는 다르게 와인빛이 도는 세미정장에 검은색의 셔츠를 입은 아저씨는.. 오늘도 멋있었다. 사실 모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아저씨를 보니 왠지 어제와 겹쳐지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저 라이터 좀 빌려주세요.”

“나 담배 안펴.”

“담배피게 생기셨는데, 아니에요?”

“생긴 거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너.”



풉, 그게 뭐에요. 아저씨도 나보고 담배필 것처럼 생겼다면서요. 이 상황이 웃겨서 웃음이 터지니 아저씨도 따라 웃는다. 하루 만에 금연하는 모습, 꽤나 강단 있으신데요? 내가 좀 그래. 웃음을 참으려고 해도 새어 나오는 게 싫지만은 않았다. 즐겁다고 생각해도 되려나. 그저 이 모든 게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껴도 되는 걸까. 눈을 예쁘게 접고 웃는 아저씨를 보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걸음 내게 가까이 다가온 아저씨가 오른쪽 머리칼을 귀에 꽂아주며 뺨을 살살 쓰다듬었다. 짐짓 진지한듯 장난끼가 섞인 얼굴을 하고선,



“나 좀 재워줘.”










어쩌다보니 아저씨를 데리고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재워달라고 얘기를 한 아저씨의 말에 처음엔 벙쪘다. 이 아저씨 진심인가. 멍하니 아저씨를 바라보니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샐죽 웃었다. 아, 안돼. 넘어가면 안돼. 



“안 돼요.”

“왜.”

“집에 가셔야죠. 어제도 외박 하셨으면서.”

“괜찮아.”

“제가 안 괜찮아요. 아저씨 아들이 기다리고 있을 걸요.”



내 말에 싱글싱글 웃던 얼굴이 표정을 지워갔다. 말실수라도 한 것 같은 느낌에 횡설수설 말을 이어갔다. 아니, 그 뭐에요. 자식이 부모 찾는 건 당연하니까..! 하하…. 어째 변명하는 듯한 내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변명을 왜 하고 있는 거야.



“…사실 저는 그랬거든요. 어렸을 때, 우리 아빠 야근해서 늦게 들어오시면 문 앞에 쭈그려서 기다리고…. 어린 애가 부모를 찾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아무 말도 없는 아저씨를 슬쩍 바라보니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이었다. 아들 얘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한 아저씨의 모습이 아버지의 모습 같아 보였다. 좋겠다, 아저씨 아들은. 그다지 화목하지는 못한 가정일지라도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셔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 만큼 축복은 없을 테니까. 여지껏 살면서 엄마라는 단어를 입에 담아본 적이 없던지라, 그 아이가 조금은 부러웠다.

부디 네 행복은 깨지지 않고 사랑만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안 돼요. 집으로 가요.”

“오늘은 집에 없어.”

“…네?”

“할머니집 가서. 그래서 집에 그 여자밖에 없어.”



그러니까 재워주라. 어째 정신을 차렸을 땐 아저씨의 품 안이었다. 은은한 우디향이 코끝을 간지럽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결국은 아저씨를 이끌고 집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할머니네 집을 갔다면 아저씨의 집에는 와이프 밖에 없다는 건데, 그래서 집에 가기 싫다고 한 거구나. 안 봐도 뻔했다.

막상 아저씨를 집에 데리고 오니 민망했다. 아까 정신없이 나오느라 집은 지저분한 상태 그대로였다. 평소에 좀 치워놓고 살걸. 사는 게 워낙 바빴던지라..는 핑계고 그냥 귀찮았다. 아저씨는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요리조리 집을 둘러보기 바빴다. 이 쪼그만한 집에 뭐 그리 볼게 많다고. 그래도 아빠 이외의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인 건 처음인지라 어색하고 민망했다. 아빠도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병원에만 계셨기에 집엔 거의 나 밖에 없다시피 살았다. 아저씨는 급히 집을 치우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닫혀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계속 내 뒤를 따라오는 아저씨 때문에 긴장했던지라 뻐근했던 허리를 피고는 방 안에 있는 아저씨를 흘끔 바라보니 침대에 앉아 방을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세탁기에 대충 집어넣고는 방에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가니 아저씨가 개구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이거.”

“그, 그게 왜…. 이리 주세요….”

“취향 독특한데?”



아저씨의 손에는 언제 벗어놓은지도 모르는 팬티가 들려있었다. 그것도 검은색에 하얀색 도트 땡땡이 무늬가 있는, 심히 귀여워 보이는 팬티가…. 아, 방을 먼저 치워놨어야 했는데. 팬티를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들고 있는 아저씨에 다급히 속옷을 낚아챘다.등 뒤에선 아저씨가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괜히 집에 들였어. 민망함에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자리에 서서 입술만 뜯으니 아저씨가 자켓을 벗고는 내게 다가온다.



“…편한 옷 줄까요?”

“괜찮아.”

“…아저씨가 바닥에서 자요.”

“나 등 배겨서 바닥에서 못 자.”

“그럼 제가 바닥에서 잘게요….”



뭐야, 이제와서 내외하는 거야? 그 말에 얼굴이 화르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입술을 뜯은 자리를 살살 쓸어내리는 아저씨에 기분이 이상했다. 그치, 한 침대에서 같이 잔 주제에 웃기긴 하겠지. 그치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였다. 더이상 아저씨랑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아저씨 아들이 생각나서, 겹쳐 보여서. 그 아이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침대 좁아서 한 명밖에 못 자요.”

“흠.”

“저 씻고 나올 테니까 그냥 침대에서 주무세요.”



아저씨를 뒤로하고 화장실로 피신했다.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기빨려…. 아무래도 아저씨를 집에 데리고 온 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막상 씻으려고 옷을 벗으니 밖에 있는 아저씨가 신경쓰였다. 외간 남자가 화장실 문 너머에 있다는 생각이 드니 긴장이 되었달까. 샤워를 하는 내내 아저씨 생각만 한 것 같다. 씻고 나가면 아저씨는 자고 있을까. 차라리 잠들어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자고 있지 않다면? 그럼 어떡해야 하지. 평소에는 씻는 게 귀찮아서 대충 씻을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씻는 게 왜 이리 빠르게 느껴지는 건지.

샤워를 마친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는데 아차 싶었다. 아저씨를 피해 급하게 들어온다고 갈아입을 옷가지와 속옷을 들고 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그냥 벗은 채로 돌아다녀도 될 텐데, 지금 화장실 너머에는 아저씨가 있다. 망했다. 벗어 놓은 교복이 있긴 했지만, 속옷은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입기엔 찝찝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교복을 입는 것뿐이 방법이 없었다.

교복을 대충 입고 화장실 문을 열어서 고개만 내밀고 바깥을 확인하니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을 나서 방으로 들어갔을 땐, 아저씨는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챙겨나온 옷을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 앞에 서서 눈을 감고있는 아저씨를 보는데, 잠든 건지 아닌 지 긴가민가했다. 손을 흔들며 확인을 해보아도 꼼짝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바닥에 이불을 피려고 여분 이불을 꺼내려 뒤를 돌았을 때, 손목이 잡혀 순식간에 침대로 엎어졌다. 자는 게 아니었구나…. 침대 맞은편에 있는 전신거울에 비춰진 모습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거울너머로 보이는 아저씨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아저씨의 품에 안긴 모습이 부끄러워 벗어나려 하니 허리에 둘러진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냥 이렇게 자.”

“불편할 걸요. 그냥 제가 바닥에서 잘,”



순식간이었다. 얼굴을 감싸고 입을 맞추는 아저씨에 내 말은 끝마치지 못한 채로 먹혀야만 했다. 눈을 크게 뜬 채로 아저씨를 바라보니 눈을 감고 있던 아저씨가 살짝 눈을 뜨곤 큰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감겨진 눈을 확인하려는 듯 눈가를 쓸어내리던 아저씨의 손가락이 콧대를 지나 뺨을 쓸어내린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숨을 참고만 있다가 한계에 다다라서 숨을 쉬려 작게 입을 벌리니 그 틈으로 아저씨의 혀가 차고 들어왔다. 깊어지는 입맞춤에, 외설적인 소리에 긴장되어 아저씨의 가슴팍을 내려치니 손을 잡아내리곤 깍지를 낀다. 어떻게든 도망가려는 내 혀를 집요하게 따라와 옭아매던 아저씨가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었다. 그 틈을 타 입술을 떼고는 아저씨를 밀어냈다. 어느새 내 위로 올라타있던 아저씨를 올려다보니 입술이 타액으로 인해 반들반들했다. 그 모습은 정말 야하기 그지없었다. 불도 끄지 않아 환한 채로 나를 내려보고 있는 아저씨 때문에 마치 벌거벗은 것처럼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우리 이래도 돼요?”

“안될 건 없잖아.”

“아저씨 혹시….”



혹시, 나 좋아해요..? 침을 꿀꺽 삼켰다. 궁금했다. 아니, 나는 궁금한 걸까. 사실은 듣고 싶은 대답이 있었던 건 아닐까.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듯 긴장된 순간이었다. 내 물음에 눈을 휘어접으며 미소를 지어 보이던 아저씨가 고개를 숙여 다시 다가왔다. 입술만을 집요하게 바라본 채로. 얼굴을 가까이 하여 입꼬리에 입을 쪽 맞추던 아저씨가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것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내 눈을 빤히 바라본다.



“아니.”



쪽.



“근데,”



쪽.



“관심은 가.”

“…….”

“그니까 나 밀어내지마.”



짧은 입맞춤을 반복하던 아저씨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다시 깊숙히 입을 맞춰왔다. 더이상 밀어낼 힘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밀어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저씨의 목에 천천히 팔을 두르니 맞물린 입술사이로 미소를 짓는 게 느껴졌다. 한쪽 팔을 내 허리를 두르고 있던 아저씨는 다른 팔로 침대 헤드 쪽 벽을 짚었다. 더듬더듬 긴팔로 벽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를 찾으려. 마침내 목표를 달성한 아저씨의 손은 입고 있던 와이셔츠 단추로 자리를 옮겼다. 살며시 뜬 눈으로 날렵한 콧날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곱게 감긴 눈은 아름다웠다. 취한 듯 눈매를 바라보다가 다시금 눈을 감았다.

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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