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타는 글이니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꼭 피해주세요. 제 글을 처음 접하신 분들은 공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개 상 강압적 장면 (체벌, 기합 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결제선 이후로는 일반적인 이야기 입니다.

*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는 전혀 다른 가상의 세계관, 허구적 내용입니다.
* 이 글에 작가의 가치관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김정우

이다온





낙오 完 : 찬란한 햇살




그 날부터 다온은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정우와 함께 어떤 곳이 좋을지 성적을 맞춰 대학을 알아보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실기도 준비했다. 정우는 준비 기간 내내 다온이 제대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덕에 다온은 아주 신나게 얻어맞았지만.)



" 이게 맞아? "

" 아니요.. "

" 긴장 끈 자꾸 놓을래? "

" 죄송합니다.. "



올라와. 정우의 말에 책상 위에 올라가자마자 발바닥에 떨어지는 매에 다온은 눈을 질끈 감았다. 발바닥은 맞아도 맞아도 적응이 되기는 커녕 더 아팠다.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 맞아서 그런 건지, 원래 아픈 부위인 건지... 아무튼 매가 발바닥에 닿는 순간 정말 말도 못하게 아팠다.



" 으아. 너무 아픈데.. "

" 아프라고 때리는 거니까, 당연히 아프겠지. "



제 하나뿐인 선생님은 참 말도 얄밉게 하는 재주가 있단 말이지. 다온이 인상을 찡그리며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기 위해 애썼다. 진짜, 너무 아파. 그냥 못 맞는다고 울어버릴까. 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 발가락 맞고 아프다고 징징거리지 말고. 발 안 펴? "

" 으, 접고 싶어서 접는건... 아닌데.. "

" 더 맞고 싶어서 발바닥이 간질간질하지? "



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정이 끝나고, 정우에게 하루에 두 번꼴로 매일 혼이나다 보니 부쩍 가까워진 건지, 다온은 요즘 들어 혼이 날 때 툴툴거리곤 했다. 그 모습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다온이 어째 점점 김선우를 닮아가는 것 같아서 정우는 아주 잠깐 아찔했다. 김선우가 두 명이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일이었다.



" 아윽, 쌤, 잘못, 했어요.. "

" 너 이제 입 열면 처음부터 다시야. "



아, 다온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정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냥 이번부터 다시 맞을래? 정우의 협박에 그건 아니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몸을 돌린 다온은 제 바지를 세게 부여잡았다. 집중을 못하면 무려 스무대나 맞아야 했는데... 이제 겨우 반절 맞았다. 다시 돌아가면 사십 대나 맞아야 한다는 건데, 그건 정말 죽어도 싫었다.



" 후우, 읍. "



이를 악물며 무려 연달아 여섯대나 겨우 버티던 다온은 네 대를 남기고 불타오르는 발바닥을 식혀주고 싶은 의지를 꺾지 못하고, 손을 대고 말았다. 이럴 때 수족냉증이라 다행인 걸까... 손에서 느껴지는 찬 기운이 아주 잠깐이지만 발바닥의 열기를 가라앉혀주었다. 그 후 정우의 눈치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단 네 대만을 남기고 정우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는지 손 치우라는 짧은 경고뿐이었다. 아, 다행이다. 정우의 말에 빠르게 손을 앞으로 가져간 다온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정우는 뜬금없이 헛웃음이 나왔다. 다시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으면서, 아프긴 더럽게 아픈가보다 싶었다.



" 손 머리. "

" 네..? "

" 네 대 남았어. 머리에서 손 내려오면 진짜 처음부터야. "

" 으... 네. "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정우의 살벌한 경고에 다온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절대, 절대 이 손을 놓지 말자.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 다짐은 오늘 느꼈던 통증 중 가장 강하게 내려쳐지는 매에 아주 잠시 위험하긴 했지만, 으, 윽, 악.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고통 어린 신음과 함께 버티긴 했다.



" 정신 차려, 정신. 너는 남들보다 더 빡세게 머리 굴려도 모자랄 판인데. 빨리 내려와서 다시 풀어. "

" 으... 네.. "



발바닥이 너무 아프니까 다른 곳을 때려달라고 애원도 해봤지만, 수험생은 발바닥 말고는 때릴 곳이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다온이 이유를 묻자, 정우가 뭐라고 했더라. 의자에 계속 앉아있어야 되니 차라리 발바닥이 아파서 못 걷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했었다지. 그 소리를 처음 듣고 다온은 경악을 하며 선우에게 연락을 했었다. 선우도 역시 김정우 답다며 포복절도를 했었다.


불타오르는 발바닥이 바닥에 닿자마자 찌릿한 감각이 머리까지 타고 올라왔지만, 빨리 앉으라며 이미 자리에 앉아 손짓하는 정우 때문에 울상을 지으며 천천히 자리에 앉아 펜을 들었다.

생각보다도 더 지옥 같은 입시 준비였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6,616 공백 제외
4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