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녤 X 옹

*센티넬버스

*년짼 요소 약간 

*(21.01.16추가) 최근 이슈로 유료로 전환합니다. 








십원어치 만큼의 재미도 없는 기획 회의는 영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더니 흐아아암 소리가 제어도 없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프리젠테이션을 열심히 설명하던 대리도, 할 것도 없는 메모를 낙서처럼 끄적거리던 직원들도 모두 순간 고개를 돌려 흘끔흘끔 쳐다봤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흠흠, 하는 과장의 헛기침 소리에 다들 다시 프리젠테이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큼지막한 날개를 달고 내려온 낙하산, 강다니엘에게 잔소리를 할 정의로운 용사 같은 건 꽉 막힌 회의실 안에 없었다.


졸려서 그런가,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뜬 다니엘의 시야가 흔들렸다. 울렁거리는 기분. 다니엘은 입맛을 쩍쩍 다시며 눈을 꾸욱 감았다 떴다. 조금 더 멀끔해진 시선에 들어온 것은 잘게 흔들리는 물컵의 표면이었다. 어, 뭔가 흔들리는...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꽈르릉,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창틀 사이에서 진동하던 유리창이 차례로 깨지기 시작했다. 으아악 소리와 함께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사무실을 달려나갔다. 사무실 뿐만 아니라 건물이 통째로 요동치고 있었다. 팀장님, 다니엘씨. 빨리요! 빨리. 그 와중에도 회장님 손주를 챙기는 영특한 직원이 있었다. 쟤 이름이 뭐더라, 기억은 안나지만 기억해 놔야지. 위급 상황에 엘리베이터가 위험하다는 건 뇌보다는 살고자 하는 본능이 먼저 기억하고 있어서, 헐레벌떡 비상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사무실이 높은 층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계단을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비에 다달았다. 정문이 코 앞이라 한시름 놓았나 싶은 순간 다니엘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 쿵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



괜찮아요?


까마득한 것 같기도, 가까운 것 같기도 한 목소리가 귀에 와 박혔다. 죽어서 천국에 왔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니엘이 게슴츠레 눈을 떴다. 시야를 막는 뿌연 먼지가 풀풀 떠다니고 사이렌 소리, 신발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는 걸로 봐선 다행히 살아있는 듯 했다. 분명 건물 탈출이 목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맨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일어나려고 허리에 힘을 주는데 그제서야 다리가 아픈게 느껴졌다. 한번 깨닫자 온몸으로 고통이 번져왔다. 얼마나 아픈 건지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하반신에 통증이 몰려왔다. 겨우 고개를 들어 피투성이인 자신의 다리를 목도한 다니엘은 으아악!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조금 전 제게 괜찮냐고 물어왔던 사람이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는 다니엘에게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어우 다리 어뜨케 이거...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도록 꿍얼거리는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걱정만 하지말고 사람 좀 불러달라구요, 다니엘은 입 밖으로 제대로 된 소리도 못내고 끙끙거렸다. 주춤거리며 제 곁에 다가온 남자는 흐리멍텅한 시야로 대충 봐도 잘생겨 보였다. 옆에 멀뚱히 선 잘생긴 남자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다니엘을 가만 내려다 보기나 하고 있었다. 뭐하는거야, 도와줄 사람 안부르고. 몽롱해져가는 의식 너머로 푸르게 반짝이는 빛이 보였다. 흐릿한 의식 가운데도 서서히 통증이 잦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다니엘이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을 때 곁에 있던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특별하고 평범한 이야기

/w Rose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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