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나를 잊어주오
점멸하는 가로등 앞에서 울던 나나
진탕 취해 주황색 울부짖음을 흩뿌리던 나나
가슴앓이하며 창 밖을 방울지게 쳐다보던 나나
겨우살이처럼 파란색 드링크를 껴안던 나를 잊어주오
밤이여 나를 잊어주오
금방이라도 떨어질 빗방울을 기다리던 나나
장마의 끝자락에서 시작을 고대하던 나나
떨어지던 빗방울을 맞으며 서 있던 나나
멍하니 거리거리를 거닐던 나를 잊어주오
그리하니 밤이여 나를 잊어주오
의미없는 새벽별을 찾아 휘청이는 나는 아직 있으니
혹여나 동정심에라도 휘청이는 자를 잡아주지 마시오
새벽별을 맞이하면 나는 또 저녁을 보게 될 테니
어두운 색으로 그저 나를 숨겨만 주고
한 줄기 오렌지색 빛도 내려주지 마시오
밤이여 나를 잊어주오
아무렇게나 쓰러진 자는 잊어주오
거리 한 구석에 쓰러진 자는 잊어주오
버려진 천엽의 한 조각같은 자는 잊어주오
어차피 의미없는 여름의 의미없는 조각,
그러하니 밤이여 부디 나를 잊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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