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학

멀리 떠나온 날에 낯선 숙소에서 

마른 오징어를 굽고 있었는데

어두워지는 창 밖으로 먼 바다가 보였는지 

어느새 검은 눈빛으로 살아난 오징어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인다. 

오징어는 먼 바다를 바라보고 

나는 먼 시절을 바라본다. 

푸르른 저녁

하루의 노동이 이미 힘겨웠을 아버지는 

연탄불이 지펴진 손수레를 끌고 나가 

오징어를 구우셨다. 

바다의 빛깔을 담은 오징어의 눈빛 

서글퍼지고

조금씩 밤이 깊어질 무렵이면 

아버지는 마치 관객을 불러 모으는 광대인듯 

춤을 추기 시작하셨다. 

뜨거운 불 자락에 손가락을 데이고 추는 춤, 

아, 불 앞에서도 여전히 추웠을 이가 추던  그 춤을 

우연히 엿보고 난후 

나는 한번도 그 춤을 잊은 적이 없었다. 

오늘 낯선 곳에서 마른 오징어를 굽다가 

나 이렇게 춤을 추어보는데

저 먼 바다에 해가 지고 또 떠오를 때까지 

아버지처럼 춤을 추어보다가 나는 

그 먼 시절 아버지가 춤을 추실 때 

단지 추위를 잊으려고 추신 것이 아니라 

바다가 내는 아름다운 물결 소리를 따라 

추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춤을 추시면서 아버지는 

손수레 위의 저 작은 불기들이 

어느 추워져가는 바다에 닿고 또 닿아서  

기적이라는 듯이 크고 따뜻한 바람으로 

일어서기를 바라셨던 것이며 

아버지를 춤추게 하던 추워져가는 바다

하지만 삶의 고비마다 어디선가 불어온 온기에 

기적이라는 듯이 데워지던 그 바다가 나였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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