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기 아이들의 첫 입학식



첫 입학식때, 하스노소라로 들어온 아이들은 처참한 학교의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큰 지진이 학교를 강타했단건 다들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직접 보는 학교의 참상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쑥대밭이 되어 있는 부 활동실 건물 앞에서 어떤 아이 하나가 건물 잔해 앞에서 눈물 짓고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모모세 긴코였다.


"할머니의 예악부가... 할머니의 예악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


긴코의 할머니가 이 하스노소라의 예악부 출신이라 했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예악부의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여 직접 그 참상을 보기 위해 입학했다.

막상 눈으로 보니 이건 너무 끔찍했다.


"이건, 이건 너무하잖아!"


곁에서 그걸 지켜보던 한 아이가 그 주변을 돌아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카치마치 코스즈였다.


"겨우 교실만 남아있어. 강당이랑 부 활동실은 손도 못댈 정도야."


코스즈가 체념하듯 말했다. 역시 말 속에 슬픔이 묻어나왔다.

그럴때 뒤에서 또다른 아이가 긴코에게 다가온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안요지 히메였다. 그 아이는 말없이 긴코의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긴코..."


그 모습을 보는 히메도, 그 주변에서 그 둘을 바라 보는 코스즈도 그 슬픔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특히 히메의 경우는 그 슬픔이 남달랐다. 연화제 때의 그 사건은 히메를 충격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메구미와 루리노에게 벌어진 일로 인해 히메는 겨우 찾은 활력마저 다시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건 마치 [부모를 두번 잃어버리는 슬픔]과도 같았다.

히메는 1년전에 부모를 잃었는데, 그 슬픔을 메구미와 루리노로 떨칠수 있었다. 부모님의 빈 자리를 그 두 사람이 채운것과 같았다. 그랬는데 그 둘이 다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든걸 잃어버린것 같은 허탈감에 사로 잡혔다.


'메구미... 루리노...'


히메는 그 둘의 이름을 속으로 나마 부르며 긴코를 달래주었다. 저 만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코스즈는 어디서 부터 어떻게 저 두 친구들의 슬픔을 달래줄 수 있을지 알수 없었다.


'난 아무것도 할수 없는 걸까? 또?'


그럴때 였다. 너무 슬픔에 사로잡힌 나머지 돌아버린 것인지, 아니면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그 세 아이들을 부른다.


[얘, 거기서 왜 울어?]


아이들이 고개를 돌아보니, 눈 앞에 늑대 가면을 쓴 키 작은 아이가 나타났다.

스카프 색도 노란색이라 아이들이 자기랑 똑같은 1학년 친구라 착각해 버렸다.


"넌 누구야?"


긴코가 먼저 묻는다. 그러자 늑대 가면을 쓴 애가 다가와 대답한다.


[나는 늑대님. 진짜 이름은 말 못해. 사정이 있어]


늑대님의 말에 히메가 묻는다.


"우리 앞엔 왜 나타난거야?"

[너희, 스쿨아이돌과 꽤 관련있어 보이길래]

"뭐?"


늑대님의 스쿨아이돌이란 말에 아이들이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히메가 늑대님에게 다가와 두 팔로 늑대님의 양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너, 스쿨아이돌과 관련있는 사람이야?"

[어이 어이, 이거 놓고 얘기해라. 우선 진정해! 그리고 너도 이리 와라. 카치마치 코스즈]

"어? 나? 나는... 왜?"

[너도 같이 들어야 하는 이야기니까]


그렇게 늑대님에게서 스쿨아이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번에 난 큰 지진으로 인해 스쿨아이돌 부 실은 물론 강당마저 무너져 버렸다. 거기다 스쿨아이돌 부 아이들이... 많이 다쳤다. 그나마 다행인건 죽은 사람은 없어.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거다. 너희가 해 줘야 할 일이 있어서 너희들을 부른거다]


늑대님의 말에 긴코가 무서운 눈을 하며 늑대님에게 물었다.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되지?"

"그래, 우리가... 무엇을 하면! 메구미와 루리노가 다시 의식을 되찾을 수 있는거지?"


히메까지 합세해서 늑대님에게 묻는다. 그러자 살짝 당황한 늑대님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늑대님은 저 뒤에서 살짝 겉도는 코스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애들을 진정시킨 다음에 코스즈의 앞으로 다가가는 늑대님이었다.


[얘, 카치마치]

"네? 네?!"

[너의 힘도 필요해]

"제, 제가요? 지천에 널린 개똥만도 못한 존재인 제가요?"

[지금부터 잘 들어라. 너네 셋이 힘을 합쳐서 내가 보내주는 '또다른 하스노소라'로 들어가서 그 안에 갇혀있는 선배들 혼을 너희들이 갖고 나와야 해. 안그러면 너네 선배들... 다 죽어!]


늑대님의 말에 세 사람은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다 죽는다니, 그 만큼 선배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건가?

그럴때 긴코가 묻는다.


"또다른 하스노소라 라니? 거긴 또 뭐하는 곳이야?"

[이를테면 생사의 갈림길이자 미련덩어리인 공간이다. 사람이 죽기전에 미련이 있다면 그곳에 가 있곤 하거든. 지금 너네 선배들 죄다 거기 가있단 말이지. 그 곳은 연옥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사람이 죽기전에 가는... 그런 곳!]


아이들은 늑대님의 말에 그제서야 저 늑대님이 보통사람은 아니란걸 깨달았다.

그러자 히메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럼 거기 가서 선배들 혼을 구해오면 되는거지?"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것이다. 왜냐면 그 곳은 미련덩어리인 공간이라, 미련에 절여져서 그 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 녀석들이 있단 말이다! 그래서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에 너희들 셋이 같이 가야 한다]


그러면서 늑대님은 아이들에게 각자 세가지 징표를 주었다. 긴코에게는 모자, 코스즈에게는 초커, 그리고 히메에게는 브로치를 주었다.


[이걸 받아라. 이게 너희들의 선배들이 있는 곳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선배들을 발견하면 지체없이 데리고 와야 한다. 그리고 중간에 무서운 녀석도 있을수 있으니 조심하고]


그렇게 세 아이들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두 아이들이 먼저 늑대님이 열어준 길을 통해 '또다른 하스노소라'로 들어가려는데, 코스즈가 뒤돌아서서 늑대님에게 묻는다.


"그런데 늑대님은 같이 안가?"

[너희 먼저 가면 곧 뒤따라 가마]


그 말에 코스즈는 망설일것 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늑대님은 코스즈 까지 들어가는걸 보며 가면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왜냐면 지금 그녀석들이 날 보면 울어버릴지도 모르거든]


가면을 손에 든 사치가 슬픈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가 열어둔 길 안으로 들어가면서 입구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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