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3.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정말. 이 블로그는 원래 '레코드 레코드'라는 이름으로 오디오 생활과 관련된 이런저런 글들을 올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어려울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같은 이름으로 일종의 오디오 일기를 쓰고 있고, 그것들을 매일 그대로 블로그에 올릴 필요는 없겠지만 일정한 기간이 되어 쌓이면 모아서 올리면 되는 일이니까. 그러면서 조금 더하고 빼면서 다듬으면 더 좋고. 혹은 그것들을 재배치해서 새로운 맥락으로 만들면 더더욱 좋고. 문득 세상 만사가 내 계획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무척 좋을 것이다...

매일 쓰는 '그냥' 일기를 '출판을 위한 일기'로 다듬으면서(오디오 일기는 아니고 다른 일기 이야기다) 뼈저리게 느끼는 문제는 내가 '그냥' 일기를 너무 막 쓴다는 거다. 당연한 거 아냐?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카프카나 실비아 플라스나 버지니아 울프나 요나스 메카스 등의 일기를 보라. 물론 그들도 일기를 막 썼을 수 있다(아마 어느 정도는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말 문제는 그들이 막 쓴 건 재미있는데 내가 막 쓴 건 재미가 없다는 거고, 다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막 쓴 걸 보면서 재밌어 할 수는 있는데 그게 내 입장에서는 전혀 재미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건 누군가에게 공개될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사람 특유의 자의식, 직업의식, 허위의식, 혹은 그냥 의식 등등과 관련이 있는 거라 나로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냥 안 쓰고 말지.

물론 안 쓸 수 있다면 진작에 쓰지 않았을 것이고 이토록 가늘고 긴 문필활동(가늘고 긴 문필활동을 원했던 건 아니지만)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지는 않았을 거다. 여전히 나는 글을 쓰고 그러다 문득 예전에 쓴 글들이 어디로도 닿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꼭 어딘가에 닿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닿으면 좋지 않을까? 최소한 읽고 재밌어 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나도 어느덧 나이를 먹은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러면서 예전에 쓴 글들을 이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내가 써왔던 글들이라는 게 결국엔 책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크게 책과 음악과 영화로 나뉘어진 블로그 카테고리 중 책에 관련된 포스팅만 늘어나는 게 균형이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바로 잡아야 할 문제처럼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얼핏 보면 괴로울 일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처럼 한가롭게, 그러나 자세히 보면 괴로울 일이 많지만 거기에 사소한 괴로움까지 알뜰하게 더하는 사람처럼 강박적으로...

사실 영화 카테고리는 만들 생각도 없었는데 영자원에 연재 중인 '한국 영화에서 길을 잃은 한국 사람들'을 쓰다가 남은 [드라이브 마이 카] 이야기를 올리면서 즉흥적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내내 한 개의 포스팅만 있는 게 신경 쓰였는데 예전에 지금은 사라진 은평문학영화제와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이 두 영화제는 왜 폐지되었을까? 이름을 쓰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운데)에서 진행한 일종의 지브이를 위해 쓴 두 개의 스크립트를 발굴해서 올렸고 이제 문제는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포스팅 수 2에 머물러 있는 레코드 레코드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다. 자꾸 문제 문제 하는데 사실 여기에 진짜 문제는 하나도 없고 나만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진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는 몰라도 내 인생에는... 

아무튼!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기다려서 처음 오디오 일기를 쓰기 시작한 1주년을 맞아 오늘과 지난해 오늘의 일기를 겹쳐서 쓰는 일종의 D D Double Diary Yo 같은 걸 쓰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냥 조금 더하고 빼면서 다듬기를 포기하고 일정한 분량의 일기를 나누어 올리기로 했다. J. J. 그랑빌의 '술술 풀어서 토막으로 파는 문학'(1844)처럼. 순대를 썰듯 필요한 중량(gram)에 맞춰 장인이 손수 LP를 썰어주던 전통적인 방식처럼. 혹은 그냥 일기처럼. 그렇게 마음 먹고나니 문장은 둘째치고 너무 미친 소비인간처럼 보일 것 같아서 두렵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백지영을 따라 말하자면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출처는 세스 프라이스의 <확산>(차승은 옮김, 미디어버스)
"180g 두 장하고 140g 세 장 주세요. 다섯 장은 일반으로 주시고요."


21.10.02.

*주문한 LP
-Seam [Headsparks]
-LCD Soundsystem [Sound of Silver]
-Matt Berninger [Serpentine Prison]
-Black Country, New Road [For the first time]
-Manic Street Preachers [Generation Terrorists]
(아마존)

새로운 취미: 아마존과 메타복스 들락거리며 위시 리스트에 판 넣기. 얼마 전까지 알라딘 보관함에 책을 가지고 그렇게 했던 것처럼... 

그러면서 내가 여전히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니 분명하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무슨 노래 듣냐고? 그냥 뭐... 옛날 노래지... 브릿팝 그런 거... 블러 오아시스 스웨이드 펄프 기타 등등... 알잖아... 같은 느낌으로 살았지만, LP로 갖고 싶은 음반을 생각하다 보니 거기에 블러 오아시스 스웨이드 펄프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니까 듣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한정된 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렸다고 해야 한다. 물론 돈은 늘 한정된다...

여전히 갖고 싶은 옛날 앨범들: 

뉴오더의 80년대 앨범들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내가 갖고 싶은 건 [Power, Corruption & Lies]의 커버 그리고 [Substance]의 노래였다. 전자는 너무 비쌌고 후자는 아예 팔지 않았다. 대신 아마존에서 90년대의 [Republic]를, 알라딘에서는 00년대의 [Get Ready]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어서 주문할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결국 주문하지 않음).

펫숍보이스는 어떨까? 한 장만 고르라면 당연히 [Behaviour]겠지만 재고가 거의 없거나 비싸고,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옵션으로는 [Release]가 있었다.

진의 25주년 앨범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가장 좋아하는 [To See The Lights]가 미공개 데모와 라이브 등을 추가한 딜럭스 버전으로 새로 나왔다. LP로도 딜럭스 버전이 나오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물리적인 한계 때문인지 원래 앨범에 들어 있는 노래들이 2장의 LP에 담겨서 나왔다. 그게 조금 별로였지만 스트리밍 사이트나 유튜브에서 들을 수 없는 음반이라는 점(물론 집에 CD로 있긴 하지만 그걸 언제 듣겠는가?)이 마음에 걸린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 꼭 사야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걸 억지로 참고 있는 중이다... 5만원 대라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LP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시기를 놓치면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다. 

그밖에 
-클래시의 [London Calling]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도브즈의  [Lost Souls]
-제프 버클리의 [Grace] 
-포티셰드의 [Roseland NYC Live] 
-씸의 모든 앨범. [Are You Driving Me Crazy?]나 [The Pace Is Glacial]을 더 갖고 싶었는데 파는 건 [Headsparks] 뿐이었다.

다음으로는 앨범이 아니라 싱글로, 그러니까 이 노래를 LP로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고: 

-'All My Friends'가 있는 LCD Soundsystem의 [Sound of Silver]
-'Modern Love'가 있는 보위의 [Let's Dance]
-'Someone Else To Be'가 있는 피터 도허티의 [Peter Doherty and Puta Madres] 
-'Ghost Town'이 있는 카녜 웨스트의 [Ye]
-'Friday 13th'가 있는 고릴라즈의 [Strange Timez] 등등...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여성 뮤지션들의 음반도 갖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피비 브리저스의  [Strangers In The Alps]
-샤론 반 이튼의 [Remind Me Tomorrow]  
-스텔라 도넬리의 [Beware of the Dogs]
-피오나 애플(최근에 알게 되진 않았지만 언제나 좋아하는)의 모든 앨범... 그런데 최신 앨범 말고는 LP를 구할 수가 없어서 좀 의외였다.

그밖에도 맷 버닝거, 퐁텐 D.C., 블컨뉴로 등등도 사고 싶고... 으악 사고 싶은 게 정말 너무 많아!!! 


21.10.04

*주문한 LP
-Gene [To See The Lights]
-New Order [Get Ready]
-Stella Donnelly [Beware of the Dogs] 
(알라딘) 

*주문한 기기 및 용품
-AT-LP60X BT (턴테이블)
-AT6011a (정전기 방지 브러시)

결국 턴테이블 사버렸다. 오디오테크니카의 가장 저렴한 입문용 턴테이블이라는 LP60 사려다 조금 비싸지만 편의성을 위해 블루투스 버전으로 샀다. 잘 쓰지 않고 그나마 구글 홈 미니랑 연동해서 종종 듣는 마그낫 프라임원이랑 연결할 수도 있고, 컴퓨터에 물려 있는 인티머스 미니 앰프에 연결할 수도 있으니 무척 합리적인 소비처럼 느껴졌다. 가장 합리적인 소비는 무소비겠지만...

알라딘에서 진이랑 뉴오더 앨범 샀다. 여기에도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그러니까 소량 생산->품절 및 절판->프리미엄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LP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오 여기 생태전문가 납셨네... 스텔라 도넬리 데뷔 앨범도 샀는데, 그건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윤리적인 이유에 더 가까웠다. 너무 남자 뮤지션 앨범만 사다 보니까 내가 너무 쓰레기 같고 성비를 조금이라도 맞춰야 할 것 같아서... 

주문하자마자 턴테이블은 언제 오나, 아마존 LP는 배에 실렸나, 알라딘 LP는 재고가 확보되었나 들락날락 하게 된다. 한동안 운전해서 출퇴근 하다가 특별한 일이 없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고 음악을 더 귀기울여 듣게 되었다. 아무래도 운전하는 동안에는 음악을 바로바로 바꾸기가 힘들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음악, 그러니까 잘 아는 음악을 듣게 되는 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이것저것 바꿔 가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 어떤 음악을 바이닐로 들으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그러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 나 포스트 펑크(셰임, 퐁텐디씨 등등) 좋아하냐? 


21.10.07.

*주문한 LP
-Shame [Drunk Tank Pink](Opaque Pink LP)
-Sharon Van Etten [Remind Me Tomorrow]
-Vince Guaraldi Trio [A Charlie Brown Christmas](2021년 실버 호일 에디션) 
(알라딘)

-Jeff Buckley [Grace] 
-Gene [Yours For The Taking](베스트 앨범)
(도프 레코드)

-Gorillaz [Song Machine, Season One]
-Phoebe Bridgers [Stranger In The Alps] 
-New Order [Power Corruption & Lies
(사운드룩)

-V.A. [Trainspotting O.S.T.](Limited Orange 2 x Vinyl) 
-Pet Shop Boys [Behaviour]
(레코드스톡)

-TLC [Crazysexycool]
(인터파크-CD파크)

-David Bowie [Let's Dance](2018 Remasterd Version)
-Portishead [Roseland NYC Live] 
(라보앤드)

며칠 동안 독서평설 원고 쓴다고 붙잡고 있었는데 좀처럼 써지지 않아서 스트레스 받았다. 6일까지 마감하고 7일에 정지돈X황예인 만나러 합정 가는 길에 메타복스 매장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하고 구입할 목록(피비 브리저스, 보위, 제프 버클리, 클래시, 글렌 글드...)까지 생각해두었는데, 밤을 새고도 마감 못해서 약속 시간 직전까지 커피숍에서 마저 쓰고 가느라 그러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갈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저녁 먹고 합정 한 바퀴 산책하느라 결국 가지 못했다. 턴테이블 오늘 도착 예정이라는 문자 받고 새로운 음반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아마존과 알라딘에 주문한 앨범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오프라인에 직접 가려고 했던 거고... 

8시쯤 작업실 도착해서 거대하지만 가벼운 턴테이블 상자를 경건한 마음으로 개봉했다. 언박싱 영상이라도 찍을까, 제법 요즘 사람처럼 생각해보았지만 그냥 한번 웃고 말았다. 진짜 별... 유튜브를 보며 간단한 조립을 마치고 마그낫 프라임원에 블루투스로 연결하려고 했는데 문득 연결이 잘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이를 먹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 했다.

물론 연결은 잘 되었고, 아직까지는 유일한 LP인 매닉스 2집을 올려보았다. 지징, 하며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 퍼지한 기타 프레이즈가 울렸고 그래 이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로소 꿔둔 보릿자루 같던 마그낫 프라임원이 제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라고 할까? 확실히 일체형 턴테이블하고는 느낌이 달랐다. 나는 황급히 스마트폰을 들고 알라딘에 주문한 LP가 언제 도착할 예정인지 확인했다.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겸사겸사 몇 장 더 새로 주문했다. 내가 늘 좋아하는 빈스 과랄디 트리오의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앨범이 한정판으로 나왔다고 해서 참을 수 없었고, 셰임은 오파크 핑크라고 하길래, 그리고 섀론 반 에튼은 여성 뮤지션의 비율을 최소한이나마 맞추기 위해서...

알라딘, 메타복스, 김밥레코드 들락거리다가 아무래도 다른 데가 더 있겠지 싶어 검색했더니 도프레코드와 서울바이닐이란 곳이 나왔다. 역시 신보 위주고 다른 데서 품절된 건 여기서도 거의 다 품절이구나, 내가 찾는 건 없구나 하다가 진 새로 나온 베스트 앨범이 다른 데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올라와 있길래 곧바로 회원가입하고 주문했다. 무료배송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제프 버클리도... 정말 나의 소비란 얼마나 합리적인지 매번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일산에는 LP 매장이 없나?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검색 결과 정발산 쪽에 닥터그루브라는 곳과 서구 쪽에 뮤직베이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닥터그루브는 신보와 조금 비싼 중고반을 주로 취급하고 뮤직베이는 예전에 라이센스로 나왔던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반을 주로 다루는 것 같았다. 어느새 약간 리트머스처럼 쓰게 된 new order, pet shop boys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뮤직베이에는 과거에 등록되었던 중고 매물이 떴는데 내가 사고 싶은 앨범들이 1~2만원에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약간 배가 아프기도 했다. 그런데 배가 아프다는 표현이 맞나? 실제로 조금 배가 아프긴 했는데, 어제 정지돈 황예인과 함께 자담 맵슐랭 치킨을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구글링 하다가 누군가 LP 판매 사이트를 정리해둔 게시글 보고 둘러보았다. 중고 LP를 파는 곳이 많은 건 알겠는데 신보 바이닐을 소규모로 수입해서 파는 곳도 많아서 조금 놀랐다. 독립출판물을 제외하면 일단 온라인 서점에 거의 모든 책이 등록되고 작은 서점에서는 큐레이팅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대형 몰에서 팔지 않는 음반들도 많고 가격도 제각각이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아마존에도 없어서(너무 비싸서) 거의 포기하고 있던 [Behaviour], [Power Corruption & Lies]를 발견했다. 각각 다른 곳이었는데 역시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배송비를 줄이기 위해 뭘 사야 하지? 하다가 오늘 메타복스에 가면 사려고 했던 피비 브리저스랑 고릴라즈 사고 다른 곳에서는 트레인스포팅 OST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팔아서 무의식중에 같이 결제해버렸다.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글쎄, 되는지 안 되는지는 우선 6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하고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굳이 몰마다 들어가서 일일이 음반을 검색해야 하나? 그냥 다른 물건 사듯이 네이버에 치면 가격 비교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검색하니 아니나 다를까, 가격 비교가 좌르륵 쏟아졌다. 왜 나는 몇 시간 동안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new order니 pet shop boys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고 있었던 건지... 

그 결과 포티쉐드의 로즈랜드 라이브를 싸게 파는 곳을 발견했고, 역시 배송료를 줄이기 위해 오늘 메타복스에서 사려던 보위를 같이 주문했다. 그러면서 아마존에서 사고 싶었지만 너무 비쌌거나 개인 판매자라서 주문하기 좀 꺼려졌던 음반을 검색했는데 TLC는 놀랍게도 인터파크에 국내재고가 있는 숍이 있어서 주문했고(약간 비쌌지만 무료배송) 카녜 웨스트는 3만원 무료배송 이었는데, 해외 주문이어서 혹시라도 아마존 주문이랑 같은 날 들어와서 세금이 붙을까봐 보류했다.

물건을 사면 최소한 물건을 사는 그 순간은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클릭 클릭 클릭 띠딩(카드 사용 내역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 속에서 어느새 좋음 보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이 더 커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과 죄책감을 잊기 위해 또 다시 주문을 하고 있는 나도... 설마 이런 게 「중독」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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