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아수영 전력 60분 4주차 참여작 (약 7300자)

* 유상아와 한수영이 하우스메이트 (아직 안 사귐)

* 다음 전력주제 공개 후 비공개로 돌아갑니다

 

 

 

 

 

 

 

 

 

수영은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 정도는 되도록 입 닥치고 쪼그라져 있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봤을 때, 반사적으로 제 목을 뚫고 나오는 고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야! 이거 계약 위반이잖아!”

 

 

수영이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며 소리를 치자 상아의 발치에서 허겁지겁 무언가를 먹고 있던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식겁을 하며 도망쳤다. 개중에는 하악질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상아가 탓하는 목소리를 냈다.

 

 

“애들 놀랐잖아요.”

“내가 더 놀랐거든?”

 

 

상아와 수영이 하우스메이트로 계약을 할 때, 분명히 계약서에는 상대의 동의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조항도 있었다. 그런데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라니? 수영이 상아 쪽으로 조금 더 다가서자 안 그래도 구석에 박혀있던 새끼 고양이들이 털까지 세워가며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너무 겁을 먹고 경계를 하는 바람에 수영도 더는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영은 상아와 애매하게 떨어진 거리에서 멈춰선 채 추궁했다.

 

 

“아니 벽 도배하는 중에 웬 고양이야? 어디서 데려왔어?”

“데려온 거 아니에요. 도배하느라 문 열어놨더니 현관 앞에서 돌아다니길래 밥을 좀 줬을 뿐이에요.”

 

 

수영은 꼬질꼬질 볼품없는 새끼 고양이들을 보다가 한쪽 구석의 벽에 눈길을 줬다. 초배지가 군데군데 발라져 있는 보기 싫은 시멘트벽이 새끼 고양이들만큼 초라했다.

 

얼마 전 윗집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그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도배를 진행하게 됐다. 그러니까 도배하느라 문을 열어놨다는 건 사실일 테다. 새끼 고양이들이 현관에서 얼쩡거렸단 말은 믿을 수 없지만.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이 같이 사는 집은 5층에 있었다. 새끼 고양이가 뭘 어떡하면 아파트 5층까지 걸어 올라온단 말인가.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나.

 

 

“그게 말이 돼?”

“말 안 되면 어쩔 건데요?”

 

 

상아답지 않은 날카로운 반문에 수영은 움찔했다. 표정을 살피자 상아는 지금 네가 나한테 당당히 소리칠만한 입장이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고양이 때문에 놀라서 잊고 있었던 사실이 다시 떠올랐다.

 

도배 일정이 잡힌 후, 상아는 기존에 잡혀있던 일정을 취소했다. 업체를 부르긴 했지만 지켜보며 거들어야 할 게 많은 일이라 둘 다 집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수영에게도 이번 주말은 집에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때 수영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대답만 잘했다. 막상 당일이 되자 밤새 술을 마시고 이제야 돌아왔으니까. 자기는 선약까지 취소했는데 수영은 없는 술자리까지 만들어내서 느지막이 기어들어 오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그렇게 술을 먹을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긴 했지만, 유상아에게는 말해줄 수 없는 이유였으므로 수영은 머리만 긁적이며 기세를 죽였다.

 

 

“그거 다 먹이면 내보내야 해.”

 

 

상아는 대답 없이 음식이 담긴 접시를 고양이들이 숨은 구석 쪽으로 옮기기만 했다. 수영이 걸음 하나 옮길 때마다 예민하게 굴던 새끼 고양이들은 상아에게는 별 경계가 없어 보였다. 오늘 처음 만난 건 상아나 수영이나 똑같을 텐데도. 그 사실이 어쩐지 못마땅했다. 수영은 고양이들에게 관심을 떼려고 일부러 다른 질문을 했다.

 

 

“도배하는 아저씨들은 어디 갔어?”

“벽지를 잘못 가져오셨다고 다시 새 벽지 가지러 가셨어요. 곧 돌아오실 거예요.”

 

 

그리고 대화가 중단됐다. 수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 자리를 어색하게 맴돌았다.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 당장에라도 침대에 몸을 던져넣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여기서 냉큼 자러 갔다간 정말로 호랑이처럼 변한 유상아를 상대해야 한다. 유상아를 머리끝까지 화나게 만드는 것보단 제 머리가 좀 아픈 게 나았다.

 

한동안 고양이들이 내는 찹찹 소리만 집 안에 울려 퍼졌다. 접시에 고개를 처박은 고양이들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상아가 문득 고개를 들어 벽지가 다 벗겨진 벽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수영에게 눈을 돌렸다. 그 시선이 별로 곱지 못하다. 할 말이 있는 듯해서 얌전히 기다리자 아니꼬운 시선으로 수영을 훑던 상아가 입을 열었다.

 

 

“수영 씨, ‘에드거 앨런 포’라는 작가 알아요?”

 

 

뜬금없는 화제에 수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추리소설 작가 아냐?”

“그 사람이 쓴 소설 중에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벽에 묻어버렸는데 실수로 고양이까지 같이 묻어버려서 들켰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너는 가끔 섬뜩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더라.”

 

 

고양이, 벽, 시체. 여기엔 고양이도 있고, 시멘트가 드러난 벽도 있다. 시체는 없지만, 상아가 누굴 시체에 대입하고 싶어 하는지는 뻔했다. 그 의미를 못 알아들은 척 딴청을 부리는 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상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영 씨, ‘에드거 앨런 포’라는……”

“아! 그래 내가 잘못했다. 오늘 도배하는 날인 거 알면서도 거나하게 술 마시고 이제 들어와서 미안하다고! 3일간 설거지는 내가 할게. 됐지? 아니면 뭐 더 해주랴?”

 

 

어떻게든 어영부영 넘어가려던 수영은 상아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탓에 결국 소리를 빽 질러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새끼 고양이들은 다시 한번 하악질을 하며 상아의 뒤로 도망쳤다. 한층 더 짜증을 부추기는 모습이었다. 먼저 잘못을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처럼 보일 것을 알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이 상황이 그 유상아 입에서 ‘널 벽에 묻어버리고 싶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인가? 씩씩대고 있는데 불시의 카운터 펀치가 날아들었다.

 

 

“저한테 전화해서 무슨 말 했는지 기억 안 나요?”

 

 

멍하니 상아의 말을 되새기던 수영은 황급히 핸드폰을 들어 통화기록을 확인했다. 새벽 3시쯤에 유상아와 통화한 내역이 찍혀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통화 시간이 무려 1시간 3분 27초다. 헉……, 뭐지? 수영이 당황해서 다시 상아의 얼굴을 보자 상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못 할 거라 예상은 했는데 진짜 기억 못 하니까 짜증 나네…….”

 

 

와. 진짜 화난 모양인데. 상아는 어지간해선 저렇게 직접적으로 ‘짜증 난다’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쩐지 답지 않게 벽에 묻어버린다는 협박까지 동원한다 싶더니, 유상아를 정말 빡치게 한 건 수영의 기억에서 말끔히 사라진 통화 내용인 듯했다. 수영은 오늘 아침 술집 테이블 위에 고꾸라진 자신을 깨우던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쩐지 다들 애매한 미소를 짓고 있더니만…, 힘내라고 등을 두드려주더니만……. 수영은 그것이 술을 마시며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푸념을 늘어놓아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유상아와의 통화 내용을 들어서인 듯했다. 수영은 흠흠 헛기침을 했다.

 

 

“……내가 이상한 소리 했어? 어, 무슨 말이든 취해서 헛소리한 거일걸. 그냥 잊어버려. 물론 그런 헛소리를 1시간 넘게 들어준 건 내가 어떻게든,”

“조용히 해요. 진짜 확 벽에 묻어버리기 전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은 상태로도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했지만 상아는 그 시도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더 자극한 것 같았다. 오늘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면 화가 풀리겠지 싶었는데 아주 안일한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호랑이로 변하기 전에 적당히 눈치 보며 기분 풀어줘야지 하며 돌아왔는데 이미 집은 호랑이굴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수영은 제대로 화난 유상아를 감당할 자신이 벼룩만큼도 없었다.

 

명재경각에 다다른 수영을 구해준 것은 뜻밖에도 새끼 고양이들이었다. 접시를 깨끗이 비운 녀석들은 아직도 배가 고픈지 상아의 발목에 머리를 비비며 밥 더 달라고 야옹야옹 보채고 있었다. 수영은 그 소설처럼 벽에 묻어버리고 싶어도 고양이들은 그러고 싶지 않았던지, 작게 한숨을 내쉰 상아는 부엌 찬장에서 운동할 때 종종 먹곤 하는 닭가슴살을 하나 꺼내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전투적으로 닭가슴살을 찢어 그릇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까지도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서성이던 수영은 상아가 다시 일어서 자신 쪽으로 몸을 돌리자 흠칫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상아의 얼굴은 아까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 닭가슴살에 화풀이를 하고 나자 조금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그래서 수영은 용기를 냈다.

 

 

“내가 대체 뭐라고 했는데 그래?”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가서 죽든 아니면 어떤 이야기처럼 벽에 묻혀 죽든, 어쨌든 새벽에 뭐라 그랬는지는 알고 죽고 싶었다. 수영의 기개 있는 질문에 다시 한번 눈썹을 꿈틀한 상아는, 이내 화내기도 지친다는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다.

 

 

“너 왜 소개팅 나갔냐고 울면서 전화했어요. 난 2년이나 좋아했는데 고작 소개팅에서 만난 놈팽이한테 저를 뺏기게 되면 너무 억울할 거 같다고도 했고요. 정말 하나도 기억 안 나요?”

 

 

어디선가 커다란 종소리가 들렸다. 수영은 의아해졌다. 이 근처에 성당이나 학교는 없는데. 그러나 종소리는 계속 커지기만 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뎅- 뎅- 하는 소리가 요란해지고 나서야, 수영은 그것이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소리임을 알았다. 그 상상의 종소리를 들으며 수영은 상아가 방금 전해준 말을 천천히 곱씹어보았다. 울면서…… 2년이나…… 좋아했는데……?

 

정말로 갑작스럽게도, 종소리가 뚝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단 하나의 생각만이 수영의 머릿속을 점령했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해. 수영은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현관문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처 다섯 걸음을 떼기도 전에 상아가 억센 손길로 뒷덜미를 팍 잡아챘다.

 

 

“또 도망가려고!”

“으아아 놔 이거!”

 

 

수영은 낚싯바늘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물고기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상아 역시 일생일대의 대어를 상대하는 조사(釣師)처럼 온 힘을 다해 수영을 붙들었다. 두 사람의 사투에 놀라 날뛰는 고양이들까지 합쳐지자 집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놔! 싫어요! 캬옹! 어딜 또 줄행랑을 치려고 이래요! 애옹! 몰라 제발 좀 놓으라고! 하아악! 오늘은 절대 안 놔줄 테니 그런 줄 알아요! 시발 진짜 죽어버릴 거야! 경찰이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떠들썩한 소동은 폭력사태라도 난 줄 알고 겁을 먹은 옆집 사람이 후라이팬을 들고 뛰쳐나오고 나서야 가라앉았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탓에 도망갈 의지를 잃은 수영은 숨을 고르며 집 한구석을 떡하니 차지한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소동이 가라앉고 시간이 지나자 녀석들은 진정이 됐는지 저들끼리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젠장, 저것들 여기에 눌러앉을 삘인데……. 지금이라도 저것들 집어 들고 집 밖으로 방생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상아가 입을 열었다.

 

 

“도망칠 거면 확실하게 잘라내고 도망가든가, 그것도 아니면 계속 신경 쓰이게 하질 말든가요. 겁은 많으면서 또 눈앞에 있으면 건드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듯 행동하고……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사람이 대체 왜 그래요?”

 

 

수영은 상아를 올려다봤다. 원래도 키 차이가 있어 조금 올려다보긴 했지만, 지금은 수영이 무릎을 꿇고 있고(어째서인진 몰라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상아는 그 앞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탓에 평소보다 한참을 더 올려다봐야 했다. 눈이 마주치자 상아는 어디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얼굴을 했다.

 

‘신경 쓰이게 한다’나 ‘건드려야만 직성이 풀린다’라는 말에는 공감하지 못하지만, 어찌 됐건 수영이 유상아에게 제 감정을 전할 엄두도 못 내고 그렇다고 또 포기도 못 하는 어정쩡한 마음 상태를 꽤 오래 지속해온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고 어울리지 않는 한심한 짓들도 많이 했다. 근데 그걸 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 진작에? 수영은 그동안 유상아 앞에서 벌인 유서 깊은 뻘짓들을 되짚어보았다. 그러자 온 얼굴이 뜨거워지는 바람에 푹 고개를 숙였다. 너무 쪽팔려서 확 혀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수영이 고개도 못 들고 낑낑대고 있자 상아가 길게 날숨을 뱉었다. 어휴 진짜……. 그러더니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는 기색이 났다.

 

 

“소개팅은 원래 가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펑크를 내서, 친구가 제발 부탁한다고 빌어서 대타로 간 거예요. 당연히 애프터 같은 거 없어요.”

 

 

수영은 안도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도 안도해버리는 자신이 싫었다. 입을 댓 발 내밀고 아무 말도 않고 있자 상아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헛소리 가득한 통화를 1시간이나 받아준 건 당신이 나한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서고요.”

“지…, 진짜?”

 

 

수영은 깜짝 놀라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든 사람 두근거리게 하는 예쁜 얼굴을 보자마자 자신감이 뚝 떨어져 시선을 피했다. 아니, 꼭 가치 있는 사람이라 해서 그게 에로스적 가치라고는……. 그 순간, 뻗어 나온 손이 얼굴을 콱 붙잡더니 제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게 했다.

 

 

“그러니까 그만 도망 다니고 대답해요. 저랑 사귈 거예요, 말 거예요?”

 

 

수영은 숨을 삼켰다. 상아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서야 유상아가 방금 한 말을 제대로 인식하고 다시 숨을 삼켰다. 이거 지금 사귀자는 거 맞지? 당장에라도 쌍수 들며 반겨야 할 제안이었지만, 2년 동안 수영의 삽질을 먹고 자란 내면의 쭈구리가 제동을 걸었다.

 

얘가 날 왜 좋아하지? 아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불쌍하고 거슬려서 일단 옜다 사귀어준다 하는 마음이면? 그리고 사귀게 된다면 하우스메이트가 아니라 애인이랑 동거하는 게 되는 건데……. 사귀었다가 헤어지면 아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거고…….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또다시 회피하고 싶어졌다. 조,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되나? 수영은 우물우물 대답했다.

 

 

“야 좀 갑작스러운데……”

“자꾸 열 받게 할래요?”

“크헙!”

“사귀자는 말까지 제가 하게 해놓고선, 이 와중에도 또 도망칠 생각만 하고!”

 

 

상아가 얼굴을 붙잡은 손에 힘을 줬다. 아플 정도로 양볼을 꽉 눌린 수영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상아는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말을 이어나가며 한 마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수영의 볼을 마구 짓뭉갰다.

 

수영이 무슨 대답으로 그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상아가 강하게 밀어붙일 때부터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다. 수영은 상아를 만난 이래 한 번도 상아에게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었으니까. 유상아와 한수영은 그날부터 사귀게 됐고, 동시에 그날부터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게 됐다. 덤으로 말하자면 도배도 아주 잘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하우스메이트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달콤한 데이트나 스킨쉽이 아닌, 고양이 이름 지어주기였다. 수영은 ‘겁은 많으면서 여기저기 알짱대는 점이 수영과 닮았으니 세 마리의 이름을 각각 ‘한’, ‘수’, ‘영’이라고 짓겠다’라고 주장하는 유상아의 개소리를 기각했다. 그리고 상아 역시 ‘뭐하러 귀찮게 이름을 짓냐, 그냥 고양이 1, 2, 3이라 부르자’라는 수영의 의견을 대차게 무시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왁자지껄한 오늘 하루를 추억할만한 의미를 담은 이름이 괜찮겠다는 생각에는 동의했다. 그래서 달아나려던 수영을 붙잡은 순간을 함께해준 벽과 고양이 대한 기념을 담아, 그 세 마리의 이름은 ‘에드거’, ‘앨런’, ‘포’가 되었다.

 

 

 

 

 

 

 

 

 

 

 

 

애매하게 구는 한수영땜에 빡친 유상아.... 사실은, 그냥 말을 좀 거칠게 하는 상아씨를 쓰고싶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3만 6천자 질러놓고 전력 시간을 맞추다니... 자랑스럽다 배이캅스야 (코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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