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 해

-모든 날 모든 순간










 나는 정국과 영원한 우정으로 남기 위해 언제까지가 될 진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너를 좋아했던 기억만을 잃어버린 척을 하며 살아가기로..

 석진에게 모든 얘기를 털어놓았다. 석진을 처음 봤었을 땐 조금 무서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괜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얘기가 끝나고 석진은 시간도 늦었는데 밥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민폐인 것 같아 난 가방을 들고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김태형!"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의 비밀번호를 치고 있었을 때 뒤에서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다. 전정국이 서 있었다. 정국은 태형에게 오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 손에 쥐어 주었다. 봐보니 두통약이었다. 난 설마 아까 아파서 석진에게 부축받는 부끄러운 모습을 정국이 봤을까봐 조마조마했다.



 "김석진이 너 머리 아프다길래 서연이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사왔어"



 너 여자친구 이름이 서연이구나.. 난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어 정국의 얼굴은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손에 쥔 두통약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대로 정국의 여친에게 자기가 밀려버릴 것 같아 두려움이 들었다. 난 집으로 가려는 정국의 팔을 붙잡아 내일 개봉하는 영화가 있는데, 오랜만에 보러가자고 말했다. 예상 외로 정국은 웃어보이며 자기도 그 영화 보고싶었다며 좋다고 했다. 그런 정국의 사소한 반응 하나하나에 기분이 좌우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좋았던 기분은 채 하루가 되지 않아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오빠! 오늘 영화 개봉한다는데 보러가요!!"



 정국 여자친구인 서연은 다음날 학교 조례가 끝나자마자 교실로 들어와 정국에게 다가가서는 어제 태형과 정국이 같이 보기로 한 영화 제목을 말하며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태형은 당연히 정국이 자신과 영화 보는 것 보단 애인과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애인과 볼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래 이따 끝나고 전화할께"


 "네!"



 태형이 보기에 데이트 약속 잡기에 성공한 서연의 행복한 얼굴이 어제의 자신보다 더 행복해보였다. 그렇게 서연이 자기 반으로 돌아가고, 정국은 태형의 옆자리에 앉았다. 태형은 자는 척을 하고 있었고, 정국은 그런 태형의 어깨를 툭툭 쳤다.



 "미안. 태형아 오늘 영화 보기로 했던 거"



 "야"


 "...?"


 "난..괜찮아!! 대신 나중에 맛있는걸로 갚아"



 맘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태형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국과 나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태형의 반응에 정국은 살짝 놀랐는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태형에게 알겠다며 고맙다고 대답을 하고선 자리로 돌아가 수업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런 정국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태형의 눈망울에는 서서히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가방 속에 있던 담요를 꺼내 들고선 책상 위에 올려놓고 태형은 다시 엎드려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자기보다 애인이 더 중요하냐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약속이 우선이면 안되냐고.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태형의 가슴 속에 남아 화살이 되어 태형의 심장을 아프게 찌르는 것 같았다. 


 정국은 평소의 태형이라면 삐지거나 툴툴대기라도 했을 텐데, 전혀 그런 행동이 나오질 않아 여전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정국은 이제 정말 태형이 자신에게 전혀 집착이 없던, 오로지 친구 사이일 뿐이었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형아!"


 "응..?"



 그 영화 오늘은 안되지만 이번주 주말에라도 나랑 같이 보자. 1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석진이 태형에게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 태형은 어차피 보고 싶었던 영화였기에 석진과 보기로 하였다. 태형은 정국의 빈자리가 석진으로 채워지는 것 같아 생각했던 것보단 덜 외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럴 수 있게 해준 석진이 태형은 너무나도 고마웠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종례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은 다음주에 있을 수학여행에서 같이 다닐 조를 짜서 보여주었다. 태형은 정국과 같은 조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좋았겠지만, 태형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마냥 좋진 않았다. 재밌게 추억을 쌓아야 될 수학여행에선 자신이 정국과 같이 있다면 계속 우울해했을 것 같았기 때문에 태형은 종례가 끝나고 석진의 조원과 바꿨다. 2학년때도 담임이었던 선생님이라 태형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주셨지만, 무언가 걱정이 되는듯 전정국과 사이가 안좋은지 물어보는 물음에는 태형은 그저 멋쩍은 웃음만 내뱉었다.



 "태형아 수학여행 둘째날에 장기자랑 있다는데 할래?"


 "응?"



 석진은 전정국보단 아니지만 그래도 잘생기고 비율도 좋은 태형이 장기자랑에 참가하면 분명히 1등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태형에게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 태형은 한번도 이런 경험이 없어서 해보면 재밌을거란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



 "노래할래? 아니다 넌 키가 크니깐 춤추면 멋있겠다"


 "저기.."


 "응?"



 같이 노래 부르자. 석진의 입장에선 노래보단 춤추는 것이 덜 민망하다 생각해서 태형이 춤을 고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태형은 노래를 선택했다. 그런 태형의 선택에 의아한 석진은 태형에게 노래 자신있냐고 물었고, 태형은 정국에게 배운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아아..확실히 걔가 노래 또 소질있지"


 "...."


 "그래! 같이 노래 불러서 1등하자."


 "아 정국이한테는..비밀로 해줘"



 태형은 그래도 정국에게 서프라이즈하고 싶은 마음에 석진에게 자신이 장기자랑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석진은 알겠다고 대답했고, 코인노래방에 들르자고 하였다. 태형은 속으로 수학여행만큼은 정국에게 시달리지 않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좋아했다. 석진과 다른 얘기들을 하면서 걸어가니 어느새 코인노래방에 도착을 했고, 태형과 석진은 빈 방을 찾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어느 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태형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전정국이 노래하는 목소리였다.



 "어? 전정국도 있나보네 태형아 다른 곳으로 갈까?"



 불편해하는 태형을 위한 석진의 작은 배려였지만, 여기서 다른 노래방은 꽤 걸어가야 했기에 태형은 그냥 여기서 부르자고 하였다. 옛날에 노래방에서 정국이 노래 부르고 있으면 방에 들어가서 정국에게 기대서 노래를 듣곤 했던 기억이 떠올라 태형을 자극했지만, 이젠 발악해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단 걸 알기에 태형은 참기로 했다.


 석진은 태형이 공부만 하는 아이인줄 알았는데, 노래도 꽤 잘 부르는 태형에 놀라워했다. 석진은 노래하는 태형을 보면서 속으로 정국에게 시달리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다. 석진과 태형은 대충 몇 곡을 불러보며 장기자랑 때 무엇을 부르면 좋을 지 상의하고 있었다. 그 때, 문을 열고 전정국이 들어왔다.



 "뭐야 김태형도 있었네"


 "응..넌 서연이랑 온거야?"


 "어"


 "그럼 계속 귀하신 여자친구분과 있으시지 왜 오셨담"



 석진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정국에게 쏘아붙였고 정국은 그런 석진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반응을 했다. 그리곤 정국은 소파 위에 올려져 있던 마이크를 집어 태형에게 주고선 오랜만에 태형이 불러주는 노래가 듣고 싶다고 했다.



 "너 여자친구랑 영화보기로 했잖아 이러고 있어도 돼?"


 "아아 집 들렀다 간다면서 먼저 갔어"



 태형은 왠지 모를 쑥쓰러움에 목이 아파서 못 부르겠다는 핑계를 댔고, 정국은 의심스러운지 태형을 빤히 쳐다보았다.



 "흐음.."



 그때 갑자기 정국의 손이 태형의 목에 닿더니 살짝 힘주어 주물렀다. 태형의 얼굴은 놀라 홍당무가 되었고, 정국은 두통에 걸렸던 게 감기 초반 증상인거 아니냐며 병원에 가봐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태형은 안가봐도 된다고 하였다. 아마 태형이 쉽게 정국을 놓을 수, 잊을 수 없는 이유가 이런 갑작스러운 정국의 다정함 때문일 것이다.



 "그나저나 전정국 너 원래 영화 태형이랑 보기로 했다며?"


 "어 이따 밤에 보기로 했어"


 "완전 쓰레기이구만 쯧쯔"


 "ㅇ..아냐 괜찮아 난"



 석진의 쏘아대는 말투에 태형은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해졌고, 그저 자기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국은 나중에 밥 사주기로 한거면 된거 아니냐며 반박했고, 석진은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정국은 태형에게 이따 태형에게 영화가 끝나면 집 앞으로 갈테니 문자하면 앞으로 나와달라고 했다. 태형은 알겠다고 하였고, 정국은 자기는 이만 가보겠다며 태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국이 노래방을 나가고 태형은 잠깐이었지만 옛날의 다정했던 정국과 있었던 것 같아서 기분이 다시 좋아졌고, 그런 태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석진은 롤러코스터같은 태형의 감정기복이 귀여운지 살짝 웃고 있었다.



 "그럼 장기자랑에선 이거 부르기로 한거다?"


 "그래 좋아!"


 "그러면 수학여행 전날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학교도 가까운데"


 "그래도 돼?"


 "어엉 부모님도 그땐 여행 가 계실꺼라 집엔 아무도 없어서 노래 연습도 하기 좋아"


 "그럼 나야 좋지"



  석진은 별거 아닌 말에도 환하게 웃어주는 태형을 보며 정국만 아니었어도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그렇게 둘은 노래방 앞에서 헤어졌다. 집으로 들어간 태형은 집에 불이 다 꺼져있어 엄마가 먼저 자고 있나 여겨 안방에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안방에도 주방 어디에도 엄마는 보이질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전화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 태형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어갔다.


 소리의 근원지는 아까 태형이 입고 있던 외투였다. 태형은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에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어 화면을 확인했다. 전화가 온 곳은 처음보는 전화번호였다. 하지만, 태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이윽고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말은 태형의 기분을 더이상 떨어질 곳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다. 태형은 급하게 다시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아...하아...."



 태형이 눈물머금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핸드폰의 화면에는 주소록이었다. 태형은 정국과 석진 둘 중에 누구에게 전화할지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단 듯 태형은 석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진은 통화연결음이 채 가지도 않아 바로 전화를 받았다.



 "태형아?"


 "석..흑..석진아..흡"


 "뭐야?? 너 왜 울어?! 무슨일이야??"



 엄마가 교통사고가 났대 석진아 보고싶어.





 태형의 보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정국에게 하고 싶었지만, 친구라는 관계에선 하지 못했을 수많은 말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 말은 석진에게 하며 태형은 죄책감까지 느껴져 더욱 석진에게 미안해졌다. 석진은 자기도 빨리 가겠다면서 기다리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태형은 마치 드라마의 비운의 여주인공처럼 눈에선 눈물이 흐르는 채 병원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저 태형은 지금 당장 정국에게 안겨 울고 싶었다. 미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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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뒤에 폭풍처럼 스토리가 흘러가기 위한 살짝 쉬어가는..? 그런 편이네용...말만 그렇지 사실 분량 조절 실패..ㅠㅠㅠ 다음 화는 분량 많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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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뷔 #후회공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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