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그리고 입춘. 시간을 쪼개고 쪼개 만든 시계와 달력을 무시하고 싶다가도 숫자가 주는 힘 때문인지 또 시작과 끝을 더듬는다. 1월은 끝, 2월은 시작. 1/12을 보냈는데 아직 별 감흥이 없는 걸 보니, 2/12 정도는 보내봐야 알 것 같다. 


오늘은 <무소속 워밍업> 첫 시간. 무소속인, 예비 무소속인 뉴먼들과 랜선으로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던 중 나는 대뜸 "초등학생 때 해봤던 다양한 일들을 성인이 된 지금 해보는 걸 추천"했다. 이 아이디어는 ㄹ로부터 나왔는데, 그때 내가 한 이야기는 초등학생 때는(저학년 때는 국민학교였지만 졸업이 초등학교인 사람) 지금 전혀 상상도 못 할 것들을 많이 해보고 배웠는데 였다. 하나씩 짚어보니 서예, 수예(바느질), 십자수, 동래학춤, 웅변, 피아노는 물론, 학종이 따기, 살구, 피구나 발야구, 펜팔, 덕질로 생일 벽보 붙이거나 가요 재심의 서명받기 등 꽤 다양한 걸 경험해본 거다. 그걸 듣던 ㄹ이 지금 다시 해보라고 권유했고, 이 기획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어떤 에세이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13살의 나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라고. 아마 그때 내 선택 기준은 해보고 싶다! 가 아니었을까? 공통점은 지금보다 덜 재고 따지며 해볼 수 있던 때겠지. 솔직한 말로 이제는 그렇게 재고 따지지 않고 무언가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안다. 그렇지만 그런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는 역할에 기대어, 책임을 다하려, 일잘러 욕심에 뒷전이 돼버린 일들을 상기시키며 원초적인 즐거움을 경험하는 데 있지 않을지. 이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속에서 나를 지킬 보루.


13살의 나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일을 자문했을 때 떠올린 일이 편지쓰기, 펜팔이었다. 그때 곧장 내가 파는 아이돌 팬들이 볼 수 있는 곳에 펜팔 공지를 올렸다. 3명이 신청했고 그중 한 분과는 1년 반이 넘은 지금까지 쭈욱 손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이 경험과 시간을 궁글려 의미를 만들어보고 여러 표현을 붙여보며 알았다. 이 일을 돈과 결합하면 더 재미있겠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시기적절하게 무소속으로 지내고 있다. 당장 일 스케줄이 꽉 차지 않았으므로 마음 가는 일을 구상하고 기획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 구상이나 기획을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전하고 피드백을 듣는다. 거기서 조금 더 고민해보거나 바로 시도해본다. 사이사이 불안한 마음이 두더지마냥 불쑥 튀어나와도 그걸 해봐도 된다고 나를 설득한다.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하는 말보다 화자 모를 세상의 말이 더 크게 들린다. 그러니 내게 확성기를 먼저 대주기. 


그리고 내게 가장 중요한 태도. 구상, 기획한 일들 주변에 떠벌리고 같이 할 사람에게 연락하기. 아이디어는 떠오르고 그걸 곧잘 포착해놓고 있는데, 막상 연락까지 텀이 길다. 오늘 또 한 번 구상한 인터뷰를 입 밖으로 뱉었으니 이번 주에는 꼬옥 연락해보기★★★


나는 시간여행을 가정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당시를 힘겹게 지나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돌아가고 싶은지와 별개로 상상으로나마 지금에 다른 숨을 불어보는 건 퍽 소용이 있는 듯하다. 더욱 원초적인 감각, 놀이 본능을 일깨우면서 삶이 다채로워진다고 느끼니 말이다. 그리 보면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면서 동시에 상기시킬 수 있는 동물이다. 당연히 내가 살아온 세월에서 빛나고 좋은 걸 추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간지러운 마음의 목소리가

고요한 호수 한가운데 요동치게


애매하고 모호한 삶 사이를 헤집어 사람을 기록으로 남겨요. 프리랜서 인터뷰어 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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