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둘째날 호텔 조식의 맛없음을 깨달은 우리는 조식을 먹지 않았다. 먹어봤자 맛없을 걸 알기에...



2. 우리는 전공 수업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중화권에서 맥도날드를 발음하는 방법과 중화권의 맥도날드에는 한국과는 다른, 중화권만의 메뉴들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굶주린 배를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우리 셋은 무슨 배짱이었는지, 돈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지 맥모닝 단품을 한개 시켰다. 셋이서 한개. 셋이 사이좋게 앉아 한입씩 차례대로 베어물었고, 저 작은 맥모닝의 세명의 굶주린 배를 채워줄리가 없었다. 



3. 맥모닝을 10분여만에 해치우고, 여전히 배고픔을 느낀 우리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대만의 만한대찬이라는 컵라면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한번쯤 먹어봐야하지 않겠느냐. 만한대찬은 우육면이고 우육면에는 향신료 향이 진할테니 실패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또 셋이서 컵라면 하나를 샀다. 블로그 후기에 만한대찬이 꽤 맵다는 말이 적혀있었으니, 우리의 혀를 달래줄 초코우유도 하나 샀다. 예상외로 만한대찬은 맵지 않았다. 신라면의 매움에 단련된 한국인에게 만한대찬은 그저 매콤 수준. 향신료 향은 물론 많이 났지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우육면이라는 이름답게 큰 고기덩이들이 소스와 함께 포장되어 들어있었다. 만한대찬을 빠른 속도로 비우고 나니 한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이따 마트가면 만한대찬을 쓸어와야지.



4. 오늘의 가장 큰 목표인 미미 크래커. 9시에 문을 열고 매진되면 바로 문을 닫는다는 그 유명한 누가 크래커 되시겠다. 여러 후기들에 의하면 대략 11시쯤에 매진이 된다는 소리를 듣고 최대한 빨리 도착하려고 했으나, 우리는 10시반에 도착했다. 이미 줄을 선 사람은 한가득이었고, 우리 뒤로도 줄이 늘어섰다. 5분쯤 서있으니 주인 할머니가 시식용 누가크래커와 대기표를 나눠주셨다. 매진이 임박하다보니 대기표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1인당 3박스라는 제한이 생겼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셋이 만담도 하고, 한자 읽기 대결도 하고, 지나가던 외국인이 무슨 줄이냐고 묻는 질문에 대답도 했다. 기다리면서 중국어로 어떻게 주문을 할지 열심히 고민했는데, 고민이 무색하게 계산하시는 분이 한국어를 너무 잘하셨다..... 저보다 더 잘하시네요...



5. 다음 목표는 딘타이펑. 미미 크래커 옆쪽에 딘타이펑 본점이 있다. 본점인만큼 굉장한 인기를 자랑하며, 대기표를 받고 1시간 가량을 기다렸다. 보통 대만의 겨울은 한국의 가을 날씨 정도라는데, 이 때는 이상기후가 나타나며 한국으로 치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꽤 쌀쌀한 날씨였다. 딘타이펑 본점 앞에 대기자들을 위해 큰 난로가 있었는데, 난로 앞에서 기다려도 너무 추웠다. 마침내 자리를 안내받았고, 우리는 직원분께 이것저것 물어보기 위해 중국어 질문을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딘타이펑의 직원분들의 한국어 실력은 너무나도 좋았고, 중국어를 쓸 틈조차 없었다.



6. 우린 총 3판을 시켰고, 진짜 정말 뜨겁다. 한입에 넣으면? 입천장 다 덴다. 새우가 들어간 샤오마이는 새우가 굉장히 탱글탱글했다. 새우 is 뭔들. 샤오롱바오가 나오기 전에 직원분이 능숙한 한국말로 설명해주시며 생강채를 넣고 간장 소스를 만들어주셨는데, 샤오롱바오와 정말 잘맞았다. 샤오롱바오에 생강채를 올려먹으면 대존맛.



7. 딘타이펑에서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이지셩 베이커리가 보인다. 분홍분홍한 간판. 이지셩 베이커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파리 바케트 쯤 되는 듯 싶었다. 안에서 빵도 구경하고, 호텔가서 먹을 에그타르트도 샀다. 누가 크래커는 일반 누가 크래커와 크랜베리가 들어간 누가 크래커가 있었는데, 당연히 둘 다 샀다. 이지셩은 미미처럼 1인당 제한이 없으니, 왕창 샀다. 사실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는 직원분이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더 샀을지도...


8. 그 다음으로 사야할 것은 커피누가! 내가 갈 때만해도 커피누가가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한국에 돌아오니 커피누가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더라. 그 다음에 대만을 갈때 지인들에게 엄청난 구매 요청을 받았다. 세인트 피터는 한국인 직원 한분이 매장을 관리하고 계신다. 세인트 피터 안에는 사실 커피누가 뿐만 아니라 매실맛도 있고 일반 누가 크래커도 있다. 시식을 다 한번씩 해봤는데 커피누가가 가장 유명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9. 동먼에 가면 미미크래커 주변에 누가 크래커 가게들과 펑리수 가게들이 몰려있다. 최적의 루트라고 할 수 있지. 마지막으로 살 것은 대만에서 누가크래커 못지않게 유명하다는 펑리수. 펑리수는 파인애플잼이 들어간 파이? 쯤으로 보면 된다. 우리는 시먼에서 펑리수 가게 투어를 했었기 때문에 미리 정해놨던, 썬메리로 들어갔다. 동먼에 있는 썬메리는 베이커리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굉장히 많다. 썬메리 펑리수는 3종류가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펑리수와, 파인애플 잼 대신 망고 잼이 들어간 망고 펑리수, 기본적인 펑리수에서 겉피를 우롱차로 바꾼 우롱 펑리수가 있다. 4일간 대만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어느 가게든 먹을 것을 파는 곳이라면 시식을 요청했을 때 흔쾌히 들어준다는 점이었는데, 썬메리도 같았다. 다만 우리가 시식을 요청했을 때 선메리에서 새 제품을 뜯어줘서 좀 당황;; 일반 펑리수와 망고 펑리수는 각각 파인애플맛, 망고맛이고 우롱 펑리수는 겉피에 우롱차가 들어가서인지, 펑리수의 느끼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맛이었다. 나의 선택은 우롱 펑리수. 그래서 펑리수 3박스 망고 펑리수 3박스, 우롱 펑리수 4박스 샀다^^ 3명이 10박스씩 샀으니 세금 환급은 당연한 얘기...



10. 무거운 짐을 들고 한참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곳은 스무시 하우스. 삼형제 빙수와 더불어 대만의 3대 빙수집 중 하나이다. 스무시 하우스의 망고빙수와 삼형제의 망고빙수 중 고르자면 난 삼형제. 뭔가 삼형제가 더 달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11. 스무시에서 망고빙수를 해치우고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문구점.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어서인지 문구점과 서점을 같이 하고 있었다. 다같이 문구점을 구경하며 어느 나라를 가던 가지고 노는 것은 비슷비슷하다고 얘기를 나눴다. 문구점 한편에서 파는 초등학생 문제집들을 살펴봤는데, 돌아오는 것은 자괴감뿐. 내가 대학교에 와서 배운 중국어는 초등학교 수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구나!



12. 다음 행선지는 국립대만대. 타이페이 101을 가려고 했지만 동선이 꼬여버린 관계로 대만대로 발길을 돌렸다. 우리가 산 먹거리들은 너무 무거우니 지하철 보관함에 넣어놓고, 가벼운 몸으로 캠퍼스 투어를 시작했다. 국립대만대는 정말 정말 정말 넓고, 왜 교수님이 항상 대만대 출신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셨는지 좀 알 것 같았다. 새삼 교수님이 멋져 보이는 순간. 우리는 대만대 사진에서 항상 보던 야자수 길을 찾기 위해 캠퍼스 여기저기를 뒤졌는데, 감도 안잡혀서 그냥 학생 하나를 잡고 물어봤다. 엄청난 우연으로 그 학생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서툰 중국어로 정문을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어봤는데, 그 학생분이 서툰 한국어로 길을 알려주셨다. 그 분이 계속 우리한테 정문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셔서 우리 엿멕이는건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야자수길이 정문이 아니라 도서관 앞이었다는 사실. 속으로 욕해서 죄송합니다....

 


13. 동먼에서의 마지막 행선지는 중정기념당이다. 원래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아침 11시에 중정기념당에서 근위병교대식을 보고 딘타이펑에서 점심을 먹어야했다. 하지만 미미크래커에 10시반에 도착한 관계로^^ 4시에도 근위병교대식이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열심히 갔다. 우리는 4시에 중정기념당 광장에 도착을 했고, 근위병교대식은 중정기념당 안에서 열리고, 중정기념당은 너무 멀었고... 못봤다. 그냥 포기했다. 내 다리는 저 넓은 광장과 89개의 계단을 올라갈 수 없다. 5시에 근위병교대식이 또 열린다지만 못볼것이다. 중정기념당을 찍고 나면 지친 나는 숙소로 돌아갈테니까.


14. 수많은 기념품들을 들고 겨우겨우 숙소로 돌아갔다. 잠깐 에어컨 밑에서 땀을 식히고 삼미식당을 향한 여정을 떠났다. 둘째날 삼미식당을 갔어야했지만, 하필 그날이 삼미식당 휴일이라 못갔었다. 그 유명하다는 주먹보다 더 큰 연어초밥을 먹을 생각에 들떠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삼미식당의 평균 웨이팅은 1시간이 넘는다는 것을.

 


15. 삼미식당에 도착해서 우리가 기다린 시간은 1시간 반쯤. 딘타이펑에서 기다릴때는 춥더니 저녁되니까 더워죽겠고... 삼미식당에서는 주문을 미리미리 받았는데, 우리가 주문지를 받으러 가니 앞에서 안내해주시던 직원분이 주문지를 주며 '써와'라고 하더라. 오...한국말을 잘하는 건 둘째치고 반말이라니 기분이 나쁘잖아? 우리끼리 궁시렁궁시렁하며 주문지를 썼다. 직원분이 남자분인데 머리도 단발..?정도로 길어서 랩퍼 넉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는거 보면 나만의 생각인거 같기도..? 블로그 후기들에는 한국말 엄청 잘하고 되게 잘생긴? 귀엽게 생긴? 남자 직원분이 있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못봤다. 단발 직원분이 그 후기의 주인공인건가..?


16. 연어초밥은 진짜 컸다. 내 주먹보다 더 컸다. 어떤 초밥은 연어가 두장이 올라가있기도 했다. 연어초밥 위에 간장 베이스 소스가 뿌려져있는데, 이 소스가 진짜 맛있다. 테이블마다 있는 간장 소스와는 차원이 다른 맛. 힘들게 기다렸는데 연어초밥만 먹고가면 아쉬우니까 닭꼬치도 시켰다. 짜. 맛은 있는데 짜다. 혹여나 닭꼬치 시키실 분은 간에 유의할 것.


17. 삼미에서 호텔로 오는 길에 까르푸가 있어서 여행 마지막날 기념품 털이를 했다. 세 명이 카트 한개 끌었는데 카트가 거의 넘쳤다. 엄마가 부탁한 망고 말린 것-왜 동남아가 아니라 대만에서 사오라는 지 모르겠지만-도 샀고, 아침에 다짐한대로 만한대찬도 쓸어담았다. 밀크티계에서 유명하다는 3시15분도 종류별로 쓸어담았다.  


방향제는 까르푸에서 까먹고 못사서 숙소 오는 길에 있는 왓슨즈에서 샀다. 스프레이가 은근 유용하다.

안에 건포도나 젤리가 들어간 초콜릿. 구미 초콜릿이던가? 싸니까 쓸어담았다. 망고가 최애.

동남아나 대만에 가면 사와야 한다는 달리 치약. 엄청 상쾌하다.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다는 소리를 듣기 했는데 모르겠다. 

선메리에서 산 펑리수들. 엄마의 최애도 우롱, 나의 최애도 우롱.

3시 15분과 미스터 브라운 밀크티. 3시15분은 안에 티백이 들어있고, 미스터 브라운은 분말로 되어있다. 미스터 브라운은 대만에서 굉장히 유명한 카페 체인점이라고 한다. 미스터 브라운 밀크티는 그냥 물에 타먹는 것보단 우유에 타먹는 것이 맛있다.

스린 야시장에서 중국어로 흥정해서 산 망고젤리. 대만하면 꼭 사와야할 젤리로 유명한 모양. 어느 후기에서나 그렇듯 얼려먹으면 진짜 맛있다. 그냥 먹어도 탱글탱글한 식감이 최고.

왜 대만까지가서 사오라고 했는지 모를 말린 망고. 엄청 달다.

첫날 술안주로 먹고 감명받은 lays 김맛. 한박스에 4봉지가 들어있다.

세인트 피터 커피 누가. 친구에게 한박스를 선물해주었더니, 친구 어머니가 먹어보시곤 곧바로 직구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먹자마자 내 최애 라면으로 자리매김한 만한대찬. 왜 더 사오지 않았나 하는 후회를 한다. 

대만 누가 크래커 중 투 탑이라는 미미 크래커와 이지셩 베이커리. 내 입맛엔 이지셩 누가 크래커가 더 맛있다. 누가가 더 많이 들어간 느낌.

엄마를 위한 자스민차. 보이차를 사고싶었는데, 보이차는 없었다. 고산차를 살까 하다가 고산차를 사기엔 돈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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