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새벽과 별이 가는 길


달의 간달프는 무척이나 귀찮은 존재다.

전형적으로 마법에 탐욕을 부리는 태도, 영향력에 대한 욕심, 손익계산에 밝은 두뇌회전까지. 본래 마탑까지의 연결고리로만 쓰고 쳐 내려 했건만상당히 유용해 떼어 내기가 어렵다.

폴스카 상층부와의 관계, 빛의 마탑주와 인연, 몇몇 대형 상단과의 연락망. 귀찮지 않도록 적당히 치고 빠지는 눈치. 늙은이답게 여러 군데 쓸모도 많고 대처를 잘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서은수의 태도다. 일리자 음악에 흠칫거리지 않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으면서 달의 간달프는 두세 번 만에 긴장도 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낯가리고 주변에 까다로운 성격인 주제에 이리 금방 적응할 리가 없거늘.

조세핀에게 무언가를 투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내 말 맞지?”

“네. 은수 현인께서는 본인의 이야기를 가끔 해도 가족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 하십니다.”

“응. 어떤 주제던 입만 풀리면 다 잘 말하는데 가족 얘기는 절대 안 해.”

“어떻게 눈치채셨습니까?”

“처음 만나서 이것저것 얘기했을 때부터 가족에 관련된 주제가 나오면 피했어. 엄청 신경 쓰였거든.”


‘알렉’답게 양손을 깍지 끼고 머리를 받친다. 아직도 점성술 마법진을 그리느라 정신없을 자신의 디자이너를 떠올리면서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약간의 과장도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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