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유난히 눈물이 많아졌다. 꽃을 사랑해마지않으면서도 그 말의 뾰족한 모서리들에 아파했다. 내가 겪은 대다수의 이별은 매년 봄마다 다시 피어났기에 왜 우느냐 묻는 이들에게 둘러대기가 편했다. 어떤 사람들 앞에서 나는 지독한 꽃가루 알러지 환자였다. 1년 내내 하루도 빠짐 없이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던 나의 연인도 이듬해 봄이 찾아올 적에 떠나갈 것을 안다. 내 속에 나눠줄 게 적은 탓이다. 가난한 마음으로는 약을 지어 먹기도 버거운 탓이다. 감히 새로운 감정을 달여낼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동안에도 나를 사랑해 주겠다는 말은 숱하게 들어 보았다. 그럼에도 모든 시작엔 끝이 따랐고, 그 말미에 매달려 우는 건 나뿐이었다. 이 역시 꽃가루에 대한 과민반응일 테다.


  눈과 코가 헐다 못해 발갛게 물드는, 꽃가루 날리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코멘트

N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