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는 좀 어때?"

"더,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그 후 며칠이 지나고,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그 인간은 우리에 대한 경계심도 꽤 풀려서 나를 포함한 몇몇 요괴들과 가끔씩 대화를 할 수 있게 됐어.

"저기, 염치 없는 걸 수도 있겠지만... 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응?"

 그날도 나랑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내더라고.

"...이 아이가 태어나면 인간계로 보내지 마시고, 이 요마계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셨으면 해요."

"뭐...??"

"이곳에서 지내면서 알게 됐어요. 제가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했던 인간계보다 요마계가 훨씬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 그냥 평범하게 살아도 정신 없는 인간계에 어린애 혼자 돌려보낸다고 될 일은 아니니까.

"역시 그건 어렵겠죠...? 죄송해요..."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살아있는 인간이 요마계에서 사는 건 그렇게 간단히 허락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래서 나는 그 부탁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 했어.

***

"염라대왕 전하! 급히 드릴 말씀이...!"

"??"

 그리고 나서 이틀 뒤, 때는 찾아왔어.

 난생 처음으로 사후세계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날이면서-

"그런데- "

"...!"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생명의 인생이 막을 내리는 날.

벌컥-!

"......."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간 내가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요괴 의사들 사이에서 충격 받은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인간의 영혼이었어.

그래, 결국 내가 도착하기 직전에 주어졌던 시간이 끝나버린 거야.

"대, 대왕 전하...!"

"!"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지.

"이 아이는...?"

 의사에게 안겨있는 갓난아기. 지금은 수명이 다해버린 인간이 어렵게 낳은 녀석의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아 보였어.

'이런, 이건 위험하겠는데...'

 급하게 확인해봤더니, 아기마저 죽어가고 있는 상태였더라고. 죽기 직전에 겨우 살아난 인간의 몸으론 역시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야.

"......."

 이미 생명의 불씨가 절반은 꺼져버린 육체. 그냥 놔두면 아기는 죽고, 친모의 영혼은 절망에 빠진 채 좋지 않은 기운을 가진 요괴가 될 가능성이 있었지.

"다들 물러서."

...나는 그런 결말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화륵-

"!!"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대, 대왕 전하...?!"

내 생체 에너지를 나눠주는 거야.

"호,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갓난아기라서 다행이군... 에너지 소비가 크지 않아.'

 힘을 불어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기는 거부반응 하나 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건강 상태가 회복됐어.

"...그렇다네? 그러니까 이제 안심해도 돼."

"...!"

 내 말을 듣고 그제야 마음을 놓은 친모의 영혼은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이별의 순간을 맞이했지.

"이봐."

"...?"

그리고 영혼이 점차 흐릿해져 갈 때, 내가 말했어.

"이 녀석은 걱정하지 마. 네가 겪은 것과 같은 어둠 속에서 살게 두진 않을 테니까."

"그 말씀은..."

"어차피 절반은 내 요력으로 살아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잘만 하면 요괴와 인간, 두 세계를 오가는 멋진 녀석이 될 수도 있겠지."

"...꼭 이 은혜를 갚으러 돌아오겠습니다. 반드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어서 가봐~ 저승사자들 기다리고 있겠다."

"네, 그럼..."

"행운을 빌게."

 그 인간은 우리 앞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자식에게 눈을 떼지 못 했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을 때는 방에 나랑 어린 녀석만이 남아있었어.

"아, 맞다. 네 이름은... 흐음- 그래, 결정했다!"

"부으-?"

내가 준 불씨가 네 내면에서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길.

두 세계를 오가더라도 그 꽃이 계속해서 아름답게 피어있길.

"요마계에 온 걸 환영한다, '선화'!"

2차 창작 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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