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새로 쏟아지는 빛에 뒤척대던 미도리야가 스르르 눈을 떴다. 벌써 아침이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약간은 쌀쌀해 이불을 끌어당겼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잠의 여운을 즐기던 미도리야가 저를 감싸오는 팔에 고개를 들었다.



“좋은 아침.”



다정한 인사에 미도리야가 눈을 둥글게 휘었다. 좋은 아침, 토도로키 군.



“왜 벌써 일어났어, 더 자도 되는데. 오늘 비번이잖아.”

“그냥…. 눈이 일찍 떠졌네.”



아직 잠에 취해 웅얼거리며 미도리야가 하품을 했다. 머리를 부비며 제 품을 파고드는 모습에 토도로키가 작게 웃었다.



“더 잘래?”

“우음… 아니, 일어날래.”

“아침은. 바로 먹을까?”



미도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은 간단하게 프렌치토스트 해 먹자. 어제 식빵 사 왔으니까. 토도로키의 말에 미도리야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응. 좋아. 얼른 내가 준비할게.”

“아니야. 내가 할게.”



토도로키가 미도리야를 끌어당겨 다시 침대에 눕혔다. 동그랗게 뜬 눈을 마주하며 토도로키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너는 좀 더 누워있어.”

“내가 해도 되는데…!”

“아직 잠도 덜 깼잖아.”



졸음기가 가시지 않은 눈가를 쓸자 미도리야가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그러니까 좀 더 쉬고 있어. 토도로키가 미도리야의 머리를 쓸어 넘기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미도리야가 추워하는 것 같아 이불도 제대로 덮어주고 창문까지 닫은 그가 방을 나가기 전 뒤를 돌아보았다. 조금만 기다려. 얼른 준비할게. 미도리야도 나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로키가 조용히 웃는 걸 보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깜빡. 그가 뒤를 돌았다. 깜빡. 색 다른 머리칼이 흩날렸다. 깜빡. 넓은 등이 점차 멀어지며 방문이 닫혔다. 깜빡.


커튼 새로 스미는 한기에 뒤척대던 미도리야가 스르르 눈을 떴다. 사방이 컴컴했다. 그 흔한 달빛조차도 들어오지 않았다. 몸을 잘게 떨던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옆을 더듬었지만, 선명하게 기억나는 그 온기가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부터 없던 것처럼, 시리기만 했다.


꿈이었구나. 그제야 정신이 바짝 든 미도리야가 어깨를 떨었다. 어둠에 잡아먹힐 것만 같아 이불을 끌어당겼다. 컴컴한 방을 마주하기가 싫어 머리끝까지 덮어버렸다. 꿈이었구나. 꿈이었어. 입술이 닿았던 이마는 아직도 뜨거운데, 모든 게 다 꿈이었구나. 어느 평범한 날의 평범한 아침. 그런 행복하고 달콤한 기억은 독이었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찰나의 행복은 절망만 키울 뿐이었다. 미도리야가 덜덜 떨리는 입술을 짓이겼다. 가빠지는 호흡을 애써 삼켰다. 뜨거워지는 눈가에 힘을 주었다. 그게 꿈이 아니었으면. 차라리 여기가 꿈속이었으면. 그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건 꿈이다. 나는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거다. 그래야만 했다. 미도리야가 몸을 웅크리며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려 눈을 꾸욱 감았다.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미도리야는 꿈에 빠져들었다.




쓰고 싶은 걸 씁니다. DC(신코른) / MHA(데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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