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큰 이상은 없습니다. 수액 맞으면서 하루 정도 푹 쉬면 괜찮아질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레이 오빠의 강요에 의해 경찰병원에 도착한 나는 1인 병실에서 영양공급을 위한 수액을 처방받았다. 갑자기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날거라고 해서 내일부터 유동식을 조금씩 먹으라는 말을 들었다. 레이 오빠는 금방 돌아갈 생각인지 의사 선생님이 병실을 나서고 누워 있는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벌써 가?"

"있어주고 싶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잖아. 코난 군에게도 네가 이제 안전하다는 걸 알려야 하고."

"아, 내 폰은 계속 들고 있게?"

"허튼짓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내일 다시 올 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을거야. 이 작은걸로도 넌 할 수 있는게 많잖아."

"쳇-"

"얌전히 쉬어. 내일 내가 다시 찾아오기 전까진 어림도 없어."

"네~"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네. 이제야 좀 제정신으로 일 할 수 있을 것 같아."

"음...그건 미안해. 그치만 그렇다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무리하라는 얘긴 아니니까-"

"알아. 널 겨우 살렸는데 내가 같은 일을 당하면 의미없잖아."

"나도 오빠 말대로 제대로 쉴테니까 걱정마. 이제 잠 좀 제대로 자겠네."

"내일 아침에 다시 올테니까-"

"응. 오늘도 고생많았어. 일도 좋지만 좀 쉬고 하는거 잊지마."

"그래."


그렇게 레이 오빠는 병실을 나서고 혹시 몰라 문 밖에서 내 병실을 지키는 공안 수사관 두 분을 제외하면 넓은 병실에 홀로 남겨진 셈이었다. 레이 오빠가 아주 잠시 곁에 없을 뿐인데 유리벽에 갇혀 있을 때보다 더 쓸쓸한 느낌이었다.


"나도 큰일이네...진짜 오빠 없이 어떻게 살아- 오빠도 똑같으려나..."


나는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피곤함에 몸을 맡겨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자고 일어나 아침이 되면 곁에 레이 오빠가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다음날 아침 감사하게도 그 바람은 현실이 되어주었다.


"잘 잤어? 혹시 깨울까 조용히 들어왔는데 곤히 자고 있더라."

"덕분에 푹 잤어. 언제 온거야?"

"얼마 안 됐어. 참, 코난 군도 이따 오겠다고 했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얘기도 해야하고."

"그럼 나 이제 본격적으로 실력발휘 하면 되는건가?"


수액도 맞고 잠도 푹 잤더니 컨디션이 제법 돌아와서 웃으며 물었더니 레이 오빠가 단호하게 아직은 아니라고 답한다. 난 진짜 괜찮다고 툴툴거려 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계속 그러고 있으라는 얘기도 아니야. 적어도 점심까진 상태를 보자는 거야. 마음같아서는 내일까지 쉬라고 하고싶지만...너도 싫을테고 오늘은 결혼식 당일이니 그럴 수 없으니까."

"당연하지. 게다가 무라나카 상의 결혼식에 고집하는 걸 듣고 어느 정도 느낌이 왔단 말이지-"

"범인으로 짐작가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야?"

"폐건물에서 오빠와 아이들이 폭탄을 마주했던거랑 결혼식을 고집하는걸 종합하면 대충."

"...설마 신랑신부 중에 범인이 있다?"

"합리적인 의심 아니겠어? 솔직히 그 폐건물의 폭탄. 어느 쪽을 노리던 지켜보고 있다가 원격조종으로 터뜨리는게 제일 확실하잖아?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

"그건 나도 의문이긴 했어. 코난 군도 얘기했었고."

"그렇다면 그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타이머로 했다는 결론이 나오잖아. 게다가 아무리 문에 장치를 해놓았다지만 어른을 노렸다기엔 창문이 멀쩡했어."

"실제로 나는 탈출했고, 아이들이 없었다면 더 수월했겠지."

"혹여 여성인 크리스틴 리샤르를 노렸다고 한들 신부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신랑도 같이 움직일 확률이 높잖아. 그 신랑은 전직 형사이고."

"그럼 애초에 목적이 아이들이나 나였다? 하지만 난 그날 약속을 하고 움직인건 아니었는데."

"그러니 아이들이 목적이었다고 보는게 타당하겠지. 이유로 짐작할 수 있을만한 건 아마 경시청 앞에서 사망했던 그 외국인이 마츠다 오빠에게 전해주려 했다는 그 메모."

"하이바라라는 아이가 주웠다고 했어."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지만 의심의 싹은 자르는게 낫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상상에 가까운 내 어림짐작에 불과하다. 증거도 없고 그 메모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를 상황에선 확신할 수 없었다. 물론 결혼식을 고집하는 부분에선 신랑신부가 제일 수상하긴 하다.


"결혼식을 고집하는 것도 어쩌면 그 장소 자체가 중요한 걸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더 수상하다는 거지. 대체 거기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뭐, 여기까지 네가 생각해줬다면 남은건 나랑 코난에게 맡겨. 어쨌든 두 사람을 직접 만나본 우리라면 뭔가 더 알만한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4년 전 플라먀를 만났을 때 눈에 띄는 신체적 특징은 없었어? 어디가 불편했다거나."

"몸 놀림이 예사롭지 않긴 했는...아! 히로에게 맞은 부분!"

"총을 맞았어?"

"그래. 날 쏘려고 하기 직전에 히로에게 어깨를 맞았어. 관통은 아니었어. 주변에서 총알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나중에 조사할 때 의료기록을 뒤지면 뭔가 나올지도 모르겠네."

"무라나카 쪽은 알아보기 쉽겠지만 크리스틴 쪽은 외국국적이라 쉽지 않겠는데."

"그건 나한테 맡겨. 일 할 수 있게 허락만 해준다면야 그 정도는 금방이지."


내가 윙크까지 날리며 답하자 레이 오빠가 웃으며 그럼 나만 믿겠다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이대로 코난이 오기 전까지 뭔가 단서가 더 나와서 범인을 확정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그리 쉽게 풀리진 않으려나-



* * *



"누나 진짜 괜찮은거 맞아?"

"그렇다니까. 잠은 푹 잤고, 먹는게 조금 부실했을 뿐이야. 폭탄에 휘말리자마자 본업하느라 쉴 틈도 없었던 오빠랑 카자미 상에 비하면 상처도 거의 없고 쉬느라 회복도 잘 한 편이거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그보다 누나가 한 추리는 아무로 상에게 다 전해들었어. 일리는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 누가 그 메모를 봤으면 좋으련만..."

"엔화 마크 정도 밖에 알지 못하니까."

"일본을 나타낸 건가? 근데 그걸 굳이 엔화 마크로 표현 할 필요가 있어?"

"그렇긴 하지. 아무로 상은 어쩌고 있어?"

"아침에 내 상태 보러 왔다가 돌아간 뒤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 혹시 모르니 중화제 생산 작업 지시해놓고, 결혼식에 집착하는걸 봐서 시부야라는 장소 자체가 위험한걸지 모르니 경비에도 신경쓰고 있으니까."

"누나는 계속 여기 있는거고?"

"아니. 이따 퇴원해도 된다고 해서 시간 맞춰서 오빠가 데리러 와주기로 했어."

"아무로 상이?"

"또 노려질지도 모른다고 해서. 그 뒤로는 자택 근무로 플라먀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볼 예정이야. 그러니 너도 그 사이에 알아낸거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해야한다."

"알았어. 누나 스마트폰은 아무로 상이 계속 가지고 있어?"

"아니. 돌려받을거야. 나 퇴원한 뒤로는 전에 사건 때 썼던 그 이어셋 사용해."

"응. 그럼 난 그만 가볼게. 좀 더 알아볼 것도 있고, 이따 아저씨 병문안도 가봐야 하니까."


그러고 보니 코고로 상이 아직 입원 중이라고 했지. 상태는 괜찮냐고 코난에게 물어보니 마취약이 잘 안 듣는거 말고는 괜찮은 모양이라고 답한다. 아니, 마취약이 안 듣는거 너 때문 아니야..? 이쯤 되면 코고로 상 건강이 심히 걱정되는데...


"넌 진짜 란에게 잘해. 코고로 상이 그러는거 합리적인 의심으로 마취총 때문인 것 같으니까."

"...알아. 어쨌든 누나는 무리하지말고 아무로 상 말대로 또 노려질지 모르니까 조심해. 어쩌면 폐건물의 그 폭탄 아무로 상도 노린걸지도 모르니까."

"그래. 너도 조심해."

"응."


그렇게 코난은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대로 레이 오빠가 퇴원하는 나를 데리러 왔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그동안 답답했던 것만큼 손을 빠르게 놀려 플라먀에 대한 것과 나다우니치토지티에 대한 것들을 전부 캐내기 시작했다. 민간조직인 나다우니치토지티는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고 플라먀에 관한 것도 이미 밝혀진 것들을 중점으로 뒤지니 몇 시간만에 제법 범위가 좁혀졌다. 중간에 코난에게 들어온 정보까지 조합한 뒤엔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조사를 끝낸 나는 자료를 가지고 폭탄 분석 때문에 내가 갇혀있었던 지하쉘터에 가있는 레이 오빠와 카자미 상에게로 향했다.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레이 오빠와는 달리 카자미 상은 꽤나 놀란 것 같아 보였다. 하긴 꽤나 얌전한 신부로 연기중이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진짜 이 녀석이 플라먀의 정체라는 거야?"

"네. 이제 어떻게 할래? 작전짜는건 내 특기가 아니라서 말이야."

"코난 군과 같이 얘기를 해봐야겠는데?"


마침 코난에게 연락이 왔는지 레이 오빠가 이어셋을 톡톡 두르리며 답한다. 코난과 오빠는 각자의 정보를 교환하고 범인을 어떻게 체포하고 폭탄이 설치된 곳을 알아낼지 의견을 주고 받는다. 더이상 내가 위험할 일은 없으니 둘은 거리낄게 없었다.


"그럼 그렇게 하는걸로 하지. 옥상에서 만나면 되겠군."

[네. 누나는 어떻게 한데요? 아무로 상이랑 같이 오는거예요?]

"아니. 소라는 따로 움직이라고 할거야. 이쪽은 아직 할일이 조금 남았으니까."

[알았어요. 그럼 거기서 만나요.]

"아, 전화 끊기 전에! 코난, 위험한 짓하면 혼내줄거야."

"그렇다는군. 적당히 하는게 좋겠어. 뭐든."

[누나한테 전해주세요. 그거 어제까지 폭탄을 목에 차고 있던 누나한테 들을 소리는 아니라고. 그럼-]

"남말하지 말라는데.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코난이 한 말을 전해들은 나는 억울해서 부루퉁한 얼굴로 레이 오빠에게 난 이번 한 번 뿐이었다고 툴툴거렸다. 자기들은 매번 그러면서 나한테 뭐라그러기 있어?


"그보다 남은 할 일이 뭔데?"

"받은건 되돌려줘야지. 하지만 그건 카자미랑 둘이서 해결할테니 넌 먼저 결혼식장으로 가봐."

"위험한 짓 하는 건 아니지?"

"아니야. 한시가 급하니 얼른 가봐. 올 때 바이크 타고 온거지?"

"응. 여러모로 자동차 보단 나으니까. 거기 사람도 많을테고."

"조심해. 아마 코난 군이 먼저 움직일테니 도착하면 정신없을지도 몰라. 목에 다시 찬 그 가짜 폭탄, 망가지지 않게 조심하고."

"알았어. 이따봐. 카자미 상도 조금 더 수고해주세요."

"그래."



* * *



"사토 상, 타카기 상!"

"소라 상?"

"네가 여긴 어떻게...아니, 그보다 너 폭에 그거..!"

"아, 이건 괜찮아요. 그보다 플라먀, 크리스틴 리샤르는요?"

"다 알고 있어요?!"

"누가 알아냈겠어요."


코난과 플라먀의 대화를 엿들었던걸 생각하면 코난은 지금쯤 플라먀랑 같이 이 문 너머에 있겠네. 근데 왜 총 놔두고 소화기로 문고리를 두들기고 있었던거야?


"총 없어요?"

"아까 식장에서 총탄을 거의 써버려서 안 돼."

"그럼 나와보세요. 한번에 부러뜨리게."

"네? 소라 상 언제부터 무술을..."

"란 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꽤 하거든요. 이미 여러번 내려쳐졌으니 어려운 일은 아닐거예요."

"아, 응. 그럼 부탁해."

"네."


나는 체중을 힘껏 실을 목적으로 문까지 도움닫기 거리를 조금 두었다가 달려가서 뛰어올라 문고리를 밟아 부수듯 내려쳤다. 다행히 이미 충격을 많이 받은 문고리는 한번에 망가졌고 옥상으로 들이닥치는데 성공했다. 잔뜩 몰린 인파 때문에 내가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렸는지 옥상엔 코난은 물론이고 일을 마치고 헬기를 타고 온다던 레이 오빠도 있었다.


"꼼짝마, 플라먀!"

"하...여기까진가-"

"그러게 상대를 봐가면서 덤볐어야지."

"넌..! 후지미네 소라? 그걸 그대로 달고 왜 여기까지 온거지?"

"글쎄- 4년 전 오빠들이 붙잡지 못한 널 잡으러? 이런 악취미 같은 선물에 보답도 해야하지 않나 싶고."

"하! 그래도 시간이 이렇게 걸렸다는건 네가 어딘가에 묶여있었기 때문이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터뜨려 버릴걸 그랬어."

"그랬다면 넌 더 무사하지 못했을걸? 내 남자는 제법 끈질기거든. 내가 죽었으면 네 손속을 봐주지 않았을거야."

"그런건가...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정말 연인이었다 이거군."

"말이 길어졌군. 손을 들어 머리 뒤로 넘겨."


나와 플라먀의 대화를 그저 듣기만 하던 레이 오빠가 내 죽음이 언급되자 총구를 더 가까이 들이밀며 경계한다.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걸 보니 헛소리를 한 번만 더 하면 어디든 쏴버릴 기세였다. 그에 더는 도망칠 곳이 없다고 여겼는지 순순히 손을 뒤로 넘기던 플라먀는 머리카락 속에서 수류탄을 꺼내 집어던진다. 레이 오빠가 제빨리 포복자세로 수류탄을 겨누었지만 그와 동시에 옥상에 들어온 푸른 라이트 때문에 목표물이 가려진다.


"젠장!"

"터지면 건물 안에 사람들이..!"

"아직 막을 수 있어!"


킥력 증강 신발을 조작한 코난이 포기하지 않고 축구공을 차 수류탄을 조금 위로 띄운다. 하지만 그걸로는 모자랐고 조금 더 높은 곳에서 터져야 우리도 다른 사람들도 무사할 수 있었다. 다행히 반대편 건물에 맞고 튕긴 공이 수류탄을 더 위로 쳐올렸고 불꽃놀이용 공이라 터지면서 일으킨 충격에 수류탄도 안전한 높이의 공중에서 터진다.


"하..."

"십년감수했네..."

"안심할 때가 아니라 플라먀..!"

"아!"


내 말에 엎드려있던 레이 오빠도 식은땀을 닦아내던 코난도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미 플라먀는 오빠가 타고왔던 헬기에 올라 금방이라도 날아갈 수 있는 상태였다. 레이 오빠가 총으로 앞유리를 쏘면서 견재해보지만 프로펠러의 바람에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태라 소용없었다. 그리고 유리창으로 보인 플라먀의 행동은 내 폭탄이 가짜가 아니었다면 다들 기겁하게 만들었을 것이었다. 오빠가 망가뜨린 것 외에도 예비 기폭장치가 있었는지 비열한 웃음을 얼굴 가득 내비치며 기폭장치를 작동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기폭장치에 반응에 폭탄이 터진 쪽은...


"이게 뭐야?!"

"내가 미쳤다고 동생과 연인 앞에서 폭사할 생각으로 왔겠어? 당연히 가짜지."

"터진건 이쪽에서 준비한 물건인데 마음에 들었나 모르겠군."

"후루야!! 후지미네!!"

"어후- 이렇게 시끄러운데 저게 들리네. 일단 추락할 것 같으니까 빨리 밑...오빠?!"


서둘러 밑으로 내려가 추락한 헬기에서 빠져나올 플라먀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레이 오빠가 헬기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아니, 잠깐만 여기 몇 층인지 알아?? 지금 저 헬기에 뛰어들샘이야?!


"밑에서 기다려!"

"돌았어?! 야!!"


황당함에 반말은 둘째치고 이름조차 부르지 않고 막말을 해버렸지만 이건 다 레이 오빠가 잘못한거다. 저 인간 지금 총도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날았어! 물론 그 엄청난 운동신경으로 무사히 헬기안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말이야...그 헬기도 불에 타는 중이고 곧 추락할 예정이잖아!!!


"소라! 코난 군! 괜찮아?"

"네. 괜찮아요."

"무모하잖아. 헬기에 뛰어들어 범인을 잡으려고 하다니..."

"소라 상, 아는 사람이에요?"

"어두운데다 가려져서 얼굴이 잘 안보였거든."


나는 내게 질문을 하는 사토 상과 타카기 상에게 답을 돌려줄 정신이 없었다. 그저 추락하는 헬기에 뛰어든 저 제정신이 아닌 남자를 얼른 도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레이 오빠가 버리고 간 총을 집어들고 그대로 비상구 쪽으로 내달렸다.


"소라!"

"우리도 빨리 내려가요."

"뭐? 잠깐, 코난 군!"



* * *



"네까짓게 감히 내 계획을 다 망쳐놔..?"

"큭..."

"죽어라!!!"


건물 앞에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던 바이크를 타고 헬기가 떨어진 곳으로 갔더니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레이 오빠와 그런 오빠를 떨어져 나간 헬기 부품으로 찌르려는 플라먀와 마주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지고 있던 레이 오빠의 총을 집어들고 플라먀의 손을 노렸다. 다행히도 내 조준은 정확했고 더불어 무라나카 상이 거의 동시에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 덕분에 레이 오빠는 무사할 수 있었다.


"오빠!!"

"소라..? 그럼 아까 총은-"

"돌았어? 제정신이야? 총을 버리고 뛰어들면 어쩌자는거야! 아니, 그전에 뛰어든것 자체가 문제잖아!"

"...미안."

"그보다 빨리 자리를 피하는게 좋겠어. 아가씨는 몰라도 저 친구는 공안 사람인거지?"

"그걸 어떻게-"

"형사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감이란게 생겨서 말이야. 다른 녀석들에겐 비밀로 해줄테니 얼른 가보라고. 물론 아가씨가 발포한 사실도."

"감사해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요. 오빠, 일어날 수 있겠어?"

"응. 미안하지만 조금 부축해줘."

"하...진짜 내가 못살아."


레이 오빠가 흘리고 갔던 모자까지 주울 정신은 없었기 때문에 1과 형사님들이 오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피해야 했다. 다행히 부축만 해주면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는 상태여서 어디로 몸을 피할까 살피는데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 폭탄 스위치가 눌린거야?"

"큰일이군..."

"막을 방법은? 그 부분도 코난이랑 미리 얘기 끝낸거지?"

"잘 될진 모르겠지만. 우선 교차로 쪽은 위험하니까 스크램블 스퀘어로 가자. 위에서 올려다 보는 쪽이 상황 파악도 잘 되니까."

"...알았어."


레이 오빠의 말에 바이크로 움직이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조심해서 오빠를 내 뒤에 태우고 목적지까지 빠르게 몰았다. 도착해서 전망대가 있는 꼭대기층까지 이동해서 내려다 보니 플라먀의 폭탄에 사용되는 두 액체가 도로를 따라 흘러 교차로로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코난이 움직였는지 교차로 가운데 커다란 축구공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설마 저걸로 막을 생각인거야? 하지만 틈새가 생길텐데?"

"저렇게 거대한 축구공이라면 공기가 적당히 빠지면 골목 사이사이까지 메우겠지."

"아...그런데 저거 지탱이 제대로 되긴 하는거야? 압력이 장난 아닐텐데..."


나는 혹시나 싶어 걱정되는 마음에 레이 오빠에게 다시 받아온 이어셋을 켜 코난에게 상황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을 지탱하지 못하고 벨트를 묶어둔 부분들이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일반인은 전부 피난한 상태라 도와줄 사람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었다.


"그 민간조직의 사람들은? 그쪽도 다 도망쳤어?"

[아마 엘레니카 상이 설득했을 것 같지만...]

"좋아. 그 엘레니카의 번호로 전 멤버에게 너희들이 있는 네 곳의 위치를 전송해줄게. 도울 생각이 있다면 가까운 곳으로 가주겠지."

[고마워!]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빠르게 위치 정보를 전송했다. 다들 탐정단 뱃지를 잘 들고 있어 주었기 때문에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움직일까?"

"글쎄. 하지만 제법 괜찮은 리더였던 모양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


내 짐작대로 나다우니치토지티에 속해 있던 멤버들이 리더인 엘레니카의 뜻에 따라 각 포인트를 도와주러 왔는지 공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는 코난이 공 위로 향하는 모습이 보이더니 거대한 축구공의 공기가 적당히 빠져 교차로를 중심으로 골목골목을 제대로 막아 액체가 더 이상 흐르지 못하게 막아주었다.


"대성공이네."

"중화작업을 서둘러야겠어."


내가 웃으며 엉망진창인 레이 오빠를 올려다 보자 오빠도 마주 웃으며 폰을 꺼내들어 카자미 상에게 연락해 뒷처리를 지시한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일에 관한 지시만 하고 끊으려고 하길래 통화를 마치기 직전에 오빠의 손에서 폰을 빼앗아왔다.


"소라? 무슨-"

"여보세요. 카자미 상, 아직 안 끊었죠?"

[어, 어? 아, 그래. 후지미네도 같이 있었나...]

"죄송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응급처치가 가능한 것들 가지고 스크램블 스퀘어 전망대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이 남자, 그대로 둘 순 없어서요. 나중에 병원은 끌고 갈거지만 기본적인 처치는 해야할 것 같으니까요."

[아, 그래. 알겠다. 금방 도착할거다.]

"네. 매번 죄송해요."

[아니야. 해야할 일이니까. 그럼.]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한 나는 폰을 다시 레이 오빠에게 돌려주었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지 좀 뚱한 얼굴로 폰을 받아든 오빠가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현장정리하기도 급한데 이정도 상처는 나중에 처리해도 되잖아. 병원까지 갈 상처가 아닌것도 많고."


그 불평을 가만히 듣고 있자 이게 무슨 헛소린가 싶었다. 안 그래도 할 말이 많은데 잘 됐다 싶어 일단 저 얄미운 입부터 막을 생각으로 손을 뻗어 입술을 꾹 집어버렸다.


"우으!"

"헛소리를 줄줄이 내뱉는건 이 못된 입이지? 나도 이번엔 폭탄을 차버린 잘못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높은 곳에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헬기에 뛰어들다니- 제정신일리 없어. 게다가 총까지 버리고 뛰어들었지? 나나 무라나카 상이 먼저 어떻게 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찔려 죽을 참이었어?"

"...."

"그런 어마무시한 짓을 저질러 놓고 현장정리가 상처치료보다 우선이라고? 어디 여기서 실컷 두들겨 패서 진짜 입원이라도 시켜줘?"

"(도리도리)"

"그럼 불평하지 않고 치료 받을거지? 물론 병원도 잘 다녀올거고."

"(끄덕끄덕)"

"좋-아. 한 번만 용서해줄게."


나는 확답을 받고 나서야 입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어딜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할 생각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고 자켓도 벗기려고 했는데 황급히 내 손을 붙잡는 레이 오빠 때문에 자켓을 반쯤 벗긴 상태로 멈추었다.


"왜?"

"왜냐니! 갑자기 무슨..!"

"오빠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거 아니야? 어딜 다쳤는지 확인하려는거야. 다리는 바지를 벗길 수가 없으니까 발목 정도만 볼 수 있겠지만 상체는 괜찮잖아."

"아..."

"왜 혼자 야한 생각하고 그래?"

"아, 아니거든!"

"아니야?"

"...아마도."

"뭐, 확실히 갇혀있고 범인 잡느라 정신없어서 이렇다할 스킨쉽이 없긴 했지. 지금은 이걸로 참아."


레이 오빠의 양볼을 붙잡고 끌어내린 나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아랫입술을 살짝 베어물었다가 때어내었다.


"잠깐, 감질나잖아. 가볍게 할거면 진짜 가볍게 하던가 왜 자극하다 마는데?"

"감질나라고. 벌이야. 몸을 함부로 굴린 벌."

"윽..."

"다 나으면 제대로 해줄게."

"...알았어."


잘못한게 있으니 더 반박하지도 못하고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덩치 큰 강아지다. 있을리 없는 쳐진 귀랑 꼬리가 보이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저런 귀여운 모습에 약한 나지만 오늘은 저지른 일이 있으니 봐줄 수 없었다.



* * *



"여기 있었네요?"

"옷이 엉망이구나? 그래도 다친 곳은 없지?"

"응. 누나는?"

"나보단 이쪽을 걱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아무로 상은 딱 봐도 안 괜찮아 보이거든. 그야 헬기에 뛰어드셨으니 당연하겠지만."

"코난 군 마저..."

"누나 입에서 '야' 소리가 나간 시점에서 반성하셔야 한다고 봐요."

"...그래, 그랬지."


코난에게까지 한방 먹자 레이 오빠는 순순히 제 잘못을 인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이 화제가 계속되면 불리할거라 생각했는지 금새 대화 주제를 돌려버린다.


"그보다 용케도 저런 생각을 해냈네."

"아, 예전에 일이 생각 나서요. 어릴...웁!"

"네~ 거기까지. 무슨 말 하고 싶은건지 대충 알겠어."


나는 코난이 또 사고를 치기 전에 곧장 입을 틀어막았다. 쟤 지금 뭔지 몰라도 어릴 때 얘길 할 생각이었다. 열일곱 쿠도 신이치의 어린시절은 일곱살 에도가와 코난의 기준으로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인게 분명하니 그런 실수를 저지르게 둘 순 없었다.


"왜 말을 막고 그래?"

"자기 어릴 때 얘기가 아니라 그렇지. 나한테 들었던 신이치가 어릴 적 이야기야."

"그 사촌동생의?"

"응. 8년 전, 아직 오빠들을 만나지 못했을 무렵의 일이었을걸."

"전에도 만난 적 있었던가?"

"아마. 그때 신이치가 수도관을 망가뜨려서 물이 다 새고 있었는데 하기와라 오빠가 와서 야구공으로 그 틈을 메우고 다른 오빠들한테 수도국에 전화해달라고 했던 일이 있었어."

"그래...하기와라가..."


레이 오빠는 추억에 잠긴 듯 아련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나도 흐릿하게 기억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코난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에 힘을 뺀다. 그땐 레이 오빠의 얼굴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그 사람들이랑 다시 만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둘 다 왜 그래요?"

"아니, 아무것도-"

"그냥."

"뭐야, 둘 다-"

"됐고, 너 그만 돌아가봐. 난 오빠랑 같이 정리되는거 보고 돌아갈거니까."

"에-"

"그렇다니까 얌전히 돌아가보는게 좋겠네, 코난 군. 나도 소라한테 대들 입장은 아니라서 말이야."

"...가면 되잖아요. 그럼 수고하세요. 누나는 좀 제대로 쉬고."

"그래,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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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눌러주신 슈비 님, 하루아침 님, 나나 님, kky 님, 신유림 님 감사합니다.

내일은 두가지 버전의 결말이 각각 올라올 예정입니다. 각 편 분량이 그리 많진 않아요. 쪼오금 살벌한 버본 버전의 결말이 자정 넘어서 쯤 먼저 올라오고 해피해피 몽글몽글한 버전이 점심시간 쯤 올라올 예정입니다! 예정된 마지막 외전이 이 할로윈의 신부 에피소드라 내일이면 진짜 찐으로 완결이겠네요 ㅜㅜ 그럼 내일 마지막 두편으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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