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파티에 초대되었다. 이들의 파티는 나를 타락하게 만들어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귀를 찢는 이들의 웃음, 무도회장에 울리는 구두소리 그리고 악마 자체 본성에서 나오는 광기가 나를, 듣는 이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악마들은 애절한 춤을 추면서도 끊임없이 나를 기만하고 조롱했다. 이것이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얼마전, 새벽마다 하는 '열린 음악회' 프로그램에서 본 라흐마니노프의 카프리스 24번 변주곡: '파가니니 주제에 대한 광시곡' 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을 들어보면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얕은 사람들도 '라 캄파넬라' 만큼 많이 들어본 곡일 것이다. 곡의 광기가 듣는 이를 제압하고 오묘한 리듬과 함께 변주곡을 시도하는 곡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파가니니는 악마와 계약해서 타락해버린 광기 가득한 작곡가이자 연주가로 다가온다. 그가 작곡한 이 카프리스 24번은 그의 욕망이 넘치다 못해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렬하는 고음, 저음과 고음을 동시에, 화려한 옥타브, 트리플 스타핑, 왼손 피지카토, 대미를 장식하는 4옥타프 아르페지오. 그럼에도 애절한 느낌과 상응하는 격한 연주. 그의 광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트리플 스타핑과 왼손 피지카토 변주 부분은 나를 일시적으로 타락하게 만들었다. 강압적이면서도 날카롭고, 음을 하나하나 눌러가며 연주해야 하는 이 부분은 마치 내가 악마의 파티에 초대된 것처럼 마음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파가니니는 이 곡을 작곡하고 연주할 때 악마와 마주했을까? 그의 광기는, 그의 매서운 작곡 기법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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