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크리스마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두운 밤 조용히 내리는 흰 눈, 그 밤을 틈타 굴뚝을 통해 가옥에 잠입하는 산타의 붉은 옷, 요란하다 싶을 정도로 트리에 잔뜩 달린 오색찬란한 장식,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꼭대기의 노란 별이 떠오르시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뭔가 종교적인 상징도 약간 생각나죠.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이 모든 이미지들을 한데 모아 잘 섞은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류도감에 실린 그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완벽한 옆모습을 보여주는 오색방울새입니다. / © Mikhail Ezdakov, Photo 185675948 / iNaturalist

오늘 소개할 새는 오색방울새입니다. 몸길이가 12~13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새이죠. 이 새의 이름에 들어간 오색은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요. 사실 오색방울새의 깃털색은 말 그대로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긴 합니다. 우선 이 새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색이라면 얼굴을 덮고 있는 깃털의 새빨간 색인데요. 밝고 붉은 코를 가진 순록이 산타의 썰매를 이끌 수 있다는 얘기를 보면, 이 정도로 붉은 얼굴을 가진 새라면 힘이 부족해 썰매를 끌진 못하더라도 내비게이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편 날개와 옆구리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kosforester, Photo 113563145 / iNaturalist

이어서 오색방울새의 남은 사색(思索x 四色o)을 마저 살펴보도록 하겠는데요. 오색방울새의 눈가와 머리 뒤쪽, 날개와 꽁지깃은 검은 깃털로 덮여 있습니다. 얼굴 옆쪽과 배는 전체적으로 흰색을 띠는데, 가슴 일부와 옆구리는 잘 구워진 떡처럼 부분 부분 옅은 갈색을 띠죠. 그리고 이 새의 등은 전체적으로 옅은 갈색이기 때문에, 배보다도 등이 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란색은 검은 날개를 따라 긴 줄무늬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 날개에서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색방울새와 같은 방울새아과(Carduelinae)에 속하는 방울새가 이와 유사한 무늬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죠. 


보송보송한 것을 모으는 오색방울새입니다. / © sea-kangaroo, Photo 1832482 / iNaturalist들어가 누워보고 싶을 정도로 폭신해 보입니다. / © Oscar Thomas, Photo 12229753 / iNaturalist NZ

오색방울새의 학명은 Carduelis carduelis인데요. 여기서 carduelis는 라틴어로 오색방울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걸로 설명이 끝나면 아무래도 허무하니 좀 더 알아보자면, 이 새의 라틴어 이름은 라틴어로 엉겅퀴류(thistle)를 뜻하는 단어인 carduus를 넣어서 지은 것이죠. 이와 같이 호랑이 라틴어 쓰던 시절부터 엉겅퀴새라고 불렸을 정도로 오색방울새는 엉겅퀴를 좋아하는 새입니다. 오색방울새는 주식이 작은 씨앗이며, 엉겅퀴류의 씨앗을 즐겨먹는다고 하는데요. 둥지를 지을 때도 엉겅퀴류의 보송보송한 솜털 씨앗을 이끼 등의 재료와 함께 둥지에 깔아 바닥을 폭신폭신하게 만들죠.


이 정도의 뾰족한 수난은 망설임 없이 딛고 일어서는 오색방울새입니다. / © Ben Theodore, Photo 109011430 / iNaturalist

엉겅퀴류는 뾰족한 가시가 달린 것이 특징적인 식물인데요. 이런 뾰족한 식물과 관련이 많다 보니, 오색방울새는 기독교에서 예수의 수난을 상징하곤 했다고 합니다. 얼굴의 붉은 깃털 또한 예수의 가시관을 벗기려다 피가 튀어서 붉게 물들었던 흔적이라 여겨지기도 하였죠. 지금까지 이 채널에서 소개한 새 중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고통을 줄여주려 노력한 새는 전부 셋인데요. 하나는 못을 뽑으려다 부리가 휘어버렸고, 하나는 이마의 가시를 빼려다 가슴에 피가 튀어버렸죠. 셋 다 별 고생을 다 했다 싶습니다만 이렇게 모아놓으니 그나마 가슴에 피가 튄 정도로 끝난 친구가 제일 나아 보일 정도네요. 


한껏 빵빵해진 겨울 오색방울새로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 Анна Голубева, Photo 110631166 / iNaturalist

오늘은 붉은 얼굴을 가진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처음 이 새를 크리스마스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알록달록한 겉모습이었는데요. 이렇게 예수와 관련된 사연까지 있는 완연한 크리스마스 새일 줄은 몰랐습니다. 오색방울새는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것을 상징해 왔는데요. 이번 포스트에서 간단하게 전부 소개해볼까도 했었습니다만, 생각보다 더 방대해질 것 같아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조금 언질을 드리자면 오색방울새는 건강과 풍요를 상징하는 새이기도 한데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도 건강하고 풍요로운 연말 보내시길 바라며, 내년에 다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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