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쩌면 너무도 일상적인 일이지만 누군가 이야기를 나눈다는 행위 자체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

혹은 그냥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함께 있는 행위가 대화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모든게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상황에서도 어쩌면 희망이 보이게 된다.

12월 18일, 영화 용순을 보았다. 개봉했을 당시 놓쳐서 아쉬웠던, 너무도 기대했던 영화였지만 영화에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영화를 봤고 뒤따라 GV까지 듣게 되었다. GV 역시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들었다. 그리고 극장 밖을 나와서 영화의 감독님과 인사치례지만, 그저 팬으로서 싸인을 받는 과정이었지만, 짧은 대화를 나눴고 그제서야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 아직 집중을 할 수 있구나. 아직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내 말을 전할 수 있구나. 그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대화가 끝나자 시간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후로 계속해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틀밤을 울면서 잠이 들었다. 무서웠고 슬펐지만 이 기분을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었다. 아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12월 20일, 몬스터 콜을 보았다. 며칠전부터 예매를 해 놓았던 영화지만 지금 이 기분으로, 이 상태로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을까 싶어 그 전 날 예매 취소를 했었다.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 하루 또 집에 있는다고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때보다 무거운 몸을 깨워서 영화를 보러 갔다. 

우연치 않게도 몬스터 콜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의 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 사람들, 그 이야기가 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이야기에 대한 힘, 그 힘을 전달해주는 이야기. 암 투병 중인 엄마와 살아가는 아이가 있다. 매일 같은 시간, 아이는 괴물을 보게 된다. 우리는 모두 벽장 속에 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들어봤다. 하지만 이 코너라는 아이가 만나는 괴물은 방 창문에서 보이는 언덕에 심어져 있는 수천년 된 나무다. 그 나무는 같은 시간이 되면 살아서 움직인다. 그리고 어느날, 그 나무는 아이에게 세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한다. 그리고 그 세 이야기를 다 들려주고 나면 아이가 나무에게 네번째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는 말을 한다. 만약 네번째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죽을지도 모른다.

나무 괴물은 아이에게 같은 시간 찾아와 세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악행을 저지른 후 선왕이 된 왕자의 이야기,목사와 약사의 이야기, 투명인간에 관한 이야기. 세 이야기는 모두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고 모순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투명인간은 남들이 자신을 봐주길 바랐다...하지만 모두가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전보다 더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두려웠지만 코너는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는다. 자신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힘, 누군가에게 기대도 괜찮다는 위로, 자신의 진심을 말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동안 나무가 코너에게 해줬던 이야기들 처럼 모순적이게도 코너는 잃기 싫은 것을 붙잡으면서 오히려 놓아줄 수 있게 된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듣게 되는것.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특별할 것 없는 일이지만 동시에위로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 대화의 내용이, 그 이야기의 내용이 꼭 지금 상황과 맞지 않더라도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기도 한다.

핸드폰에서 트위터 어플을 지웠다. 몇 시간동안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과 말들이 보기 싫어서, 더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한동안 트위터를 멀리해야 될 것 같다. 가끔 노트북으로 들어가보기는 하지만 관심있게 보는 글들은 없다. 그동안 계속해서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 테레비전과 포털 사이트를 보지 않고 있다. 대신 레시피를 찾아보고 정리를 해보고 베이킹을 하고 있다. 방 청소를 하고 영상 편집을 하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들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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