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유구한 역사를 가진 모자라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친구들과 함께 말하던 것을 기억했다. 몇세대의 해적들을 거쳐서 바다의 끝으로부터 전해진 밀짚모자는 마침내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그날은 유독이도 석양이 타오르던 날 이였다.




아주 오래전 부터 아버지의 주방 한켠에는 밀짚모자가 걸려있었다. 저의 아버지가 밀짚모자를 쓰는 것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에, 처음에 그녀는 레스토랑의 손님이 두고간 물건이라 생각 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그 누구의 것도 아니였다. 그것은 아버지가 있는 공간 한켠에 매달려 있었다. 



"모자주인은 이제 안오는거야?" 그녀가 물었다. 몇개인지 모를 담배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젊었을 적에 유명한 해적단의 요리사였다는 아버지의 손은 두껍고 투박했다. 


"응, 안오려나봐." 담배 연기와 함께 쓸쓸한 목소리가 파도 소리에 뭍혔다. 아버지는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어쩌다 과거에 대해 물으면 머나먼 옛날 일 이라며 역정을 내니, 레스토랑의 누구도 그의 앞에서「해적」이라는 말을 입에 낼 수 없었다. 



"애초에 그건 누구꺼 였던거야?" 다시 물었다. "이렇게 오래동안 가지러 안왔으면.. 이미 너무 늦은거 아니야?" 필시 저것은 아버지의 과거에 얽혀있는 물건이리라. 주인없는 모자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죽 저 자리에 걸려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따뜻한 공기를 머금은 바람이였다.


"..어쩌면 원래부터 다시 올 생각이 없던거 였을수도" 알수없는 대답에 굳이 의미를 물어보지 않았다. 가끔 오는 아버지의 친구라 부르는 사람들이 레스토랑에 올 때 마다 유독이나 그 밀짚모자를 만지작 거리다 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저건 주인에게로 돌아가는게 맞아. 너무 늦은건 내 쪽인지도 몰라.." 어쩌면 아버지는 알고 있었는 지도 몰랐다. 이 모자의 주인을 다시는 만날 일은 없음을. 적어도 이번 생에는 모자가 주인을 찾지 못할것을. 그럼에도 이제까지 지니고있던 것은 왜 일까.



"후회해?.. 지금이라도 마음 바뀐거면 다시 주워올게." 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금발 사이로 보이는 눈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놔둬."



아버지는 그날 아주 오랫동안 파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해가 완전히 질 때 까지 밀짚모자가 가라앉은 바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아버지의 주변으로 일렁이는 날카로운 공기는 한동안 누구도 주변으로 다가갈수 없게 했다. 




얼마후 받아본 신문에는 시대의 마지막 해적왕이 죽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되어있었다. 그녀는 저의 아버지가 그것을 이미 알고있었다 확신할수 있었다. 









Fin

계속

저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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