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라커 안을 보며 망설이던 윤우가, 마침내 드로즈를 벗었다. 잘 개 앞서 탈의한 옷들 위에 놓았다. 그게 윤우 몸에 남아있던 마지막 천 조각이었다. 다시 말하면 지금 허윤우는 태초의 모습처럼 알몸인 상태라는 것이다. 라커문을 닫고 문을 잠갔다. 열쇠가 달린 팔찌를 팔목에 꼈다. 괜히 작게 헛기침을 하며 살짝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런 데 온 건 너무 오랜만인데. 다 벗고 있었지만 여기서는 딱히 눈에 띄는 차림이 아니었다. 거울을 보며 스킨을 바르는 남자도, 드라이기로 젖은 머리를 말리는 사람도 전부 윤우처럼 발가벗고 있었으니까. 강남의 고급회원제사우나. 대리석이 깔린 바닥부터 거울 앞에 놓인 라탄 소재 의자까지 전부 돈 냄새가 솔솔 났다. 여기 회원권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윤우는 모른다. 윤우가 그걸 고민하기 전에 이미 완벽히 셋팅 되어 있었으니까. 포르쉐 차키, 사우나회원권, 옷차림과 톤앤매너 교본, 귀에 끼고 있는 새끼손톱 크기의 인이어, 그리고 돌발상황에 대비한 매뉴얼까지. 긴장에 입술이 마르고 손끝이 떨려온다. 조용하던 인이어에서 갑자기 지열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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