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악!!”

 

첫 번째 애벌레를 시작으로 애벌레가 한 마리, 또 한 마리 끊임없이 마리안느의 코에서 기어 나왔어요.
애벌레들은 마리안느의 살을 파먹고 자랐습니다. 


그립던 짝의 아이들이었지만 마리안느에겐 사랑스럽지 않았습니다.
그저 마리안느를 정말정말 아프게 하는 존재들이었어요.

 

마지막 애벌레가 기어 나와 사라질 때까지 마리안느는 혼자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아픔을 참기 위해 바닥을 긁느라 손은 엉망이 되었고 데굴데굴 구르며 아파하느라 온 몸엔 멍이 들었습니다. 숨어있는 도토리의 냄새도 맡던 코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어요.

 

마리안느는 짝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숲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파랑새의 말이 자꾸 맴돌았습니다.

 

“나는 어른이니까 짝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못생기고 쓸모없고 다들 나를 아프게만 해.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너무 무서워.”

 




마리안느는 볕이 들지 않는 구석으로 구석으로 들어갔습니다. 동물도 식물도 모두 무서웠어요.

 

“짝을 찾아야 해. 짝을 찾아야 해.”

 

입으로는 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발은 마리안느를 점점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마리안느는 누구와도 닿지 않고 마주치지 않으려고 점점 더 웅크리고 수그렸어요.

 

계속해서 더더 웅크리고 웅크리다 한치 앞의 돌멩이를 보지 못하고 걸려 넘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때리지 말아주세요! 잘못했어요!! 싸돌아다녀서 미안해요! 징그러운 눈이 하나뿐이라 제대로 보지 못 했어요! 쓸모없는 못난이라 죄송합니다!”

 

마리안느는 돌멩이에게 싹싹 빌며 사죄했습니다.
분명 또 아픈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마리안느가 얼굴을 감싼 손가락 틈으로 돌멩이를 살펴보았습니다.
돌멩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

“...”

 

마리안느는 돌멩이를 지켜보았습니다.
언제 어떻게 마리안느를 아프게 할지 몰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돌멩이는 그저 그 자리에 있기만 할 뿐 마리안느를 아프게 하지 않았습니다.
마리안느는 돌멩이가 덜 무서워졌어요.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리안느는 돌멩이가 마리안느를 아프게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당신은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군요?”

“...”

 

돌멩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마리안느는 돌멩이에게 다가갔습니다.
마리안느의 말에 대답해주진 않았지만 마리안느를 아프게 하지 않았으니까요.

 

“당신은 내가 못났다고 하지 않는군요.”

“...”

 

돌멩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배가 고프다고 나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요.”

“...”

 

돌멩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나에게 알을 까거나 쓸모없는 녀석이라고 하지도 않을 테지요.”

“...”

 

돌멩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마리안느는 돌멩이가 마음에 들었어요.
마리안느는 돌멩이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습니다.

 

“당신이 나의 짝이 되어주시겠어요?”

“...”

 

마리안느는 대답 없는 돌멩이를 짝으로 맞았습니다.
돌멩이는 좋은 짝이었습니다.


마리안느가 못생겼다고 욕하지도 않았고,
화를 내며 때리지도 않았으며,
어느 날 갑자기 먼지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마리안느는 돌멩이가 자신이 찾던 짝이라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숲에서는 장미를 따 물을 마시고 도토리를 찾아 식사를 했지요. 정말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

“은쟁반 같은 연못에 얼굴을 비추곤 했어요.”

“...”

“나와 함께 숲으로 가지 않겠어요?”

“...”

“미안해요. 그냥 여기 있기로 해요. 당신은 그게 더 좋잖아요. 그렇죠?”

“,,,”

 

마리안느는 돌멩이를 손에 올린 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돌멩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짝이에요. 그렇죠?”

“...”

“내가 당신이 찾던 짝이 맞나요?”

“...”

“...”

 

마리안느는 돌멩이를 계속해서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

 

돌멩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마리안느는 조용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돌멩이를 올려놓은 손을 기울였어요.
손이 조금씩 기울어 갈수록 돌멩이도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툭. 데구르르르.

 

어느 순간 돌멩이는 마리안느의 손에서 떨어져 혼자 어디론가 굴러갔습니다.
돌멩이는 역시 아무 말이 없었어요.
돌멩이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마리안느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리안느는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짝을 데려오겠다던 말과 달리 혼자서 돌아갔지요.


마리안느는 얼른 누워서 깊이 잠들고 싶었어요.
무성한 숲 속을 헤치며 보금자리로 향했습니다.

 

그때 마리안느가 돌아온 것을 알게 된 파랑새가 아기 파랑새들을 줄줄이 달고 나타났어요.


“돌아왔구나. 마리안느야.”

 

파랑새는 마리안느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런데 네 짝은 어디에 있니?”

“...”

 

마리안느에게는 대답 할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세상에, 짝도 찾지 못한 거니? 너 정말 못났구나! 마리안느야.”

“못났구나!”

“못났구나!”

“못났구나!”

 

아기 파랑새들이 어른 파랑새의 말을 따라 조잘거렸습니다.
마리안느는 친구인 파랑새의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어른 파랑새는 아기 파랑새들을 데리고 포르르 날아갔습니다.
마리안느에게 혀를 쯧쯧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지요.

 

“쯧쯧..”

“쯧쯧!

“쯧쯧!”

“쯧쯧!”

 

혼자 남겨진 마리안느는 우선 은쟁반 같은 연못에 가서 몸을 씻기로 했습니다.
시원한 목욕은 언제나 마리안느를 힘나게 했으니까요.
연못에 다가가 몸을 기울인 마리안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으악!!”

 

연못 안에는 징그럽고 하나뿐인 두꺼비눈과 뭉개진 들창코, 부러진 뻐드렁니를 가진 더러운 괴물이 있었습니다. 


마리안느는 그 괴물이 너무너무 보기 싫어 연못을 세게 때려 흩뜨리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을 그러모아 연못을 덮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연못이 사라진 뒤에도 괴물의 모습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리안느는 괴물이 아니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닌 도토리들은 보일 때마다 으깨버렸고 괴물이 물을 담아 마시던 장미꽃은 눈물에 적셔 시들게 만들었습니다.

 

마실 물도 먹을 음식도 놀이거리도 모두 사라진 마리안느는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 누워 계속해서 잠을 잤습니다.


자꾸만 들리는 파랑새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귀를 막고 자꾸만 보이는 더러운 괴물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그렇게 계속해서 잠을 잤습니다.

 

누워있는 마리안느의 위로 풀잎이 자라나고 시들고 꽃이 피고 사라지고 덩굴이 엉기고 나무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잠을 잤습니다. 



마리안느의 눈은 너무 오래 감고 있던 나머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안느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잠을 잤습니다.
눈이 보인다고 해도 마리안느가 못생기고 아무쓸모도 없는 못난 녀석인 사실이 달라지진 않으니까요.

 

마리안느가 살던 행복한 숲은 방치된 채  뾰족뾰족한 가시가 마구잡이로 자라 도저히 아무도 살 수 없는 거칠고 날카로운 숲이 되어 모두에게 버려졌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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