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다시는 자신의 선장을 허망하게 떠나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근래의 루피에게서 요키의 마지막 순간이 자꾸 겹쳐보였다. 


지난 밤 몇번의 심정지가 왔다. 물론 유능한 선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몇번이고 다시 그의 심장을 살려냈다. 급성 쇼크가 오는 횟수와 빈도가 잦아지고 있었던 것 이다. 그의 몸안에 축적된 염증이 폐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빙크스의 술을 ~ 전하러 간다네~"



선장의 상태가 잠시나마 나아지며 들떠 있었던 배의 분위기는 살얼음판 같았다. 언뜻보기에 다들 일상적인 삶을 살고있는 듯 했지만, 그것은 더이상 버티지 못할것 같은 불안감에 대한 반항일 뿐이라는것을 브록은 알고있었다. 그의 작은 뒤척임이나 세어나오는 기침에도 불안하게 눈동자가 흔들렸다. 


" 우렁차게 한바탕 부르자, 바다의 노래~"


자신이 연주를 시작하면 어디서든지 부리나케 달려와서 함께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그리웠다. 가사를 따라 고래고래 배가 떠나갈듯 외치것은 '노래'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으나, 브록은 어느 쪽이든 좋았다. 


"어차피 누구나 언젠가는 백골이라오~ "



항상 선수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던 작은 어깨가 오늘따라 유난히 보고싶어졌다.



" ... 끝없이 한없이 즐거운 이야기(Laugh tale)" 





[Onepice] 돌아가는 길 下

W헤덴





활기가 띄는 마을이였다. 해적기를 보고도 주민들은 별다른 적의를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담담하게 항구 사용료를 받아갈 정도로 평화롭고도 따뜻한 마을이였다.


".. 우리 이제 한 달 넘게 정박하고 있잖아!? 이제 슬슬 할인 해줘도 괜찮을것 같은데.."


배 아래에서 들려오는 앙칼진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희들의 항해사는 제 값을 낼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기에 흥정은 언제나 계속되었다. 


"에이 -두목한테도 제 값을 받고있는데- 아무리 은인들 이라고 해도- "


그들이 해안가에 나타는 해왕류에게서 어부들을 구해준 이후로 부쩍이나 왕래가 잦아졌다. 누군가가 일당에게 말했던 '오지랖'은, 비단 선장만의 문제는 아니였나보다. 어쩔수없는 타인의 위험을 눈앞에서 두고볼수 없는것도, 어쩔수없는 소란에 함께하는것도. 어느센가 옮아버린 저희들의 천성이였던 것이다.

 

"그럼.. 그 이름모를 두목한테도 잘 말해줘요~ 조로나 상디군이 가끔 일 도와주잖아~"


그리고 이 섬이 빨간머리 샹크스의 영역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꽤나 나중의 일 이였다.







바람이 불지 않는 앞 바다의 날씨와는 다르게, 섬의 하늘은 끝 모르는 높이로 너무나 맑은 색으로 청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태양빛에 반사되는 바다의 파도가 눈이 부셨다. 예전의 루피라면 이런 날씨를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았을 텐데. 씁쓸한 생각을 지우며 프랑키가 밖을 내다보았다. 


"춥지는 않아?" 


침대에 앉아있는 그에게 물었다. 계절과는 꽤나 상반된 물음 이였지만- 창문을 닫아달라는 대답이 들려오자 군말없이 창을 닫았다.


"많이 추우면 담요 줄까?"

"고마워" 

 

담요를 받아드는 그의 손이 허공을 맴도는것을 못 본 체했다. 


"좀 더 괜찮아지면 같이 나가자. 앞에 마을의 시장에서 곧 있으면 축제를 한다고 해"


무릎위에 담요를 접어 덮어주며 말을이었다.


"브록은 마을 녀석들이랑 그세 친해져서 같이 공연도 하기로했데! 엄청나지?!"

"오.. 브록의 본격적인 공연을 보는건 정말 오래간만인것 같은데? " 

"그치? 놓칠수 없다구~"


깔깔 거리며 맞장구치는 그의 얼굴에서 아주 오래간만의 웃음을 보는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 코에 호흡기를 달고 많이 야위어 있었지만 여전히 루피였다. 


"프랑키?"



창가를 통해서 비추는 태양을 등지고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얼마전 - 이제는 늦던 빠르던 마지막을 염두해 두고 있어야 한다는 쵸파의 말에, 느꼈던 절망감은 말로 할 수 없었다. 지옥에서 데리고 나왔지만 여전히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는 루피를 구원할 방법은 없었다. 그가 매일 밤마다 혹여나 저희들에게 소리가 들릴까 습관적으로 입술을 짖이기며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는걸 알고있었다. 저희들은 밤마다 고통에 신음하는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 부르튼 입술은 나아질 날이 없었다.


"응?"


하지만 이런 상태를 눈앞에 두고도, 이렇게나 찬란하게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이 모든걸 극복해낼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 함께 걸어왔던 길 위에서 그러했듯이. 적어도 프랑키는 크루들 모두가 같은 심정이리라 생각했다. 이유는 다르지만 결국 그들은 루피에게 이끌려 꿈을 가지고 바다로 나온 사람들이였다. 우리들은 여전히 너의 등을보며 자유롭게 바다를 누빌수 있는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지금 밖의 날씨는 어때?"



하지만 들려온 대답은 참담할 정도로 절망적이였다. 

바스러질듯한 미소로 되물어오는 소년에게 쉽게 답할수 없었다. 잠시의 정적. 프랑키는 선글라스너머로 눈을 질끈 감았다. 단 한 순간 느낀 희망이 산산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그와중에도 루피가 지금 자신의 표정을 볼 수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따듯한 태양이 내려앉은 오후였다. 방안 구석까지 해가 들고 따뜻한데. 조금만 창 밖을 바라보면 저렇게 화창한 바다가 있는데. 눈만 돌려서 네가 직접 보면 되는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참아내느라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날씨는 아주 좋아. 바람도 적당하고 구름이 조금있지만 해를 가릴 정도는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콜라에 얼음을 절반정도 넣어서 마시는 날씨 랄까 -"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척 유쾌한 목소리로 대답해야만 했다. 얼마전 몇번 겪은 심정지 이후에 루피의 시력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처음에는 짧은 혼수상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시야가 좁아진 줄로만 알았다. 쵸파의 말로는 장시간 쇼크가 반복이되면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의 눈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않았다. 허공을 맴도는 그의 눈동자는 점차 빛을 잃어갔다. 몸에 심각한 스트레스와 높은 염증수치가 원인이였다. 



"그렇구나. 정말 날씨가 좋는가보다"


간신히 제 기능을 하고었던 내부 장기들은 쇼크가 한번 올 때마다 심하게 손상이 되었다. 반복되는 혼수상태는 폐혈증을 가속화시켰고, 그로인해 몸에 번진 염증들은 이제 약으로는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퍼져 있었다. 그의 눈이 마침내 밤과 낮을 구별할수 없을 정도가 되었던 날, 크루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숨죽여 울어야만 했다. 루피의 몸은 이제 정말로 서서히 시간을 멈추고 있었다. 


"파도는 어때?"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말 한적은 없었지만 딱히 숨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루피는 눈이 보이지않기에 저희들에게 더 많은것을 물어왔다. 


"써니의 아래에서 잔잔하게 치고있지. 오늘 바람이랑 파도는 끝내줘." 


요즘에 그는 날씨에 대한것을 자주 물어왔다. 예전이라면 온 몸으로 느끼고 보았을 그런 풍경들을 부쩍이나 그리워하는것 같았다. 때문에 할수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해변가의 꽃을 가져다주며, 여행의 책을 읽어주며, 파도가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며- 세상을 알려주었다. 분명 그가 원하는 것은 이런게 아니겠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저희들은 그만큼 필사적이였다.



"출항하기 좋은 날씨겠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릴것 같은 모습으로 말하지마. 

종래에는 몸의 작동이 완전히 멈추는 과정속에 있는것 이다. 다들 은연중에 알고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의 몸이 돌이킬수없는 상처를 안고 천천히 받아들여야 하는 마지막을. 



"이봐 루피, 출항하기 '나쁜 날씨'란 없어."



비록 그가 보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에게  바다를 들려주었고, 그가 듣지 못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하늘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하나씩 하다보면 언젠가 다시 출항할수 있겠지. 함께가 아니면 유명무실해진 꿈을 품에안고 함께 다시 바다에 나갈 날을 기다렸다. 


그것이 기약없는 기다림이 될 지라도.




[Onepice] 돌아가는 길 Fin

「마중가는 길」로 이어집니다.

저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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