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철x한태주























그 날 이후 동철은 거의 매일 아침 태주의 사택에 왔다.
최근들어 수사를 하다 말고 멍때리거나, 정신 나간 사라마냥 제 머리를 칠 때가 간혹 보여서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태주가 처음 이 곳으로 왔을 때 부터 상태는 영 아니었다.
과학수사를 신뢰하고 법을 중시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런 모습은 신경도 안 썼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부터 한결같이 자신들과 제대로 섞이지 않고, 간혹 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거기다 연탄가스까지 마시고.. 물론 보건소에서 아무 이상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니 동철은 귀찮더라도 아침마다 태주의 상태를 살피기로 했다.


"윽.. 으으.. 나.. 나 여기있어요.. 나...."


그리고 그 걱정에 부흥하듯 거의 매일 아침 태주의 상태는 정상적이지 못 했다.
몸을 섞은 후 도망치듯 사택에서 빠져나온 다음 날엔 들어서자마자 태주의 신음소리가 들렸었다.
혹시나 해서 왔는데 역시나 끙끙 앓는 소리에 얼른 달려가 보았더니, 다행히 가스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태주는 온 몸에 땀을 흘리며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가위에 눌리는건지 그냥 악몽인건지 모를 상태로 중얼거리며 앓던 태주는 동철이 다급하게 상체를 안아 흔들자 살짝 눈을 뜨곤 기절하듯 몸이 늘어졌었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번쩍 뜨며 동철을 밀어냈다.


"뭐, 뭡니까?!"


동철은 그에 멍하니 태주를 보다가 변명 아닌 변명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어떤 날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하길래 들여다봤더니, 이를 부딪힐 정도로 덜덜 떨며 이불을 칭칭 감은 태주가 보였다.
그 날도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태주를 끌어안았었다.
그냥 끌어안아도 떨림이 멈추지 않자, 동철은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 상의를 모두 벗어 제 체온으로 태주를 감싸안았었다.
동철이 이불 안으로 들어가자 태주는 어미 품을 찾는 강아지마냥 동철의 품에 파고들었고, 십여분간을 그렇게 있자 겨우 떨림이 멈추었었다.
그 상태 그대로 태주가 깨어날 때 까지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좀.. 아직 감정정리가 안 된 상태였기에 안정 된 태주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자리를 떴었다.

가끔.
아주 가끔 태주가 아무런 이상 없이 곤히 잘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동철은 가만히 그의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턱을 괸 상태로 평화로운 그 얼굴을 쳐다봤다.
입맛을 다시며 자세를 고쳐눕는 태주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그렇게 태주에 대한 감정이 커지는 것 같았다.


-


태주는 동철과 몸을 섞은 뒤 일 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알아챘다.
매일 아침 동철이 자신을 살피러 온다는 것을.
새벽 6시 정도 이른 시간에 매일 찾아올 정도로 자신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그는 선뜻 그 사실을 아는 척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채 하는 순간, 동철이 발걸음을 끊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물론 아침의 자신은 항상 제 정신이 아니어서 모른척이고 자시고 할 수가 없었는데, 그 때마다 자신을 살피고 챙기는 동철의 손길이 느껴져 어느 순간부터는 발작이 오거나, 현실의 목소리에 현기증이 날 때도 마음 한 구석으로 안심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러더라도 동철이 챙겨줄 것을 아니까.

"하.. 새끼 이거 사내... 사내 놈인데.. 왜 이렇게 이쁘고 난리냐.."

그런데 가끔 이렇게 가만히 자는 척 하는 태주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 하는 동철이 너무 웃겨서 자는 척 하기가 좀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도 어김없이 동철이 태주의 집으로 왔고, 태주는 평소보다 더 큰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렸을 적 기억이 현재.. 아니, 지금 있는 이 80년대 생활과 겹치고, 피범벅인 충호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현재의 의사, 간호사 등의 목소리가 두개골 속 뇌를 직접적으로 헤짚는 기분이었다.
동철이고 뭐고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던 몸이 휘청거렸다.
자신이 앉았는지 누웠는지도 분간이 되지 않게 눈 앞이 흔들리고 있어 정신없던 태주는 자신을 부르는 동철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다.


"야, 야 한태주!! 태주야 정신차려!"
"하아.. 하..."


태주는 동철이 있을법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다른 한 손을 동철에게 뻗었다.
언제 일어섰던 건지, 눈높이가 높아진 상태에서 갑자기 땅이 눈 앞으로 가까워졌다.
그대로 눈을 감으려는데, 땅이 아닌 동철의 가슴팍이 눈 앞에 부딪혔다.
동철은 자신을 향해 손을 뻗으며 고꾸라지는 태주를 가까스로 안고, 얼른 자세를 고쳐 공주님 안 듯 안아들었다.


"안 되겠다. 일단 의사-"
"아냐.. 아니.. 잠.. 잠시만-"


태주는 동철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머리가 깨질 것 같자, 동철의 옷깃을 찢을 듯 잡아 뜯으며 그를 말렸다.
태주는 멈칫한 동철의 가슴팍을 끌어아 파고들며 혼잣말인지 뭔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이대로- 하아, 하.. 잠깐 이대로..."


그에 동철은 움직이려던 것을 멈추고 그대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제 다리에 앉아 늘어지는 몸을 고쳐안으며, 동철은 태주가 진정하길 기다렸다.
잔뜩 주름 진 미간이 점점 풀리고, 가쁘게 쉬던 숨이 고르게 바뀔 즈음 태주는 겨우 다시 잠들었다.
동철은 고른 숨을 내뱉는 태주를 보며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매마른 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아무래도 이미 그의 머릿속은 태주로 가득 찬 듯 했다.

오랜만에 뭐 먹음.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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