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살림. 01.



주승은 눈을 번쩍 떴다. 식은땀이 났다. 국회의사당이 와르르 무너졌던 날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주승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었던 주승의 가슴에는 전우들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낸 죄책감도 있었다. 주승은 번쩍 눈을 떠서 식은땀을 흘리며 살짝 숨을 가파르게 내쉬고 이마에 손등을 올렸다. 그러다 문득 걸리적거리는 손가락을 바라봤다. 끼운 지 얼마 안 된 반지였다. 주승은 현실로 돌아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얌전히 잠에 든 영진을 바라봤다. 입꼬리가 밀린 덕분에 자면서도 웃는 얼굴인 영진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감돌아 보였다. 주승이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자 심호흡이 고르게 돌아왔다. 자신만 행복하다는 죄책감과 때로는 말할 수 없는 허무감이 배가 되어 밀려왔다.


영진과는 얼마 전에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고 싶다는 영진과 말도 안 된다는 주승은 근 한 달 동안 냉전 체제를 겪기도 했다. 그 많은 사람을 데리고 신랑 예복을 나란히 입고 결혼식을 올리자는 말에 평소에는 모든 것을 영진이 하자는 대로 하던 주승이 처음으로 강경하게 반기를 들고나왔다. 정책으로 일이 어그러져도 이렇게까지 손발이 안 맞지는 않았다. 영진이 고집을 부려 밀고 나가면 정치적 계책이나 방략이 아닌 이상에야 일반적으로 주승이 수그리고 한 발 물러 연하의 애인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었다. 그럴 때면 오히려 자존심이 상하는 영진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주승이 자신을 옆에 두고 싶어 한다고 여겼다. 그것으로라도 만족했다. 영진은 시간을 살 수 있다면 자신이 없었던 주승의 지난날을 사고 싶었다. 이번에도 주승은 영진의 손을 들어주리라. 안일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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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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