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물 특성상 잔인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 점 주의해주세요.

글은 글로만 즐겨주세요.

움짤의 출처는 해론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있습니다. 



"당장 옮겨. 뭐해!!"



모두가 다급했다. 태의는 피가 흐르는 배를 붙잡고 쓰러지더니 이어 의식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본 조직원들은 모두가 그의 이름을 외치며 그에게로 달려갔다. 단 한 명을 빼고. 정서현만은 이 소란에도 태의를 한 번 흘깃 볼 뿐 이내 자신의 총을 점검했다.


총을 쥐고 있던 장기부의 직원들은 준수의 명령을 듣자마자 지하 최하층으로 향했다. 그곳엔 당장이라도 수술이 가능할 정도의 장비가 구비되어있었고, 그들 또한 수술이 가능한 의사들이었으니까. 혼란한 상황 속에서 조직원들 중 가장 힘이 좋아 보이는 조직원 한 명이 태의를 들쳐 업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냅다 뛰어갔다. 그런 와중에도 서현은 태평하게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최하층에 도달하자마자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수술 준비를 마쳤다. 마취를 끝내고 준수가 들어오자, 수술실 입구에는 [수술중]이라는 불빛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목격한 소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주혁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앉아 한숨을 돌리며 날뛴 심장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서현이었다.



"죽었어?"

"...지금 수술 중이야."

"아, 그래?"



서현은 팔짱을 끼고선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서현은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버렸다. 꿋꿋이 앉아 수술이 진행된 4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킨 건 다름 아닌 우진, 소민, 주혁. 태의와 함께 했던 간부들이었다. 그리고 4시간 후, 그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 속에 수술실에서 준수가 나왔다. 준수를 보자마자 평소 태의와 친분이 깊던 우진이 준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출혈이 꽤 있어서 위험했지만, 무사해. 마취가 풀리고 한숨 자고 나면 의식은 돌아올 거야."

"수고했다."

 


주혁이 일어나 준수의 어깨를 토닥이듯 한 번 툭 치더니, 그제야 묵묵히 지켰던 자리를 떠나갔다. 주혁이 일어나자 소민과 우진 또한 그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위층 로비로 올라가자, 그들의 눈앞에 보인 건 유리가 깨지고 시체가 쌓이고 피로 얼룩져 난장판이 된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서현의 지휘 아래 조직원들은 시체를 태우면서 현장을 치우고 있었다. 천천히 로비를 돌아보던 주혁에게 서현이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됐어?"

"무사해. 내일이면 깨어날 거다."

"그래."



서현은 태의의 안부를 확인하자 곧바로 돌아가 시체 처리를 다시 시작했다. 주혁은 그런 서현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는 서현이 신기했고, 새로웠다. 서현이 태의와 지낸 시간은 다른 간부들에 비해선 턱없이 적지만, 그래도 벌써 반년이 가까운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지. 그때, 주혁의 머리에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우진이 한 자리에서 계속 한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주혁이 이상했는지 그를 불렀다.



"보스?"

"...가지."



셋은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가 평소처럼 일상과 다름없는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업무를 보던 주혁은 서랍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펼쳐보았다. 깔끔한 것을 선호하는 주혁의 성격 상 처리해야 하는 문서를 미뤄두고 서랍에 넣어놓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문서일 것이다. 주혁은 그 문서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유심히 보더니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로스트... 개자식들."



갖가지 도박 기계들이 모여 있는 카지노. 본디 불빛이 반짝이며 사람이 득실거려야 하는 카지노에는 램프를 제외한 그 어떤 빛도 들어오지 않고 그 공간에서 4명의 인원이 둘러앉아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남자는 다리에 총알이 박혀 여전히 피가 고여 있었고, 한 남자는 머리가 찢어진 건지 머리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남자는 손에 총알이 박혀 더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남자는 태의를 칼로 찌른 남자였다. 그들은 야누스의 남은 마지막 조직원들이었다.



"보스도 머리에 총을 맞고 죽었어. 다른 조직을 찾아야 해."

"알아요. 하지만 그들이 우릴 받아줄까요? 저격수인 저는 손을 고친다 해도 후유증 때문에 총을 제대로 잡지도 못할 거예요."

"...기다려. 약국에 들러서 소독약이랑 이것저것 사 올게."



다행히 야누스가 운영하던 카지노에 몸을 숨긴 덕에 식비와 약국에 갈 돈 정도는 있었다. 태의를 찔렀던 남자가 카지노에서 나가려 문을 열려고 하자, 문 바깥쪽에서 남자들 10명 정도가 그를 맞이했다. 남자는 당황하여 뒷걸음질 했고, 밖에 있던 남자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당당하게 문을 열고 말했다.

 


"내부는 아무리 봐도 카지노인데, 아저씨들이 여기 담당자예요?"

"...뭡니까."

"아님 손님? 뭐 어느 쪽이든 상관 없긴 한데."

"당신들 뭐야."

"여기가 야누스가 운영하는 카지노라는데, 맞아요?"

"이 씨발!!!"



야누스의 조직원들은 안 그래도 성치 않은 몸으로 달려가 창문으로 뛰어내리려 했지만, 인원 차이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고, 멀쩡하지 않은 몸으로 건장한 남자들을 따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이미 제압되어 무릎이 꿇어지고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태의를 찔렀던 남자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췄다.

 


"제가 앉아서 컴퓨터만 만지작거리는 사람이라 현장은 처음인데, 이렇게 계실 줄 몰랐어요. 부디 높은 분이길 바래요."



남자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다들 상태가 말이 아니시네. 국정원 도착하면 치료는 해드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자, 자, 가십시다."



선글라스를 벗자 드러난 얼굴은 다름 아닌 성윤이었다.






"이릉은요?"

"편정호."

"나이능요?"

"36."



성윤은 막대 사탕을 물고 웅얼거리며 취조실에서 정호라고 대답한 이를 취조하고 있었다. 그는 태의를 찌르고, 아까 전 카지노에서 성윤을 가장 처음 마주한 그였다. 의외로 정호는 취조에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이름을 물어도 막히지 않고 대답했고. 나이와 거주 지역, 주민등록번호까지 자유롭게 술술 불었다. 정호의 표정은 모든 걸 포기한 사람의 표정이었고, 몸엔 힘이 모두 빠진 상태인 듯했다. 모든 걸 잃은 사람 같았다.

 


"거기 왜 계셨어요?"

"손님."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불이 모두 꺼진 카지노에서 손님으로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것도 피투성이로."

"......"

"솔직하게 대답하세요. 그게 여러모로 좋을 텐데."

"......"

"대답할 생각이 없으신 거 같네. 그럼 좀 쉽시다~"



성윤은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있던 다리가 저린 듯 쭉 뻗고 손을 머리 위로 높게 올려 기지개를 켰다. 그때, 취조실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는 성윤과는 달리 멀끔한 정장을 입고 목에는 공무원증을 차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자 성윤은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그 또한 성윤을 보고 옅게 웃었다.

 


"김진영 왔냐-"



진영과 성윤은 웃으며 서로의 손을 맞댔다. 그리고는 진영은 자신의 한 손을 성윤의 어깨 위에 올리더니, 허리를 숙여 성윤의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그가 편정호라는 인물을 조사하면서 쓰고 있던 문서의 제목은 [야누스 카지노]라는 가제로 작성되고 있었다. 진영은 그 문서를 보자마자 코끝을 살짝 올리더니 성윤에게 말했다.



"또 조폭 사건 맡은 거야? 2년째 조폭 사건만 맡고 있잖아 너. 로스트 건만 해도 벅차지 않아?"

"상관없어. 할 일도 없고."

"쉬엄쉬엄 해라. 너."



진영은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툭툭 던지듯 말했지만, 그의 말 어딘가에는 진심으로 성윤을 걱정하는 것이 드러났다. 정호는 그들의 대화를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진영의 입에서 나온 ‘로스트’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반응해 버렸다.


정호의 입꼬리는 슬며시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현재 로스트의 보안은 잠입과 스파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철통같이 단단하다. 그런 조직을 국정원에서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의 조직인 야누스는 로스트에 의해 괴멸되었다. 이 분노를 어찌 해야 할까. 아니, 이미 대답은 나왔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로스트가 완전히 망해가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다. 정호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

"네?"

"이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요. 뭐든 말해 봐요."



성윤이 자세를 고쳐 앉자 진영은 상황을 파악하고 자리를 떠났다. 정호는 진영이 나가자마자 책상에 있던 메모를 하나 가져와서는, 펜을 가져가 메모에 무언갈 적기 시작했다. 펜을 쓰던 손이 멈추고, 정호는 그 메모를 성윤에게 들이밀었다.


[외부와의 연결을 끊어야 난 입을 열거야. 그 어떤 녹화, 녹취도 내가 괜찮다고 얘기하기 전까진 안 돼. 듣고 싶다면 당장 연결을 끊어.]


성윤은 그 메모를 보고선 우습다는 듯 옅게 웃더니 곧바로 연결을 끊어버렸다. 



"자 이제 들어봅시다. 모두 진실이어야 할 거예요."

"로스트."

"...!"



성윤의 눈빛이 눈에 띄게 변했다. 그 어떤 실마리도 잡지 못한 로스트의 이름이 야누스의 조직원에게서 나올 줄 성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로스트는 세계 최고, 최대의 마피아 조직이었기 때문에 조폭을 혐오하는 성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던 프로젝트였다. 그는 놀란 기색을 감추고, 정호에게 다시 물었다.



"로스트가 여기서 갑자기 왜 나올까요?"

"네 말이 맞아. 난 야누스의 조직원이고, 카지노에 몸을 피해있었어. 그런데 그게 왜일 것 같아?"

"글쎄요?"

"오늘 야누스에서 실행한 작전은 로스트 붕괴 작전이었으니까. 심어두었던 스파이 덕에 세계 그 어떤 기관도 알아내지 못한 로스트의 본거지를 쳐들어갈 수 있었지. 듣자 하니 로스트를 조사하고 있던 것 같던데. 구미가 당길 만한 이야기 아닌가?"



성윤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가 입을 연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로스트의 본거지를 알아내어 완전히 부숴버릴 수 있었다. 성윤은 미친 듯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침착한 척 애를 쓰며 정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성윤은 예전부터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다. 이를 정호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이미 성윤이 동요하고 있단 걸 눈치챈 정호는 더욱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미 괴멸된 야누스의 정보는 이제 숨겨도 의미 없어. 어차피 난 조폭이니 징역을 피하진 못하겠지."

"잘 아시네요."

"거래를 하지. 야누스의 정보는 물론, 로스트에 대한 정보까지 전부 넘길게. 대신, 조건이 있어. 첫 번째, 로스트를 완전히 괴멸시킬 것. 두 번째, 내가 감옥에 들어가게 됐을 때 최대한으로 감형시킬 것."

"...같이 있던 동료 분들도 상처가 심한 걸 보면 작전엔 같이 투입된 듯한데 굳이 그 조건을 들어주면서까지 제가 당신에게 정보를 들을 필요가 있을까요?"

"난 야누스의 간부급 조직원이야. 말단 조직원에게 듣는 정보와 격이 다를 텐데?"

"내가 당신이 간부급 조직원이란 걸 어떻게 믿죠?"



둘 사이에는 숨 막히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호의 눈빛은 조금씩 흔들렸다. 조건 없이 정보를 넘기기만 해도 국정원은 로스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로스트를 괴멸시킬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다 내주는 상황에서 이득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정호의 입장에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아무리 당신이 간부급 조직원이고, 로스트의 정보를 모두 안다고 해도 두 번째 조건은 너무 어렵지 않나요? 저 생각보다 그렇게 높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이때였다. 낚시를 하려면 미끼를 걸어야 한다. 그 미끼를 먹고 튄 물고기 놈이 다시 잡히려면 보다 큰 미끼를 걸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보다 큰 미끼라 함은 로스트의 정보를 하나 흘리는 것밖에 없었다. 무슨 정보를 흘려야 할까, 본거지의 위치와 인원처럼 큰 것이 아니라 크진 않지만 맛은 좋은 미끼.


정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때, 정호의 뇌리에서 남운의 번뜩 스쳐 지나갔다. 그래, 분명 국정원 소속이 장기매매로 잡혔다가 로스트의 보스와 거래를 통해 간부 자리까지 올라간 정서현이라는 여자가 있다고. 물론 성윤이 서현을 알지 모를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정호는 그 어떤 것도 잃을 것이 없다. 정호는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그 이름 석 자를 내뱉었다.



"정서현."

"...뭐?"



다행히 물고기는 미끼를 물었다. 그것도 바늘이 목구멍에 제대로 걸린 듯했다. 이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정호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다시 말해봐."



성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호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성윤은 아까까지만 해도 침착한 기색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서현의 이름 석 자가 정호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그의 눈빛은 완전히 변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눈에 눈물이 조금씩 고이기 시작했다. 분명 서현을 죽인 조직을 드디어 알아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을 텐데.

 


"꽤 친밀한 관계였나 본데, 정서현 그 여자 지금 로스트의 간부인 건 알고 있나?"


기쁨의 눈물이 한순간에 배신감으로 인한 눈물이 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 


 




우와 분량 미쳤다 처음으로 6000자 올려보네요. 분량 조절 실패해서 이렇게 됐는데... 그래서 아마 다음 편은 분량이 적을 지도... (?)


움짤은... 상황이랑 잘 어울리는 움짤은 아니죠. 의도를 써놓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역시 여러분들이 읽으시면서 해석해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그냥 두겠습니다!! (사실 뭐 해석하고 말것도 없이 너무 뻔하지만,,)


그러고 보니 로스트도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앞으로 좀만 있으면 끝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번 편 쓰면서 되게 재밌었습니닿!!! 그래서 분량이 길게 나온 건 아닐까 싶네요. 


아무튼!!! 오늘도 제 허접한 글 봐주셔서 감사하구요!! 들어가시면서 제 다른 글들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히 들어가십쇼.


취미로 글 쓰는 사람입니다 LOST 연재중 이번주 추천곡 : bad habits - Ed she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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