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곡 小夜曲 18.




정국은 제 조부가 정치 거물이라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왔다. 정국에게 조부는 그저 손님이 많고, 바둑을 좋아하고, 고민이 생기면 조언으로 도와주는 현명한 어른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정국은 처음으로 제 조부의 명성을 실감했다.



"마침 검찰에서 난감해 하던 일이 있었지. 그 쪽이랑 묶어서 처리하면 좋겠구나. 대군전하 일이니 우리가 나설 명분도 충분하고."

"무슨 일인가요?"

"아, 그 밀수 건 말씀이시군요."



부연설명은 의외로 정국의 부친에게서 흘러나왔다. 밤 늦은 시간, 다도에 조예가 깊은 조모님이 손수 내려주시는 찻잔을 앞에 둔 정국과 지민은 저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에 놀랐다. 이 나라의 황실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지민은 황자로 태어났지만 의회나 내각의 일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다.


처음 듣는 소식에 정국과 지민이 나란히 경청했다. 현재 검찰총장은 전의원의 대학 동문으로, 제법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였다. 불법 약물 반입 문제는 최근 검찰에서 TF(Task Force)를 조직하여  주시하고 있는 분야였는데, 꼬리를 잡고 증거를 확보하자 거부하기 어려운 외압에 부딪혀 난감해하는 중이었다.


불법 약물의 수요자들이 점점 어려지며, 미성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와 연관되어 파생되는 문제가 심각했다. 성범죄는 물론이요, 약물 구매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절도, 폭행 및 금품갈취가 늘고 있어 TF에서 그 뿌리를 찾기 위해 대단히 공을 들였다. 


그러나 바로 TF를 와해시키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약물의 수요자 중 거대 기업 오너가의 일원이나 거물급 정치인들의 자식이 다수 포함되어있었으며, 그 중에는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밀수에 가담한 이들도 제법 있었던 탓이다. 동문회에서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골프모임에서 오랜만에 전의원을 만난 총장은 이겨내기 버거운 외압에 대해 슬쩍 흘렸다. 엮여있는 이들이 꽤 많아 전의원도 도울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던 참이었다.


정국의 조부가 언급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6,082 공백 제외
1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