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타를 구독하는 분들을 위해서 배경설명이 필요할까요...?

트위터에 스토리셀러/유니 님이라고(마루님은 구 닉네임...), 한국 판타지 장르소설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이 계신데... 시절이 하 수상하여 온라인 강의를 이것저것 연구해보고 계십니다. 이 글은 그 (1학년 학부생 대상) 테스트 강의에 대한 후기. (매체 및 수업 레벨에 대한)

https://twitter.com/StoSeller/status/1236954031626399744


제 포타를 구독하는 분들은 장르 관련해서도 아마 관심이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장르 담론에 흥미있으신 분은 구독해 보세요. 막연하게 하던 장르에 대한 생각들이 구체화되는 거 꽤 재미있어요.


 판소를 직접 읽어봐서, 한국 장르 판타지 관련 역사와 이론에 관심을 계속 가져와서 어렵지 않다...는 건 이전에도 한 얘기지만요. 역시 관련 책을 한번 읽고 겪어보지도, 그 시대구분과 이론화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생소한 이야기겠지요. 모르는 시절의 역사를 배우는 기분. 그래도 관심영역이라서 조금 더 흥미를 가질 수는 있고, 해당 시대의 작품을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좀더 이해가 갈 수도 있겠지만요.

 일전에도 생각했지만, 이 수업 레벨을 더 올려달라는 건 (2020년 3월 9일 월요일의 테스트 강의는 좀더 압축적이고 쉬는시간 없이 달렸지만) 본격 상급자 레벨의 수업을 원하는 이의 수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학부 1학년생에게 전달하는 수업은 초급자 레벨의 수업을 목표로 해야겠죠. 그래도 전 개인적으로 장르개괄에서는 이 정도의 정보량을 전달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하지만요. 원래 전공 수업이란 이런 게 아닌가...?(앗 너무 개인적 기준) 뭐 난이도 조절은 주관대로 잘 하시겠지요.

 아무튼 1세대부터의 판타지를 직접 읽어온 사람으로서 강의 내용에 대한 감상을 말해볼까요. 사실 좀 더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판타지를 안 읽어본 사람이 그런 입장을 제대로 짐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 생각나는 것도 없으니 손 가는대로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은가 하고요.

 수업시간에, 아린 이야기 등 2세대 퓨전판타지들이 "공간의 이동만으로 모든 목적을 이뤘다"는 얘기가 참 인상깊었어요. 1세대 판타지 세계를 모방한 당시의 10대~20대 청소년들은 원하는 게 무언지도 모르고, 현 사회에 불만은 있지만 그 문제의 근본원인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그저 이세계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가졌고... 그걸 이룬 순간 다른 뚜렷한 어떤 목적이 생기지도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이세계에서, 신이 무용하게 찰흙을 갖고 노는 것과 같은 유희를 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전설 속의 드래곤이나 정령왕 등이 되어, 즉물적인 즐거움에 탐닉하는.

 막연하게 생각해온 장르 트렌드에 대해서, 명확한 언어로 규정하는 것을 듣는 게 굉장히 즐거웠어요. 최근 히트친 판타지소설 전독시가 "그냥 소설가와 독자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장르 소설가와 장르 독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부분도... 작품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을만큼 흥미로웠어요. 참고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정통판과 퓨판까지 읽다가, 최근 판무 쪽에는 적응을 못한 사람이지요. 로판과 정통판스러운 남주물 판타지는 곧잘 읽습니다만.

 아, "독자가 이 작품까지는 못 읽겠다"라고 특정 시기의 트렌드를 거부하게 되면 그것으로 한국 판타지 독자의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하셨던가요. 1세대, 2세대... 그 이야기도 참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전 사실 기존에 즐기던 판타지와, 현재 즐기는 로판의 스타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언젠가 얘기할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로판 시장과 트렌드의 혼종성, 에 대해서도 언젠간 더 얘기해보고 싶어요. 카카페 스타일의 로판이 유행하지만 <영원한 너의 거짓말>이나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그리고 <상수리 나무 아래에서> 같은 작품도 인기를 끌고 호평을 받고 리디북스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로판 시장에 대해서... 아 너무 제 관심분야로 빠졌군요.

 장르에 관심은 많지만 전문용어같은 건 잘 모르는데, 수업을 통해 이 모든 걸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남이 해놓은 걸 듣기는 재미있어 보이는데 분명 막상 하려면 배울 것 많고 어렵겠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사실 개론 수업은 "재미있는데 내가 아직 배울 게 많구나"라는 걸 알려주면 목적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요.(?)


 수업은 재미있었고 이번에는 쉴새없이 몰아쳐서 중간에 집중력이 좀 분산된 것 같지만... 어쨌든 문학 이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내용의 요지는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물론 디테일한 이론에 대한 설명은 일부러 빼신 것 같았지만요.

 아, 카카오 TV에 대해서 말인데... 채팅하려고 컴퓨터에 팟플레이어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것까지야 번거로웠지만, 다운받으니 화질도 좋은 느낌이었고, 본격적으로 강의를 듣는 느낌이라 더 좋았습니다.(?) 기분탓인지 트위치에서 스트리밍 할 때보다 화질이 더 좋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는데, 그게 어떤 요인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채팅창의 채팅도 화면에 뜨지 않아서 수업에 방해가 안 된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집중이 분산될 때 수업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부분도 흥미로웠고요. 보통은 수업에 집중이 안 될 때 수업내용과 관련없는 방식으로 딴짓을 하잖아요?(물론 수업 중 딴짓은 안 좋지만요) 그걸 채팅창에서의 의견교환으로 승화할 수 있는 지점이 재미있었달까... 물론 다른 플랫폼(트위치)에서도 그랬지만, 카카오 TV... 아니 이 경우에는 팟플레이어인가요? 아무튼 이 프로그램이 채팅 전용으로 만들었다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느낌이라, 채팅창 분위기도 좀더 진중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구성원은 짐작컨대 별다르지 않을텐데 말이에요.

 한편 단점은... 누가 접속됐다가 나갔다가 하는 게, 채팅창에 글을 쓰지 않아도 채팅창에 계속 쉴새없이 뜨는 게 사실 좀 신경쓰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식 강의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정해진 수업시간 동안 다들 접속해서 듣고 나가지 않을 테니까요. 거기다 오히려 출석체크에 장점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어버렸군요.

 그리고 특정 플랫폼의 장점은 또 단점이 되기도 하죠. 트위치에서 강의를 들을 때는 좀 더 가볍고 놀이하듯 수업을 듣는 느낌이었는데...(후원을 닫았을 때도요!) 이게 수업방식 등의 다른 변수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어요. 확실히 트위치는 상호작용에 특화된 플랫폼, 그리고 팟플레이어(카카오 TV)는 일방향적 전달에 특화된 플랫폼...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도움이 되는 강의 후기였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양질의 수업 잘 들었고, 장르와 이론을 접목한 세계도 아주 넓구나...라는 걸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론에 대한 호기심과 막연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네요 하하. 하지만 후자는 학문의 세계가 깊고 어렵다는 걸 이미 겪어봐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수업을 듣고 이융희 선생님의 판타지 관련 학위논문을 각잡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길어서 엄두를 못 냈었고, 모르는 개념과 용어 투성이일 듯하지만 말이에요. 정말 장르에 애정을 갖고 개념화에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이셨네요. 장르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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