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올렸길래 올리러 왔습니다!




편의점으로 가는 길이 심심하다며 무슨 말이든 하라고 하는 오이카와였음. 합숙 때 있었던 일을 위주로. 곰곰이 생각하던 히나타가 오이카와가 끼어들지 않았던 일이 웬만해선 없다는 걸 눈치챔. 오이카와가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게 아니라도 스쳐지나 갔었음. 알음알음으로 듣기도 했었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봐도 새로운 이야기가 없어서 고통스러워하던 찰나, 오이카와에게 업혀서 편의점으로 가게 된 신세에 대해서 생각이 드는 거지. 그리고 그 때 오이카와가 자신이 발목 다친 걸 알고도 모른 척 했던게 생각나버림.




"나빠요!"

"응? 갑자기 무슨."

"내려주세요. 진짜 나빠요."




아까 밥먹기 전에 오이카와를 모른 척 했던 것의 이유 중 하나가 그것 때문. 아픈 걸 알면서 괜찮냐는 말 한 마디 없이 관심을 꺼버린 오이카와라서. 입술을 삐죽삐죽 내밀면서 화내는 이유를 말해주지도 않고, 무작정 내려달라는 히나타 때문에 곤란해짐. 그렇다고 해서 맨바닥에 아픈 애를 내려놓을 수도 없고 하니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오이카와가 그 흔한 벤치조차 보이지 않아서 곤란스러워하고는 히나타를 달래는 거.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겠으니 말을 해달라고. 근데 히나타 고집이 또 보통 고집이 아니라서 입을 꾹 다물고 오이카와 숨막히게 목을 세게 끌어안음. 안겨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긴 한데, 숨이 막혀서 끙끙대는 오이카와임.




"치비쨩, 말을 해야 알지."

"진짜 몰라요? 그럼 계속 모르던지."




자꾸 이렇게 나오니까 오이카와도 슬슬 화가 나려고 함. 말을 해주면 고치거나 사과를 할 생각이었는데, 해주지 않고 답답하게 구니까. 그 때문에 오이카와가 걷다 말고 우뚝 멈춰서서 이렇게 말을 하는 거지.




"진짜 내려놨으면 좋겠어? 앉을데도 없는데 그냥 주저앉을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쩔쩔 매던 목소리였는데 분위기가 가라앉은 오이카와임. 그래서 움찔한 히나타가 자신이 너무 했다는 걸 깨닫고 입 삐죽거리면서 고개를 젓는 거. 그에 한숨을 푹 내쉰 오이카와가 속상함이 가득한 어투로 말을 함. 정말 몰라서 그러니까 말을 좀 해달라고. 모를 땐 말을 해줘야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행동을 한다면서. 이걸 말하면 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자 오이카와가 헛웃음을 내뱉으면서 이런 말을 함. 내가 잘못한 걸 묻는 것 자체가 이 오이카와 상이 먼저 져버린 거라고. 두 손 들고 항복했다고 외치는데 왜 몰라주냐며 툴툴거림. 자신처럼 툴툴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슬며시 새어나온 히나타가 오이카와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잠시 웃다가 말을 하는 거지.


자신이 다쳤을 때 한 번 보고 모른 척 해서 되게 서운했다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와서 괜찮냐고 묻는데, 오이카와는 전혀 그러지 않아서 정말 서운했다고. 진심 어린 히나타의 말에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임. 그 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이 생생함. 그 때 히나타에게 뒤틀려 있던 상태였음. 자신이랑 같이 있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바로 가버린 것도 그랬고, 왠지 모르게 타교 애들이랑 더 친해보이는 모습에 심술이 났던 게 사실. 이 감정이 어떤 식으로 흐를 지 몰라서 계속 간을 보다가 그렇게 된 거지. 사실 그 때 당장 달려가서 괜찮냐고 묻고 싶었는데, 사람 자존심이라는게 참 그랬음.




"묻고 싶긴 했지. 근데 치비쨩 주변에는 나 아니어도 묻는 사람 많으니까."

"오이카와 상, 진짜 소심하네요."

"내가? 지금 내가?"

"네. 그게 소심한 거 아니면 뭐예요? 당당하지도 못해. 뭐야."




코웃음을 친 히나타가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아버림. 서로에게 서운했던 것들 이야기 하고 오라는 의미로 이와이즈미가 연습까지 빼주면서 보낸 건데,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는 건 싫었음. 좀 이따 본인 학교로 떠나야 하는 히나타였고, 가깝긴 했지만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만나기 힘듦. 서로 살아가는 패턴이 다르니까. 어떻게 해야 히나타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와중에 조금만 더 가면 편의점임.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풀고 싶은데 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핑핑 굴리던 그 때였음.




"죄송해요. 소심하다고 해서."

"응?"

"오이카와 상, 소심하다고 해서 죄송하다니까요. 그리고 같이 밥먹으러 가서 보쿠토 상한테 가버린 것도 죄송해요."

"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

"뭐야. 진짜예요?!"




혹시나 하고 던져본 말인데 진짜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함. 오이카와는 히나타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단 생각에 허탈하지만, 히나타는 자신이 맞혔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좋음. 근데 그거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한게, 자신을 반겨주는 에이스가 좋아서 달려간 히나타였던 거. 에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동경하고는 했으니까. 간단히 미안했다는 말을 전하자 오이카와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돌림. 자기 어깨에 기대고 있는 히나타와 눈이 마주치자 어설프게 웃으면서 한숨을 내쉬는 거지. 한숨을 내쉬는 오이카와와는 달리 너무 가까이 있는 탓에 놀란 히나타가 흠칫하면서 고개를 뒤로 젖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다행히 오이카와가 눈치채지 못한 건지 히나타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뗌.




"나도 미안. 치비쨩이랑 놀다보니까 나도 좀 어려졌나봐."

"네? 그게 무슨 사과예요!"

"장난장난. 분위기가 너무 얼어 있는 것 같아서."

"치- 그런 말로 안 풀어도 되는데요."

"그래서 장난이라고 말하잖아. 치비쨩, 은근히 깐깐하네."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는 섭섭했던 것들 전부 잊자고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함. 활짝 웃어보이는 히나타를 향해 오이카와가 이러는 거지. 치비쨩이 먹고 싶어하는 거, 편의점에서 전부 사주겠다고. 마음껏 골라보라고. 그에 히나타가 방방 뛰면서 좋아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쉼. 오이카와랑 서먹서먹하던 관계에서 벗어난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소뇨 / 히나른 연성&썰 / 트위터 @sogno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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