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달님 

내 운명이 아주 좋을수 있게

도와줘요"






요즘 구미호들 사이에서 유행이 있는데 그 요상한유행이 뭐냐면 무당에게 점을 보는 것이다.
아무 무당말고 특정한 무당에게
그 무당이 점을 그렇게 잘 본다나 뭐라나
그 무당이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구미호처럼 잘생겼다는 구미호들의 생생한 후기들 때문이다. 사실 이것 덕분에 유명해졌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어쨌든 나는 이 유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구미호가 무슨 점을 보러다니냐고는 하지만 여우들만큼 잘생겼다는 후기가 싫었을 뿐이다. 사람이 잘생겨봤자 얼마나 잘생겼다고...칫


그런데 얼마전 그곳을 다녀온 소꿉친구인 지민마저 그 무당을 칭찬하기 바빴다.

“그 무당님 얼굴이 그냥 크으ㅡ”

“무당이면 점을 잘쳐야지 잘생기면 다냐”

“야, 점도 무지하게 잘치시거든?”

“아아 그렇구나아”


'아, 귀찮아...'

지민이는 내 성의없는 반응에 살짝 토라졌는 지 열심히 재잘대던 입을 멈추었다. 그러다 문득 좋은생각이라도 났는지 음흉하게 웃으며 다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해서 좋았는데


“너도 가봐!”

“어디를?”

“무당님한테”


“내가?”


'얘 지금 뭐래니'


“왜에 무당님이 너보다 잘생겼어”

“하아..?”


'무슨 강아지 소리야 얘는'


“못믿겠으면 가보던가”

외모만큼은 어디가서 진적이 없기에 높고 높은 자부심에 스크레치가 나버렸다.
오냐 내가 가서 그 잘난 얼굴 두눈으로 확인하고 온다.


자부심을 지키려 지민이 보는 앞에서 호기롭게 여기까지 왔는데 차마 문을 열기에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진짜 나보다 잘생겼으면 어쩌지라는 두려움반 기대감 반인 심정이다.


"야! 빨리 들어가"


"아 들어가잖아 쪼옴!"


'아씨...모르겠다'


딸랑

여느 무당집처럼 온통 빨갛고 원색적인 분위기일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하얀분위기에 초록색 식물들을 곳곳에 두어 작은 카페 같아 순간 잘못들어온줄 알고 다시 나갈 뻔 했다.


"어서오세요"


와...

그러나 그 당황스러움은 무당, 아니지 무당님을 보자마자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나를 향해 웃는 도톰하고 붉은 입과 휘어지는 눈꼬리, 하얀피부와 대조되는 검은 머리카락를 가진 무당님......보자마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잘생겼네...인정..!!'


“저...점 보러 왔는데…”

초면에 잘생겼다며 난리 칠수는 없었기에 흥분을 꾹 가라앉히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앉으세요 점 봐드릴 테니까”

“네! ㅎㅎ”

얼굴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는게 마음이 간질간질해 이상했지만 싫지않았다.
너 아니었으면 못 봐서 한으로 남았을 거다
속으로 자신을 도발해준 지민이 내심 고마웠다.


“무슨 점을 봐드릴까요?”

“어...연애운?”

연애만큼은 걱정해 본 적이 없는 저이지만 무당님의 얼굴을 감상하기 바빠 아무말이나 내뱉었다.

“잘생겨서 그런 걱정 없을줄 알았는데”


“아 그런소리 많이 들어요”

와 무당님이 나보고 잘생겼데...
무당님은 아름다워요 라고 외칠뻔 했지만 명색이 구미호인데  별거 아닌듯 항상 듣는 말인듯 웃어보았다.
좋아 충분히 자연스러웠어
그때 내 모습을 보며 올라가는 입꼬리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


“흠. 어디보자아. 손 주세요”

“네..?”

얼굴에 정신이 팔려 무당님이 하는 말을 놓쳐버렸다.

“저만의 점보는 방식이에요”

하며 무당님은 강아지에게 손 하는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아! 네!!"

나도 모르게 강아지처럼 무당님 손을 덥썩 잡아버렸다. 여우 체면 따위 강아지한테 줘버리지 뭐....무당님은 한손으로는 내손을 잡고 다른손으로는 계속 무언가 낙서를 했다.
저 낙서에 내 연애가 보이나?
열심히 종이 위에서 꼬물거리며 춤추던 손이 멈추었다


“다 됐다. 이름이 뭐에요?”

“....”

이름...

구미호의 이름을 안다는 건 구미호의 영원한 운명이라는 말이다.우리에게 영원한 운명이란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고 무섭다. 사람과 다르게 우린 생이 너무나도 길어 함부로 영원을 거는 여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명도 괜찮아요”

머뭇거리자 예명도 괜찮다고 하는 무당님이 고마웠다.

“V에요. V”

“v라...예쁘네요”

붉고 도톰한 입과 심해만큼 깊고 진한눈이 다시 한번 보기 좋게 휘어졌다.
그 때문에 순간적으로 살짝 붉어진 얼굴과 귀를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려야 했다.


“이번달에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될거에요”

“진짜요?! 대박이다!! 가서 자랑해야지”

아..기분 완전 좋다!!
지민이한테 자랑해야지
내 운명 만났다고




*




“또 올게요 무당님”

딸랑

문밖에 나오니 노을이 지던 하늘에 어느새 별들이 어두운 하늘을 은은하게 밝혀주고있었다.
날 보며 귀까지 빨개지던 무당님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다.
그 표정이 자신과 같은 감정이길...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달에게  빌어보며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달 진짜 예쁘다”



*



안녕하세요! 작가 고냥이에요 ㅎㅎ

이제서야 트위터에 올렸던 내용들을 다 쓰네요! 보시면 아실수도 있으시겠지만 여우들의 이름에 대한 내용이 좀 수정되었고 그밖에 트윗과는 좀 다른 부분이 많을거에요! 이야기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 나갈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 :D 

그리고 You never walk alone는 좀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제 글 실력이 많이 부족해 짧아질 수도 있어요ㅠㅠㅠ)

어쨌든 열심히 끄적거릴테니까 많이 좋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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