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마을에서 윤슬과 잠시 헤어져 금강과 진주 두 단의 두령들, 그리고 자신을 제외한 아홉 명의 캡틴들을 이끌고 군청해안에 도달한 상행. 그는 반드시 월로를 막아보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당당한 발걸음으로 이곳에 왔으나 숨겨진 샘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귀혼동굴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왜인지 숨이 점점 가빠왔다.


상행이 한 손으로 왼쪽 가슴을 콱 붙들고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는 것을 본 진주단의 두령인 주혜가 상행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깨닫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상행은 얼른 대답했다.



" 아... 죄송합니다, 주혜 님. 괜찮... 다고 말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군요. 어째설까요? 여기는 천관산에 비해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은 곳인데... 숨쉬기가 조금... 힘들군요. "



상행은 최대한 버텨보려고 했으나 결국 얼마 못 가 걸음마저 멈추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캡틴들이 상행의 주변으로 모여들어 그를 부축하여 근처의 편평한 바위 위에 앉혀주었다.


더 이상 그가 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금강단 두령, 찬석이 이곳에서 그가 괜찮아질 때까지 쉬었다 가자고 말했지만 상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닙니다, 찬석 님! 지금쯤이면 윤슬 님이 먼저 귀혼동굴 입구에서 은하단 분들과 함께 저희를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게다가... 월로 님께 붙잡혀 괴로워하고 있을 기라티나를 얼른 구해내야 하잖습니까? "


" 하지만 상행 씨, 그런 몸 상태로는 어차피 그 녀석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다구요. 그러면 뒷일은 저희들에게 맡기고, 상행 씨 혼자서라도 여기서 쉬고 계시다 나중에 괜찮아지면 뒤따라오도록 하세요. "



찬석에 이어서 캡틴들 역시 괜한 오기를 부리지 말라며 나무라듯이 그를 말렸지만 상행은 고집불통이었다.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기어코 함께 가겠다고 아득바득 우겼다.


모두가 곤란해하자 한 발짝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서서 지켜보고 있던 동백이 갑자기 아아~ 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팔을 풀고 상행의 바로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몸을 휙 돌려 꿇어앉아서는 그에게 등을 내밀며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리고 말했다.



" 야, 업혀! "


" ... 네? "


" 못 들었어? 업히라구! 안 그래도 촉박한 시간, 너 하나 때문에 더 지체되고 있잖아?! 얼른! "



예상치 못한 동백의 행동에 찬석과 주혜, 다른 캡틴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상행도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동백의 그 틱틱거리는 말투 뒤에는 자신을 배려해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슬쩍 미소지으며 그의 등에 제 몸을 실었다.



" 감사합니다, 동백 님. "


" 크, 크흠...! 떨어지지 않게 꽉 잡고 있기나 해! 자, 얼른 다시 출발하자구! "



상행의 감사 인사와 자신들을 쳐다보는 많은 시선에 귓가가 살짝 붉어진 동백은 괜히 한 번 헛기침을 하고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동백 덕분에 상행의 호흡은 어느 정도 안정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문득, 그는 예전에도 이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것이 생각났다.



맞아... 그러고보니 제가 막 하행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한창 혼란스러워 할 때, 월로 님이 그런 저를 꼬드기려 유도하고 페라페 모양의 기계를 가지고 절 속인 장소가 바로 그 귀혼동굴이었죠. 그때도 저는 그 장소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이 너무 싫었는데...

설마, 그때와 같이 이번에도 그곳에 가게 되면, 제게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걸까요?



" 야! 상행! "



그런 막연한 불안감에 상행이 몸을 옅게 떨자, 그것을 눈치챈 동백이 그를 불렀다. 상행이 퍼뜩 놀라서 네?! 하고 대답하자 동백이 고개를 돌려 제 등에 업힌 상행을 쳐다보면서 계속 말했다.



" 걱정하지마! 아무리 그 녀석이 강한 힘을 얻었대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우리가 내보내는 포켓몬들을 한꺼번에 상대하기는 벅찰걸? 우리는 반드시 이길거야! 아니, 꼭 이겨야만 해! 그래야 너도 네 동생이 기다리고 있는 세계로 돌아갈 수 있잖아? "


" 동백 님...! "


" 나도 너한테서 배운 포켓몬 승부법, 매일 착실히 연습했으니까, 나랑 내 스컹탱크의 힘을 믿어보라고! 내가 먼저 그 녀석에게 승부를 걸어서 아주 그냥 단숨에 끝내주겠어! "



동백의 씩씩하고도 당당한 외침에 상행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가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단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것은 평소에 그가 부리는 허세 섞인 외침이 아니라, 그 역시 캡틴된 자로써 이 히스이를 지키고 싶다는 진심이 우러나왔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상행은 어쩐지 그에게서, 하나지방의 배틀 서브웨이에서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춰 도전자를 맞이하는 하행의 든든한 모습까지 겹쳐 보였다.


예전 같으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을텐데, 첫 만남부터 빙빙 꼬인 최악의 인연이라 생각한 사람의 인상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고 상행은 동백의 두 어깨를 꽉 잡고 고개를 숙여 작게 하하- 하고 웃었다. 그러나 동백은 상행의 그 웃음을 아주 똑똑히 보았다.



" ?! 뭐, 뭐야? 왜 웃어? "


" 아닙니다, 동백 님. 제게 동백 님 같은 훌륭한 동료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상행의 말에 동백은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을 더듬거렸다.



" !!! 가, 갑자기 무슨 실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농담할 기운 있으면 당장 내려, 임마! "


" 노, 농담 아닙니다만... 전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동백 님! "


" 됐고! 내려! 보아하니 이제 딱히 아프지도 않은 것 같은데, 네 발로 직접 걸어가! "



그 말을 끝으로 동백은 진짜로 상행을 땅바닥에 내려놓았고, 그와 동시에 큰 보폭으로 혼자서 성큼성큼 걸어 저만치 가버렸다.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찬석과 주혜, 캡틴들이 다들 배꼽을 부여잡고 깔깔 웃었지만 상행은 멋쩍은 듯 검지로 얼굴을 슬슬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 정말 진심인데... "



사람들의 웃음이 잦아들자 찬석과 주혜가 상행에게 다가와 그의 상태를 물었다.



" 이제 괜찮습니다. 동백 님 덕분에 몸도, 마음도 씻은 듯 다 나았어요! 걱정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자, 그럼 저희도 먼저 가신 동백 님을 따라 힘차게 출발진행(出發進行) 합시다! "



상행은 자신에게 익숙한 수신호 동작을 했고,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역시 괴짜 같은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면서도 혈기가 완전히 돌아온 상행의 모습에 안심했다. 그들은 다시 목적지인 귀혼동굴로 향했다.








" 아, 상행 님, 그리고 여러분! 어서오세요! "



이미 은하단 사람들과 함께 동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슬이 상행과 일행들이 오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 윤슬 님, 오래 기다리셨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


" 아니에요, 상행 님. 그럼 얼른 들어가볼까요? "



그들이 동굴로 들어가자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분명히 커다랗게 뚫린 하나의 공동(空洞)만이 있었던 공간이었는데, 지금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석판. 그리고 그들이 들어온 입구를 제외한 세 개의 구멍이 동굴 벽의 상 좌 우 방향으로 뚫려 있었다.


이 귀혼동굴에 처음 온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예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는 사람들은 이 변화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상행과 윤슬은 눈 앞에 보이는 석판을 조사해보았다. 거기에는 어떤 글자가 쓰여 있었다.



...3개의 기둥을 빠져나와...

잠들어 있는 ...의 곁으로...

...이 30을 넘기 전에...




"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윤슬 님? 뭔가 짐작 가시는 게 있습니까? "


" 짐작 정도가 아니라... 이건 제가 예전에 제 시대에 있었을적에 조사했었던 귀혼동굴의 그 미로랑 완전히 똑같아요! "



윤슬은 자신이 현대의 신오지방에서 이 장소를 한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었던 만큼 이곳의 규칙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해주었다.



" 그러니까, 사방으로 나 있는 벽의 문을 서른 번 넘기 전에 세 개의 기둥을 찾으면, 그 다음 방에 반전세계로 넘어가는 통로가 열려 있을 거라는 얘기죠? "


" 네! 만약 세 개의 기둥을 찾기 전에 문을 넘어간 수가 서른 번이 넘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 길을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 "


"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게 경로 파악은 식은 죽 먹기니까요!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고 해도 정확한 길로 나아가 보이겠습니다! "



상행은 또 한 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검지를 앞으로 세운 두 손을 쫙 뻗어 그의 시그니처 동작을 취했다. 윤슬은 믿음직스러운 그의 모습을 보고 생긋 웃으며 그녀도 상행의 동작을 따라했다.



" 자, 그럼 가볼까요? 출발진행(出發進行)! "



윤슬의 구호에 맞춰 출발한 일행들은 동굴을 쭉 수색해나갔다. 가끔 큰 바위가 막고 있는 곳은 격투 포켓몬을 꺼내서 깨뜨려 길을 만들고 기둥을 찾아 동굴의 여러 방을 돌아다니며, 윤슬은 예전에 신오지방의 챔피언, 난천에게서 들은 현실세계와 반전세계의 관계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반전 세계, 즉 '깨어진 세계' 란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세상의 의지가 탄생시킨,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존재. 그러나 깨어진 세계의 주인인 기라티나가 분노를 품고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구멍을 열게 되면, 그 세계는 일그러짐이 점점 퍼져나가 결국 파멸하고 만다.


여기에 윤슬은 난천이 말해주었던 그녀의 가설을 하나 더 덧붙였다. 그것은 단순히 두 세계가 연결된 것만으로 세상이 뒤틀리는 것이 아니라, '기라티나의 분노' 가 그 원인일 것이라는 것.



" 저는 창기둥에서 기라티나에게 잡혀간 태홍 님을 쫓아 한 번 반전세계에 들어갔었고, 태홍 님과 마지막 승부를 치르고 기라티나를 잡은 이후에 송별의 샘을 통해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난천 언니와 다시 귀혼동굴을 조사하러 와서 기둥 세 개를 찾고 맨 안쪽까지 도달했을 때도 반전세계로 향하는 구멍은 여전히 존재했었죠. 하지만 그때는 신오지방에 그 어떤 뒤틀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난천 언니는 이미 기라티나가 세상을 멸망시키려 했던 태홍 님에 대한 화를 풀고 저와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하셨어요. "


"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 히스이의 하늘에 이 괴현상이 일어난 것은 월로 님이 저희를 유도하기 위해 붙잡은 기라티나의 힘을 억지로 이용해서 동굴 안쪽에 통로를 열었고, 그곳을 통해 기라티나의 분노가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한시바삐 그를 구해주고 진정시키지 않으면 위험하겠어요. "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일행들은 차례차례 세 개의 기둥을 마주했고, 드디어 마지막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윤슬의 말대로 그곳에는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가 보였고 하늘을 붉게 물들인 것과 같은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통로 뒤에는 또 일행의 눈길을 이끄는 석판이 있었다. 상행은 가까이 다가가 그 글씨를 읽었다.



여기는...

생명이 빛나는 것

생명을 잃은 것

두 개의 세계가 섞이는 곳




상행의 말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 차례 술렁거림이 있었다. 그 말은 곧, 저 통로를 넘어가 반전세계로 가게 되면 생명을 잃게 된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들은 곧, 은하단 조사대 대장 금경이 친 호통에 금방 입을 다물었다.



" 너희들 지금껏 윤슬의 얘기를 흘려 들은건가? 윤슬은 이미 그 세계를 직접 다녀왔음에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다! 괜한 추측으로 겁먹지 말도록! "



금경의 말에 윤슬도 몇 마디 거들었다.



" 맞아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게다가 지금 월로 님의 계략을 막지 못한다면,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마저 산산조각나서 사람이든 포켓몬이든 그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하는 곳이 될 거에요. 그렇게 되는걸 막기 위해서 우리가 이곳에 온 거잖아요? "



그러나 여전히 반신반의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윤슬이 그곳에서 살아 나올 수 있었던 건 그 안에서 태홍과 기라티나 전부를 무찌르고 현실 세계로 나왔기 때문이 아니냐고, 만약 일이 잘못되어 그 안에 영영 갇혀버린다면 죽는거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반발했다.


할 수 없이 그들은 그곳에 남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거나 축복마을로 돌아가 불안해 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통로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주의사항 하나를 말했다.



" 깨어진 세계는 그야말로 이곳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세계에요. 가령 중력이 이상해서 걷기가 힘들다거나 바닥과 천장의 구분이 안된다거나... 그래도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제 뒤를 따라와주세요! "



사람들은 알겠다 대답했고 윤슬은 심호흡을 한 후 먼저 반전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로 몸을 집어넣었다.












마침내 넘어오게 된 반전세계.


윤슬이 이미 한 번 주의를 줬지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이 세계가 처음인 사람들은 현실세계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하나 둘 씩 넘어올 때마다 느끼는 이상한 감각에 한 번씩은 비명을 내지르거나 울렁거리는 속을 겨우 참아냈다.


윤슬을 따라 두 번째로 들어온 상행도 몸의 균형을 당최 어떻게 잡아야 할지 한참을 쩔쩔맸으니 모두가 이곳이 얼마나 불안정한 곳인지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오랜... 만이네요. 이 괴이한 세계. "


" 윤슬 님? "



윤슬은 이 이공간의 땅을 처음 밟는 것도 아니었으나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이곳에 들어오기 전의 씩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잔뜩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 아니면 이 많은 사람들을 무사히 안내하고 월로와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둬 모두 함께 현실세계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몰려온 탓일까.


상행은 윤슬에게 뭔가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의 부담을 더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여겨서 곧 입을 다물었다.


대신 상행은 귀혼동굴의 미로에서부터 여기까지의 여정을 한 번 겪어본 적이 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무리의 리더처럼 되어버린 윤슬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 해 주기로 했다.



" 여러분,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에서는 둥둥 떠다니는 발판을 밟아 안쪽까지 이동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조급함에 발을 헛디뎌서 추락하거나 너무 앞서서 나아가다 동료 분들과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안전에 유의하면서 조심히 이동하도록 합시다! "



일행을 격려하는 상행의 힘찬 외침에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던 윤슬은 겨우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 있었고, 아직 두려워하는 사람들 곁으로 하나하나 찾아가 작은 손으로 등을 톡톡 두드려주며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들 모두 이 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내고 몸이 붕 뜨는 감각도 적응이 되자 그들끼리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쳤고 윤슬은 조용히 상행 옆으로 다가가서 그의 한 쪽 소매를 붙잡고 자신 쪽으로 몸을 낮추게 했다. 그리고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상행 님, 고마워요. "


" 뭘요, 윤슬 님. 윤슬 님이야말로 제게 조용한 응원을 보내주신 적이 정말로 많잖습니까? 제가 지금 해 드린것은 콩둘기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아차, 여기는 히스이지방이니 콩둘기보다는 찌르꼬라고 하는 것이 더 낫겠군요! "



상행의 뜬금없는 농담에 윤슬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푸훕- 웃었고 상행도 멋쩍었는지 그녀를 따라서 하하 웃었다.


겨우 사람들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가 꽤 훈훈해졌을 때, 그것을 방해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반전세계 전체에 울려퍼졌다.



" 어이~ 꽤 늦었네 그래? 기라티나를 구하러 당장에라도 튀어올 줄 알았는데 말야? 게다가 무슨 떨거지들을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왔어? 귀찮게스리. "



누가 들어도 이 목소리의 주인은 월로였다. 일행은 마치 신이 말하는 것처럼 주변을 온통 웅웅 울리며 퍼지는 그의 목소리에 또 잔뜩 긴장했지만 윤슬은 월로가 내뱉는 그 무례한 말에 화가 났다.



" 떨거지라뇨, 말씀이 심하시네요? 게다가 지금 이 히스이지방에서 가장 악랄한 짓을 벌이는 월로 님이 하실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



윤슬이 그렇게 외치자 상행도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월로를 비난했다. 함께 온 동료들 역시 놀란 마음을 금방 추스르고 반드시 널 막겠다, 히스이지방을 지켜내겠다 등, 한 마디씩 외치자 월로의 한숨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 한숨은 왠지 그들을 한껏 조롱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섞여 있었다.



" 어디 마음껏 해 봐! 너희 같은게 몇 명이나 더 몰려와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지금부터 똑똑히 보여줄테니까! "



월로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일행들이 갑자기 하나씩 어딘가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상행과 윤슬도 곧 몸이 강제로 끌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예전에 갤럭시단의 아지트에서 탔던 그 워프게이트를 타는 듯한 감각에 윤슬은 분명 월로가 그들을 자신 앞으로 소환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바로 그와 대치하기 위해 파우치에서 볼을 꺼내들었다.
















" 여어~ 어서 와! "


" !!! "



윤슬은 깜짝 놀랐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공간 이동이 끝나자마자 이런 식으로 바로 코 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제 눈을 빤히 쳐다볼 줄이야! 윤슬은 그만 뒤로 벌렁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 푸하하하하! 뭘 그렇게 놀라? 네 말대로 온갖 악랄하고 기상천외한 짓을 벌이는 내가 그렇게 얌전하게 널 맞이해 줄거라고 생각했어?! "



넘어진 윤슬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배꼽을 잡고 깔깔 웃는 월로의 모습에 분노한 상행이 성큼성큼 다가와 두 손으로 월로를 확 밀쳐냈다. 어이쿠~ 하면서도 월로는 넘어지지도 않고 그저 뒤로 살짝 물러나 킥킥 웃으며 자신을 둘러싸고 따갑게 쏘아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굉장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상행은 재빨리 윤슬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고 월로에게서 그녀를 보호하려 두 팔을 벌려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감쌌다.



" 윤슬 님, 괜찮습니까? 다치지 않으셨나요? "


" 네, 상행 님.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 모두들, 포켓몬을 꺼내주세요! "



윤슬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치자 모두가 자신들의 파트너 포켓몬을 볼에서 불러내어 바로 월로와 대결할 준비를 했다. 이곳에 온 사람들 만으로도 이미 북적북적한데, 포켓몬까지 꺼내니 그 주변이 거의 포화 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을 혼자서 상대해야 하니, 그래도 조금이나마 주눅이 들 거라 생각했지만 월로는 여전히 여유만만했다. 오히려, 그들을 더 도발하기까지 했다.



" 그게 끝이야? 어이, 거기 모여있는 각 단의 캡틴들! 너희들이 평소에 잘 하는 거 있잖아? 한 번에 포켓몬 여러 마리를 내보내서 마치 집단구타를 하듯이 상대의 한 포켓몬을 상대하는 거 말이야. 이번에도 한 번 그렇게 해보라고! "



그 말에 상행은 문득 위화감을 느껴 동료 캡틴들에게 도발에 넘어가지 말라고 외쳤지만 이미 그들은 이미 꺼낸 파트너에 이어 다른 포켓몬들까지 불러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들의 모습을 본 은하단 사람들까지도.



월로는 제 주변을 가득 채운 포켓몬들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월로의 괴기한 모습에 모두가 온 몸에 소름이 끼쳤고, 월로는 음흉하게 쿡쿡 웃으며 말했다.



" 이봐들... 너희 너무 둔한거 아니야? 너희들이 이곳에 온 첫 번째 목적, 왜 찾지도 않고 나만 못 잡아먹어서 그렇게 안달인거야? "



그러고보니 빨강쇠사슬에 붙잡혀 있을 기라티나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윤슬은 설마 벌써 기라티나를 죽인 거냐며 따져 물었지만 월로는 표정을 바꾸고 싸늘한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 벌써라니, 내가 너흴 기다린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데! 솔직히 너희를 좀 곯려줄 생각으로 귀혼동굴에 장난질을 쳐 놓은건데 말야, 웬 오합지졸들을 모아 오느라고 이렇게 늦을 줄 알았으면 그냥 잠자코 기다릴걸 그랬어! "



월로는 잠시 텀을 두고 다시 포켓몬들을 둘러보더니 또 킥킥거렸다.



" 하지만 이제 와서는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이렇게 자발적으로 내 앞에다 진수성찬을 차려 주다니 말야. "


"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기라티나를 어떻게 했는지부터 얼른 털어놓으시죠! "



상행이 소리치자 월로는 짜증난다는 듯 얼굴을 한껏 찌푸려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두 눈에 서슬퍼런 광기를 담고 천천히 한 손을 들어올려 상행을 향해 검지를 펴 삿대질을 하면서 말했다.



" 안 그래도 곧 보여줄테니까, 잠자코 기다려. 너, 한 가지는 똑똑히 명심해 둬. 난 네가 정말 싫거든? 네가 그렇게 감싸고 있는 그 꼬맹이도 무지막지하게 싫지만, 너는 그보다 더 싫어! 너만큼은 내가 다른 녀석들보다 더 크나큰 고통을 맛보게 해 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


" 누가 할 소릴...! "



키이이이잉-



예고도 없이 고막을 때리는 끔찍한 소리에 상행은 반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윤슬을 감싸던 팔도 풀어 제 귀에 손을 가져가 꽉 막았다.


최대한 귓 속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있는 힘껏 막았으나 그럼에도 귀를 막기 전부터 당한 초음파 보다 더 강렬한 진동에 머리가 어지러워진 상행은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았다. 겨우 머릿속의 울림이 진정되자 상행은 눈을 슬쩍 떠 보았다.



" !!! 세상에...! 윤슬 님! 여러분! "



미처 귀를 막지 못했는지, 아니면 겨우 막긴 했으나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했는지 상행 외의 사람들은 전부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 ?! 포켓몬들이...? "



사람마저 쓰러뜨리는 이 정도의 굉음이었으면 청각이 훨씬 뛰어난 포켓몬들도 주인의 옆에 함께 기절해 있어야 할 텐데,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상행이 불러낸 그의 괴력몬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행은 혹시 그가 괴로움을 못 견디고 볼로 돌아갔는가 싶어 그의 볼을 꺼내들었지만 그것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분들의 포켓몬들도 전부 동시에 사라졌다는 말인데... 대체 그 많은 포켓몬들을 어디로-



" 내 뱃 속! "


" !!! "



월로는 아까 윤슬에게 하던 것처럼 상행의 코 앞에 얼굴을 한껏 들이밀어서 부릅뜬 눈에 고우스트 같은 입을 하고 상행을 바라봤다. 상행은 히끅 딸꾹질을 하고 주저앉은 자리에서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월로는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지으며 상행을 조롱했다.



" 캬아~ 드디어 네 녀석의 얼빠진 얼굴을 보는구만! 그 때 신오신전에서 나한테 속았다는 걸 깨닫고 지은 네 표정이 얼마나 볼만했는지 그 순간 아주 짜릿했었다니까! 오랜만에 또 보게 되니까 새로운 느낌인데! "



상행은 치욕스러웠지만 일단은 꾹 참고 포켓몬들을 어떻게 한 건지 물었다.



" 못 들었어? 그 녀석들, 지금 전부 내 뱃 속에 있다고. 아... 이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금수처럼 느껴지나? 그럼 좀 고급스럽게 말해보지. 너희들의 포켓몬들 전부, 내가 '흡수' 했다고! "


" ?! "



상행은 자신이 방금 들은것을 의심했다. 그러나 아까 월로가 보인 행동,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 봐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가 있었다.



" 그, 그렇다면, 기라티나도 이미... 서, 설마! 저의 괴력몬도...?! "


" 그렇지! 네가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키워 온 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어서 그 많은 녀석들 중에서도 기라티나 다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맛있었어! 아~ 그러면 이런 좋은 식사를 하게 해 준 네 녀석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지? "



월로는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한 손을 앞으로 크게 휘두르며 상행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한 마디 한 마디 정확히 끊어서 말했다.



" 잘 먹 었 습 니 다! "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오른 상행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직접 월로의 얼굴에 주먹 한 방을 먹여주고자 그에게 튀어가려 하자, 월로는 상행 앞에 쓰러져 있던 윤슬을 언제 빼내왔는지 기절한 그녀의 뒷덜미를 한 손으로 잡아 대롱대롱 든 채 상행의 눈 앞에 척 내밀었다. 상행은 얼른 발을 멈췄다.



" 그래~ 착하지? 이 애가 잘못되는 꼴을 보기 싫으면 계속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내가 만찬을 즐기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라고! "


" 뭐라고요?! 설마 당신, 아직도?! "


" 그야 당연하지, 아직 몬스터볼 안에 남아 있는 녀석들까지 싹 먹어 치울거라고! 내가 기라티나한테 강제로 이곳에 끌려와 얼마나 굶주렸는지 알기나 해?! 그럼에도 날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절대로 나를 놔주지 않겠다는 녀석의 감시에 아사 할 수 조차 없었어!

... 하지만 그게 나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었지. 왜냐고? 나도 몰랐던 나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



상행은 도대체 월로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월로는 윤슬을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올려 또 상행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 내가 이 꼬맹이한테 전화를 걸어서 너한테 했던 말 기억해? 내가 너처럼,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고 했던 것 말이야. "


" ...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군요. 당신이 저를 두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짐작도 못하겠고, 당신이 인간이 아니라면 대체 어떤 존재란 말입니까?! "


" 모르는 척 하지 마시지! 네 정체,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너도 최근에 어딘가에서 나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누군가를 보고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어? 그럼 한 번 정곡을 찔러볼까? "



월로는 윤슬을 잡은 손을 놓아 그대로 툭 떨구고 전광석화 같은 발걸음으로 상행의 앞에 바짝 다가서서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상행의 이마에 제 이마를 꿍 들이받아 맞대고 그의 눈을 쏘아보며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 아르세우스의 피를 이어받아 반신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 그 혈통을 포기하고 하찮은 인간이 된 것도 모자라, 얼마 부여받지도 못 한 삶마저 이미 죽은 녀석에게 반을 떼어주고는 그 녀석과 시시덕거리며 살다가 명이 다해 죽어 몇 천 년의 시간을 지나 환생하신 상행 씨! "


" !!! 말도 안 돼, 어떻게 당신이 그 사실을!? "



월로는 다시 손가락을 펴 하늘인지 땅인지 구분되지 않는 곳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상행이 천계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여러 세계가 흘러가는 모습을 비춰주는 샘이 있었다.


심지어, 그 샘물은 천계까지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는 이제 막 세계의 이변을 전부 막아내고 힘겨워하는 신오님의 모습이 보였다.



" 아버지! "



상행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외치다 입을 틀어막고 월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월로는 고개를 모로 기울여 의아하다는 행동을 취했다. 마치 이미 다 들켰는데 굳이?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상행은 이제야 월로가 여기에 갇혀 있으면서도 어떻게 자신들의 상황을 훤히 꿰고 있었는지 이해했다. 게다가 귀혼동굴에서 윤슬에게 들었던 말대로라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현실세계와 반전세계의 법칙을 이용해 여러가지 조작도 할 수 있었을 터.


그러나 아직 한 가지 의문점이 남았다.



" 그러면 설마 당신도 저처럼 인간의 몸을 통해 태어난 신오님의 자손이라는 말입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아버지께서 모르실리가 없을 텐데요?! "


" ... 차라리 그랬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너처럼 피의 인연을 끊고 환생하여 완전히 남남이 되었음에도 아르세우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너는 이 기분을 절대 모르겠지! "



월로는 뭔가 더 말하려다 뚝 멈추고 상행을 잡은 손을 놓고 팍 밀쳤다.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두 주먹을 꽉 쥐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 다시 생각해봐도 짜증나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내 힘으로 여기까지 이루어냈는데 너희는 그 잘난 신오님의 가호를 받아 한 지방의 영웅이 되고, 몇 번을 죽어도 다시 되살아날 기회를 얻다니... 정말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월로는 고개를 들고 상행을 노려보다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 그럼 이제 보여주마, 나의 진정한 모습을! "



그 말과 동시에 월로의 몸이 번쩍 빛났다. 상행은 두 팔로 눈이 멀 것 같은 눈부신 빛을 막으며 생각했다.



이 빛의 파동은, 분명히 신오님이 모습을 바꾸실 때 발산하시던...! ... 설마...!



그 설마다!



!!!



눈을 가린 팔을 치우고 앞을 보니 지금까지 봐 왔던 것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월로가 서 있던 그 자리에는,

한 마리의 아르세우스가 서 있었다.



" 시... 신오님...?! "



상행은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어 보았다.



꿈이 아냐... 저 신오님은, 아니지, 저 아르세우스는 분명 월로 님이 변신하신 모습...!



아니! 지금까지의 모습이 가짜였고 이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이다!



월로는 이제 상행의 생각마저도 읽는다는 듯 그렇게 말했고 한 번의 빛을 더 발산해 자신의 과거를 보여주었다.
















" 월로, 너는 예로부터 우리 신오일족에 전해 내려오는, 신오님이 인간으로 변신하신 모습과 참 똑같구나. "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은 항상 나를 두고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혹시 내가 신오님이 아주 오래전에 한 인간 여자와 낳으신 자식의 후손이 아니냐는 농담을 하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내 부모님은 적극 부인했으나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린 맘에 혹시 모를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승이 끊어져서 우리 집안에조차 제대로 전해 내려오지 않을 뿐이지, 정말로 내가 신오님의 핏줄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그걸 증명해내기만 한다면, 나는 자연스레 신오일족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의 따름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자연스레 옛 신화와 문헌과 유물에 광적인 집착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신오님의 아들이라는 자에 대해 파면 팔 수록, 그는 단 한 명의 자손도 남기지 않은 채 그의 이부형제와 함께 생을 마쳤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게다가 오히려 그의 얼굴은 아르세우스가 인간화 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고 하는데... 그러면 나는 대체 뭐지?


계속 내 정체를 고민하는 와중에도 나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생계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짓은 관두고 장사꾼이라도 되어 돈 좀 벌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떠밀렸다.


마침 그 시기에 관동지방에서 성도지방으로 넘어온 은행상회의 상인들이 한창 활발하게 돌아다녔기에 나는 그곳의 베테랑인 백은 씨와 친해져 은행상회에 입단하게 되었다.


몇 년 뒤, 상회의 규모도 제법 커져 슬슬 다른 지방으로도 발을 뻗을 계획을 세우는 와중에 은행상회의 시작점인 관동에서 전목이라는 자가 난폭한 야생 포켓몬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데리고 저 멀리 히스이지방이라는 곳으로 떠난다는 소문을 들었다.


히스이지방! 분명 태초에 우리 신오일족이 오랜 세월 동안 터를 잡고 살아오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떠났다는 그 땅이다.


그곳이라면 분명 아르세우스에 대한 더 정확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나는 상회 사람들을 설득하고 전목에게 찾아가 함께 히스이지방으로 떠나자고 제안했다.


전목 역시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은행상회가 가진 자본의 지원을 받으면 사람들을 먹여살리기도 수월해지니 흔쾌히 수락했다.


몇 달을 항해하여 마침내 도달한 히스이지방. 전목은 곧장 '은하단' 이라는 집단을 세워 사람들이 정착할 마을을 만들고 그곳을 '축복마을' 이라 이름지었다.


나는 이 지방에 오자마자 상인 일은 제쳐두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아르세우스에 대한 정보를 보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기묘한 옷을 입은 한 여자를 만났다. 그 여자의 이름은 코기토.


내 기억이 맞다면, 그녀는 아르세우스의 아들을 낳았다는 여인의 이름과 같다. 하지만 그 시기로부터 벌써 몇 천 년이 지났는데,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일 리가 없지!


나중에 들어보니, 그녀는 히스이지방에서 뿔뿔이 흩어진 신오일족 중에서도 꽤나 멀리 떨어진 '하나지방' 이라는 곳에 이주해 간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이곳으로 온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예사롭지 않은 인물임에는 분명했다. 거의 인생 전부를 바쳐서 아르세우스를 조사해 온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으며, 이 히스이지방의 역사에 대해서도 굉장히 빠삭했으니까. 나는 일부러 그녀와 친해져 그녀에게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태초에 아르세우스가 홀로 우주에서 태어나 시간과 공간, 반물질의 신을 만들기도 훨씬 전에 자신의 분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탈락된 개체가 제법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개체는 어떻게 되었는가. 다시 아르세우스가 제 몸으로 흡수했는가?

...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그들은 온전한 분신이 되지도 못하고, 원래 있던 몸으로 되돌아가지도 못했으며, 결국 아르세우스조차 잊어버린, 우주를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찌꺼기가 되었다.


그 찌꺼기들은 의지도 갖지 못한 채, 언제까지고 먼지처럼 떠돌아다녀야 했을 터인데...


무슨 일인지, 그 먼지들은 한 곳으로 뭉쳐져 지구로 끌려들어가, 하나의 인격체가 되었어야 할 존재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인간의 흉내를 내었다.
















" ...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신오님이 분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탈락된 자들의 집합체라는 말입니까? "



그래, 이렇게 보니까 어때? 내가 아르세우스의 얼굴과 닮은 이유, 시공간마저 뛰어넘는 균열을 열 수 있었던 이유, 신오신전에서 디아루가와 펄기아, 기라티나, 아르세우스의 분신을 조종할 수 있었던 이유, 다 설명되지 않아?

너와 네 동생 녀석이 아르세우스의 부름을 받고 천계로 올라가 포푸니크를 통해 과거를 보는 힘을 받았을 때, 그 힘은 이 반전세계까지 흘러들어왔다. 너희들이 전생을 보고 있을 때, 나는 의지조차 받지 못한 채 우주를 떠돌던 나의, 아니, 우리의 끔찍한 과거를 봤지!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이렇게 다시 뭉쳐져서 원래 없었던 의지를 얻은 것은, 우리를 잔혹하게 떼내어 그대로 버려버린 그 자에게 복수하고, 원래 우리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라고!



그는 또 한 번 반전세계 전체를 울리는 굉음을 냈다. 상행이 손 쓸 새도 없이, 볼 안에 있던 포켓몬들과 사람들마저 전부 그에게 흡수당하고 말았다.



" 아... 안 돼... 이럴수가... "



상행은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가 털썩 주저앉아서 멍하니 있는 것을 본 월로는 조소했다.



어때? 괴롭지? 하지만 절대로 너는 흡수하지 않을거야. 넌 앞으로도 여기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모두를 지키지도 못 했다는 좌절감을 계속 맛보며 더욱 더 고통받아야 하니까!



" 거기까지다, 월로! "



?!



상행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행이 돌아보자 그곳에는 천계에 계시던 신오님이 어느새 반전세계로 넘어오셔서 서 계셨다. 상행은 얼른 신오님 쪽으로 몸을 돌려 엎드려 절하며 월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 빌었다. 신오님은 상행에게로 다가가 그의 등을 살며시 두드려주며 말씀하셨다.



" 아니다, 이러지 말고 일어나거라. 너는 최선을 다해주었어. "


" 무슨... 무슨 최선을 다했단 말입니까? 저는... 신오님께서 저를 믿고 기라티나를 구해내라 부탁하신것도 수행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많은 사람들과 포켓몬들을 희생시키고 말았습니다. "



상행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그러나 신오님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며, 월로에게 흡수된 자들을 구해낼 계책을 상행의 귀에 대고 속삭이셨다.



" 그 말씀은...! "


" 그래, 이것은 어쩌면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이 방법 외에는 그 아이들을 구해낼 방법이 없기도 하지만, 성공할 확률도 반반이지. 그래도 내 계획을 따라주겠느냐? "


" ... "



상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오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상행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셨다.


월로는 신오님이 이곳에 직접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주춤했다. 그러나 곧, 방금 전에 신오님이 자신을 향해 외친 그 이름을 혼자 중얼거리며 되새겼다.



월로... 월로(Volo)라...

'바라다', '원하다' 라는 뜻을 가진 내 이름...

그렇지... 이제서야 확실해졌군.

내가 지금껏 무엇을 그토록 원했는지!



월로는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얼굴을 한 자를 똑바로 마주보고 소리쳤다.



아르세우스! 나는 너를 흡수하고 더 이상 네가 무시하며 버렸던 찌꺼기가 아닌 완벽한 신이 되어, 네가 만든 모든 세계를 전부 파괴하고 나만의 세계를 만들 것이다! 네가 그토록 사랑하여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들은, 곧 한 줌의 재로 변하리라!



월로의 외침을 들은 신오님은 묵묵히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오셔서 뒷짐을 지고 자신의 모습을 하고 공중에 떠 있는 월로를 올려다보며 말씀하셨다.



" 어디, 네가 원하는대로 해보거라. "



월로는 끝까지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신오님에게 분노했다. 그러나 그에게 제 발로 걸어나온 식사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월로는 그대로 신오님을 집어삼켰다.
















... 들리는가, 상행?



네, 신오님. 아주 잘 들립니다.



다행이구나. 지금, 이 텔레파시와 함께 나의 힘 일부를 너에게 전달하였다. 내가 신호를 주면, 그 기술을 사용하거라.



알겠습니다, 신오님.



... ... ...



지금이다!
















" [사이드체인지]! "



뭣...?!



상행이 기술 이름을 외치자,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가 있던 자리에는 신오님과, 월로에게 흡수당했던 모든 포켓몬들과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중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윤슬이 신오님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신오님의 이름을 불러 외쳤다. 당연히 사람들은 이에 동요했고 술렁였으나 신오님은 다급히 모두에게 월로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 명령하셨다.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자 월로의 아래쪽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그 균열에서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치더니, 바로 위에 떠 있던 월로를 휩쓸어 그대로 균열 구멍 안으로 끌고 가 버렸다.
















... 우웩!!!



균열 속으로 빨려들어간 월로는 참을 수 없는 매스꺼움에 자신 안에 자발적으로 흡수된 상행을 토해냈다. 상행이 튀어나오자마자 그는 더 이상 아르세우스의 형상을 유지할 수도 없게 되어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월로는 자신과 함께 끝도 없는 아래로 추락하는 상행을 쏘아보며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물었다.



" 신오님께 들었습니다. 이 세계의 법칙 중 하나... 마치 자석이 같은 극끼리는 끌어들이지 않는 것처럼, 본질적으로 같은 성질을 갖고 있는것 끼리는 섞일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신오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았죠. 당신이 다른 모두를 흡수하여도 끝내 저만큼은 흡수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 그건 단지 제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걸요. "



상행은 월로가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덤덤히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놓아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말했다.



" 신오님보다도 당신과 제가 더 본질적으로 같을 수 밖에 없는 이유... 당신은 원래 신이었다가 그 본체에서 떨어져 나와 정처없이 떠돌다가 인간의 몸을 빼앗아 태어난 존재, 그리고 저는 비록 반신이긴 했지만 스스로 신의 힘을 버리고 인간이 된 존재니까요. 같은 극인 저희가 섞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니 당신은 애초에 저를 흡수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신오님은 한 가지 계책을 세우셨습니다. 신오님께서 일부러 당신에게 흡수되어 의식을 잃기 전, 제게 신오님의 힘 일부를 주어 기다리게 한 후 이미 흡수된 모든 이들의 영혼을 끌어모아 한 자리에 모으시면 제가 [사이드체인지]를 사용하여 자리를 바꿔치기 하는것이죠. 그리고 모두가 밖으로 빠져나오면 당신이 당황한 틈을 타 미리 신오님께 명 받은 기라티나가 영계의 문을 열어 당신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



월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그런 계책을 세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둘 다 자신마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그런 무모한 짓을 거리낌 없이 실행할 수 있단 말인가.


상행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는 월로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 당신은 오직 자기자신만을 위한 힘을 갈망하지요. 하지만 윤슬 님과 저, 그리고 신오님, 그리고 이곳에 함께 와 준 모든 분들은, 전부 다른 이를 구하고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올바른 힘을 추구하고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길일지라도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갈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이, 당신이 필연적으로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상행의 말을 들은 월로는 한참동안 침묵하다가 쿡쿡- 웃었다. 그러다 한숨을 푹 내쉬고 두 손을 들어 어깨를 들썩하며 체념한 듯, 그러나 마지막까지도 상행을 조롱하며 말했다.



" 그래그래, 축하해! 결국 나는 또 너희들에게 졌고, 이제는 정말로 생지옥으로 떨어지게 생겼구나! 그나저나 너는 어쩔거야~? 날 훌륭히 저지해낸 건 칭찬할 만하지만 지금 너 역시 나랑 마찬가지로 지옥행 열차를 타게 됐는데? "


" 걱정 마십쇼. 제 몸이 영계를 완전히 통과하기 전에, 신오님께서 반드시 저를 꺼내 주실테니까요. "



상행이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월로가 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웃음에 불길해진 상행은 이미 다 끝난 이 순간까지도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물었다.



" 당연히 웃기지. 네가 믿는대로 아르세우스가 널 꺼내줄 수 있었으면 이미 그러고도 남지 않았겠어? 그런데 왜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을까? "


" ?! "


" 그 녀석도 이제 힘이 다 한거야. 당분간은 그 어떤 기교도 부릴 수 없을만큼! 내가 괜히 이 세계 말고 다른 시간선의 세계까지도 건드린 줄 알아?! 다 그 녀석의 힘을 최대한 빼 놓기 위해서였다고!

물론 녀석을 흡수했을 때 아무 저항 없이 바로 나와 융합시키기 위한 거였지만... 그렇게 많은 힘을 쓰고도 의식이 또렷할 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을 구할 힘까지 남아 있었다니... 그건 완벽한 내 계산 착오였어. 하지만 이제 그걸 끝으로 너를 구할 힘 따위는 정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


" 그런...! "



월로의 이야기를 들은 상행의 머릿속이 새하얘지자마자, 텔레파시로 신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행, 들리느냐? 지금 다른 아이들의 도움까지 받아 겨우 힘을 회복하긴 했으나 내가 직접 너를 빼내주기엔 조금 모자라는구나.

그러나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아까 너에게 전해준 힘, 아직 남아 있느냐?



" 신오님...! 네, 그렇습니다! "



그러면, 지금 내가 모은 힘도 전달할테니 그것과 합하여 네가 직접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있겠는가?

... 정말로 미안하다. 네가 날 믿고 이렇게나 따라주었는데, 나는 정작 네가 위험할 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다니...!



" 아닙니다. 신오님이야말로 모든 세상의 파괴를 막아내시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오셔서 그런 위험한 일을 직접 수행하셨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는 괜찮습니다. 신오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제 스스로 이곳에서 탈출하겠습니다! "



... 고맙다. 그러면, 지금 바로 보내마.



상행은 신오님이 보내주시는 힘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신오님과의 연결은 끊겼다. 상행은 곧바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해, 자신을 계속 빨아들이는 영계의 통로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그 때-



" ... 못 해... "



옆에서 월로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 인정 못 해...

절대로 인정 못 한다고!!! "



월로는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공중에서 악을 쓰며 몸을 틀어 두 팔을 확 뻗어서 상행의 한 쪽 다리를 콱 붙잡았다.



" !!! 뭐 하시는 겁니까! 이거 놓으십쇼! "


" 아니! 못 놔, 안 놔! 나 혼자만 사라지지는 않을 테다! 이 세상에 나온 그 순간부터 내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는데, 이렇게 마지막까지 너희들에게 엿만 잔뜩 먹고 가기는 너무 억울해! 적어도 너라도 붙잡고 늘어져야 내 속이 풀리겠다고!

자- 선택해! 이대로 나도 매달아 함께 돌아가던지, 아니면 얌전히 포기하고 너도 영계로 끌려가던지, 둘 중 하나뿐이다! "



상행은 어떻게든 월로를 밀어내려 했으나 월로는 악착같이 상행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러는 와중에도 영계로 넘어가는 문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 ... "



상행은 결심을 굳혔다.

두 손을 앞으로 뻗어, 힘을 발산했다.






















" ... 신오님, 성공인건가요? "


" 그래, 이제 이걸로 다시는 월로 녀석이 이 세상을 위협할 일은 없을 것이다. "


" 그럼... 정말로 다 끝난거죠?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히스이지방은, 앞으로 쭉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거죠? "


" 그렇다. 너희들, 정말로 수고 많았구나. 어떻게 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야할지... "


" 아니에요, 신오님! 저희야말로 신오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대로 월로 님께 흡수되어서, 다시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텐데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신오님! "



윤슬이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하자, 다른 이들도 모두 신오님께 허리를 숙여 감사하다 말했다. 신오님은 흐뭇한 마음으로 그들을 쭉 둘러보시다가, 영계의 균열에 끌려들어간 월로가 사라진 방향을 돌아보고는 말씀하셨다.



" ... 헌데, 내가 어찌 이를 성공할 수 있었던가?

왠지, 무언가를 잊은 듯 한데... "
































" ...? "


" 하행? 왜 그래? "


" 으, 으응?! 뭐가 말이야, 카밀레? "


" ... 뭐냐니? 너 방금까지도 나랑 신나게 수다떨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조용해진거야? "


" 어... 그랬어...? 미안해 카밀레. 나 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린 것 같아. "


" 뭐? 혹시 중요 서류라도 놔두고 온거야? 아니면 사무실 문을 안 잠그고 나왔다던가. "


"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거.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 근데 그게 대체 뭘까...? "


" 뭐야, 칠칠치 못하긴! 그렇게 머리를 짜내도 안 떠오르는 걸 보면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닌가보지!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가게 문 닫기 전에 얼른 구름아이스나 사먹으러 가자! 오늘은 네가 쏘는거다? "


" ... 어?! 기, 기다려, 카밀레! 나도 같이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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