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어 모든 팀원들과 멤버들은 각자 집을 챙겨 차에 올랐다.

 회의에서 들었듯 위험한 여정이 예견되는 탓에 다들 얼굴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고 유독 유리의 안색은 더욱 안 좋아 보이자 채연이 유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유리야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보이니?

어디 아프니?“


 언제나 힘겨워 놔 버리고 싶을 때마다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채연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끝이 안 나는 이 힘겨운 줄다리기에 매달려 있었는지 지금에야 깨닫게 되어 ‘피식’하며 헛웃음이 나 버렸다.

 채연의 말에 옆에 있던 원영이 거들며 말했다.

 

“응 언니 유리 언니 어제부터 속이 안 좋다며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그래? 그래도 뭐 좀 먹어 둬야 할 텐데... ...”

 

 채연은 걱정스런 얼굴로 만약을 위해 챙겨 놓았던 에너지 바 두 개를 챙겨 주며 먹어두라고 말한 뒤 얼굴을 한차례 쓰다듬고 민주가 있은 차에 올랐다.

 그런 채연을 보며 눈에 눈물을 달고 있는 유리를 멀리서 지켜보던 예나는 또다시 가슴이 내려앉는듯한 통증을 느끼며 얼른 차의 앞좌석에 올라 줄 곳 유리와의 마주침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두 대의 자동차가 출발하고 그 누구도 끝을 속단할 수 없는 여정 이 시작되었다.

 채연과 민주가 서로를 의지한 채 잠이 들어 버린 것을 보조석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쿠라를 보며 혜원이  안타까운 맘에 물었다.

 

“다른 여자 좋다고 간 녀석이 뭐가 그리 좋다고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어요?

밉지도 않나요?“

 

 여전히 눈은 전방을 주시 하며 말하는 혜원에 사쿠라는 뒷자석에서 눈을 돌려 마찬가지로 앞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채연은 날 미워할 수 있어도 난 저 아이를 미워 할 수 없어요 영원히”

 

 기분을 풀어주려 농을 섞어 가며 한말에 진지하게 답하는 사쿠라에 혜원은 좀 놀라 사쿠라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전방을 주시 했다.

 

 “역시 둘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군요 선 듯 사쿠라를 파트너로 먼저 선점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 했어요”

 

“그랬었나요?”

 

“다들 참여 하고 싶어 안달 난 이번 작전에서 유일하게 미지근한 태도를 보인 녀석이 사쿠라의 이름을 보자 갑자기 적극적으로 참여 하기 시작 했어요

왜 채연을 미워 할 수 없는지 물어 봐도 되나요?”

 

“어린 시절 채연은 나와의 하룻밤의 정사로 인해 목숨을 잃을 번했어요,

그것도 아직 어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를 내가 꼬드겼어요

아직도 날 만지는 것이 두려워 눈빛이 흔들이며 날 보던 모습이 기억나요“

 

“채연의 순진하던 아이 모습이라 상상이 안가는 군요”

 

“순진하기만 한게 아니라 아주 귀여웠어요 내가 이름을 불러주면 마치 강아지처럼 내게 달려왔었죠”  

 

“저 녀석이 귀여웠다고요 아휴 상상도 하기 싫군요 그만 듣는게 좋겠어요”

 

 혜원의 농 섞긴 말에 사쿠라는 참으로 오랜만에 배를 잡고 웃었다.

 사쿠라의 웃는 모습을 보며 기분을 풀어주는 것은 다행으로 성공 한 것 같다고 혜원은 생각했다.

 

 앞으로 2일은 더 달려야 한다.

 하루도 있기 힘든 좁은 차안에서 서로 어색하기 까지 한다면 이여정은 더더욱 지옥이 될 것이기에 혜원은 다함께 살아갈 길을 찾으려 노력 중 이었다.

 

 

 한편 다른 팀의 차안에 타고 있는 채원은 지금 꼬박 하루 동안의 원인 모를 무거운 공기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되야 직성이 풀리던 예나가 왠일인지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하고 옆 좌석에서 내내 잠을 자는 듯 눈을 감고 있지를 않나 뒷좌석에서는 유리가 병든 햄스터 같은 몰골을 하고선 그런 예나를 이따금 한번 씩 흘긋 쳐다보고는 시무룩해지길 반복하는 통해 도무지  마음의 평화가 오지 않았다.  

 채원은 또다시 예나를 흘긋 보다 창밖을 바라보는 유리에게 그저께 따로 챙겨둔 사탕을 유리에게 건네며 말을 걸었다.

 

''유리야 너 먹는 것 좀 늘려야겠다. 

 그렇게 힘이 없어 보이는 몰골로 어떻게 예나를 지키겠니? 

누가 보면 예나가 니 보디가든 줄 알겠다.''

 

 채원의 말에 유리는 더욱 주눅이 들어 하는 표정을 하자 채원은 아차 싶어 서둘러 다른 말 할 거리를 찾느라 머닐 굴릴 때 쯤 갑자기 '콰광'하는 귀가 찢어질듯 한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얼마 못가 뒤집히고 말았다.

 

 

 차안은 이리저리 뒤섞인 채 고꾸라진 팀원들이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은비는 빠르게 밖을 주시했다.

 

 ''빨리 뛸 수 있으면 도망쳐''

 

 은비의 외침에 뒤집혀지는 바람에 종잇장처럼 구겨진 문짝의 깨진 창문을 통해 하나 둘 기어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총을 쏘며 위협하는 알 수 없는 적으로 부터 모든 팀원들은 자신의 파트너를 보호해가며 달리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옆에서 은비와 함께 달리던 채원이 총에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유리가 놀라 뒤돌아서서 채원을 일으키려하자 은비가 말했다.

 

''어서가 채원은 내가 알아서 해 넌 예나를 지켜 어서 빨리''

 

 쓰러진 채원을 들쳐 업고 달리기 시작하는 은비를  커진 눈에 눈물을 그렁이며 보는 유리를 예나가 낚아채고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에 달리기를 잘하기로 소문이 난 유진과 원영은 다행히 안전하게 대피한 모양이었다.

 고르지 못한 언덕을 미친 듯이 달린 둘은 폐가 마치 찢어 질 것 같은 고통에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니 은비가 무장을 한 반란군으로 보이는 자들에게 잡힌 것을 보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눈에는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 앞이 보이질 않은데다가 요 며칠 잘 먹지 못한 것이 역시나 유리의 발목을 잡아 헛디딘 다리가 풀려 그만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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