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선행에는 반드시 그 보답이 따라온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 벤델의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화제인 것인지, 키위는 어제도 마그다가 다른 집안의 아가씨에게 들었던 질문을 내놓았다. 짙고 파란 눈동자가 마그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그다는 자기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어떤 대답에 키위가 기뻐할지는 알았다. 선한 이에게는 길고 긴 길을 돌아서라도 언젠가는 축복이 있을 거라 믿는 따뜻한 마음.


 "그럼요, 언젠가는 착한 마음은 보답 받기 마련이에요."


 그리 말하니 키위는 의견이 일치해서 기쁘다며 활짝 웃음 지었다. 마그다도 마찬가지로 우리 둘은 너무 잘 맞는 것 같다는 둥하는 소리를 하며 키위에게 미소 지었다.


 '어제 바바론카의 루이 아가씨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았지요. 그런 건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대답했답니다. 전 남이 좋아할만한 대답을 할 뿐이에요.'


 내놓은 대답에 마그다의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나긋하게 휘어지는 눈매 속에 자리 잡은 파란 눈동자가 기쁨으로 반짝이는 걸 보는 건 진심으로 좋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그녀의 긴긴 이야기도 즐거웠다. 남의 눈치를 살펴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진심인 양 내놓는 건 피곤한 일이었으나, 키위의 기쁨을 위해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건 기꺼웠다.


 키위가 조금씩 맛보라며 술잔을 건넸던 그 날, 잔을 건네받으며 스친 손가락 끝이 홧홧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자부심과 총기로 빛나는 눈빛, 따뜻한 웃음, 술 없이도 그녀 곁에 있으면 향긋한 무언가에 취한 듯 웃음이 나왔다.


 '금발의 여기사는 대범하면서도 어딘가 외로운 분위기가 있지.'


 언젠가 어머니가 키위에 대해 했던 말이었다. 마그다는 자신이 그녀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유일한 사람이 되길 바라기 시작했다. 값비쌀 뿐 마음에 들어본 적은 없는 옷가지와 비싼 장신구를 걸치고 소문과 거짓말을 나르다가, 권세 있는 사람들 앞에선 방긋 웃는 화려하고 저열한 삶. 이 가운데에서 키위를 바라보는 애정만이 마그다의 유일한 진심이었다.


 그러나 키위의 마음은 마그다의 애정과 한 발짝 어긋나있었다. 늘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사는 마그다이니, 그걸 짐작하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키위는 마그다를 아끼긴 했지만 유일한 사람의 자리를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 마그다가 그 자리를 원하리라는 상상조차 안 하고 있었다.


 "키위 아가씨."


 마그다는 차분한 얼굴과 행동 뒤에 숨은 키위의 또 다른 모습을 알았다. 새로운 술을 내놓기 위해 고뇌하는 키위를 직접 도운 것도 마그다였다. 많은 노력을 들여 그녀의 마음 속 이야기들을 이끌어내고, 그걸 말없이 들어준 것도 물론 마그다였지만 본래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 선한 일에는 그 보답이 따를 지도 모르겠으나, 마그다의 애정은 보답 받지 못할 것이다.


 너무 많이 좋아해요.


 늘 입 안에서만 맴도는 말이었다. 사실 마음속에 담아둔 바람은 훨씬 길고 깊었지만, 저 한 마디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사실 어쩌면 키위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하는 헛된 기대를 해보기도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부딪혀보면 미련 없이 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역시 종종 했다.


 "네, 마그다."


 그러나 저 간절함 없이 다정하기만 시선을 마주하면 마그다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키위는 편안한 친구로서 마그다의 곁에 있고 싶어 할 뿐이었다.


 "그냥 언제 또 한 번 키위 아가씨와 금술을 같이 마셔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언젠가 다시 한 번 초대해주시겠어요?"


 어차피 늘 남이 듣고 싶은 말만을 해주고, 속내를 숨긴 채 방긋방긋 웃으며 사는 게 마그다의 삶이었다. 키위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에겐 원치 않는 진심을 드러낸다면 그건 애정이 아니라 단지 욕망일 터였다. 그러니 마그다는 키위가 원하는 곳에 가만히 서있기로 했다.


 물론이에요, 라는 말과 함께 접히는 눈매, 말끝에 묻어나는 웃음기. 가벼운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금발과 흰 목덜미. 치마 위에 가지런히 얹어둔 손과 세련된 치마자락 아래로 살짝 흔들리는 구두 신은 발.


 비록 이 모든 걸 만질 수는 없어도 옆에서 지켜볼 수는 있는 이 자리에서. 마그다는 침묵할 것이다.





ㅡㅡㅡㅡㅡㅡ



 마그키위는 쓰고 싶은데 딱히 쓸 줄거리는 생각이 안 나서 1800자가 심리묘사로만 구성된 이상한 글을 써버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나 얼른 헬릭스왈츠 더 해서 키위 스토리 봐야하는데


최떫떫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