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올린 썰을 기반으로 쓴 글 입니다. 원본 썰은 (https://twitter.com/Hae_ma/status/1044955707961827333?s=20) 이쪽


욕실에서 씻고 나와 소파위에 놓여있는 피터의 티셔츠로 갈아입은 후 함께 식사를 하고 어느새 피터의 슈퍼싱글 침대위에 함께 누워있는 토니이다. 혼자 자기엔 넉넉하지만 어린아이라도 함께 자기엔 좁은 침대 사이즈라 토니를 꼭 껴안고 누운 피터에 토니는 천장을 보고 숨만 쌕쌕- 몰아쉬고 있을 뿐이다.

“에디 많이 불편하니? 미안해 선생님네 침대가 작아서”

“안니에요 갠차나요”

“이제 코- 하자 선생님이 동화책 읽어줄까?”

“갠차나요”

“하암- 그럼 잠들때까지 선생님이랑 이야기 할까?”

“턴탱님 잠와요?”

“응- 미안해 조금 졸리네-”

“그럼 우리 눈 오래감고있기 놀이해요”

“그럴까? 자- 눈 감고..”

결국 졸린듯 가물가물 버티고 있던 피터의 눈이 먼저 감겼다. 자신의 가슴위로 올라와 있는 피터의 팔과 곤히 잠든 피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토니가 몸을 뒤척이자 잠결에도 이를 느낀것인지 이불위로 토니의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피터 쪽으로 돌아누운 토니가 피터의 얼굴에 조심히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잠든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띄어졌다. 

“아..징짜 딱 내 치향인데...”

“으음-”

“쉬이- 자장자장-”

뒤척이는 피터를 토닥토닥 다독여주자 다시 색색- 거리는 숨소리를 뱉으며 잠이 든 피터에 토니가 작게 숨을 내뱉었다. 곧이어 고된 하루를 보낸 어린 몸이 잠에 빠졌다. 서로 마주안아 잠든 두 사람 위로 달빛이 내려앉았다. 시간이 흘러 달빛의 자리를 햇빛이 대신 하는 시간이 되자 머리맡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 피터가 잠든 토니의 얼굴을 보고는 작게 웃었다. 조용히 몸을 일으켜 씻고 나와 토니를 깨웠다. 한참을 칭얼대던 토니가 일어나 침대에 앉아서 졸고 있자 그 모습을 휴대폰 화면에 담은 피터가 물 한컵을 가져다 주며 토니를 깨웠다.

“턴탱님”

“응 에디”

“속이 이상해요”

“토할 것 같아? 왜그러지..”

피터가 토니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자 서둘러 몸을 일으킨 토니가 '이제 갠차나요!' 말하며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뛰면 위험하다는 피터의 목소리에도 씻고나오겠다며 문을 걸어 잠근 토니에 문 밖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피터가 부엌으로 가 토스트를 굽기 시작했다.

한편 욕실로 뛰어 들어간 토니는 인상을 잔뜩 찌뿌린채로 답답하다는 듯 목 주변을 어루만졌다. 답답함과 울렁거림이 가시지 않아 헐렁한 피터의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입고있던 어린이용 속옷도 벗어 그대로 욕조로 뛰어들어가 차가운 물을 틀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작은 몸을 적셨고 괴로워하던 토니가 눈을 꾹 감았다 뜨자 넉넉하던 욕조가 비좁게 느껴졌다.

몸을 일으켜 세면대의 거울을 보니 자신은 토니였다. 유치원생 에드워드가 아닌 어른 토니. 잠시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멍하니 거울을 보던 토니가 손을 올려 요리저리 움직여보다 자신의 몸 이곳 저곳을 만져보더니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에디 괜찮니? 속 많이 안좋아?”

Shit. 피터의 목소리에 작게 욕을 한 토니가 허둥지둥 수건으로 아래를 가렸을 때 문을 두드리던 피터의 들어간다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며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누구...”

“덴장..”

동시에 토니의 몸이 다시 작아졌다. 하체를 겨우 가리던 수건은 작아진 토니의 몸 전체를 가렸다. 입만 벙긋거리는 피터를 애써 모른척하며 토니가 프라이데이를 불렀다.

“차 불러”

“현재 업스테이트에는 보스의 보호자로 올 만한 인물이 없어 불가합니다.”

“여기 이쓰니까 운젼은 너가 해”

“알겠습니다 보스 약 20분 정도 소요 예정입니다.”

“피토 파커 턴탱님 오늘 유취원 휴가 처리하고”

“Yes, Boss”

“구리고 턴탱님은 저 좀 바요”

수건의 양쪽을 꼭 감싸맨 토니가 먼저 욕실을 나서 옷을 갈아입었다. 소파에 앉아 턱을 치켜들고 애써 괜찮은척 하고 있던 토니의 앞에 피터가 앉았다. 누구하나 먼저 입을 열 생각이 없는 것인지 두 사람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이에 토니는 일부러 크게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물을 꿀꺽 마시더니 쾅 소리가 나게 컵을 내려놓았다.

“후..아까 봤찌?”

“응..? 아니 네..?”

“봤네. 본게 마자 턴탱님이 알고있는 토니수타크가 나야”

“진짜 토니스타크..? 어쩌다가 이렇게..”

“이써 어떤 빌런이 쏜 무기에 잘못 마자서 그래 곧 돌아올거야 그때까지 유취원 다녀야하니까 비밀 지켜주고”

“아 응.. 아니 네..”

“구냥 하던대로 해 그리고 오늘은 나랑 업스테이트로 가쟈”

“업스테이트면 어벤져스가 지내고 있다는..!! 저 진짜 가도 돼요?? 어썸!! 거기에 캡틴도 있나요? 헐크도요?? 근데 거기에 저 같은 민간인도 막 들어가도 돼요? 아 물론! 저는 정보를 빼가거나 그러진 않을거에요! 정말 맹새할 수 있어요!”

“알게쓰니까 좀 진정하고 나갈 쥰비해 곧 차 올거야”

업스테이트로 가는 내내 입을 벌리고 구경하던 피터는 업스테이트에 도착하자마자 “Awesome-!!”을 줄곧 외쳐되다가 토니의 째림을 받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귀여웠던 아이가 무서워 보이다니 피터는 혼란속에 토니를 따라 업스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만요”

“왜 그러시죠?”

“죄송합니다.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분은 들어가실 수 없어서요”

“아..저기..”

“레이첼! 제 손님들이에요. 미리 말 못해서 죄송해요”

“해삐!”

“아, 안녕하세요”

“이쪼근 턴탱님”

“알아요. 안녕하세요. 보스! 이렇게 갑자기 오시면 어떡해요! 들키면 어쩌시려고!”

“들켜꺼든”

“뭐가요? 설마 아니죠?”

“설마가 마자 몸이 돌아왔었어”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돌아온 해피에 토니와 피터는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피터에게 대충 인사하고 바로 토니에게 잔소리를 쏘아대는 해피에 토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꾸를 하고 피터는 입을 합 다물고 두 사람의 눈치를 보고있을 뿐이다. 

“들켰다뇨!! 아니 그보다 몸이 어떻게 돌아온거에요? 방법을 알아내신거에요?”

“나도 몰라 방법을 알아따면 지금 이 모스블 하고 있겠어?”

“그럼 선생님은 왜 데려오신거에요?”

“상황설명 해쥬러”

애초부터 피터를 쳐다보고 있던 토니와 토니의 말에 자신을 쳐다보는 해피에 피터가 놀래 딸꾹질을 하자 더미가 덜덜대며 물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도 과학고등학교를 나오고 MIT에 진학하려 준비했던만큼 더미에 대해 알고 있던 피터가 또 다시 어썸! 하며 놀라워하다 토니와 해피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민망하다는 듯 웃자 토니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언뜻 보이는 붉은 귀에 해피가 '보스..?'하며 불렀으나 배너를 데려오라는 토니의 명에 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토니에게 대략의 설명을 듣던 피터는 배너의 등장에 다시한번 어썸!!!을 외쳐되며 배너의 연구에 대한 찬양을 쏟아내자 수줍어 하던 배너도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두 사람이 한창 재미있게 대화 하고 있던 중 잔뜩 짜증난 목소리로 배너를 부르는 토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하루종일 이야기 하고 있었을 것이다.

“미안 토니 선생님이랑 얘기하다가 시간가는 줄 몰랐네 해피한테 들었어 몸이 돌아왔었다고?”

“그래 조사하면서 머 나온거라도 이써?”

“조사는 거의 끝났어 임상실험을 해봤는데 시간에 따라 서서히 돌아오는 것 같아 오늘 있었던 일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고”

“그럼 완저니 돌아오는데는 얼마나 걸려?”

“아마 빠르면 이주일.. 얼마나 오래 갈지는 좀 더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아”

“변하는 시간은?”

“주기는 점점 빨라질거야 처음엔 하루에 한번이었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이렇게 완전히 돌아올때는 원래모습으로 더 오래 있을거고”

“유취원은 계속 다녀도 되는건가?”

안된다고 해! 그러면 안될 것 같다고 해 배너! 자신을 모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신발신은 고양이가 된 것 마냥 쳐다보는 토니에도 배너는 알아채지 못 하고 온화하게 웃으며 계속 다녀도 괜찮다는 말을 해 주었다. 이미 선생님도 알고계시니 일주일 정도는 더 다녀도 괜찮을거란 배너의 대답에 토니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자신은 할 일이 있다며 먼저 랩실을 나선 배너와 먹을 거라도 사오겠다며 나간 해피까지 랩실을 나서자 침묵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모두가 나가면 달려와 이것 저것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조용한 피터에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려온 토니가 소파로 가자 앉아있던 그대로 불편하게 잠들어 있는 피터다.

“와..지짜 내 치향이야..”

“보스...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모가? 나 아무거또 안해써!!”

태국음식을 한 가득 사들고 온 해피가 피터의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토니를 보고 잔뜩 인상을 찌뿌리자 황급히 일어나며 큰소리로 소리치는 토니에 피터도 눈을 떴다. 제 앞에서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한 토니가 있자 잠이 덜 깨서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것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을 하고 있자 더욱 붉어진 얼굴로 배가 고프니 얼른 일어나 식사를 하자는 토니에 저도 모르는새 한 손엔 젓가락을 들고 한 손엔 팟타이를 든 피터가 어색한 손짓으로 젓가락질을 하며 해피에게 앞으로 유치원에서 도와줘야 할 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다음날 유치원에서 그때와 같은 느낌에 화장실이 가고 싶다며 손을 번쩍 든 토니를 잽싸게 안아 화장실로 간 순간 피터의  품 안에서 돌아온 토니에 어색한 시선이 오가다 찢어진 옷을 대신할 것을 가지고 오겠다며 급하게 나간 피터 덕에 토니가 유치원 아이들에게 바지에 오줌을 싼것이라는 오해를 얻었지만 덕분에 화장실에 자주 드나들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토니의 몸이 너무 자주 변하게 되자 유치원에 가지 못하게 되었고 여전히 바쁜 어벤져스와 해피 대신 사정을 알고 있는 피터가 유치원에 무기한 휴가를 내고 토니를 돌봐주었다. (이 과정에서 토니의 입김이 작용했다.)

“토니 저 이제 다시 유치원으로 출근해도 되는거 아니에요?”

“...아직은 안돼 어제도 봤잖아요 가끔씩 변하는거”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잖아요”

“그래도 안돼요. 사람들 있는데서 변하면 어떡하게”

“완전히 돌아올때까진 랩실에만 계신다고 했잖아요. 해피씨랑 페퍼씨랑 셋이 말하는거 다 들었어요”

“크흠- 그래도 안돼. 나랑 있는게 싫어요?”

“그건 아니지만...”

“아니지만? 응?”

토니가 피터에게 대답을 원한다는 듯 얼굴을 가까히 하자 피터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지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사실 토니는 혼자 피터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들이대는 중이었지만 피터는 이미 토니에게 넘어가 있었다. 원래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들어가기를 희망했지만 MIT의 등록금과 자취비용을 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곳에 있는 국립 대학교의 유아교육과로 가 바로 취직을 해 잘 사고있지만 피터에게 토니는 어렸을 때 부터 꿈꿔 온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과 계속 같이 있는 것도 모자라 끊임없는 애정공세를 받고 있으니 안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꽃잎반을 계속 로버트 선생님께 맡길 수도 없잖아요. 아이들도 보고싶고..”

“그럼 이번주까지만 있어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일요일까지만”

“음..알겠어요. 다음주부턴 다시 유치원 나갈거에요!”

“알겠어 알겠다니까”

“그럼 저 먼저 잘게요 토니 혹시 이상하면 바로 불러요!”

토니와 함께 있기 위해 업스테이트의 손님방에 피터의 방을 마련해 준 것은 해피였다. 토니가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해 제 딴엔 배려라고 한 행동이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차마 '저 잘했죠 보스?'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의 해피에게 왜 그랬냐는 말을 할 수는 없어 이를 악 물고 나가라는 말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잠깐만!”

“왜 그래요? 또 이상해요?”

“응 이상해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

“토니 방에서요? 알겠어요. 저번처럼 속이 이상한거에요?”

방을 나서려는 피터를 붙잡기 위해 한 거짓말에 완벽하게 속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피터에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토니는 열심히 아픈척을 했다. 속이 안좋은 것 마냥 배를 움켜쥐고 끙끙대는 토니가 침대에 눕는 것을 도운 피터가 침대에 앉아 걱정스레 토니를 쳐다보다 일어나자 눈을 감고 있던 토니가 눈을 번쩍 뜨더니 피터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디가??”

“저도 자러 가야죠..?”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기로 했잖아”

“어..네 그래서 저는 저기 소파에서 자려구요”

“아니지 거기서 자면 방에서 자는거랑 똑같잖아요. 내 옆에서 자요”

“네? 아니 그건..”

“아..속이..”

“괜찮아요? 이상하네..저번엔 바로 변했는데 이번엔 아프기만 하고..”

“왜 이러지- 토할 것 같다-”

결국 토니의 꾀병에 속아 넘어간 피터가 토니의 옆에 눕자 끙끙대며 돌아 누운 토니가 피터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런 토니에 잠시 멈칫한 피터가 어색하게 토니의 위로 팔을 내려 토닥여주었고 끙끙대며 나 죽겠다- 따위의 소리를 중얼거리던 토니가 조용해지자 품 안의 토니를 살펴보던 피터도 잠이 들었다. 한동안 쌕쌕거리는 숨소리만 가득하던 방안에서 살며시 눈을 뜬 토니가 피터의 품에서 나와 팔을 괴고 누워 피터를 바라보았다. 잠든 피터의 얼굴에 흘러내려온 머리카락을 조심히 넘겨준 토니가 느릿하게 머리를 쓰다듬자 피터가 바르작 거리며 토니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잔뜩 굳어있던 토니가 조심히 피터를 끌어안았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피터에 환하게 웃으며 등을 토닥이던 토니도 이내 잠이 들었다.

그렇게 토니와 피터가 한 침대에서 함께 잠이 든지 벌써 4일이 지나고 약속했던 일요일이 되었다. 그동안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던 토니와 피터 사이에는 미묘한 기운이 가득찼다. 자신이 토니의 품 속에서 잠들었다는 것을 안 피터는 다음날 부터 멀찍이 떨어져 잠들었지만 아침이면 늘 토니의 품속에서 깨어나니 이내 포기한 것인지 토니의 옆에서 잠이 들었고 그렇게 함께 시작하는 하루에 두 사람 사이엔 몽글몽글한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 이다. 하지만 마지막 날인 일요일 저녁 식사자리에서도 이 이상한 기류에 관해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활짝 웃으며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잠시 찾아오는 정적엔 어색함이 가득했다.

“이제 완전히 돌아온 것 같지 않아요?”

“그런 것 같지? 어제부터는 한번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다행이에요. 그 동안 밀린 일도 많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페퍼가 알아서 했을거야”

“그래도요. 페퍼씨가 못 하는 일도 있을 수 있잖아요”

“크흠- 내일부턴 다시 그렇게 원하던 유치원에 가겠네”

“네! 애들이 제 얼굴 까먹지는 않았을까 걱정이에요”

“그럴리가 애들이 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진짜요? 애들이랑 그런얘기도 했어요?”

“다들 선생님이랑 결혼하겠다고 난리도 아니더라고 쯧- 애들이 눈만 높아서는..”

“우와.. 이거 기분 엄청 좋은데요? 애들이 더 보고싶어졌어요..”

“쳇- 그렇게 좋은거야? 나랑 같이한 시간이 얼만데 그건 다 잊어버리고.. 아이고 서러워라- 이거 빌런빔을 다시 맞아야 하는건가- 그 로보트인가 모시기한테도 매일 전화해서 물어보고 아까도 통화했으면서- 아이고-”

“토니 왜 그래요..! 로버트 선생님은 저 대신 애들 봐주시는게 감사하니까 그런거죠! 사실 전에 로버트 선생님이 고백한 적이 있어서 불편했는데 이번 일로 다시 괜찮아진 것 같아요! 너무 고마운 분이죠 식사 한번으로 애들도 계속 봐주시는건데..”

“식사..고백? ”

“네 다시 복직하는날 제가 저녁 사기로 했거든요”

“그럼 내일이네?”

“그쵸? 내일부터 유치원 가니까..아 빨리 가고싶다-”

“아..저녁을 먹는다고..? 고백까지 했었던 사람이랑..?”

“그렇다니까요! 제가 몇번을..토니..?”

“로보트인지 뭔지랑 저녁 맛있게 먹어요 선생님 전 먼저 잘게요”

낮아진 자신의 목소리에 눈치를 살피는 피터에도 아랑곳않고 잔뜩 비아냥 거리며 먼저 방으로 들어온 토니가 침대에 앉아 씩씩대고 있을 무렵 피터는 피터 나름대도 문 앞에서 안절부절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바보같은 피터파커 굳이 고백했었다는 얘기는 안 해도 됐는데..' 피터가 문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토니는 이미 누워 잠든 상태였다. 이불을 살짝 든 피터가 침대 끝에 조심히 눕자 잠든 줄 알았던 토니가 눈을 감은채로 말했다.

“옆으로 와요”

“깜짝이야 자는거 아니었어요..?”

“맨날 안고 자던 사람이 없으니까 잠이 안와요. 그러니까 옆으로 와요”

토니의 말에 망설이던 피터가 자리를 옮기자 바로 제 품안으로 가두는 토니에 빼꼼히 고개를 들어 토니를 보았지만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죄송해요..”

“뭐가?”

“그..로버트 선생님 얘기한거요..”

“뭐 어때요. 우리가 그런 말 할 사이도 아니고”

“아..그건 그렇죠..”

감은 눈을 뜨지 않은채 덤덤히 말하는 토니에 피터가 고개를 숙이곤 손을 꼼지락 댔다. 그래도 저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하고 들떴던 마음이 푹 가라앉았다. 자꾸만 품 속에서 움직이는 피터에 눈을 뜬 토니가 꼼지락 거리는 둥근 정수리를 보다가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선생님”

“네?”

“난 원래 불면증이 심한 사람이라 잘 못 자요. 근데 이상하게 최근 며칠은 푹 잤어요. 아마 내 생각엔 선생님 덕분인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어..최근 며칠동안 그랬다면 토니 생각이 맞는거 아닐까요..?”

“선생님이 생각해도 그렇죠? 근데 저는 앞으로도 푹 자고싶어요”

“...”

“오늘처럼 내 옆에 있어줘요. 평생”

“저를 좋아하세요? 이 질문을 하는건 제가 토니를 좋아해서에요. 혹시 끌어안고 잘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거라면 거절할게요.”

“좋아해요. 첫 눈에 반했어요 선생님”

“아..”

“제 옆자리에 있어주실거에요?”

“평생 팔베개 해준다고 약속하면요”

피터의 대답에 환하게 웃은 토니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과 뒤이어 들려오는 대답에 피터도 웃음 지었다. '평생 해줄게요. 팔베개'  연인이 된 두 사람의 첫 날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왔고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같지 않은 모습이 보인다. 잔뜩 골이 난 표정의 토니와 어쩔 줄 몰라하는 피터의 모습에 피터를 데려다 주기 위해 온 해피가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간다고?”

“그치만 오늘 복직하는걸로 약속했잖아요”

“그건 루퍼트인지 뭔지하는 놈팽이놈 얘기를 몰랐을 때고”

“그래도 가야해요. 대신 저녁은 다른 선생님들도 껴서 같이 먹을게요!”

“그 것 때문이 아니잖아. 아니 맞긴 하지만 어쨌든 좋아한다며!”

“제가요? 제가 언제요!”

“아니 그 놈팽이 놈이 선생님 너를!”

“그건 다 옛날 얘기에요! 이젠 다 정리하셨을거에요! 아마도..”

“그럼 나도 같이가”

“네?”

“같이가자고 내가 데려다 줄게”

결국 토니의 고집에 두손 두발 다 든 피터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고작 유치원 가는데 톰포드 쓰리피스 정장을 차려입고 나온 토니에 피터가 입을 떡 벌리고 쳐다봤지만 토니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할 뿐 어서 가자고 피터를 재촉했다. 코 앞에 보이는 유치원에 피터는 설레이는 듯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럼 저 갔다올게요!”

“잠깐만”

“네?”

“생각해 보니까 제리한테 할 말이 있어”

문을 열고 인사하는 피터를 따라 내린 토니가 갑자기 원장인 제리에게 할 말이 있다며 먼저 유치원으로 척척 걸어가자 급히 문을 닫은 피터가 토니를 따라 원장실로 뛰어갔다. 월요일 아침이라 전부 모여있는 선생님들 사이로 토니와 피터가 들어오자 깜짝 놀라있던 선생님들이 이내 피터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 중 유독 피터를 반갑게 맞는 선생님 한 명을 째려보던 토니가 일부러 그 쪽으로 가 모든 선생님들 한명 한명과 인사를 한 후 스타크 유치원을 위해 힘 써줘서 감사하다는 형식적인 인사를 건냈다. 유치원을 둘러보고 싶다는 토니의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거절할 수 없어 토니가 지목한 피터와 함께 유치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토니다.

“갑자기 유치원은 왜요? 여기 어디에 뭐 있는지 이미 다 알잖아요!”

“그럼 당연하지 오랜만에 꽃잎반도 가볼까?”

대답과 함께 먼저 걸음을 옮기는 토니에 한숨을 쉰 피터가 토니를 따라 꽃잎반으로 갔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이라 웃음이 피어나는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먼저 들어간 토니를 따라 피터가 들어가자 아이언맨이라며 토니에게 붙어있던 아이들이 피터에게로 달려들었다. '턴탱님-!' 하며 안기는 아이들에게 잘 지냈냐며 하나하나 안아주고 있는 피터의 모습을 본 토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Hey kids!”

“토니..?”

“꽃잎반 선생님은 이제 이 아저씨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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