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작은 기계를 매만지면서 한숨을 내쉬는 레오의 모습이 측은해 보인다고 엘바는 생각했다. 레오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곧 그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도와주려고 말을 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가 가진 작은 기계의 화면을 힐끔 내려 보고는 눈을 감았다.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레오는 잘 할 것이다. 자신은 호라의 기척만 신경 쓰면 되었다.





"네?"
레오는 무척 바보 같은 얼굴로 되묻고 말았다. 곧 표정을 수습했지만 이미 내보인 표정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눈치가 없는 사람은 그곳엔 없었다.
사람이라 하기엔 오랜 세월을 살아남아 존재하는 때때로 요괴라 불리는 원로원의 사람들이었으니 더욱 확연하게 보였을 것이다.

레오는 법사였던 시절에도 내보이지 않던 허점을 기사가 되고 나서 계속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이번의 지령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휴대폰으로 무얼 하라구요?"

레오에게 바보 같은 얼굴을 하게 한 것은 바로 그의 눈앞에 있는 작은 기계였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연락을 하게 해주는 물건.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마계법사이자 기사인 그에겐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레오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지령은 간단했다. 휴대폰 앱을 이용하여 인간을 꾀어내는 호라가 있으니 찾아내어 말살하고 그 호라가 만들어낸 앱을 깨끗하게 삭제하라는 것이었다. 호라의 원념으로 만들어진 그 프로그램은 인간을 더욱 인과에 빠져들게 하니 확실히 일을 마쳐야한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이것은 보통 마계법사의 일이었다. 인간들의 생활에 따라 호라들은 몸을 감추고 진화해 왔기 때문에 이런 기계와 연관된 호라들을 쫒는 마계법사가 따로 존재했다.

마계법사로 이름을 날릴 때에도 그것은 레오의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욱 이번 일이 자신에게 온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령을 거부 할 수도 없었기에 레오는 결국 눈앞의 상자를 들고 원로원에서 빠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 레오의 위치는 애매하기 짝이 없었다. 마계법사로도 기사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였기에 더욱 그의 위치가 붕 떠있었다. 아니 붕 떠있는 것은 레오가 기사이지만 아직 온전히 기사만의 힘을 가지고 호라를 물리치는게 서툴러서 일지도 몰랐다.

그는 뛰어난 기사지만 경험이 부족하여 실수를 하곤했다. 호라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실수는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기에 레오는 믿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이가 아니면 같이 행동하기를 꺼려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 애매한 위치에 자리잡게 된 것이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그에겐 하나의 산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도 법사와 기사 양 쪽을 다 해낼 수 있는 레오에게는 꽤 복잡한 일들이 주어지곤 했다. 이번도 그런 일 중에 하나였다.
법사의 능력과 기사의 능력이 있어야한다고 판단하여 지령을 내린 것이었을 터였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레오는 한편 이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레오는 휴대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기본적인 작동 방법이나 원리에 대해서라면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더구나 스마트 폰이라고 하면 더욱 사용방법이 복잡하였고, 그것에서 앱을 찾아내고 호라의 기척을 찾아내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의 폰에서 그 앱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은 단순히 버튼을 눌러서만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사용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곧 레오는 이 사태를 털어 놓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카드를 전혀 못한다던 코우가를 떠올렸고, 자르바가 그에게 포커를 가르쳐주었던 일도 떠올랐다.

"엘바. 엘바는 이 핸드폰... 아니야."

자신도 모르는데 그동안 주머니 속에만 있었던 엘바가 알 리가 없었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된다. 그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당시 코우가씨가 포커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을때에도 그응 그렇게 생각했기에 말을 가볍게 할수가 잇었을 것이다.

호라에 대한 것은 가볍게 대할 일이 아니었기에 일단 원로원에서 같이 건내준 책자의 저자인 마계법사를 한번은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한 레오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코우가의 집으로 향했다.


코우가의 자택에 도착하자 저녁을 준비 중이던 곤자를 대신하여 오랜만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코우가가 그를 맞이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레오의 손에 들린 새로운 기계에 대해 궁금해 하던 자르바에게 레오가 사정을 설명하자 코우가가 물었다. 그에 곤란해 보이는 미소를 띤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쪽 일을 담당하는 마계법사에게는 연락을 해두었습니다. 다만... 그게..."

그쪽의 일이 바빴기 때문에 레오에게 넘어온 일이었다. 그들이 바로 도움을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호라에 대한 대책을 적은 책도 같이 원로원에서 주었지만 단순히 그것을 본다고 모든 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레오로써는 일단 스마트 폰에 익숙해 져야했다.

"요즘 카오루가 그런 걸 들고 다니던데 곧 올 테니 카오루에게 사용방법에 대해 물어 보지 그래?"

자르바의 말에 코우가도 레오도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굳어지는 코우가의 얼굴과는 달리 레오의 얼굴을 활짝 펴졌다.
법사가 아닌 보통의 인간인 카오루가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기본적인 사용방법을 배우고 전문적인 것을 공부하면 그 마계법사의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레오는 코우가의 미간에 주름이 하나 늘어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엇이 재밌는지 킥킥거리는 자르바를 코우가가 조용히 시키려고 할 때 카오루가 들어왔다.

"코우가. 나 왔어. 어머? 레오군? 언제 온 거야?"

자연스럽게 문을 열며 들어오던 카오루가 오랜만에 보는 레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입니다. 카오루씨."
"응. 오랜만이야. 그런데 어? 레오군 스마트폰도 사용해? 법사. 아니 요즘 기사들은 이런 것도 사용하는 거야?"

레오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화가의 눈썰미로 레오의 손에 들린 이질적인 물건을 알아본 카오루는 금세 흥미를 보였다.

"아닙니다. 이건 일 때문에 받아 온 거라서요. 그런데 저도 스마트 폰은 처음이라 사용 방법을 모르겠어서..."
"어머. 그럼 혹시 나에게 물어보러 온 거야?"

휴대폰과 레오와 코우가를 번갈아 바라보던 카오루가 농담이라는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말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 정말? 이야. 이거 내가 무언가를 알려주게 되다니 기쁜데?"

진심으로 기쁜 얼굴이 된 카오루는 가방을 벗지도 않고 바로 레오의 옆에 앉았다. 그에 코우가의 미간에 주름이 한줄 더 생긴 것도 자르바의 웃음소리가 조금 더 커진 것도 레오도, 카오루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 이건 이렇게 하고. 물건은 만져보면 금방 한다니까? 와 역시 레오군. 잘하는데?"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곤자가 들어와서 인사도 했고, 레오가 온 것을 확인한 그가 저녁을 더 해야 한다면서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레오가 오기 전까지 간만에 고대의 마계서적을 찾아보면서 읽고 있던 코우가가 한 페이지도 더 넘기지 못한 채로 집중하지 못한,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갔다.


가르쳐주는 카오루도 신나고 레오도 쉽게 스마트폰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고 생각이 들 무렵, 레오는 등 뒤가 서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그 서늘함이 누구에게서 오는지도 금세 알아 차렸다. 검사로 단련된 그의 위기감지 능력과 천재법사로 유명하게 만든 영리한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짝 레오는 시선을 옆으로 움직였다. 크다곤 하지만 자신의 손보다 작은 그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카오루가 자신의 옆에 밀착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순간, 레오는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바람에 카오루가 놀라서 같이 벌떡 일어났다.

"앗. 카오루씨 감사합니다. 이제 충분해요."
"어? 정말?"
"예, 이제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이제 이 책을 읽고 호라를... 아니 그러니까 공부를 따로 해야 되어서요.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급하게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레오는 코우가에게도 그대로 인사를 하고 방 밖으로 나섰다.

"어? 레오님? 저녁 다 되었는데요."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는 곤자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급히 코우가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코우가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오래 시간을 빼앗았구나. 라고 생각한 레오는 방금 전까지 쉽게 알 수 있다면서 스마트 폰을 배우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미움 받았으려나.. 하고 중얼거리며 풀이 죽어있던 레오는 손안에 든 스마트 폰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어쩌자고 이런 걸 맡겼는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스마트 폰을 다시 바라본 레오는 곧 울리는 진동에 깜짝 놀랐다.
언제 번호를 저장했는지, 카오루의 문자가 온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 설정한 건지 문자메세지가 왔다고 하는 표시에 그녀의 사진이 같이 떠서 깜짝 놀랐다.


[바쁜데 붙잡고 있어서 미안해. 곤자씨가 저녁을 대접 못해서 아쉽다고 하니까 다음번엔 꼭 저녁을 먹으러와. 코우가도 꼭 다시 들르라고 했으니까! 그땐 내가 실력을 발휘해 줄게!]


문자 메시지는 가벼웠지만 그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레오씨에게 익히 들었던 그녀의 요리솜씨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첨부된 사진이 떠오르자마자 레오는 잠깐 굳어 졌다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카오루가 찍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코우가의 사진이 평소의 그로 돌아와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을 때, 문득 레오는 그녀에게 이렇게 연락을 받은 것이 자신이 처음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에 미쳤다. 코우가에게는 핸드폰이 없다. 마계기사나 법사에겐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이라면 연락을 하기 위해서 이런 것이 필요하다.

그녀가 기뻐한 것은 그에게 연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손안의 물건이 너무도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한참을 한숨을 내쉬면서 고민을 하던 레오는 문자에 답장을 보내지 않을 것을 깨닫고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 레오는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첨부했다.


후에 카오루가 만든 코우가의 친구들이란 타이틀의 앨범 안에서 어둠 속에서 엉망인 얼굴로 혼자서만 '셀카'로 사진을 찍은 자신의 사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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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캐붕... 에헤헤헤...캐붕....헤헤헤헤 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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