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오브 히어로즈 2차 창작입니다~


조슈아가 기사로 영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를 상정하고 썼답니다. 여로드의 모습은 디폴트로 생각해서 썼어요. (흑발 흑안, +머리장식)


자기 감정을 아직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조슈아를 귀여워하며(?? 썼답니다 ㅋㅋㅋㅋ

조슈아 넘 귀엽지 않나요? "네? 꾀병 아닙니다!!! ...참나 눈치는 좋아가지고.."하면서 로드 힐끔힐끔 보는 조슈아를 상상하게 된답니다... ㅋㅋㅋ 귀여운 짜슥... 매번 어시스트 할때마다 츤츤대면서 제일 많이 도움주는 녀석인듯ㅋㅋㅋㅋㅋ




조슈아 레비턴스는 싫어하는 것이 참 많았다. 이른 출근시간, 북적대는 식당, 줄 서는 일, 불편한 동료와 가는 장거리 파견, 야근, 예정에 없는 출정, 칸나의 장난질, 잉크로 지저분해진 손날과 서류, 루인의 눈치, 카를 3세의 짜증, 그리고 아발론의 군주.

조슈아 레비턴스는 좋아하는 것도 참 많았다. 맑고 따스한 날씨, 어느정도 하얀 구름이 번진 하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산책로, 완벽하게 세팅된 티테이블, 적당히 단 맛이 나는 디저트, 그것들과 함께 하는 홍차, 곡선이 예쁜 찻주전자, 따스하고 포근한 잠자리, 아무도 없는 벤치, 그리고 로드.

휴가 신청서에 서명해달라고 하면 루인의 핑계를 대며 도망가는 로드가 좋았다. 구김살 없이 웃는 동료들과 함께 웃는 그가 싫었다. 이렇게 뒤틀린 인간을, 인간도 아닌 취급을 받아온 걸 알면서도 인간으로 대하는 아발론의 군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조슈아는 매일 아침 기상하자마자 로드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밤이 되고 자기 전에는 슬그머니 로드를 살려주었다. 그건 하나의 의식이었다. 로드를 향한 감정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시궁창도 이것보단 깨끗할 거다.

어떻게 해야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게 애증이라는 걸까. 조슈아는 적당한 온습도의 침실에서 자신에게 잘 시간이라는 걸 알려주는 잠옷을 입으며 생각했다. 잠옷은 얼마전 기사들이 단체로 맞춘 물건이었다. 소매에 새겨진 이름 자수를 보고 나서야 조슈아는 자신이 아발론 사람이 됐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아발론의 군주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았다.

아로마 향초를 켰다. 따스한 노랑이 불투명한 연분홍을 녹이기 시작했다. 어떤 향인지 모르지만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났다. 조슈아는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1인용 작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검은 장발을 휘날리는 그를 상상해본다. 피와 먼지가 난무하는 전쟁 한복판에 선 그는 검은 제복을 입고 허리에 검을 찬 채 정면을 응시한다. 누구보다 위풍당당하고, 누구보다 위태로운 모습은 그린듯이 눈앞에 떠오른다.

평생 속죄하며 살라고 한 얼굴도 기억해본다. 여상스러운 목소리로, 전혀 여상스럽지 못한 표정을 하며, 마치 자신이 목졸린 사람처럼. 조슈아는 그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하얀 목을 틀어쥐고 힘을 주면 간단하게 부러지겠지. 염력을 쓰지만 기본적으로 몸을 어느정도 쓸 줄 안다. 게다가 그는 매우 약하지, 차라리 요정 칸나가 로드보다 강할 것이다. 그런데도 힘든 출정을 직접 나가고, 외국을 돌아다니며 동맹을 구축하고…….

그렇게 강한 사람을 산산조각내고 싶다. 우는 모습이 보고 싶다. 자신에게 매달리면서 어떻게 하면 좋냐고, 왜 이렇게 된 거냐고 절규하는 그가 보고 싶었다. 명확하지 않은 상상을 하며 조슈아는 침대를 땀으로 흠뻑 적셨다.

다음 날, 자괴감에 전 조슈아는 눈 밑에 다크서클을 달고 기상했다. 죽어라, 죽어, 조슈아 레비턴스. 그냥 일찍이 제국에서 자살하지 그랬냐. 그러나 조슈아는 죽는 대신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를 택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한 조슈아는 어떤 새도 그보다 일찍 일어날 수 없을 사람과 만났다.

“일찍 나오셨군요, 조슈아 경.”

“좋은 아침입니다.”

꾸벅 인사하면서 조슈아는 속으로 꿍얼거렸다.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 거야, 저 양반은? 미친 거 아냐? 지금 아직 해도 다 안 떴는데.

독심술이라도 있는지 루인은 웃었다. 수상하기 그지없는 웃음이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조슈아는 항상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일을 안겨줄지 가늠이 안됐기 때문이다. 아, 제발, 일찍 출근한 만큼 일찍 퇴근하기를…….

“오늘 조슈아 경께서 따로 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안 돼! 안 돼! 어떻게 이래. 조슈아는 비련의 주인공처럼 털썩 바닥에 쓰러지고 싶었으나 야속하게도 다리는 꼿꼿했다.

“로드께서 조슈아 경과 단 둘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시니, 자.”

네? 지금 뭐라고요? 루인은 조슈아의 마음도 모르고 무언가를 건넸다. 받고 보니, 루인이 항상 들고다니는 서류철이었다. 내용을 보니 로드의 스케쥴이었다.

“로드와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러고는 가버렸다. 조슈아는 멍하니 서서 행정실로 복귀하는 야속한 상관의 뒷모습을 보다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누가 한때 제국 8검이었던 놈한테 이런 걸 시켜요. 누가요!

그러자 마음 속 어딘가에서 아발론 사람 조슈아가 튀어나와 대답했다.

로드가.




조슈아는 쭈뼛거리며 국왕이 기거하는 처소까지 향했다. 첫 번째 업무는 기상이었다. 루인이 아침마다 어디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게 바로 이 일 때문이었나 보다. 목각인형처럼 삐걱삐걱 침실까지 당도하기는 했는데 다음이 문제였다. 고용인들은 미리 말을 들었는지 참으로 수상해보이는 멍청한 암살자 같은 모습의 조슈아를 보고도 웃기만 하고 제지하지는 않았다.

결국 두 눈을 꾹 감고 문에 노크를 했다. 똑, 똑, 똑. 그러자 안쪽에서 곧바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슈아인가? 들어와.”

조슈아는 지금이 밤이 아니라는 사실을 곱씹었다. 그래야만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튀어나가지 않을 테니까. 문을 열자 기사들의 것과 별로 다를 바 없어보이는 침실이 보였다. 한가운데서, 로드는 정복을 입고 웃고 있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예. ……예?”

로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정말……. 미웠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전혀 깜빡이지 못한 눈으로 물이 고여 따끔거릴 만큼, 그렇게 미웠다.

내 속도 모르면서, 왜 마음 편한 얼굴로 웃어. 울컥했지만 겨우 참았다.

“왜 그렇게 비장하게 있어? 혹시 어디 아픈가?”

“아, 아닙니다.”

“그럼 와서 망토 걸치는 걸 도와주겠어?”

평소에도 혼자 잘 입는 것 같았는데. 조슈아는 의심을 지우고 순순히 도왔다. 그런데 보통 기사가 이런 일을 하나? 다시 의심이 올라왔지만 조슈아는 계속해서 로드가 시키는 일을 했다. 별것 아니었다. 대체로 하인들이 할 법한 시중이었다.

먼 나라로 출정을 나가도 혼자 모든 걸 처리하는 사람이 시중을 들게 한다니.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이유를 물을 용기가 없어 조슈아는 입을 딱 다물고 하라는 대로 했다.

처소를 나선 뒤에도 로드는 조슈아를 계속 옆에 두었다. 화장실을 가는 일 외에는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침식사도 점심식사도, 오후 티타임도 전부 로드와 조슈아 단 둘이서만 했다. 로드는 웬만하면 조슈아와 함께 있었다. 다른 사람을 끼우지 않았다.

조슈아는 홍차를 우리면서 로드를 흘끔 보았다. 로드는 예사와 같이 행동했다. 여기서 이상한 건 조슈아뿐이었다. 이상한 조슈아는 이상한 상태에서도 이상하지 않게 홍차를 대접했다. 로드는 조슈아가 타준 홍차가 제일 향긋하고 맛있다며 웃었다. 간단한 티푸드를 먹고 홍차를 비운 로드는 이제 산책하자며 조슈아를 이끌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아무도 없는 정원이었다. 원래는 정원사들이 돌아다니면서 잡초를 뽑고 강아지와 고양이가 화단으로 들어오나 감시하는데, 오늘은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마치 휴가를 낸 기분이었다. 로드와 함께 있긴 하지만 고된 일은 시키지 않는다. 자잘한 시중뿐이었고, 그나마도 염력을 쓰면 끝이었다. 조슈아는 로드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 당당한 걸음걸이, 항상 삐뚤게 앉는데도 곧은 등, 잘록한 허리, 허리 근처에서 흔들리는 긴 머리카락, 자신보다 조금 작은 키.

……전부 다 망치기 좋은 것들이다. 조슈아는 무언가를 망치고 파괴하는 데에 이골이 났고, 또한 숙련된 솜씨도 가지고 있었다.

손을 대지 않아도 조슈아는 능숙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아니, 죽이는 것보다 더한 짓도 저지를 수 있다. 등 뒤에서 이런 생각을 할 만큼, 조슈아는 로드가 증오스러웠다. 예전에 요한 테일드가 자신처럼 어릴 적 빈민가에 있었다고 들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요한은 로드에게 갔고 자신은 체자렛에게 갔다는 점이었다.

자신도 로드에게 갔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과거를 가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지만, 그래도 조슈아는 요한에게 웃어주는 로드를 볼 때마다 그 짓거리를 했다.

“조슈아 경.”

정원 가운데에서 두 사람은 멈춰섰다. 드디어 멸망의 시기가 도래했다. 결국 로드는 자신을 버릴 것이다. 만약 빈민가에서 로드에게 주워졌다면, 조슈아는 그럭저럭 자신의 몫을 해냈을 것이다. 높은 책장에 꽂힌 책을 대신 꺼내준다던지, 멀리 있는 티스푼을 건네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아침에 했던 잡일 정도만 하는, 기사도 아닌 비서가 될지도 모른다. 갈루스 제국은 조슈아를 그냥 물건만 간신히 띄우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내팽겨치고 중력으로 압축시켜버리는 병기로 만들었다. 그래, 만들었다. 키운 게 아니라.

그러니 로드 손에 들어간 건 사람이 아니라 그냥 쓰레기다. 로드는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주운 거다.

그래서 그런가, 조슈아는 로드가…….

“루인은 나를 말렸지.”

로드 위로 따스한 햇빛이 쏟아졌다. 오수에 빠지기 딱 좋은 날씨였다.

“그대를 시험하는 건 좋지 않다고.”

“……예?”

“눈치채지 못했나? 아니면, 원래 생각이 없던 건가?”

“그게 무슨…….”

“조슈아 경. 나를 죽일 수 있었잖아. 그렇지?”

누군가 펜듈럼을 훔쳐 뾰족한 끝으로 대가리를 찍어버린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머리가 이렇게 아플 수가 없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로드? 제가 어찌 로드를……. 얼토당토않은 의심은 그만두세요.”

“기분 나쁘겠지. 하지만 회피하는 건 좋지 않아, 조슈아 레비턴스.”

“로드. 설사 제가 로드를 여기서 죽인다해도, 저는 도망칠 수 없습니다. 기사들이 사방에 있다고요. 죽이는 것까지 성공해도 그 후는요? 저는 바쁘게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한가하게 살고 싶다고요.”

지금도 로드는 조슈아와 둘이서 있다. 로드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조슈아뿐이며, 동시에 로드를 해칠 수 있는 사람도 조슈아뿐이다. 아발론의 왕은 그 사실을 분명 인지하고 있을 텐데도 자신이 당신을 기만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간혹, 그대는 날 죽여버릴 듯이 봐.”

결국 들켰구나. 그래, 하루종일 그 생각에 빠져있는데 안 들키는 게 이상하다. 조슈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강인한 의지, 굳건한 용기가 가득 담은 눈이 초라한 기사를 굽어본다.

“그리고 한없이 자애를 바라는 눈으로도 보지. 차라리 한쪽을 택하는 게 그대 정신건강에 좋을 거야. 하지만 나는…….”

로드는 조슈아에게 바짝 붙어섰다. 검은 장갑을 낀 손이 올라왔다. 조슈아는 장갑과 소매 사이, 속살을 내비친 손목 안쪽을 유심히 보았다.

“그대가 날 믿는 쪽을 택하길 바라, 조슈아 경.”

“……로드.”

“지금이라도 죽여보겠어?”

“어, 어떻게 그런……!”

조슈아는 위악의 마음으로 위선자처럼 행동했다. 모순덩어리인 자신을 자각하는데도 힘이 부쳤다.

“조슈아.”

로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나는……. 그대를 믿어. 하지만 그대의 감정은 믿지 않지.”

“로드.”

조슈아는 로드를 밀쳐내고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로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들바들 떠는 손을 잡아 올린 그가 손등 위에 입을 맞췄을 때, 조슈아는 머리가 새하얗게 비워지는 경험을 했다.

평생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조슈아조차 손등에 입맞추는 경험은 드물었다. 굴욕적으로 엎드리거나 무릎꿇는 건 흔했다. 체자렛은 자신이 벌벌 떨며 땅에 기어다니는 짓을 좋아했으니까.

그러나 로드는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손등에 키스했다. 조슈아는 울 것 같았다. 로드는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주문을 외우듯 속삭였다.

“많이 늦었어. 이제 돌아가자, 조슈아.”

“……네. 로드.”

조슈아는 물기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조슈아는 미워하는 게 생겼다. 조슈아 레비턴스는 로드가 미웠다.

휴가 신청서에 끝끝내 서명해주지 않는 로드, 오후 티타임에 오지 않는 로드, 요한 경과 프람 경, 샬롯 경의 머리만 쓰다듬어주는 로드, 슈나이더 경만 토닥여주는 로드, 루미에 경의 수다만 들어주는 로드, 루인 경과 속닥거리는 로드, 크롬 경과 자이라 경만 칭찬해주는 로드, 카를 3세에게 농담을 거는 로드, 요정 칸나랑 친밀하게 노는 로드.

“로드!”

조슈아는 볼을 잔뜩 부풀리며 로드에게 앵겨붙었다. 행정을 봐야하지만 잠시 루인이 자리를 비우고 일거리 핑계를 댄 참이다.

“로드는 참 너무하십니다. 사람을 그리 꼬셔놓고 방치하셔도 됩니까?”

“내가 언제 그대를 꼬셨나?”

“그때 제 손등에 키스하셨잖아요. 그것도, 여기,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정확하게.”

왼손에 키스한 건 맞지만 네 번 손가락은 아니었다. 하지만 날조와 선동으로 승부 보기로 한 조슈아는 마음껏 로드의 양심을 들쑤셨다.

“기억 안 나십니까? 아, 두통이야…….”

조슈아는 로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슈아!”

“흑흑, 저 요즘 일을 너무 많이 했나봅니다. 샬롯 경에게 가도 두통은 낫지를 않고, 또 능력을 자주 쓰니까 머리에 과부하가 오는 것 같고……. 이러다 저 과로사하면 어떡합니까, 로드…….”

“뭐야, 그냥 땡땡이 치고 싶어서 그런 거였어?”

맥이 빠졌는지 로드가 헛웃음을 쳤다. 조슈아는 슬쩍 몸을 기울여서 로드의 무릎에 머리를 얹었다.

“예. 그때처럼 로드랑, 단 둘이서요.”

“이런……. 루인에게 혼나겠는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로드는 애교부리는 고양이를 쓰다듬듯이 조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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